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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 대한 몇가지 물음
    그녀는 왜 앨범을 만들었을까- 영화 속의 연희와 준영은 '만약에…'라는 말을 종종 한다. 처음 여관에서의 준영의 "만약에 니가 그 자식을 만나고 내가 그 아르바이트 여학생을 만났다면 우리는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나 "우리가 결혼 했다면 바로 이런 방에다 신혼살림을 차렸겠지?"와 같은 가정형의 대사가 많다. 이런 것으로 볼 때 연희가 만든 앨범은 준영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연희가 경제적 조건을 위해 포기한,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의 단면이다. 즉, 두 사람의 결혼은 두 사람이 가보지 못한 길이며, 사람들은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후회와 안타까움을 갖게 마련이다. 실제의 결혼은 사진처럼 사랑스럽지도, 행복하지도 않지만 두 사람은 그 길을 가보지 못했으므로 더욱 행복하게 느껴졌을 것이다.또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기억하고 싶은 순간에 사진을 찍는다. 연희가 찍은 사진들은 연희가 기억하고 싶은 준영과의 행복한 순간들이다. 준영은 끝 부분에서 '우리의 만남에는 빈 부분이 많다'라고 말하는데 기억은 그렇듯 단편적인 것이다. 준영과 연희는 사진으로 기록된 기억만을 기억하고 믿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연희가 사진을 찍은 의도이다.남자는 어떤 때, 왜 화를 내나- 준영은 솔직하긴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준영이 자신의 감정을 폭발하는 것은 연희의 남편을 질투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쿨'하다고 믿어온 자신의 연애가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커진 소유욕임을 인정해야 할 때 준영은 화를 낸다. 영화의 뒷부분에서 준영은 라면을 먹다 젓가락을 던지고 만다. 이 부분은 영화에서 두 사람이 가장 부부처럼 보이는 순간이다. 그 후 준영은 연희와 헤어지기 위한 섹스를 하는데 어쩌면 준영은 연희와 헤어져야할 때임을 깨달았지만 인정하기 싫어 더욱 화를 냈는지도 모른다.이런 준영의 성격으로 미뤄 볼 때, 준영은 자신이 알고 있지만 인정하기 싫은 현실을 인정해야 할 때 폭발하는 것 같다.마지막 장면,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이유, 의미- 이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가장 당연한 부분이기도 하다. 옥상에 빨랫줄이 없는 것으로 봐서 준영이 아직 거기 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준영이 살고 있고, 없고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돌아왔다는 것이고, 어쩌면 그녀는 이미 그 곳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회과학| 2003.09.15| 2페이지| 1,000원| 조회(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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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영화와 소설 함께보기
    권력의 이동과 소멸이문열 원작, 박종원 감독 을 보고영화는 병태가 일하는 학원의 강의실 장면으로 출발한다. 장면은 빌딩 숲을 지나 창으로 들어와 수강생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풀샷이다. 이때 병태가 가르치는 영어 문장은 공교롭게도 '자유가 가장 위험했던 시기에 몇 세대만이 자유를 지켜왔다'이다. 이는 아주 자연스럽고 능글맞게 작품의 주제를 흘리는 부분이다. 이렇게 은근슬쩍 작품의 의도를 흘리는 부분은 여러 번 나온다. 수업시간에 최선생이 이승만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를 예로 들며 세계민주주의 나라에도 공통되는 가르침이라고 가르치는 장면은 당시 시대상황을 보여주고 엄석대의 권력질서를 정당화를 뒷받침하는 장면으로 쓰인다. 또 엄석대가 반 아이들에게 책을 읽힐 때 읽는 "배운 예법은 그대로 실행하기만 하면 그만 이라고 생각… 해서는 안된다"라는 문장이 있는데 영화는 작품 내내 이 문장을 읽고 있다. 이 문장 역시 문장그대로 아이들의 생각 없는 태도를 꼬집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자신들이 어떤지도 모른 채 한 목소리로 문장을 읽는 아이들은 어리석다 못해 불쌍하기까지 했다.영화 속 병태는 영수와의 술자리에서 최선생의 장례 소식을 듣지만 정작 병태를 기차에 실어놓은 것은 장례에 엄석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병태는 엄석대에게 있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또 작품에서 '권력'은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인데 나는 작품을 보면서 '권력'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극중 병태는 아버지의 좌천으로 서울에서 시골로 전학을 오게 된다. 그렇게 이동된 아버지의 권력은 시골에서 또 그 나름대로의 권력으로 자리잡는다. 이는 전학간 병태가 어머니와 함께 교무실에서 교감과 인사를 나누는 장면에서 확인되는데 교감 역시 "서울에서 오신 군청 총무과장님의…"하며 그 권력을 확인하고 있다. 병태 역시 내놓고 지배자의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권력의 신봉자이다. 처음 전학 온 학교를 무시하며 내뱉는 "우리학교 반도 안되잖아!"나 석대가 관심을 보이며 성적에 관해 묻거나 아버지에 대해 물을 때 "거의 일등 했어." "서울 학교는 한 학년이 열반도 넘어."나 "아버지는 군청 총무과장이셔"라고 자랑스레 말하는 병태는 그 자신이 권력을 신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병태가 엄석대에게 반항하는 것은 그 권력질서를 부당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그 질서의 중심에 있어야 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병태는 반항에만 그치지 않고 저금통을 깨서 아이들을 포섭하기까지 이르렀다. 그러다 그것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방향을 바꾸어 권력의 그늘로 들어갔던 것이다.이런 권력의 이동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은 반에 있어 권력자라고 말할 수 있는 엄석대가 새로 부임해온 김선생을 만나게 되면서 시험지 사건이 들통나면서 엄석대를 벌하는 장면이다. 권력은 다시 김선생으로 옮겨가고 그것에 휩쓸려 아이들은 김선생의 편에서 엄석대의 만행을 실토하는 것이다. 이 장면의 한계는 김선생 자신도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들이 얼마나 위험한 짓을 저질렀는지 알려주지 못한데 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짓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엄석대의 만행을 실토한 것이 아니라 단지 체벌을 통하여 그 권력이 김선생에게 옮겨갔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또 김선생은 후에 의원이 되어 나타나는데 그것이 긍정적인 의미인지 부정적인 의미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 장면의 병태가 허망한 표정으로 클로즈 업 되는 것으로 봐서 권력의 질서를 무너뜨린 김선생도 별 수 없이 권력의 질서 속으로 들어갔다는 의미로 생각된다.또 소설에는 없는 인물인 영팔이 영화에는 나오는데 영팔이라는 인물은 영화의 의도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영팔은 영화 속에서 모자라는 듯이 보이지만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또한 이데올로기에 있어서도 가장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인물이다. 내가 영화에서 가장 주목한 장면은 귀가하는 영팔과 병태의 철둑길 장면이다. 이 장면은 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는 다른 다수의 장면들에 비해서 가장 균등하게 배분된 장면이다. 영팔과 병태는 철길 위를 평행으로 걷고 병태는 비틀거리며 선로에 내려서 걷는데 비해, 영팔은 비틀거리지만 균형을 잡으며 걷고 있다. 이는 두 인물의 성격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 장면에서 병태는 영팔에게 엄석대에 대해 "급장이 몇 살이니?" "공부를 잘하니?" 하며 관심을 가지고 묻지만 영팔은 "열다섯, 아니 쉰다섯살." "몰라!" 라며 장난 식으로 대답하거나 관심 없이 대꾸한다. 이는 병태가 현실과 타협하며 권력자의 언저리에서 주목받으며 편안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반면 영팔은 현실에서 바보 취급을 받으며 조용히 살아가지만 자신을 지키며 자신의 길을 가는 인물임을 잘 보여준다. 앞에서 말한 철둑길 장면은 후에 또 한번 나오는데 병태가 엄석대의 그늘 안에 들어간 후의 일이다. 둘은 처음과 달리 영팔이 앞에 있고 병태가 그런 영팔을 쫓아오는 것으로 되어있다. 영팔은 "가, 너랑 안놀아!"라며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하고 병태와 다른 방향으로 걷는다. 그래서 영팔은 5학년 학급회의에서 건의함 표결에 당당하게 찬성에 손을 들었고, 김선생이 아이들에게 "시험지에 딴 이름을 써서 낸 게 누구냐"고 다그칠 때 벌벌 떨던 다른 아이들과 달리 혼자 바보처럼 웃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또 엄석대의 부당한 행위를 털어 놓는 장면에서 병태가 잘 모른다고 말하고 반 아이들의 질책을 받을 때도 영팔은 "니네들도 나뻐!"라며 당당하게 울 수 있었다.
    인문/어학| 2003.09.15| 3페이지| 1,000원| 조회(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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