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 15일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에는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정상회담 이후 남한에서는 북한 신드롬이라고 불릴 정도로 북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으며,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도 기존의 것을 벗어난 새로운 시각들이 대두되었다. 남북한은 예술단과 공연단을 교환하였으며, 우리는 북한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북한을 바라보는 다양하고 긍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20여년 동안 살아오며 접하였던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가 않았다. 지도자의 우상화, 철저한 사상교육, 불평등, 가난하고 못사는 나라, 폐쇄된 사회 등 북한을 이야기하면 언제나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북한의 예술과 문화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데 있어 너무나 큰 장애물이 되었다. 현재의 화해무드와 내가 지녀왔던 고정관념과의 혼란스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북한의 문화들을 조금이나마 접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고, 그 중 북한의 애니메이션은 나의 생각들을 조금이나마 열어주는 역할을 하였다. 와 등은 북한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나의 편견을 부끄럽게 만들었으며, 북한을 좀 더 친근감 있게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흔히 애니메이션을 생각하면 귀엽고 깜찍한 캐릭터, 재미와 웃음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애니메이션을 세계적으로 이끈 디즈니사와 미국이 생각나게 된다. 내가 북한의 애니메이션을 편견으로 바라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과 웃음으로(물론 진지하게 삶을 통찰하게 하는 애니메이션도 있다.) 압축하여 표현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은 내가 생각했던 북한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이 애니메이션을 방영한다면 사상교육과 김일성 김정일 부자에 대한 충성심, 미국과 일본을 비방하는 것들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내가 그동안 얼마나 편협한 시각으로 북한을 보아왔는가를 깨닫게 해주었다.먼저 북한의 애니메이션들은 철저히 아동중심의 시각에서 만들어졌으며, 아동들의 세계를 반영하고 있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예쁘고 귀여웠으며, 어디에서도 인민군 복장을 한 군인과 붉은 깃발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람의 캐릭터는 흔히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전통적인 인물을 형상화하여 친근감을 주었으며 의인화된 동물들을 등장시켜 아동의 흥미를 자극했다. 와 에서도 이런 동물캐릭터를 볼 수 있는데, 북한말 더빙이 아니라 남한말 더빙을 하였다면 북한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친근감 있었고 우리의 것과 다르지 않았다.둘째로 북한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가장 놀란 것은 내용과 소재에서였다.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상교육과 미국과 일본의 모략물보다는 우리나라 전래동화와 우화, 과학동화 등이 많았다. 물론 사상교육을 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과학 학습과 권선징악, 지혜롭고 영리함 등을 주제로 다루면서 사상적 성향을 나타내지 않았다. 푠력적인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아동의 순수함을 잘 표현하였다. 에서도 학교에서 배운 기초 지식을 가지고 일상생활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을 만났을 때 슬기롭게 풀어가는 너구리를 보며 아동들은 기초지식을 습득할 수 있으며, 더불어 긍정적인 사고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차칫 설교식 방법으로 이루어지기 쉬운 주제를 재미있는 우화식으로 표현함으로 아동들이 흥미롭게 지식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한 점은 칭찬할 만 하다. 너무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의 우리의 아동애니메이션과 비교해 볼 때 북한애니메이션의 순수하고 건전한 내용은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된다.마지막으로 와 의 제작 당시의 연도를 고려해 볼 때 기술적인 면에 있어서도 그리 크게 뒤떨어지지 않았으며, 색채를 사용함에 있어서도 무채색보다는 알록달록한 색깔을 어울리게 사용함으로 작품의 질을 높여주었다. 그 당시 남한에서는 , 등이 제작되었다. 개방정책으로 미국 애니메이션 기술을 꾸준히 전수 받아 왔던 우리나라와는 달리 폐쇄적 노선을 선택했던 북한이었지만 남북한의 작품을 비교해 보았을 때 그 차이를 별로 느낄 수 없었다. 경제난 이후 북한의 애니메이션 제작은 크게 줄었을지 모르나 몇 십년 동안 이어져온 노하우들은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표현에 있어서도 강렬하고 빠르게 진행될 것 같았던 생각과는 달리 섬세한 기법과 유연한 동작을 보여주었다. 단지 약간 부자연스러웠던 입모양과 전형적인 그림들은 아쉬움을 남겨 주었다. 색깔에 있어서도 흔히 무채색이나 칙칙하고 어두울 것 같았던 생각과는 달리 아동만화에 어울리는 다양한 색깔을 사용하여 작품을 더 돋보이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