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들의 삶의 이야기‘저 낮은 중국’을 읽고‘중국’이라는 나라를 생각해 보면 머리에 서슴없이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큰 땅덩어리, 수많은 인민들, 사회주의, 시끄러운 사람들, 더러운 도시, 펀드, 올림픽......이렇듯 우리는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흔히들 그 외형적인 면만을 떠올리게 된다. 실제로, 떠오르는 시장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중국 펀드에 손을 넣었다가 아직까지도 그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고, 어학연수시절 매일같이 시끄럽게 자기 언어로 싸우던 중국인들이, 단순히 그들은 중국말로 대화를 하는 것이었음을 나중에야 깨달은 나에겐 중국은 언제나 신기하고도 이상한 나라였다. ‘중국입문’이라는 수업을 들으며 접하게 된 ‘저 낮은 중국’이라는 책은 우리가 ‘중국’이라는 나라의 겉모습이 아닌, 14억에 육박하는 중국 인민들의 실제 삶을 인터뷰 형식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이 책은 ‘개혁기의 주변인’, ‘생활인의 역사’, ‘정치운동의 참가자와 희생양들’의 세 파트로 이루어져 소개되었지만 첫 번째 파트의 ‘인신매매범 쳰구이바오’라는 중국인의 인터뷰가 너무나도 생생하게 와 닿았기에 처음에 다른책에 비하여 두꺼워 읽기를 꺼렸던 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다.‘개혁기의 주변인’이라 하면, 사회와 경제 발전을 위하여 업적을 남긴 사람이라던가, 개혁을 주동한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가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인신매매범, 불법 인력거꾼, 마약중독자 등 개혁기의 큰 변화에 도덕성을 상실한, 어떻게 보면 중국 인민의 현 실태를 나타내는 사람들의 인터뷰였다.시골에서 가난에 찌든 여자이든, 대학을 나와 지식을 갖춘 여자이든, 이 사람들을 속임수로 꾀어서 다른 지방에 돈을 받고 팔아버리는 인신매매를 자행하지만, 그 장본인은 단지 애들을 데리고 가서 음향의 조화를 맞춰준 것이며 국가차원의 문제를 몸소 해결해 준 것이라며 오히려 큰소리를 낸다.급진적 사회적 풍조가 만들어낸 신신인류 미스 ‘웨이’. 궁색한 가난에 노동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는 나이트클럽에서 남자들의 술상대를 해주며 쉽게 돈을 버는 것을 선호하고, ‘필이 오면 섹스면 뭐 어때요?’라고 당당히 말하는 이 세대는 마치 우리나라에서 젊은 세대를 일컬었던 X세대나 된장녀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급속한 경제발전의 배경아래, 단지 돈이면 물불을 안가리는 중국 인민들의 삶과 사상을 대표하는 사람들이었다.인력거를 몰며 기껏 땀을 흘려 몇푼 되지도 않는 돈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그것도 모자라 불법 영업이라며 경찰의 눈을 피해 도망다니는 불법 인력거꾼 자오얼. 과연 내가 경제와 사회 이데올로기의 과도기에서의 20대 중국인 청년이라면 과연 어느 쪽을 택할지 생각해 보았다. 도덕적 관념을 버린채 오로지 돈을 쫓는 인신매매범과 몸을 파는 가라오케 아가씨를 비판하면서 책을 읽어 나갔지만, 땀흘려 돈을 벌어도 결국엔 모든 것을 빼앗기고, 길거리의 배고픈 노숙자 신세가 된 인력거꾼 자오얼의 삶을 선뜻 선택할 수도 없었다.‘떠오르는 경제대국’이라며 사람들은 투자와 사업 등의 중국의 외적인 면에 집중한다. 하지만 책의 제목 그대로 저 낮은 중국 인민들의 삶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우리나라 유교사상의 근원지인 중국에서 여자의 몸이 이제는 돈을 벌기위한 하나의 도구가 된 사회적 현실에 씁쓸한 감정이 들었다.2부의 생활인의 역사는 과거 역사적 배경 속에서의 인민들의 삶을 서술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찾을수도 없는 공중변소 관리인. 그 넓디 넓은 땅덩어리에 마음만 먹으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생리현상일텐데 굳이 마을 한복판에 공중변소가 있고, 돈을 받으며 변소를 관리 하는 사람이 있다는게 ‘중국이란 나라는 참으로 신기한 나라다’라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하였다. 비록 생각하기엔 하찮은 직업이고, 철거를 기다리는 낡은 공중 변소이지만, 이 역시 중국의 역사와 함께 하였다. 공중변소의 안에 낙서로 마오주석을 그리워하는 시 한편이 있다.“마오주석님 이리 올라와 보세요/ 앞에는 모두 썩어빠진 놈들뿐이고/ 마오주석님 오른쪽을 보세요/ 거짓말하는 놈들뿐이고/ 마오주석님 뒤를 보세요/ 잘린 사람들 산더미고/ 마오주석님 발밑을 보세요/ 바람피우는 연놈들 얼마나 많은지/ 마오주석님 당신은 알 수 없어요/ 인민들이 얼마나 한솥밥을 먹고 싶어 하는지”그리고는 저자와 인터뷰 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오간다. “전 한솥밥 먹고 싶지 않아요.” “자넨 안먹고 싶겠지. 노동자가 아니니까”. 이 시 한편에 개혁기 후의 중국 인민들의 생활과 생각을 잘 담고 있었다. 평균주의적 분배방식을 조롱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한솥밥’이란 단어는 진정으로 중국 인민들이 원하는 사회적 이념이 무엇인지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였다.시체미용사라기 보다는 장인에 더 가까운 느낌을 받은 장다오링 선생의 인터뷰 역시 중국 근대의 역사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대약진운동으로 인한 철강생산이 최고조에 달할 때, 사람들은 시체 소각로를 용광로로 바꾸자고 했다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IMF시절 금모으기나 10원동전 모으기 등의 운동이 있었지만 인민들을 하나로 묶고 소각로를 용광로로 바꾸게 생각까지 하게 하는 중국의 열광적인 정치적 선동이 대단하고 신기하게 느껴졌다. 문화혁명 기간에 소각로는 최고로 바쁜 시기였다. 60년대 극심한 식량난을 거치며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먹을것이 없어서 결국에 인육을 먹는 식인광까지 생겨났던 이 시대엔 인민들의 삶에 도덕적인 삶은 찾을 수 없는 시대였다.중·고등학교의 사회시간에 중국의 문화혁명에 대해 배워서 대충 어떤 시대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이번 중국입문 수업에서의 문화혁명에 대한 영상물은 크나큰 충격을 주었다. 제 3부의 ‘정치운동의 참가자와 희생양들’에서는 문화혁명의 한 가운데에 서 있었던 홍위병, 지식청년, 지주, 시골교사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처참했던 시대상을 알아볼 수 있었다.퇴직을 바라보는 늙은 홍위병 류웨이동에게 문화혁명에 찬성하냐는 질문에, 찬성하는 것은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라는 말을 한다. 홍위병들들이었던 사람들도 자신들이했던 일들이 잘못된 일이라는걸 알고는 있는 듯 했다. 자본가계급의 노선으로 움직이고 있던 공작조를 비판한 마오주석의 말 한마디에 장장 10년에 걸친 중국 역사 최악의 사태를 빚었다기엔 그 설명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오주석을 보기위해 숨도 쉬기 힘든 기차를 5일동안이나 타고 베이징행 기차를 올랐다는 늙은 홍위병의 말은, 중국 인민들에게 마오쩌둥은 나라의 주석 보다는 숭배의 개념으로 이해된다. 대약진운동의 처참한 실패로, 인민들에게 더욱 심한 고통을 준 마오쩌둥에게 열광하는 인민들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악조건의 식량난과, 교육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여 사상이 무엇인지, 이념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홍위병이 되어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다룬 ‘화려한 휴가’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를 통해 사람들은 민족의 아픈 역사를 다시한번 재조명하고 그에 대해 반성을 했다. 하지만, 나라 전체를 최악의 국면으로 맞이하게 한 문화 대혁명은 그 규모와 결과에 비해 그 자료와 반성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홍위병들은 아직도 살아서 경제활동가가 되어 있고, 정치가가 되어 있으며 사회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통제가 있는 사회주의 사회라 하지만,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