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연혁1959년 전라북도 고창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내동생》이라는 첫 작문을 쓰고 나서 문예반에서 글쓰기 연습을 하였다. 《강소천 전집》을 즐겨 읽었고 일기 쓰는 것을 좋아했다. 이야기 꾸며내기에 재능이 있음을 안 문예반 교사는 소설 쓰기를 권했으나 시 쓰는 것을 더 좋아했다. 숙명여자대학교에 입학하여 1977년 창작모임을 만들어 시를 쓰고 문집을 만들기도 했다. 졸업 후 출판사와 잡지사에서 근무하였다.1994년 한 달간 휴가를 내어 일기장과 메모를 챙겨 들고 서울을 떠나 다섯 편의 단편을 썼고 서울로 돌아와 중편 《이중주》를 써서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새의 선물》(1996)은 열두 살에 성장을 멈춘 어린 화자를 통해 생의 이면을 날카롭게 풍자한 소설이다. 《타인에게 말걸기》(1997)는 특유의 속도감 있는 문체, 의문스러운 유머, 해학적 풍자가 잘 나타난 개성있는 작품이다.《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1998)는 장면전환이 빠른 에피소드식 구성으로 겉으로는 강한 듯하지만 내적으로는 약한 주인공의 복잡한 성격을 잘 그려냈다. 결혼과 가족제도의 문제를 다룬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1999)는 경쾌한 유머와 등장인물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그녀의 소설에는 인간의 본성이 날카롭지만 유머러스하게 그려져 있다. 그 때문에 평론가들은 그녀의 작품이 신랄하고 가차없으며 냉정하다고 평가한다. 그녀가 다른 작가들과 구별되는 점은 유머를 통해 섬세하게 심리묘사를 하는 데 있다. 그것은 이야기꾼으로서 재능과 서정적 감수성이 잘 섞여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등단하자마자 문학적 인정을 받았으며 독자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풍부한 상상력과 능숙한 구성력, 인간을 꿰뚫어보는 신선하고 유머러스한 시선, 감각적 문체 구사에 뛰어난 소설가이다.은 시간의 흐름을 따르는 구성이나 원시적으로 느껴질 정도의 싱싱하고 직설적인 문장 등이 평이하게 읽히지만 강한 흡입력으로 사로잡는 힘이 있다. 결코 크거나 대단하지 않은 사람들의 삶과 행태가 적나라하게,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으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당돌하고 영악한 화자의 시선은 우리가 믿고 쫓는 규범과 상식과 미망의 '허'를 여지없이 찌른다. 보아서는 안 될 삶의 이면을 너무 일찍 보아버린 아이의 날카로운 비판적 시선과 거기서 오는 돌이킬 길 없는 상실의 가차없는 묘사는 흔히 볼 수 없었던 것이다.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린 시절의 많은 삶들 중에서 최악의 삶 하나를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성장은 유년의 긍정적인 확대가 아니라 부정적인 축소이다. 이런 형벌 때문에 어른에게 허락된 시간이란 과거밖에 없다. 어른들이 자주 뒤를 돌아다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럴 때 어른의 시간은 과거의 반추와 그런 현재의 반복이기 쉽다. 특히 "열두 살 이후 나는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 라고 말하는 조로한 아이에게 그 이후의 삶은 더욱 긴 형극의 길이었을 것이다. 그 아이는 일찍부터 인생과 손해나는 거래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의 조숙함이 애초부터 선의나 호의를 베풀지 않는 삶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우리는 그 아이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 그 아이는 더 이상 성장할 필요가 없는 아이답게 그런 우리들에게 오히려 연민을 느낀다. 너무 일찍 삶의 비밀을 많이 알아버린 아이에게 연민이란 인생을 낭만적으로만 보는 서정적 인간들에게나 필요한 감정이기 때문이다.다만 삶의 위선과 비밀을 다 알아버린 아이의 일관된 시각에 맞추어 지나치게 논리적으로 밀어붙인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없지는 않다.은희경의 두 번째 장편소설인 에 나타난 어른 진희는 이 소설의 전편이라고 할 수 있는 에서 열두 살의 진희가 예견했던 삶을 그대로 산다. 그때의 진희가 바로 지금의 진희이기 때문이다. 이미 열두 살에 결정된 삶에 의해 그녀는 비슷한 삶만을 계속 반복하며 산다. 이런 진희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린 날에 정해진 운명에 대한 확인일 뿐이다.진희는 '보여지는 나' 와 '바라보는 나' 로 분리한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때의 '보여지는 나' 는 '보이고 싶어하는 나' 이다. 바로 이런 '보이고 싶어하는 나' 가 전면에 부각되면서 강화되는 것이 가 과 갈라서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에서는 '바라보는 나'를 진짜 나로 간주하면서 객관적인 거리 확보를 통한 냉소적인 관찰이 중요하지만, 에서는 '보이고 싶어하는 나' 가 강조됨으로써 작위성과 연기력이 더욱 더 부각되고 있다.은희경의 소설이 위악적인 냉소를 통해 낭만적 사랑의 이면을 파헤침으로써 허위와 미망을 넘어선 진정성을 추구하고 있음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은희경 소설의 여성 인물들은 메두사를 닮았다. 신화에서의 메두사는 본래 아름다운 여성이었으나 아테나 여신과 그 아름다움을 겨루려 해서 벌을 받는다. 그 벌은 그녀의 머리카락 하나 하나가 뱀이 되는 것과 무시무시하게 변한 그녀의 얼굴을 보는 사람들도 모두 돌로 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