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아름다운 이 영화의 이야기는 실은 슬픈 이야기입니다. 슬프면서도 한편으로 놀라움과 사랑이 담긴 동화처럼 말이지요."누군가는 이 말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수없이 나오는 책과 영화를 접하면서 우린 너무나 쉽게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또 너무도 쉽게 흘려 버린다. 최근에 당신이 가장 감명 받은 영화는 무엇입니까? 라고 물어본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가? 단순히 재미로 영화를 보고 시간을 보내버리고 있진 않은지 물어보고 싶다. 영화의 한 묘미가 재미와 흥미라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속 빈 강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삶의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하고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혹은 자신의 생애를 마치기 전까지는 기억될 수 있는 무언가를 던져 줄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영화가 아닐까? 지금의 영화는 어떠한가? 사람을 칼로 찌르는 장면이 여과 없이 보여지고 갖가지 무기가 등장하며 폭력이 난무한다. 영상으로 정의라는 명목으로 포장되어 있어도 그 잔혹성에는 혀가 내둘리는 경우가 많다.나는 이러한 영화들과는 달리 내 마음속에 깊숙이 담겨온 영화 중 "인생은 아름답다."를 가지고 감상문을 쓰려고 한다. 앞서 말한 저 구절은 "인생은 아름답다"의 처음에 나오는 나래이션이다. 동화는 아주 어릴 적에 지구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듣지만 그들은 나이를 먹어서도 잊지 않는다. 예쁜 공주님 왕자님 이야기와 아름답고 때론 슬픈 이야기들을.. 내게 동화와 같이 이 영화는 다가왔다. 어른들의 동화.. 너무 많이 커버려서 소중한 것을 많이 잃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 것이다. 조금만 고개를 낮추면 볼 수 있는 풀잎 위의 이슬과 조금만 고개를 들으면 볼 수 있는 예쁜 구름과 파아란 하늘, 조금만 마음을 열고 귀를 열면 들리는 새소리, 물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들려주는 로베르토 베니니의 동화인 것이다.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기는 파시즘이 맹위를 떨치던 1930년대 2차 세계대전 말이다. 시골에서 살다가 삼촌의 식당에 웨이터로 취직한 귀도(로베르토 베니니)는 운명처럼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는 첫 눈에 마을의 초등학교 여교사 도라(니콜레타 브라스키·베니니 의 실제 부인)에게 첫눈에 사랑을 느끼고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우연한 장소의 운명적 만남을 시도한다. 마치 채플린과 같이 좌충우돌 사건을 만들고 위태위태한 듯한 묘기 같은 그의 모든 사랑을 얻기 위한 작전은 하염없이 미소를 띄게 만든다. 때로는 당당하게, 하지만 왠지 모를 그의 허술함에 너무나 순수함이 느껴지기에 그의 사랑이 꼭 성공하길 빌게 된다. 결국 지켜보는 모든 사람의 소망대로 귀족 출신의 부잣집 딸인 도라의 마음을 얻게 되고 도라는 약혼자와의 결혼을 거부한 채 귀도와의 운명적인 사랑을 택해 똘망똘망하고 귀여운 죠수아를 얻게 된다. 목욕을 싫어하고 장난꾸러기이지만 그들의 가정은 이 아들로 인해 언제나 행복이 가득하다. 그러나 이 행복도 잠시 이탈리아를 점령한 독일군의 유태인 말살정책 때문에 유태인인 귀도와 조슈아는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게 되고 도라 역시 출발하는 기차에 남편과 아이를 따라 올라타고 만다. 귀도는 수용소에 도착한 순간부터 어린 아들이 고통스럽고 무시무시한 현실을 깨닫지 못하도록 자신들에게 주어진 현실이 '하나의 게임'이라고 얘기해준다. 귀도는 조슈아에게 자신들이 게임을 위해 특별히 선발된 사람이며 1,000점을 제일 먼저 따는 사람이 1등상으로 진짜 탱크를 받게 된다고 거짓말을 한다. 죠수아는 아빠의 말을 믿고 천진 난만하게 수용소 생활을 해 나간다. 수용소에서의 귀도의 행동은 너무나 애절하고 가슴이 아프다. 유태인이 아니지만 가족을 따라 수용소 수감을 자원한 아내 도라를 위해 귀도는 독일군 방송실이 빈 틈을 타서 죽음을 무릅쓰고 오펜바흐 호프만의 '뱃노래'를 축음기로 틀어주고 "나의 사랑하는 공주님"이라고 방송을 한다. 정말 그 방송을 들은 도라의 심경을 어떠했을까를 생각해 본다. 하루하루가 죽음에 다가가는 듯한 상황 속에서 사랑하는 남편의 목소리와 방송을 타고 들려오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그녀는 얼마나 많이 가슴으로 울었을까? 아이와 노인은 가스실로 계속해서 들어가는 수용소의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귀도는 자신의 거짓말을 그대로 믿는 아들을 지키려고 눈물겨운 사투를 한다. 자신의 음식을 아이를 위해 주고 아이가 발각 될까봐 노심 초사하며 숨기는 모습과 아이가 두려워하지 않도록 거짓말을 해가며 아이를 달래고 안는 모습은 너무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그의 사랑과 헌신은 더욱더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과 아내를 향한 변함없는 순수한 그 사랑은 화면 한 장면 한 장면, 대화 하나하나에 담겨 있었다. 마침내 전쟁에서 독일은 패망하고 독일군이 퇴각하게 되는데 귀로는 자신의 아내를 찾기 위해 변장을 하고 죽음을 무릅쓰며 여자들의 행렬을 따라가지만 아내는 찾지 못한다. 독일군은 살아남은 사람들까지 죽이기 시작하고 귀로는 죠수아를 낡은 소방박스 안에 넣고 마지막까지 아들에게 당부한다. 주변이 조용해지면 그 때 밖으로 나오라고.. 탈출이 발각되자 귀로는 군인에게 잡히고 죽으러 가면서 아들이 숨어있는 박스 곁을 지나게 된다. 박스에 나있는 구멍으로 죠수아와 귀로는 서로를 바라보고, 끝까지 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귀로는 우스꽝스런 걸음으로 장남감 같은 표정과 걸음으로 걸어간다. 끝내 한 구석에서 3발의 총소리가 들리고.. 귀로는 생을 마감한다. 주변이 조용해지고 죠수아가 소방 박스를 열고 나오자 아빠의 약속대로 모퉁이에서 미군 탱크가 나타난다. 죠수아는 "야, 진짜 아빠 말이 맞네!" "진짜 탱크다." 라며 소리치고 탱크를 타고 가다가 만난 여인들의 행렬 속에서 엄마를 만난다. 마치 희망을 주는 천사처럼 조금도 절망하지 않고, 조금도 불평하거나 슬퍼하지 않으면서 아들을 위해서 게임을 만들고, 아내를 위해 유머를 전하며, 자신을 위해 끝까지 굽히지 않은 채 생존하려 했던 그 의지는 나에게 많은 것을 일러주었다. 진정한 유머는 상황이 웃을 수 없을 때 던질 수 있는 유머라고 했다. 생 지옥이나 다름없는 강제 수용소에서 아들과 아내를 위해 웃을 수 있던 사람.. 눈으로 울고 입으로 웃을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 난 그토록 아름다운 영혼을 보지 못했다. 내 귀에 끝까지 남았던 3 발의 총소리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리고 아무 가책감 없이 손 털고 나오던 귀로를 쐈던 독일군의 모습이 기억이 나고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아내를 찾기 위해 감시등을 피해 벽에 매달려 있었던 그의 모습과 나무 인형처럼 죽음을 향해 아들과 이별하러 가면서 걸어갔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