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책읽기와는 거리를 두고 살아 온 나에게, 「칼의 노래」라는 제목은 남자들의 우정과 같은 흔한 소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이야기일 것 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문학시간에 배웠던 일부의 암기내용 마저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 소설이 더욱 특이하게 다가온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칼의 노래의 작중 인물이 이순신 장군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 충무공에 대한 출생부터 집안 환경과 그의 남다른 성격에 대한 칭송이나 미화된 부분만을 제시하는 내용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었다. 그렇지만 세계 최초의 철갑선을 건조했다거나 난중일기를 남겼다는 상식적인 내용이 아니고,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충무공의 삶을 3인칭 시점에서 서술한 것이 아니고, 1인칭 시점에서 작가가 자신의 서술하는 방식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 한국의 위인전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충무공의 서사적인 일생에 대한 내용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한 남자로서 이순신의 내면의 모습을 조금은 인간적인 시각에서 서술함을 알게 되었다. 이와 함께 섬의 풍경을 모셔하는 내용의 시작에서부터 작중인물인 ‘나’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털어 놓지만, 1인칭 시점의 다른 소설이나 수필과는 사뭇 다르게 표현에 대한 절제하는 모습을 엿 볼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이 소설「칼의 노래」는 충무공의 일생을 다룬 것이 아니고, 단지 2년여 동안의 충무공의 인간적인 고뇌와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다루었다. 왜군과의 전투장면으로 시작하여 노량대전에서 바다의 소용돌이에 퇴각하는 왜군과의 교전 중 최후를 맞이하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여타 위인전에 비추어진 충무공의 삶에도 많은 고난이 있었다. 1545년 을사년에 태어난 그는 유복하지 못한 유년시절을 보내게 되었지만, 무관으로써 뿐만 아니라 여느 학자들에게도 견줄만한 학문과 덕성을 쌓았다.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한 후, 서른이 넘은 나이에 무과에 급제했고 정삼품에 임명되기도 하였으나, 좌천을 당하기도 했다. 다시 조정으로부터 복직의 명령을 받고 명량해전에서 대승을 거둔다는 내용이 그것이다.그렇지만 기존의 위인전에 비추어진 이순신 장군, 충무공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이 소설에는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영웅으로 미화되어 온 충무공의 나약함이라고 느껴지는 모습도 있었다는 것이다. 역사 시간에만 다루어 졌던 내용들, 특히 임진왜란 당시 조정과 백성들의 단합된 모습으로 왜군을 격파하였다는 것이 사실로만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물론 「칼의 노래」는 허구성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일부의 평론가들이나 독자들은 이 소설이 충무공에 대한 지나친 폄하의 내용으로 오히려 반감을 일으킬 수 있으며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내용을 통하여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부적절한 비판적 시각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국가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한가지의 수단으로 사용되었던 설화나 신화의 경우와 비슷하게, 그동안 충무공의 일생이나 그 주변의 관리들과 임금에 대한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을 소설을 통하여 작가는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러한 모습들은 충신으로써의 충무공의 모습이 ‘진정한 그의 모습이었나?’ 하는 의문이 생길 여지를 남긴다. 자신의 결정으로 모든 것을 움직일 수 있었던 임금에 대한 충무공의 충성과 존경 대신 분노를 느끼는 충무공의 이러한 태도를 나타냈다는 이유로 작가에 대한 비판을 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경향은 요즘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도 찾을 수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이념논쟁이 매우 극에 달해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보수주의자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과 함께 벌어진 일련의 개혁들로 인해 경제는 물론 사회 전체가 매우 혼란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소위 진보주의자라는 사람들은 그동안 기득권에 의해 자행된 여러 가지 폐단들을 바로 잡아야 하며 그러기위해서는 강력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가는 훗날 역사가 판단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이들의 대립이 매우 첨예하며 일련의 소위 보수 '꼴통' 죽이기라는 행동들은 마치 보수가 절대적으로 나쁘고 진보만이 절대선으로 만들어가는 상황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긍정적으로만 평가되어지던 역사 위인들이나 역사적 사실에 대한 무조건적인 수긍이나,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현대 사회의 모습들을 반영한 문학작품을 오히려 편하게 받아들이면서 자신만의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본문나는 정치적 상징성과 나의 군사를 바꿀 수는 없었다. (중략) 나는 임금의 장난감을 바칠 수 없는 나 자신의 무력을 한탄했다. 나는 임금을 이해할 수 있었으나, 함대를 움 직이지는 않았다.- 인터뷰내용(KBS)김 훈 -칼이나 펜이나 결국 같은 겁니다. 나아가 무기나 악기도 다 같다고 생각합니 다.이 소설을 읽는 동안, 나 역시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이 거듭 되뇌어졌다. ‘문관, 오늘날 정치인들을 비유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기득권을 지니고 있는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일반 대중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충무공의 ‘칼’ 은 아무런 정치적 상징성이나 대안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그의 칼은 조국을 위해 왜군의 피를 내기 위한 칼이었고 다른 목적으로 포장되지 않은 것이었다.비록 임금에 대한 존경이나 충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충무공은 자신의 칼을 지니고 임금을 위하여 전투에 임한다. ‘나의 적에게 나는 적이었다.’ 그렇지만 자신이 죽으면 임금이 죽게 되고, 결국 자신은 조선을 침공한 왜군에 의한 살아났다. 이렇게 모순이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는 충무공의 심정이 그의 ‘칼의 노래’에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항상 그가 몸에 지니고 있던 칼은 ‘징 징 징’ 하는 소리를 내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고 운다. 이러한 내용이 정작 자신에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준 생명의 은인. 왜군들 앞에 다시 나아가 싸워야만 하고 모순과 부조리로 가득 찬 세상에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한탄을 자신이 아닌 칼이 대신 하여 준 것이다. 나에게 칼의 노래가 울음으로 여겨지는 까닭은 이것이라 하겠다.‘국가의 안보와 보위를 위하여 임금을 중심으로 백성과 군대의 화합을 통하여 왜군을 격퇴하였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표면화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국가의 통치자로써 아무런 능력도 없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임금의 모습이 오히려 조선침략을 해왔던 왜군보다 더욱 대적하기 힘든 상대로 충무공에게 비추어진 것이었다는 생각이다. 언제나 정치적으로 우세한 입지만을 차지하려는 관리들은 조국과 조정, 그리고 백성들을 위하여 목숨을 아끼지 않는 무신들을 매도하지만, 아무런 대책 조차 없었던 임금의 모습은 상당한 거부감을 느끼게 하였다. 조정으로부터의 지원도 받지 못 한 채, "과인을 위해 열심히 싸워 달라. 원수를 갚아 달라", "왜 출격하여 적의 수급을 베지 않느냐?"는 내용의 임금의 교서는 이순신을 더욱 나약하게 만들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심마저 들게 만든 것이다. 이에 따라 이순신은 추스르기 조차 힘든 전열을 다시 한번 가다듬고 적군과의 전투에 임해야 했다. 부족한 전투지원에도 불구하고 임금의 우유부단함과 나약함에 답하기 위하여 전장으로 출격을 감행해야했던 이순신은 진정 자신의 적은 누구이며,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허구인지도 알 수 없었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를 하게 된 것이다. 고뇌하고 흐느껴 울어야 했던 지극히 평범했고 나약했던 이순신.자신을 위한 전투가 아닌, 조국을 위하여 힘겨운 싸움을 해온 충무공에게 임금의 무능함은 극복하기 힘든, 결국은 대적하기 가장 힘든 적으로써 나타났으며, 이에 오히려 일본에 대한 이유 없는 반감보다 분노를 느끼기도 하였다.- 문헌 중 존재하는 ‘여진’ 이라는 여인과의 관계전투의 최고 우두머리로써가 아닌 한 남자로써 그는 여진을 품으면 더러운 날 비린 내를 느낀다고 했다. 다리 사이에서 지독한 젓국 냄새가 난다고 했다. 보통 남자들의 저 급의 대화내용에서나 등장할 내용일 만큼 표현 자체도 충무공이라는 역사적 인물의 입 에서 나올만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 기억 속, 언제나 냉철함과 비장함으로 무장된 모습의 충무공이지만, 이러한 모습의 이면에는 누구보다 평범한 남자로써의 모습과 냉혹 한 전투 속에서 한 여자를 그리워하는 모습이 비범함 보다는 오히려 지극히 평범한 그 의 모습을 느끼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