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rt2002310562 법학과정상혁메멘토이 영화는 처음부터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당황하게 만든다. 첫 장면부터 잔인한 살인, 그리고는 몇 분후 자신이 살인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어떤 사람이 나온다. 그는 전직 보험 수사관인 레너드이다. 그에게는 기억이란 없다. 왜냐하면 아내가 강간당하고 살해되던 날의 충격으로 기억을 10분 이상 지속시키지 못하는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이름이 레너드 셸비라는 것과 아내가 강간당하고 살해당했다는 것, 그리고 범인은 존G라는 것이 전부이다. 심지어 중요한 단서까지도 쉽게 잊어버리고 마는 레너드는 범인을 찾기 위해 메모와 문신을 사용한다. 묵고 있는 호텔, 갔던 장소, 만나는 사람과 그에 대한 정보를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남기고, 항상 메모를 해둔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 문신까지 하며 기억을 더듬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의 곁에 있는 인물들로 인하여 자신의 기억마저 변조된다. 그의 곁에는 나탈리라는 웨이트리스와 테디라는 직업을 알 수 없는 남자가 주위를 맴돌고 있다. 그들은 레너들를 잘 알고 있는 듯 하지만 레너드에게 그들은 언제나 새로운 인물이다. 마약 조직의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정보를 제공하는 나탈리는 테디가 범인임을 암시하는 단서를 보여주고, 테디는 절대로 나탈리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이들로 인해 이제까지 확실하게 믿어왔던 메모와 문신의 기억들 사이에서 레너드는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매우 괴로워한다.겉보기에 그는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로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되지만 그가 어떠한 사실을 인지하고 그것을 기억하는 방식과 보통 사람인 우리가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기억하는 방식이 같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단지 레너드는 그 기억을 뇌가 아닌 메모와 문신에 남겨두는 차이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레너드와 우리는 어떤 사실을 바라볼 때,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바라본다. 그 순간에 그 사실은 우리의 주관에 의해 왜곡되고 그리고 그 왜곡된 모습이 우리 눈에 비치게 된다. 그리고 나름대로 자신의 언어를 가지고 레너드는 메모와 문신을 통해 우리는 뇌를 통해 기억시킨다. 따라서 영화 '메멘토'에서 보이는 사실과 왜곡된 레너드의 기억사이의 문제는 사실과 우리의 기억 사이의 문제로 환원시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기억'이라는 개념을 확장하면 사실의 기록, 기술로 확장하면 이는 사실과 역사에 관한 본질적인 문제로도 볼 수도 있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이나 기록을 사실로 믿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살아온 환경, 성격, 가치관 등으로 인해 사실 자체는 사람들에게 인지되는 순간, 그 본래적 진실성을 잃어버리고 인지한 사람의 주관에 의해 왜곡된 사실로 기억된다. 따라서 인간의 기억은 사실 자체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역사 또한 마찬가지이다. 많은 역사가들 또한 이와 같은 오류에 빠져 자신이 바라본 사실에 대한 기억을 역사에 옮겨 놓고 있다. 다시 말해, 역사는 과거 사실을 기록해 놓은 것이 아니라 역사가의 주관적인 기억들을 옮겨 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역사를 통해 얻는 것은 과거에 대한 사실이 아니라 그 사실을 기억하고 기술하는 역사가의 생각을 배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기억이나 기록이 대상이 되는 사실과 완전히 상관없다고는 할 수 없다. 비록 그 사실 자체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기억은 그것과 상당한 관련성을 맺고 있다. 왜냐하면 기억한다는 것은 그 사실 자체에 가장 근접하게 다가가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사실 자체를 정확하게 기억한다는 것은 위에서 말한 논리와 마찬가지로 불가능하다. 또한 역사도 이와 같이 과거 사실 그 자체는 아니지만 그것에 상당히 근접한 기록,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주인공 레너드는 자신이 바라보고 기록한 사실이 정확한 것임을 믿고 그것에 따라 생활한다. 비록 자신이 느끼기에는 새로운 환경이고 낯선 사람들이지만 자신이 기록해 놓은 메모나 문신, 찍어 놓은 사진을 보고 그것들이 과거 사실임을 믿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레너드 주변의 인물들로 인해 자신이 기록해 놓은 모든 것이 누군가에 의해 왜곡되었고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발견되었을 때, 그는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단절되면서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세상과도 단절되게 된다. 이러한 모습은 역사가 과거 사실임을 믿고 생활하는 우리의 모습과 유사하다. 문제는 그 역사가 과거 사실이 아닌 그 사실을 기록해 놓은 역사가의 주관이라고 판단되어질 때이다. 왜냐하면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명되는 자체가 우리 삶의 혼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역사적 사실, 가깝게는 우리가 기억하는 모든 사실이 생활의 일부분이자 행동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충격은 더 크게 다가온다.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이 자신의 아내를 강간하고 죽인 범인을 찾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따름이지 왜곡된 메모와 문신들로 인해 자신의 살해 동기로 이미 많은 사람들을 죽여 왔었다는 것을 새롭게 알았을 때와의 충격과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