19 개의 논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현실주의 이론의 역사적 배경과 발전 과정을 마키아벨리부터 냉전기 까지 보여주었고, 2부는 세계 6개국 (주로 동북아와 유럽) 의 정책과 사상에 있어서의 현실주의를 설명하였다. 그리고 3부 에서는 한반도 문제, 즉 북핵과 한미 관계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논의하였다.먼저 총평을 하자면 고리타분한 이론서라기보다는 마치 재미있는 이야기책 같다. 물론 국제 정치라는 과목이 흥미 있는 과목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동안 보아왔던 이론서들은 다양한 예에도 불구하고 지루한 편이었다. 그에 반해 이 책은 집필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아서 독자들의 관심사와의 거리가 멀지 않으며 또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논리적 배열로 시선을 끌었다. 또 다른 장점은, 물론 당연한 것이지만, 번역본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번역본을 읽을 때 그 번역된 문장을 다시 번역해야 하는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19 명의 다른 사람 각자의 생각을 모았기 때문에 일관성이 좀 떨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제 3부와 같은 경우는 한국의 상황이나 주변 관계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먼저 크게 개괄 할 수 있는 장을 하나 만드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물결이 휘몰아치는 현 상황에서 신자유주의에 대응하는 현실주의의 모습에 대한 소개도 덧붙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책의 구성이 그러하듯 책을 읽으면서 한국의 상황과 앞으로의 한국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생각이 진행되었다. 책에서 국제 관계에 대한 불신과 무력 사용 가능성이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나오고 국제 관계는 아직 강자의 논리에 더 부합한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역시 무시할 수는 없는 요소들인 것 같다. 더구나 한반도는 아직도 냉전체제이며 따라서 케네스 월츠의 양극 체제 평화론이 적용되는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일본이라는 강대국 사이에 끼여있으며 세계의 경찰이라고 자처하는 미국은 날로 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러시아는 현실주의 권력 정치 체제로 변모하고 있고 게다가 동북아 각 국은 북핵이라는 이슈의 무게에 눌려서 영토문제조차도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책과 이호재 교수님의 ‘통일 한국과 동북아 5개국 체제’ 라는 책을 통하여 한국의 국제 정치적 위상 제고 방안을 생각해 보았다.지금처럼 동북아 내의 문제들이 표출되지 않은 채로 북핵 문제가 해결 된다면 그 동안 눌려있던 많은 이슈들이 폭발적으로 대두될 것 같다. 한국은 강대국이 아니기 때문에 동북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는 어렵겠지만 조율자의 역할 정도는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대북 문제에 있어서 주도적인 위치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언제든지 강경한 정책으로 바뀔 수 있는 미국보다는, 대북 영향력이 가장 큰 중국과 동북아 내의 강대국인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일본은 중국, 북한 등과 과거 문제로 아직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를 계기로 동북아 체제의 하나의 구심점으로 만들어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고 그 견인차 역할을 한국이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독도 문제를 하루 빨리 해결하고 당사자 간에는 풀기 힘든 센카쿠 영토 분쟁 등은 한국이 그 중재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래서 동북아의 협력을 꾀하는 동시에 국제 사회에서의 발언권과 영향력을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며칠 전의 용천역 폭발 사고도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는 데 호재로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북한과의 거리가 가장 가깝고 언어의 장벽도 거의 없는 편이다. UN 이나 국제 적십자가 북한에 가 있지만 앞으로는 한국 정부를 통해서 북한에 대한 접근을 꾀하는 것이 당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금 남측 인원이 북한의 용천에 접근하는 것을 거부하고 지원품 조차도 해로를 통해 보내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고서라도 용천 복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이번 사고와 그 복구 과정에서 지나치게 폐쇄적이던 북한 사회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본다. 구 소련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이 폐쇄된 사회가 개방의 물결을 맞게 되면 그 여파는 엄청날 것이다. 그 파장이 어떤 것이던 그를 조율하고 혹은 유도할 수 있는 입장이 되려면 지금부터 적극적인 활동을 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