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별의 정한을 아름답게 승화시켰을까?지난 중간고사 대체 레포트 발표 때 내가 느낀 것은 짜증이었다. 물론 나도 그랬지만 모두다 하나같이 이별의 정한, 지고지순한 모습, 순종적 여인의 모습 등을 키워드로 계속 반복해가면서 비슷한 주제의 글들을 썼기 때문이다. 한국여인의 전통적인 모습은 잠시 잊고 정말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할 때 정말 그 이별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그 시에 나오는 시적자아들처럼 사랑하는 임의 행복을 바라고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던가? 아니다. 적어도 이별의 순간에 내가 아는 사람들은 욕하고 울고 무릎을 꿇는등 자신의 모든 감정들을 폭발시킨다. 그래서 나는 시를 읽고 해설서를 읽으면서도 납득 할 수 없었다. 정말 이 시에 나오는 화자들은 정말 임의 행복만을 바라고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걸까? 아니 이 시를 쓴 사람들이 정말 그런 의도로 이렇게 시를 쓴 것일까? 나는 잘 모르겠다. 아니 시에 나오는 해설들을 믿을수 없다. 그래서 나는 내식대로 조금 다르게, 우리들이 지고지순하며 이별의 정한을 아름답게 승화시키고 있다고만 알고 있다는 김소월님의 ‘진달래 꽃’을 조금 비뚤어지게 해석해 보고자 한다.‘진달래 꽃’은 연인과의 이별을 주제로 하여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은 시적화자가 이별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쓴 작품이다. 자신이 사랑한 사람으로부터 버림을 받는것은 연인 사이에서 가장 비극적인 상황일 것이다. 그러므로 시적화자는 엄청난 슬픔과 분노, 원망등의 감정에 휩싸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시에는 사랑하는 임이 가시겠다면 아무말 없이 보낼 것이며 게다가 가시는 길도 축복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물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과연 여인에게 버림받은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인가? 이 말속에 다른 뜻이 숨어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나는 이 숨어있는 뜻이야 말로 ‘진달래 꽃’의 진짜 주제라고 생각한다.프로이트에 의하면 모든 본능과 그 파생물은 삶과 죽음, 사랑과 미움, 건설과 파괴, 능동과 피동, 우월과 굴종 등의 몇 쌍의 대립물로 정리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본능들 중의 하나가 직접 혹은 초자아를 경유해서 압력을 가해오면 자아는 불안에 빠진다고 한다. 따라서 만일 압력의 원인이 되는 그 본능의 충동을 그와 대립되는 다른 본능에 집중시킨다면 자아는 그 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정말 밉고 증오스러운 사람이 있으면 그 적대감을 대놓고 들어내기 보다는 오히려 그 감정을 숨기고 오히려 그에게 호감을 보이는 것을 들 수 있다. 프로이드는 이처럼 하나의 본능 충동을 다른 본능의 충동으로 전이하여 불안을 해소 시키는 정신형상을 반동형성이라는 용어로 규정하였다. 이러한 경우 ‘나는 널 싫어해’를 ‘난 널 사랑해’같은 말로 바꾸어 표현하게 된다.‘진달래 꽃’에서 보이는 시적화자의 순종적이고 지고지순한 모습역시 이러한 방동형성의 심리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즉 표면에 나타난 순종의 미덕은 자기를 지키기 위한 거짓이며 정말 화자가 하고 싶은 말은 숨어있다. 화자는 님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님과 헤어져서 산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 들일수 없다. 그런 님인 까닭에 화자는 지금은 어쩔수 없이 헤어진다고는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자신과 함께 하리라고 믿고있다. 즉 화자는 님과의 이별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언제인가는 그가 다시 올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그런 님이기에 화자는 자신의 원망이나 분노를 보이면 님이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정까지도 버리고 아예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름을 불안해 하고 있다. 이는 화자에게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다. 말하자면 화자는 이와 같은 절망적인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증오와 원한이라는 내적 감정을 숨기고 겉으로는 사랑과 순종의 미덕만을 보여 주었던 것이다.이렇게 생각하고 시를 보면 시에는 시적화자의 좌절과 미련, 그리고 원망과 자책의 감정이 나타나 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1연과 2연에는 사랑하는 연인이 다시 돌아와 주기를 바라는 끈질긴 미련, 즉 임이 떠나갔다 하더라도 결코 체념할 수 없다는 강한 내적 집념을 숨긴 글이라고 봐야한다. 이들 문장 속에서 강조 되고 있는 부자연스러운 수식어들은 이를 보다 명확하게 보여준다. 화자는 사랑하는 연인을 말없이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니라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며 꽃을 뿌려 축하해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임을 곱게 보내겠다는 표현은 곱게 보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반동형성의 표현이며 꽃을 뿌려 보낸다는 표현은 떠나는 뒷모습에 돌을 던질수도 있다는 반어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