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에 숨겨진 진실〈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왠지 철학적인 냄새가 물신 풍겨서 접근하기 힘든 영화였다. 하지만 실제 영화는 코믹과 멜로를 겸비한 오락 영화라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이 영화에 등장 인물, 에비, 노엘, 브라이언 이렇게 셋이 주축이 되어서 영화의 이야기가 진행되어간다.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이라는 라디오 토크쇼를 진행하는 커리어우먼인 에비는 키가 작고, 통통해서 눈에 띠게 아름다운 여자는 아니다. 그녀는 애완 동물은 키우는 사람이 문제가 생겨 도움을 청할 때, 뛰어난 판단력과 말솜씨로 문제를 해결해 주어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던 중 사진작가인 브라이언이 롤러스케이트를 신어 흥분하고 있는 개를 진정시킬 수 있는 방법을 물어 온다. 상당한 긴장 상태에서 당황하고 있는 브라이언에게 에비는 재치 있는 말로 문제를 해결해 준다. 전화선을 타고 온 에비의 재치있는 말솜씨와 스스럼없는 유머에 브라이언은 매혹 당하고 에비에게 만날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자신의 외모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에비는 자기의 모습에 실망을 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친구인 노엘의 모습으로 자신을 묘사시켜준다. 노엘은 모델로 빼어난 몸매로 남자들의 시선을 한눈에 받음으로써 에비의 부러움을 받고 있는 이웃 친구였다. 이렇게 시작된 거짓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점점 커져 나가면서 이들의 갈등은 고조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에비도 브라이언에게 남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고, 에비와 노엘의 사랑을 둔 경쟁이 시작된다. 결국 사실이 밝혀지면서 에비와 노엘의 사랑이 이뤄진다는 진부한 이야기이다.이 영화는 시작부터 관심을 갖게 하는 사건들을 배치한다. 동물에 관한 신기한 이야기 거리가 나오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그리고는 독특한 캐릭터들을 등장시킴과 동시에 흥미로운 이들의 관계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영화는 세 인물의 갈등을 풀어나가면서 카타르시스를 부여하는데, 사랑의 성취라는 흔한 주제보다는 친구끼리의 우정을 지킨다는 것이 더 큰 몫을 하고 있다. 여자는 남자를 절대적인 존재로 보고, 우정을 저버리는 일반 영화의 법칙을 깨뜨리면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식상함에서 벗어나게 한다.하지만 영화의 저변에는 여성을 비하시키는 태도가 깔려 있는 듯하다. 영화를 재미있게 봤으면서도 께름칙함이 남는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이 아닐까한다. 첫째로 지적이고 똑똑한 여자는 못생겼고, 예쁜 여자는 어리석다는 이분법적인 발상이 엿보인다. 지적이고 똑똑하지만 아름답지 못한 에비의 경우, 그녀는 외모에 대한 열등감에 휩싸여 있지만 사실 그녀는 그럴 정도로 밉지 않다. 물론 모델인 노엘과 비교해 키나 몸매에서 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름대로 귀엽고 친근감 가는 얼굴로, 그녀의 박식함과 침착함을 결합했을 때, 그녀 또한 매력적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그녈 혼자 두고 봤을 땐 예쁘다는 반응도 둘이 비교가 됨으로써 못생긴 여자, 예쁜 여자라는 구분이 지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영화는 둘이 비교되는 장면을 자주노출시켜서 에비는 못생겼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강제력으로 작용한다.노엘의 경우는 어떠한가? 노엘 역시 바보는 아니다. 에비만큼 지적이지는 못하지만 어리석지 않고 나름대로의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단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사람, 모델이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이 그녀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그런 그녀 또한 자격지심과 남들의 시선에 위축되어간다. 물론 겉모습을 보고 반해버리는 남자는 많지만 그것 또한 그녀에겐 불만이다. 그렇게 자신감을 잃어 가는 노엘은 그 탈출구로 엥커라는 직업을 갖길 원한다. 노엘은 자신을 에비로 알고 접근하는 브라이언에게서 사랑을 느끼는데 그것은 자신을 지적으로 생각하고 존중해주는 그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에비의 지적인 모습을 부러워하는 노엘은 그녀 자신을 바보로 몰아 부침으로써 우스꽝스러움을 자초한다.두 번째로, 브라이언이 노엘과 에비중 한사람을 선택해야하는 상황설정이다. 여성이 물건인가? 아름다운 노엘과 지적인 에비를 두고 갈등하는 브라이언의 모습을 통해 보통 남자들이 여성에게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에비의 당신이 무인도에 떨어진다면 타임 의 올해의 여성과 플레이보이 지의 올해의 플레이메이트 중 어느 을 택하겠어요? 하는 질문은 여성을 선택의 대상으로 분류시키는 단적인 예가 된다. 우여곡절 끝에 진실이 밝혀지고 브라이언과 에비의 사랑은 예상대로 이루어지지만 과정에서 브라이언의 선택의 갈등은 많은 부분에서 보여진다. 누가 진짜 에비이냐를 떠나 성적 매력을 불러일으키는 노엘과, 정신적인 교감을 주는 에비 사이에서 갈등하는 브라이언의 모습을 보았을 때, 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불쾌하지 않을 수 없었다.영화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위의 두 문제의 발생 원인 또한 여성에게 있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그것은 브라이언의 선택이 증명해 준다. 브라이언은 에비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이 일치함에 교감을 느끼고 그녀를 사랑하게 됐는데 그녀의 외모를 창피하게 여긴 것은 어리석었다는 핀잔이다. 그렇다 브라이언은 전화 통화 상에서 에비에게 매력을 느꼈고 에비인지 알았던 노엘의 아름다움에 사랑의 불길이 더 솟아 오른 것이다. 이 사랑의 가속은 잘난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일반적 사실에서 인정 될 수 있고, 에비에게서의 좋은 인상이 뒷받침 된 것이다. 만약, 진짜 에비의 모습을 보았다면 그의 태도가 어찌됐을 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것까지 가정해 보지는 않겠다. 결론은 에비의 열등감이 문제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