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와 윤리"과제보고서의무론에 반하는 상대론적 윤리설, 즉 경험주의 윤리설과 결과주의 윤리설의 맥락을 지지한다. 상대론적 윤리설에 의하면 도덕규범은 어떤 것과 관련하여 상대적인 타당성만을 가진다. 어떤 도덕 규범은 그것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회에서만 타당하다.상대론적 윤리설이 호소력을 가졌다고 보게 되는 일차적인 이유는 우리가 도덕과 관습의 문화적 다양성, 도덕 문제의 해소될 수 없는 의견 불일치 현상을 목격하기 때문이다. 에스키모족은 겨울 이동시 늙은 부모를 동행하지 않음으로써 죽게 한다고 한다. 뉴기니아의 도부족은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동을 허용한다고 한다. 멜라네시아의 어느 부족은 친절과 정직함을 악덕으로 본다고 한다. 이런 예들은 규범과 가치관이 문화권마다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같은 문화권 내에서도 규범과 가치관 사이의 충돌이 있다. 낙태는 허용되어야 하는가 사형제도는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종류의 질문에는 각자의 관점에 따른 대립된 대답이 있을 뿐 합리적인 방법에 의해 의견 대립이 해소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가치 문제의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방법이 무엇인가에 관한 일치된 견해가 없기 때문이다. 즉, 도덕과 가치의 문제에는 초문화적 독립된 기준이 없고, 어떠한 규범은 그 규범이 통용되는 사회에서만 참이라는 것이다.상대론적 윤리설이 도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도덕 규범이 문화적으로 다양하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도 있다. 즉, 언뜻 보기에는 규범들이 서로 다르고 모순되는 것 같지만,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면 모두가 똑같은 원리에 근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던커(K. Dunker)라는 독일의 심리학자는 다음과 같은 사례를 든다. 아프리카의 호텐톳족은 늙고 병든 부모를 죽이는 행동을 옳다고 규정하는 규범을 받아들이는 반면, 우리는 그것이 옳지 않다고 규정하는 규범 속에 산다. 던커는 이 사례가 외견과는 달리 충돌현상이 없다고 주장한다. 늙고 병든 부모를 죽이는 호텐톳족의 동기는 병들어 신음하는 부모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동정심, 효, 자선의 마음에서 유래한다. 그들은 또 행복한 세상인 내세를 확신하여 하루라도 빨리 병든 부모를 행복한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은 것이므로, '부모를 위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도덕 원리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우리와 대립은 없고, 오히려 '부모를 위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도덕 원리를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효의 원리를 공유함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믿음을 가졌기 때문에 상반된 행동과 관습이 생겨난 것이다. 이상이 던커의 주장이다. 그러나 남편이 죽었을 때 부인에게 같이 죽을 것을 요구하는 인도의 관습이 우리와 똑같은 사랑의 도덕원리에서 유래한 것이라 보기 어렵듯, 호텐톳족의 동기가 우리와 똑같은 효의 원리에서 유래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설사 문화권들이 매우 일반적인 도덕원리를 공유하고 있다 할지라도 이것이 문화권 사이의 충돌, 대립을 해결해 주기에는 충분치 못하다.상대론적 윤리설에 반대하는 의무론자들은 인간 본성의 공통성에 호소하여 보편 타당한 도덕원리를 수립하려고 한다. 이들은 인간이 본성적으로 유사한 욕구와 필요를 갖고, 도덕의 본질적인 기능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필요를 조화롭게 만족시키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모든 인간은 유사한 욕구와 필요를 가졌고, 이 욕구와 필요를 조화롭게 만족시키는 도덕 규칙이 타당한 도덕 규칙이라면 우리는 여러 도덕들의 객관적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기준을 얻은 셈이다. 여성의 행복을 억압하는 도덕은 남녀 평등의 도덕과 비교할 때 객관적으로 부적절한 도덕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의 욕구와 필요를 조화롭게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객관적인 기준에 의거해서 우리는 보편 타당한 도덕적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살인은 옳지 않다' 등의 도덕률이 그것이다. 그러나 몇몇 종류의 도덕률의 보편 타당성을 인정한다고 해서 상대론적 윤리설을 불합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모든 규범과 가치관의 상대성을 주장하는 강한 상대주의는 분명 포기되어야 할 것이나 이런 몇몇 자명한 도덕원리를 제외한 가치관의 상대성을 주장하는 상대주의는 유효하다. 용기, 절제, 충성, 효 등의 덕목은 어느 문화권에서나 찬양되는 공유된 가치이지만 그 사이의 서열과 해석은 서로 다르다. 용기 있게 적과 싸워야 하느냐, 아니면 집에 남아 병든 어머니를 돌봐야 하느냐 식의 딜레마는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해결 할 수밖에 없다. '살인은 옳지 않다' 식의 일반적 규칙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무엇을 살인으로 볼 것인가의 구체적 해석의 문제는 계속 의견 대립을 낳고 있다. 사형 집행관은 살인자인가, 죄 없는 자기 가족을 몰살한 자를 죽이는 행동은 정당한 보복인가 등의 질문에 대해 각자의 종교, 세계관, 인생관에 따라 그 대답은 갈라진다. 일반적인 규칙을 공유한다는 것이 구체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