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낯선 두 사람이 동행이 되어 강원도 산골, 눈 덮인 밤길을 가면서 춘천 근화동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키 큰 사내, 그리고 키 작은 사내 억구다. 둘은 어릴 적의 일을 말하게 된다.키 큰 사내의 회고담은 토끼 사냥에 얽힌 이야기이다. 새끼 토끼를 잡고 어미 토끼는 놓쳤는데, 어미 토끼의 살기 차고 공포에 질린 모성을 확인하게 된다. 그 후 소년은 생물 시간에 학생들 앞에서 해부되었다가 술안주가 될 토끼 새끼를 구하려 했지만 도덕적 규범 때문에 생물 선생님 집의 얕은 담을 넘지 못했던 기억이다.그러자 이번에는 억구가 유년의 일을 들려준다. 아홉 살 때였다. 억구는 자신을 멸시하고 자존심을 짓밟는 득수의 장갑 낀 손을 물어뜯어 살점이 드러나게 했고 그 벌로 계모한테 붙들려 광속에 갇혀 있어야 했던 기억이다. 그 후로 억구는 추위와 어둠의 공포를 강박 관념처럼 갖고 살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동네의 천덕꾸러기로 따돌림당하던 그는 6?25 때 빨갱이로부터 감투를 얻어 쓰고 득수를 죽였다. 그로 인해서 국군이 동네에 들어 왔을 때 억구의 아버지는 득수의 동생 득칠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 억구는 극적으로 도망쳐 죽음은 면했지만, 끈덕지게 버둥거리며 서른 여섯 해를 살아야 했다. 그리고 부친을 죽인 득칠을 죽이고 자신은 부친의 무덤에서 죽으려고 지금 구듬치 고개를 오르고 있는 것이다.억구는 부친의 무덤이 있는 산에 이르자 스스로 득칠이를 죽인 사실을 실토한다. 그를 놓칠까 경계하던 키 큰 사내는 토끼 새끼를 구하기 위해 넘으려다 사회도덕이 무서워 넘지 못한 담을 회상하며, 이제야 그 담을 넘을 결심을 하게 된다. 형사는 그를 체포하지 않는다. 권총이나 수갑 대신 열여덟 개피 남은 담배 갑을 건네며 하루에 한 개피씩만 피우라고 웃어 보인다. 억구는 키 큰 사내의 신분도 모른 채 느닷없이 웃음을 터뜨린다.작품을 첫 번째 읽었을 때는 소설 속의 두 인물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다시 한번 읽어보고서야 인물들을 ?아 그렇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었다. 『동행』은 표현에 있어서 우수하다. 먼저 살인범과 형사라는 것을 숨기고 함께 길을 걷는 두 사람 사이에는 추리소설을 보는 듯한 긴장감을 주었다. 두 사람의 외형만을 묘사하면서 그 내면을 독자 스스로 유추하게 하는 가운데, 주머니와 가슴으로 자주 손이 가는 장면을 통해 한껏 긴장을 고조시키며 혹 키 큰 사람이 형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쫓기는 사람과 쫓는 사람의 모습도 잘 드러나고 있다. 서로의 대화가운데 반응하는 모습 또한 나에게 하여금 이들 사이에 무엇이 감추어져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하게 했다. 묘사력과 복선이 뛰어난 작품인 것 같다.작가는 배경 역시 그냥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와야리까지 가는 길에 구듬치 고개가 있고, 이 고개에 이르기 전까지 두 사내의 거리는 떨어져 있다. 그러다가 고개가 가까워지면서 거리는 점점 좁혀지고, 고개를 넘으면서 나란히 걷게 된다. 이것은 두 사내의 심정적 거리가 좁혀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와야리에 다다라서는 마침내 형사가 최억구를 마음속 깊이 이해하고, 그가 죽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되는 것이다.
그대에게 가고 싶도록 만든 사람 - 안도현얼마 전에 교회오빠랑 밥을 먹다가 있었던 부끄러운 일을 고백하자면 이렇다. ? 안도현씨 알아?? ?응? 가수?? 순간 굳어지던 오빠의 표정을 난 보았다. 왜 갑자기 윤도현과 안도현씨를 착각했던 것일까? 그 일이 있고 나서 난 바로 안도현씨 시집을 빌렸다. 시인으로만, 이름만 들었었던 안도현씨와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 되었다. 그렇기에 이번 80년대 대표 시인으로 안도현씨를 선택한 것은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었다.지금부터 나는 군대에서 열심히 훈련받고 있을 내 사랑하는 오빠에게 가고 싶도록 만든 사람 안도현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그에 앞서 1980년대 시문학을 알아보고자 한다. 또 시인 안도현씨를 살펴본 후, 나의 가슴을 울린 그의 작품을 이야기 할 것이다. 〈그대에게 가고 싶다〉〈그리운 여우〉이렇게 두 권의 시집을 읽어보았다. 한편의 시도 버릴 게 없지만, 특별히 나에게 다가온 시 몇 편을 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는 안도현에 대하여 알아보는 것으로 끝맺음을 하려고 한다.1. 1980년대 시문학80년대의 우리 문학은 ‘민중(민족)문학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민중문학이 대세를 이루었다. 민중문학이란 작품의 창작과 수용 주체, 그리고 그 내용이 민중적인 문학을 말하는데 이 민중문학은 1970년대 초에 우리 문학사의 전면에 떠올라 80년 5월 광주민주화 운동을 겪으면서 보다 과학화되고 풍요로워졌다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80년대는 ‘시의 시대’로 불려질 만큼 우리 문학사상 어느 시기보다 많은 수의 시인들이 대거 문단에 등장했고 시가 양적으로 봇물처럼 터져 나온 시대였다. 80년대 문학은 80년 5월 피의 광주 사태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80년대 문학(민중문학)의 특징에 대해서 간략하게 언급해두자면 첫째, 노동자?농민?도시빈민 등 민중기층계급의 생활정서와 이들의 역사의식을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 둘째, 통일론에 대한 관심이 문학에서 고조되었다는 점. 셋째, 당대주는 첫째, 시적 생산의 유례 없는 융성. 둘째, 시적인 것에 대한 인식의 확대. 셋째, 현실 인식과 그 사회적 대응의 방법론적 세련화와 다양성의 확보. 넷째, 물신화된 문학주의라는 자기 구속성으로부터의 해방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성과의 저변에는 무크지와 동인지의 활성화와 깊은 관련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즉 80년대는 ‘환란의 시대’라 일컬을 수 있을 만큼 굵직한 역사적 사건이 많이 일어났는데 이러한 어려운 시기에 당대 사람들은 무크지나 동인지를 통해서 그들의 다양한 욕구를 분출시키고, 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드높였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각 무크지나 각 동인지들이 외치는 목소리는 아주 다양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통틀어 어떤 문학적 성과와 한계를 결론짓기에는 솔직히 어려우리라 본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80년대가 ‘무크지와 동인지의 전성시대’라 불려질 만큼 많이 쏟아져 나온 데에는 그 시대적인 특수함이 만들어낸 하나의 부산물이 아닌가 생각하고, 또한 당대 사람들의 억눌린 욕구를 표출시키는 데에는 무크지나 동인지만큼 적합한 방식은 또 없었으리라 생각된다.2. 동화 같은 사람, 안도현1961년 경북 예천 출생원광대학교 국문과 졸업1981년「대구매일신문」신춘문예에 시 '낙동강' 당선1984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당선, 작품 활동 시작1984년 전북 이리중학교 국어교사로 부임1985년 첫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 출간1989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1994년 전북 장수군 산서고 국어교사로 복직1996년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 출간1996년 시와 시학 젊은 시인상 수상1997년 전업작가로 나섬1998년 제13회 소월시문학상 수상2000년 원광문학상 수상안도현 시인의 첫 시집부터 최근 일곱 번째 시집에 이르기까지 안도현 시인만의 색깔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에서는 민족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과거와 사라진 역사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에서는 평교사로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어두운 교육현실, 순종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모습봉준을 통해 광주로 일컬어지는 민주항쟁 의식을 고취하려고 했던 초심이 왜 따뜻한 감성 쪽으로만 흐르냐 ? 등과 같은 의견들입니다. 그래서 안도현 시인이 상업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3. 내 안에 들어온 언어들(1) 그리운 여우〈어린 왕자〉를 읽은 사람이라면 단번에 시집의 분위기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왕자는 결국 지구를 떠났고, 하루에 한 발짝 씩 가까워진 여우를 아직도 그리워하고 있을까? 그는 여우와 자신이 서로 동화되는 것이라 했다. 에서는 안도현의 푸르고 맑은 세상이 이 시집에서도 펼쳐져 있었다. 이 시집의 시인의 음성에는 자연의 소리를 들으려는 천진무구한 마음 이 들어있다. 그 마음이 내게로 전해진 것이다. 세상을 아름답고 맑게 보려는 어린아이의 시선이 내 눈에 도 잠시 담겨졌을 것이다. 시를 통해 안도현은 나를 순수한 세계로 끌어들인 것이다. 시에다 삶을 밀착시키고, 삶에다 시를 밀착시키는 일, 그리하여 시와 삶이 궁극적으로 완전한 하나가 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거의 하나에 가까워지도록 만드는 일, 그 꿈을 안도현은 시를 통해 이뤄갔다. 세상 모든 순수함을 인간의 삶에 자연 그 자체로 담아낼 수 있는 힘, 안도현이 내게 가르쳐 준 역동이다. 하지만 시속에서 나타난 작가 안도현의 시선이 아이의 시선은 분명 아닐 것이다. 아이의 순수함을 되찾고 간직하고자 하는 어른의 눈높이를 조절한 순수한 세계로의 회귀 욕구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시집 는 안도현이 산세에서 보낸 3년이란 시간, 그 속에서 묻어 나온 서정을 노래하고 있다. 안도현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흑백 사진을 글로 옮긴 것이 시집 이다. 작은 화분에다가 흙을 담고 수세미 씨앗 하나 심어 놓은 뿌듯함, 그리고 그 뒤의 오랜 기다림, 작은 열매라는 기쁨이 이 시들에 녹아져 나온다. 냉이꽃, 등나무, 바람, 억새밭, 순댓국, 정미소, 퇴근길, 수학여행, 여울가, 잠자리, 겨울밤, 애기똥풀, 여치, 봄비 등 우리 주변 모든 것들이 시가 되는 것, 우리의 사사로운 삶 전부가 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닮고자 하는 우리의 꿈의 조각들, 언젠가 하나의 큰 완성을 이뤄낼 작은 희망, 역동일 것이다.여우가 사라진 뒤에도 눈은 내리고 또 내리는데그 여우 한 마리를 생각하며이렇게 눈 많이 오시는 날 밤에는내 겨드랑이에도 눈발이 내려앉는지 근질거리기도 하고가슴이 한없이 짠해져서 도대체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던 것이다- 중에서시인에게 중요한 것은 존재, 대상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안겨다 주는 의미인 것이다. 그 대상에 투영된 의미, 쉽게 잊혀지지 않는 의미인 것이다. 그리고 이 시집을 통해 부분적이지만 안도현의 삶 그리고 그의 일상의 윤곽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사는 곳, 그의 주변 사람들, 그가 관심을 가지는 것, 그가 하고 있는 사사로운 일이 무엇인지 이 시라는 강물을 타고 출렁이며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자연을 이끌어 내고 일상을 시에 맞닿게 하는 안도현의 힘, 문득 내 주변의 모든 것이 사사로이 보이지 않는다. 아직 입구조차 쉽게 보이지 않던 나의 문학 세계의 길로 있는 힘껏 달려나가고 싶다.섬, 하면가고 싶지만섬에 가면섬을 볼 수가 없다지워지지 않으려고바다를 꽉 붙잡고는섬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수평선 밖으로밀어내느라 안간힘 쓰는 것을보지 못한다세상한테 이기지 못하고너는 섬으로 가고 싶겠지한 며칠, 하면서짐을 꾸려 떠나고 싶겠지혼자서 훌쩍, 하면서섬에 한번 가 봐라, 그 곳에파도 소리가 섬을 지우려고 밤새 파랗게 달려드는민박집 형광등 불빛 아래혼자 한번섬이 되어 앉아 있어 봐라삶이란 게 뭔가삶이란 게 뭔가너는 밤새도록 뜬눈 밝혀야 하리- 전문이 시에서는 시간의 멈춤 속에서 섬을 볼 수 없는 섬에 들어가 그곳에서 ?인생이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뜬눈으로 밤을 세워야 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짚고 있다. 그 곳에서는 이미 세상에 동화되어 큰 고민과 생각 없이 살던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이 새겨져 있다.(2) 그대에게 가고싶다안도현의 시집 는 그 제목에서도 쉽사리 짐작할 수 있듯이 전부 사랑으로 채워져 있다. 현대는 사랑 시에 관심을 쏟는 때 인가보다 하는 있었습니다그대라고 부른 사람에게그 길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어느 누구도 혼자서는 갈 수 없는 끝없는 길을- 중에서안도현의 시에서 펼쳐진 길이라는 것이 멀지만 결코 멀지 않게 느껴진다. 사랑이라는 것이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사랑, 결코 쉬운 것은 아니지만 사랑이 가져다주는 많은 행복감으로 기꺼이 우리가 그 길을 걷게 만든다. 그대와 그대가 우리라는 이름으로 묶일 수 있는 행복이 그 길의 끝에 있는 것이다. 안도현의 시집 를 읽으면서 내 가슴에 담아두고픈 말이 많았다면 는 읽으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고픈 말이 많았다. 화려하거나 넉넉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풋풋한 그래서 소중한 사랑이 이 시집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그대여가진것이 없기 때문에남에게 줄 것이 없어마음 아파하는 사람을 사랑합니다그는 이미 많은 것을누구에게 준넉넉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중에서안도현이 가고자 하는 그대를 향한 길, 분명 한 사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많이 알려진 안도현의 시 가 우리 안에서 사랑을 확대시켜 나갈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얕은 사랑이 아닌 사소하고 소박하지만 그러기에 더 깊고 소중한 사랑 이야기로 우리 가슴에 남길 바란다.해 뜨는 아침에는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그대에게 가고 싶다그대 보구 싶은 마음 때문에밤새 퍼부어대던 눈발 그치고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나도 금방 헹구어 낸 햇살이 되어그대에게 가고 싶다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가슴이 타는 사람이 아니냐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새날이 밝아오고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그 날이 온다면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나는 잊지 않으리사랑이란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