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영화를 보면서 색감이 너무 예쁘다는 생각과 세기의 캐스팅이라고 화제가 되었던 까뜨린느 드뇌브, 화니 아르당, 이자벨 위페르, 엠마누엘 베아르 등 프랑스의 내노라하는 여배우들의 얼굴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한 작품에 이렇게 많은 유명배우가 나오는 것에 기대를 많이 하기도 했고 주인공이 8명이나 된다는 것 또한 영화를 보기 전부터 재미를 불러일으켰다. 집 밖의 풍경을 보여주면서 영화가 시작되는데 색이 너무 예쁘고 사슴이 나오는 등 마치 동화책 아니 에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화면에 비해서 내용은 아버지가 살해된 사건에 대한 살인 추리극, 그리고 그 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해서 서로서로의 이야기를 캐내면서 몰랐던 비밀들을 알아가게 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프랑스 영화는 살인사건이 아닌 서로가 간직해왔던 비밀에 더 중점을 두면서 그것을 밝히는 과정을 무겁지 않게 뮤지컬처럼 춤(춤보다는 율동에 가깝지만)과 노래를 곁들여서 밝고 경쾌하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노래가사들은 그녀들의 심정을 잘 나타내고 있었고 사건이 진행됨에 따라 노래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영화의 진행이 거의 거실에서만 이루어지는 점이나 원색적인 옷으로 주인공들의 성격을 간접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것이 연극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있다고 느껴졌다. 이런 의상 또한 주인공들을 잘 나타내고 있는데 까뜨린느 드뇌브는 금색 옷을 통해 '강인한 우아함'을, 블랙 컨셉의 엠마누엘 베아르는 '위험한 매력'을,화니 아르당은 레드 계열의 풍부한 색감을 통해‘불꽃 같은 열정’을, 이모 역의 이자벨 위페르는 갈색을 통해 '소유하고 싶은 사랑'을, 핑크빛의 비르지니 르도와는 '현실도피적인 사랑'을, 녹색 옷의 뤼디빈 사니에르는 '사랑스러운 자유인'을, 외할머니역의 다니엘 다리유는 신비로운 보라색을 통해 '감추고 싶은 비밀'을, 가정부 역의 휘르민 리샤르에겐 차분한 카키색을 통해 굳건한 믿음과 정직을 표현했다고 한다. 스릴러적인 내용과 뮤지컬요소의 결합이 어울릴까라는 의심을 잠깐 하기도 했었고 2시간동안 영화를 보면서 중간에 황당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프랑스 영화답다라는 생각과 함께 나중에는 은근히 주인공들의 노래를 기다리는 재미를 가지면서 지루하지않게 볼 수 있었다.영화에 등장하는 8명의 여인은 각자 모두 용의자이며, 살해 동기를 가질만한 비밀을 하나씩 다 가지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하나씩 밝혀지는 여자들의 비밀들과 비밀들이 밝혀지면서 드러나는 각자의 본모습들... 이들의 가진 비밀은 주인공들의 성격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수종을 기준으로 볼 때)인색하고 외할아버지를 살해한 외할머니 마미,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엄마 개비, 아버지인 마르셀을 사랑한 노처녀 이모 오귀스틴, 자유를 갈망하며 자신에게 손을 벌리는 고모 삐에레떼,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여동생 까트린, 충직하지만 동성애자인 가정부 샤넬, 아버지의 육체적 상대자가 되기 위해, 하지만 그 안에 다른 뜻을 가진 건방진 가정부 루이즈, 그리고 혼전순결을 지키지 못한 수종.. 이렇게 각자의 모든 비밀이 밝혀지고 아버지의 살인에 관한 비밀도 밝혀졌을 때 이제 영화가 끝나가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이 죽음이었다. 막내딸의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과 추리소설을 좋아하던 취미를 살려서 아버지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려고 했던 의도는 잘 알 수 있었지만 모두의 비밀을 알고 싶지 않는 부분까지 다 알게 되었을 때 마르셀에게 그 정신적인 충격은 더 컸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처음에는 단지 이 집안의 사람들이 겪는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넓게 생각해보니 이들 각자에게 우리들이 현 사회에서 겪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를 하나씩 주어주고 그것을 상징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의 어깨에 짊어져 있는 무거운 짐과 동성애, 불륜, 재산(돈)에 집착하는 물질만능 주의 또는 자본주의의 횡포, 혼전순결 등.. 이 영화의 결말을 보니 이런 사회적 문제들을 꼭 꼭 숨겨둔 채로 나쁜 인식만을 가진 채로 이 사회에서 공존하며 살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해하려하지 않는 이들에게 억지로 아무 대책 없이 무작정 드러내놓는 다면 오히려 더 역효과를 낼 수 있으니 그리 간단한 문제도 아닌 것 같다. 나는 이런 문제에 대해 그다지 깊게 생각해 본적도 없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우리가 무관심해하는 사회적 문제나 혹은 알고 있거나 겪은 자신들이 겪은 일들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이야기하며 아직 해결 되지 않은 혹은 확실한 해결책이 없는 문제들에 대해서 이런 발랄한(?) 영화를 통해서 우리에게 조금의 이해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어려운 문장은 해석할 수 없었지만 번역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말로 바뀔 때 조금 의미의 전달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 프랑스어 실력이 더 나아지면 자막 없이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