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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 최정례 시집 붉은 밭
    시간 의 공간최정례 시집《붉은 밭》(2001)1. 서두이 시집은 친구의 권유로 읽게 되었다. 어떤 점이 좋았는지, 어떤 특색이 있는 시집인가에 대한 귀뜸없이 그 친구에 대한 신뢰 하나로 이 책과 만났다. 정말 시집을 만나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것과도 같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고 만나면 처음엔 종잡기 어려운 막막한 사이가 되고 말지만,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알고 만나면 선입견을 갖기 십상이다. 그런 면에서 백지 상태로 만난 이 시집은 다소 막연한 사람, 처음엔 풀기 어려운 사람이었으나 순수한 나의 눈으로 바라본 사람이다. 시가 아닌 최정례라는 시인을 만났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이 시집은 숲{) 최정례, 붉은 밭, 창작과 비평사, 2001, p.8'이라는 시로써 시작한다. 10행의 짧은 시를 읽는 동안에 만나게 되는 세가지의 물음들.푸른 흔들림 너는 잠시 누구의 그림자니?마지막 연 전체를 이루고 있는 마지막 물음이다. 누군가는 자신을 숨기기 위해 글을 읽는다고도 하지만 나는 나를 보기 위해 글을 읽는다. 그렇기에 당연히 너 , 누구 라는 시어에는 흠칫 놀랄 만큼 민감한 것이다. 나는 시집의 머리에 던져진 이 질문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너 , 누구 라는 말들에 어느 새 방점을 찍고 있다.나를 보기 위해, 이 시는 어떤 화제 거리를 제공하는가. 바로 시간 이다. 시집을 처음 읽을 때에는 개별 시에 집중하지 않고 한번을 쭉 훑어보게 된다. 3분 동안, 1초 전에는 오리, 늙은 여자, 무너지기 전에 등 유난히 시간과 시간을 말하는 전치사가 제목에서조차 자주 등장한다는 것을 포착하고 나면 이 시집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화두가 시간 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가장 인상깊었던 시는 「늙은 여자{) Ibid., pp.14-15」이다. 이 시 독자적으로 갖는 의미와 감상을 이 보고서 전체에 걸쳐 논하기에는 개인적인 역량에도 무리가 따른다. 「늙은 여자」의 감상을 중심으로 무너지기 전에 , 3분 동안 과 함께 시간 이 있는 공간인《붉은 밭》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할 것이다.2. 본문「늙은 여자」에 대한 감상한때 아기였기 때문에 그녀는 늙었다. 이 시는 이러한 시간의 인과관계로 진행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연스럽게 놔두면 흘러갈 듯한 시간을, 이러한 인과관계를 통해서 나타낸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손을 덜덜 떨기 때문에 그녀는 한때 소녀였다. 라는 역추적의 방식이다. 아기였기 때문에 예견된 늙음을 언급한 뒤 지금의 노쇠함이 의미하는 이전의 시간, 즉 손을 떠는 노인이 된 것을 보면 그녀는 한때 상쾌하게 살아 움직이는 소녀였을 것이라는 추측을 담고 있다. 이는 삶의 진실이다. 그녀가 소녀가 아니었었다면 손을 떠는 노인이 되지도 않았을 테니까. 징그러운/ 추악하기에 아름다운 늙은 주머니다 에서 그러한 삶의 섭리와 늙음을 간직한 시간에 대한 적절한 호명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쉽사리 키가 변하는 그림자들은 한 장 열풍에 말려 둥글게 휘어지는구나 - 기형도 시《봄날은 간다》중에서 와 같은 가는 봄날에 대한 착찹함으로 점철된 반 쪽 짜리 해석이 아니다.시간의 미학- 「늙은 여자」, 「3분 동안{) Ibid., pp.12-3」,「1초 전에는 오리{) Ibid., pp.36-7」 ,「무너지기 전에{) Ibid., p.30」를 중심으로우리의 삶은 찰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영겁을 생각하지 못한다. 모든 것을 우리 생의 길이를 중심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50년이 긴 것은 우리의 반생이므로. 실로 평범한 사람들에게 대표적인 시간의 흐름 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인간의 생애라고 답할 것이다. 그 다음에 역사요, 기다림이요 라는 답이 나올 것이다. 《붉은 밭》에서는 이러한 시간을 말한다.「늙은 여자」에서는 한 생애 속의 과정을 짚어주고 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앞에서 다루었으므로 줄인다.한 생애가 다소 평범한 흐름의 단위였다면 이번에는 3분이다. 「3분 동안」에서는 우리가 짧다고 여길 만한 시간에 대한 해석을 담는다. 다리가 무너지고, 백화점이 무너지는 것은 실로 3분이면 족하다. 물론 그 상황을 낳게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러나 99도의 물이 100도가 되면서 수증기가 되는 양질전화처럼 백화점이 유에서 무로 되기까지의 시간은 3분이다. 시 후반에 갈수록 어조는 사뭇 고무적이다. 아이를 낳아야지, 이루어야지, 벌레도 깨워야지, 시간을 적극적으로 쓰기를 재촉이라도 하듯.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새파란 날개를 다는 것 이다.1초의 시간이란 무엇인가. 「1초 전의 오리」에서 말하는 1초는 착각의 시간이다. 날개를 펄럭거리는 오리의 정체가 비닐봉지였다는 위트 있는 설정 속에서 1초의 착각이 가져온 허무함이 들어있다. 허무하기 위해서는 기대를 해야 한다. 화자가 골목에서 난데없이 땅을 박차고 오르는, 노을을 찌르며 날아가는 오리를 봤다고 여기는 것은 그 안의 어떤 심리작용 때문일 것이며 그것이 바로 기대 인 것이다. 살아 움직이는 것에 대한 기대. 새파란 날개를 단 것에 대한 기대. 그러나 무참히도 펄럭이는 비닐봉지, 생명도 없으면서 끈질긴 비닐봉지 때문에 그런 기대는 허무로 바뀐다. 1초는 착각과 기대와 허무의 시간이다.「무너지기 전에」의 시간은 자못 서늘하다. 무너지기 전에 무너져야지 하는/ 죽기 전에 가야지 하는/ 그런 생각이 있었을 거야 . 우리는 그것을 단순히 어느 큰 사고를 예견하는 것으로만 이해해서는 안된다. 모래알들의 100분의 1초 전 짐작을 그들의 운명을 좀더 일찍 알았다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의지 인 것이다. 이렇게 미세한 존재들에게도 의지를 부여하는 것이 어떻게 시간과 연결될 수 있을까. 우리가 겉에서 보았을 때-인간의 한 생에와 늙음을 자연적인 것으로 생각하듯-시간의 흐름은 비의지적인 것이다. 내가 시간을 잡고 있으려 해도 시간은 가기 때문에 그러한 인식을 하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 가시적인 무엇을 낳는다는 것은 그 이전의 시간이 비의지적인 시간이 아니라 의지적인 시간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흘려보낸 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기억되는 시간이란 결과의 앞에서 그것에 영향을 주었던 시간들을 택한 것이다. 의지가 있던 시간. 기억은 시간과 의지가 동의어임을 보여준다.3. 맺음말욕심이 많은 것인지 오히려 작품에 대한 욕심이 없던 것인지 4편의 시를 담고 말았다. 한 생애, 3분. 1초에서 100분의 1초까지 화자가 그 시간에 담아 낼 수 있었던 것을, 아니 우리에게 그 시간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었다. 시간은 물리적인 개념이라는 것에서 벗어나 우리가 재구성하는 것, 기억하는 것만이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구성하는 시간 보다 나를 이끄는 시간 이 더 많아진 우리에게 시간 에 대한 최정례 시인의 성찰은 하나의 파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젊기에 앞으로 늙게 될 것이며, 나는 내 3분 동안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 날개를 달 것이며, 실망하더라도 1초 전의 기대를 가지고 살 것이다. 또한 나는 의지가 있기에 100분의 1초 후에 무언가를 이루어 낼 것이다. 이로써 나를 보기 위한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인가 묻는다면 다소 흡족한 미소를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참고문헌》기형도 전집 편집 위원회, 기형도 전집, 문학과 지성, 1999최정례, 붉은 밭, 창작과 비평, 2001
    인문/어학| 2003.11.02| 6페이지| 1,000원| 조회(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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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소설] 신경숙의 바이올렛
    치유하지 못한 결핍의 상처바이올렛; 신경숙(2001)1. 서두커다란 두 여류 소설가가 있다. 박완서와 신경숙이다. 여류 소설가의 특징인지 여 주인공이 등장하며 여러 가지 다른 사건들을 통해 그녀의 일상과 자아를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기를 반복한다. 의미있는 것은 분해될 때마다 다르게 조립된 다는 것이다. 여성 특유의 정서-여성성을 구분짓자는 의도는 아니지만-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단 두 작가의 차이점은 그것을 분해하고 조립하는 데 이용하는 관점이다. 박완서는 사회적인 시각으로 여성의 자아에 접근한다. 사회에서 있을 법한 여성의 이야기를 동정어린 눈으로{) 박완서, 소설집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중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삼진기획, 1989때로는 조소하며{) Ibid., 「서울사람들」, pp.193-264그려내는 반면 신경숙은 사회적인 시각보다는 자아로 향한 눈을 수용하고 있다. 사회에 대한 구조적인 성찰보다는 의식의 흐름이나 정서에서 오는 아픔을 성찰하고 있는 것이다. 때론 의식의 불명과 착란에서 허우적대기도 한다{) 신경숙,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문학과 지성사, 1999. 두 소설가의 매력은 각각 다 포기할 수 없다.교보문고 한 자리에 서서 다 읽어버렸던 기차는 7시에 떠나네{) Loc. cit.가 가진 매력적인 향기가 그리웠다. 신경숙은 교과서에 등장하는 여느 정열적인, 역사적인 인물들보다 나와 가깝다. 바이올렛이란 꽃은 내가 초등학교 때, 창틀에 있는 것을 본 기억이 난다. 잎사귀에 보라빛이 나는 솜털을 단 화려하지 않은, 그저 들꽃이라고 해도 좋을 모양새. 꽃은 기억에도 없다. 그런 바이올렛이 신경숙과 어떤 인연을 맺고 있는 것일까.신경숙의 소설은 그 구성을 명확히 밝히기 어렵다. 마치 붓 가는 대로 써간 것처럼 대중 없다. 그러나 감동이 있다. 우리와, 나와 맞닿은, 일치하는 스펙트럼이 있다. 작자 자신의 자아로 착각하게 할 만한 여주인공의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분명히 사람이면 가지고 있을 법한 아픔과 결핍을 꼬집는다. 그것도 아주 몽환적인 정서로. 꿈과 같은 어린 시절, 또 그 이전의 어머니 이야기, 화원에서의 일, 사긴 기사와의 만남과 사랑이 꿈을 꾸듯 몽롱하게 그려진다. 매우 달라 보이는 사건들의 나열로 보일지 모르나 주인공이 포착한 사건들은 일종의 연결성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는 하나의 습관이나 행동조차도 우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특정한 아픔을 가지고 있기에 시릴 수 밖에 없는 경험, 특정한 결핍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절실할 수 밖에 없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그녀의 일상은 일상 스럽지 않게 몰아친다.2. 본문2.1 채워지지 못한 결핍의 고리신경숙 소설 속에서는 어린 시절의 정서가 여주인공의 일생을 지배한다. 「풍금이 있던 자리{) 신경숙, 풍금이 있던 자리, ? , 1992」에서 어린 시절 어머니 대신 집에 들어온 뽀얀 여자에 대한 그리움은 성인이 된 여자의 정서를 지배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 가정의 결핍을 메우고 있던 남애에 대한 그리움은 대낮에 몰려드는 빚처럼 끈질기게 따라다닌다. 그 때는 남애가 결핍을 채워줄 무언가였으나 남애를 잃고 나서는 더욱 큰 결핍 상태가 되었다. 그녀의 결핍의 요체는 사람이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낳아 논 결핍은 남애에게로 다시 사진 기자 남자에게로 이전된다. 결국 포크레인에 자신의 살을 짓이기게 되는 것이다. 제목에서 그것이 치유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 이유는 바로 그녀가 결핍을 채우지 못하고 또 그 결핍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채 빠져들기만 하는 데서 이 소설이 끝이 나기 때문이다.여기서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어머니에 대한 결핍이다. 중간중간 어머니는 편지로써 대면하게 된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이씨 집성촌 속의 외부인이었다. 그러한 숙명적인 소외에서 그녀의 가정은 분해된다. 어머니가 할머니에게 저지른 우발적인 사고는 어머니와 그녀가 그곳을 떠나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며 그러한 사고가 말하는 비극적인 정서는 이미 예견된 그녀의 정서일지도 모른다. 어머니에 대한 결핍은 단지 그녀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편지 외에 어머니에 대한 정보의 차단과 안락사를 시켜달라는 어머니의 엄청난 호소에도 그녀의 의식은 놀라우리만큼 흔들리지 않는다. 아니, 마치 가위로 잘라먹은 것처럼 소설 속에서 보여주지 않는다. 곧 독자에게조차 어머니 는 결핍인 것이다.이에 비해 남애에 대한 추억을 곱씹는 것은 채우기 위한 최초의 몸부림이다. 특히나 남애를 찾아 미나리 군락지가 있던 곳으로 갔던 것은 그녀가 보인 가장 적극적인 시도였던 것이다. 남애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곳에서 수녀로 산다는 것을 알아냈지만 결국 그것이 결핍을 깊게 만든 결과가 되고 말았다. 너를 내 자신보다 사랑할거야 라고 했던 우정이상의 성애를 엄포라도 놓듯 완벽히 차단 당한 것이다.그녀의 아픔은 이렇듯 사람에 대한 결핍에서 온다. 도 그 결핌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풀리지 않는 고리가 되었다. 끝내 그녀는 바이올렛이 된다. 그녀가 그를-사진기사를-그리다 못해 만들어놓은 바이올렛 텃밭이 파헤쳐진 것을 보고 그녀는 반미치광이가 되어 스스로 피를낸다.바이올렛의 보랏빛은 피가 말라붙어 바랜 색깔이야{) 신경숙, op.cit, 2001, p.154그녀는 포크레인이 파놓은 흙에 자신을 매장하면서 스스로 바이올렛이 되는 것이다. 흰 -바이올렛의 전설{) Ibid., p154-소가 된 이오가 발굽으로 땅에 글씨를 겨우 써서 겨우 자신이 이오임을 아버지에게 알리는 것처럼 자신을 알리는 몸부림이다.우리에게 결핍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우리가 지닌 결핍을 알지도 알려하지도 않는다. 마치 작가가 소설에서 잘라먹은 어머니에 대한 결핍처럼 우리는 자신의 결핍을 숨기며 살고 있는 것이다.2.2. 결핍을 안은 존재들에 대한 동일시어디선가 붙어 날아온 파파야 야자수 씨 두개가 몰래 가지마루 옆에서 자라고 있었다. 그 시작을 모르는 야자수 씨들. 이씨촌에서 소외된 이들, 항아리 속에서 노래를 부르는 아버지를 가진 남애와 아버지 없는 산이. 그녀는 그 야자수와 자신들을 동일시한다. 또 새끼를 밴 다리 저는 농원의 고양이. 온실의 더운 열기 속에서 가쁘게 숨쉬는 화원의 식물들, 농원에서 일하는 후야아와 나당. 그녀는 이 모든 것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곧 애착으로 발전한다.우연찮게도 이런 대상들을 만난 곳은 농원 아니면 화원이다. 그녀가 동일시하는 존재들은 화원을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다. 오퍼레이터가 되려던 그녀가 예기치 않게 찾아오게 된 화원은 처음 만난 쉼터이다. 만약 그녀가 화원에 안주하고만 있었다면 어느 정도의 결핍은 채워지거나 가려졌을 것이다.역시나 그녀는 살고있는 방의 주인 가족에 대해서는 무서울 정도로 감정을 배제한다. 마치 어머니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것처럼 가족에 관한 결핍은 소설 속에서 절대적으로 금언해야 할 부분이다. 이 밖에도 그녀의 시선에 들어온 소재가 있다. 불탄 레크레이션 사무실의 남자이다. 그도 역시 불에 자신을 내맡기려 한다. 돈 많은, 조건 좋은 가정을 마다한 그 안에 존재하는 결핍이란 그녀와는 반대일지언정 없는 것은 아니다. ]
    인문/어학| 2003.11.02| 4페이지| 1,000원| 조회(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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