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스터는 그녀의 어린아이의 이름을 '펄'이라고 지어주었다. 그리고 그 아이를 자신의 진주라고 불렀다. 그 의미는 아이의 용모가 진주같이 고요하고 해맑다기보다는 그 아이가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여 얻은 대가이며 그녀의 하나뿐인 보물이라는 뜻이었다. 사람들로부터 동 떨어져서 외로이 생활하는 헤스터에게는 그녀와 같은 죄를 지닌 사람이 아니고서는 누구도 동정의 손길을 뻗어 주지 않았지만 어린 펄은 그녀에게 단 하나뿐인 위안이며 기쁨이 되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헤스터는 혹시 아기가 태어나게된 죄의 배경과 관련 지어진 어둠이나 광적인 면모가 펄에게 숨어있지는 않을까 늘 염려하는 마음도 함께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아기는 단 하나의 육체적 결함조차 없이 완전한 육체와 혈기 그리고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듯한 매력을 갖추고 있었으며 헤스터가 어떤 병적인 의도로 자신이 구할 수 있는 가장 화려한 옷감을 이용하고 최대의 솜씨를 발휘해서 만드는 옷들 덕분에 조물주의 걸작품인 듯 돋보이는 아름다움을 내뿜어 내고있었다. 펄의 모습에는 변화무쌍하여 들꽃 같은 아름다움에서부터 공주 같은 화려함까지 내포되어 있었지만 특별히 정열과 깊이 있는 색조만은 언제나 가시지 않고 남아있었다. 펄이 지니고 태어난 다양하고 깊이를 지닌 천성은 자신이 살아가게 될 세상과 함께 호흡하려는 마음이 없었다. 그가 세상에 태어남으로서 이미 커다란 법칙 하나가 깨어졌기 때문에 펄에게 순순히 규칙을 따르게 할 수는 없었을 테고, 그 결과 아기의 겉모습은 찬란하게 아름다웠을지 모르지만 질서는 잡혀있지 않았던 것이다. 헤스터는 펄을 뱃속에 가지고 있을 적의 상황을 상기하며 막연하고 불완전하지만 겨우 펄의 성격을 파악할 수가 있었다. 본래는 하얗고 맑았으나 점차 주홍빛과 황금빛 물이 들면서 광채나 그림자나 거친 빛이 서리게 된 것이었다. 이는 그 무렵의 헤스터 자신의 정신적인 갈등이 펄에게 옮겨진 것으로 아기의 밝은 모습 속에서 이러한 어두운 모습들이 드러날 때면 곧 적잖은 광풍과 회오리바람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의 가정교육이란 종교적이면서도 엄한 것이었는데 헤스터는 이런 것을 남용하지 않고 자상한 가운데서 엄하게 펄을 키우려고 노력했고, 때로는 미소도 지어보고 찌푸려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펄에게는 그 어떠한 것도 소용이 없었으며 펄이 어렸을 때부터 지어 보이는 유별난 표정 속에 묻어나는 종잡을 수 없는 고집과 때때로 드러나는 악의에 헤스터는 그녀가 인간이 자식이 아닌지를 의심하고 혹시 요정이지는 않을까,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에 불안해 할 뿐이었다. 펄은 때때로 흐느끼면서 어머니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기도 했지만 마치 바람같이 곧 사라질지 모르는 감정처럼 느껴졌다. 진정한 마음의 평안을 느끼며 펄이 자신의 아이라고 느껴지는 시간은 펄이 고이 잠들어 있는 순간밖에 없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외톨이가 되어 세례 받은 아이들과 놀 수 없다는 운명, 즉 다른 아이들과 자신이 다르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고있던 펄은 자신을 둘러싸거나 놀리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돌을 던지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지르며 쫓아버리곤 했는데 헤스터에게는 그것이 마녀의 저주하는 소리같이 들려서 몸서리가 처지는 것이었다. 청교도의 아이들은 헤스터와 펄 모녀의 유별난 모습을 발견하여 욕설을 퍼부었고 그런 눈치를 알아챈 펄은 사무치는 증오심과 분노로 대응했다. 그 속에는 펄이 평소에 보여주는 변덕과는 다른 진지함이 엿보였으므로 일종의 위안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모습에 일찍이 자신이 지니고 있던 죄악의 그림자가 나타나 있었기 때문에 오싹해지기도 했다. 펄은 여러 가지 사물이나 자연을 벗삼아서 홀로 놀았다. 그에게는 함께 놀 수 있는 친구가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상상력을 이용해서 이야기 상대를 창조해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창조물들에게조차 펄은 적의를 가지고 대했다. 앞으로 살아감에 있어서 끊임없이 받게될 멸시에 대해서 투쟁할 힘을 기르려는 듯한 그런 모습이 또한 자기 때문이라고 느끼는 헤스터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느끼는 것이었다. 펄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것은 어머니의 미소가 아닌 헤스터의 가슴에 붙어있는 주홍글씨였다. 그가 아직 아기일 적에 반짝이는 금실이 신기해서였는지 그 주홍글씨를 움켜지고 떼어내려 하며 미소를 띄우던 것을 시작으로 이따금 펄은 그 표시를 바라보며 야릇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어느새 뛰어다닐 만큼 자란 어느 여름날 오후, 펄은 들꽃을 따서는 헤스터의 주홍글씨에 맞추며 놀고있었는데 헤스터는 그 행위를 막으려는 충동을 억누르며 명중하는 들꽃의 수만큼 가슴속에 상처를 쌓아가고 있었다. '너는 정말 엄마의 아기지?' '너는 엄마의 아기가 아니야. 너를 누가 보내주었지?' 불안에 못 이겨 헤스터가 물을 때면 펄은 작은 악마처럼 장난스럽게 헤스터의 주홍글씨를 가리키며 자신을 보내준 것은 하나님이 아니라고 외치고는 깔깔대며 뛰어다니곤 했다. 이웃 사람들은 펄의 괴팍한 성미를 보고는 악마의 자식이 아니냐고 쑥덕거렸다.헤스터와 펄은 벨링검 장관의 저택으로 향하고 있었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외모의 펄은 화려한 진홍빛 비로도 옷을 입고있어서 마치 작은 불꽃같은 인상을 주었는데 사람들에게는 그가 생명을 지니고 살아있는 주홍글씨처럼 생각되어졌다. 헤스터는 펄에게 화려한 주홍빛 옷을 입혀서 펄이 자신의 사랑의 대상인 동시에 죄의 표적임을 함께 표현해내고자 했던 것이다. 헤스터는 장관의 주문을 받아 수를 놓고 술을 단 장갑을 들고 저택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사실 장갑은 구실에 불과했고, 실제로는 몇몇 지도자들이 헤스터와 펄을 떼어놓으려 한다는 소문을 듣고 그 결정에 반박하기 위해 찾아간 것이었다. 그 지도자들은 악마의 자식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펄을 도덕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성장시키고 헤스터에게는 장애물을 제거해 주려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있었다. 문을 두드리자 그 댁의 종이 나와서는 목사님 두 분과 의사선생님이 와 계시므로 장관과의 만남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헤스터는 도도한 태도로 꼭 만나봐야 한다며 현관을 막무가내로 들어섰고, 이러한 모습과 낯선 주홍글씨를 보고 그녀를 지방의 귀부인으로 오인한 종은 더 이상 막지 않았다. 그들은 저택 안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장식품중 하나인 갑옷이 볼록렌즈 작용을 하여 헤스터의 주홍글씨가 유독 불거져 보이는 것을 보고 펄은 장난을 치며 몹시 기뻐하는 내색을 보였다. 이 모습이 마치 마귀 새끼의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어 섬뜻해진 헤스터가 펄을 이끌고 정원 쪽으로 나가서 꽃을 구경하자며 걸음을 옮겼을 때 장관 일행이 나타났다. 찔레꽃을 꺾어달라고 조르다가 울음을 터뜨렸던 펄도 낯선 사람들을 보고는 울음을 멈추었다.근엄한 모습의 벨링검 장관, 자비롭고 인정이 많으나 죄지은 자를 꾸짖는데는 한없이 엄격한 윌슨 목사, 젊은 아더 딤즈데일 목사 그리고 의사인 로저 칠링워드 노인이 집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커튼의 가려진 헤스터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진홍색으로 가득한 펄의 모습만을 보고는 놀란 표정으로 너는 누구냐며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펄은 '나는 우리 엄마의 아기예요.'라고 대답했다. 그때 헤스터의 모습이 보였으므로 그들은 의논하던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며 헤스터에게 펄과 떨어져서 사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다. 헤스터는 다부진 태도로 주홍글씨로부터 배운 것을 아이에게 가르치겠으며 그 표적은 치욕의 표시라기보다는 자신에게 교훈을 주며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깨닫게 하는 표시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그들은 펄이 기독교적인 가정교육을 받았는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펄에게 너를 만들어준 것은 누구냐고 물었다. 그 질문은 일찍이 헤스터가 펄에게 수 차례 가르쳐준 지식 중에 포함된 것이었으나 심술이 솟아난 펄은 몇 번이고 대답을 하지 않다가 자기는 감옥 문 앞에 자라난 찔레 덤불 속에서 어머니가 따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돌한 대답에 장관은 결심을 굳힌 듯 아이가 타락할 때로 타락했다고 기가 막힌 듯이 한탄했다. 그러나 헤스터는 펄을 힘껏 끌어안으면서 매서운 표정으로 '이 아이는 하나님이 내게 주신 것이며 모든 것을 잃은 대신 얻은 보상'이라고 부르짖었다. 그리고는 어떠한 충동을 느낀 듯이 한번도 시선을 돌린 적이 없었던 딤즈데일 목사를 바라보며 그녀의 담당 목사였던 그에게 도움을 줄 것을 호소했다. 그러자 목사는 창백한 얼굴로 가슴에 손을 얹은 채 앞으로 나아가며 헤스터의 하나뿐인 축복인 아이를 빼앗아서는 안되며 그 둘을 떨어뜨려 놓는 것이 오히려 더 깊은 죄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일일지도 모른다며 그냥 그들을 내버려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장관과 목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이 옳다고 인정하고는 펄이 정기적인 교리 문답 시험을 치르고 적당한 시기에 학교에 보낸다는 조건하에 헤스터와 펄을 함께 있게 하기로 결정해 주었다. 그러자 딤즈데일 목사는 몇 걸음 물러나서 커튼에 몸을 가리운 채 서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펄이 그의 손을 잡고 다정스럽게 애정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헤스터는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펄은 자연스럽게 딤즈데일에게 어버이의 감정을 느꼈던 것이었으므로 순간적이나마 순진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행동했던 것이었다. 일이 잘 풀려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 장관의 성격 나쁜 여동생인 히빈스 부인이 헤스터를 불렀다. 그녀는 몇 해 후에 마녀라는 죄목으로 처형된 사람이었는데 헤스터에게 밤에 열리는 숲의 집회에 함께 가지 않겠냐는 제의를 해왔다. 이 모임은 타락한 사람들이 모여 비밀스레 악마를 숭배하는 이단 모임이었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에 가득 차 있는 헤스터는 미소를 지으며 정중하게 거절하고 저택을 떠났다. 만약 펄을 잃게되었다면 그 모임에 참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로써 펄은 이미 그녀의 어머니를 한번 마수에서 구해낸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