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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관계]문명의 충돌에 대한 단상과 비판
    을 읽고...인류를 크게 분열시키고 국가 간 분쟁의 최대 씨앗이 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이데올로기나 경제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문화다. 서구 문명이 보편적이라는 환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서방 지도자들은 다른 문화권에 개입할 것이 아니라 서방 문화권을 보호하고 부활시키는 데에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이것은 이른바 이라는 책으로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사무엘 P. 헌팅턴의 핵심주장이다. 그는 탈냉전시대의 국제관계를 서로 다른 문명 간의 전쟁상태(status belli)로 묘사한다. 문명과 문명의 단층선이 세계정치에서 주요 분쟁선이 된다는 것이다.헌팅턴이 세계적인 석학이고 또 세계 최고의 대학이라 자부하는 하버드대의 교수라는 것은 알고 있다. 허나 그는 ‘문명‘이라는 매력적인 키워드로 포장만 했을 뿐 분명히 세계를 미국 중심으로 패권주의적 입장에서 냉전시기와 다를 바 없는 대결구도로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에서 글을 해석하였다.우선, 그가 자꾸 이야기하는 문명이라는 단어에 대한 그의 의도를 의심해보고 싶다. 그는 책의 제목에도 나와 있지만 ‘문명(civilization)’이라는 키워드를 내용전반에 걸쳐서 꾸준히 언급하고 있다. 그는 세계를 7~8개의 문명권으로 구분 짓는 데 구미(기독교), 러시아?동유럽(그리스 정교), 이슬람?범중국(유교), 힌두, 일본,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 구분 지었다. 그런데 이것은 엄밀히 말해 문명권이라기보다 ‘종교(religion)’권이다. 물론 종교가 문명권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동인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주장 자체가 강한 종교적 색채를 띠고 있으며 배타적이고 패권적인 냄새까지 풍긴다. 배제에 의한 정체성을 획득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문명적 매개체가 종교임은 누구나 수긍할 것이다. ‘배제에 의한 정체성’이 다른 문명을 적으로 간주함과 동시에 인간의 ‘권력에의 의지’를 자극할 것이다. 충돌이 불가피하다.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그는 국제관계를 해석할 때 철저하게 힘을 숭상하는 전형적인 ‘현실주의자’요 미국 지식기득권의 대표적인 ‘네오콘’이다. 결국 그러한 그의 성향이 문명을 구분하는 기준에까지 잣대를 들이밀어 일본을 독자적 문명권으로 구분해놓았으면서 한국은 그냥 중국문명권에 포함시켜버린 것이다. 한국은 일본보다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독자적인 문화적 전통이 없는 나라라도 힘이 세면 독자적인 문명권으로 분류하는 것은 학자로서 온당한 태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그는 문화나 문명 쪽에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왔던 학자도 아니다.그는 회교문명권과 유교문명권의 협력과 그에 따른 서방 세계에 대한 위협을 강조하는데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무기 구매와 같은 일시적 교류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제3세계의 혐오와 저항을 문명과 문화의 문제로 돌리는 ‘고의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이라크 전쟁 때 회교권 국가의 정부들이 미국과 이라크 사이에서 우왕좌왕 할 때 회교권 민중은 이라크 편에 섰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그게 문명의 문제이기에 앞서 미국 패권주의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는 걸 그가 정말 모른다는 말인가?이 책의 메시지는 유교와 이슬람 문명권이 연대하여 서구세계의 이익과 가치, 힘에 도전하고 있는 판국에 미국은 유럽과 결속을 다져야지 무슨 아시아시아?태평양시대를 논하려는 것이냐고 다그치는 것 같다.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이자 소련문제 전문가인 조지 F. 캐넌이 유력한 정치외교저널인 『Foreign Affairs』에 소련의 팽창주의를 경고하는 논문을 쓴 적이 있다. 그의 정책 이론은 대소련 봉쇄 정책(Containment Policy)으로 이어졌고 반공산주의 상원의원인 매카시에 의해 ‘메카시즘’ 신드롬을 가져왔었다. 조지 F. 캐넌의 바통을 이어받아 헌팅턴은 소련의 해체 이후 가장 강력한 미국의 경쟁자로 떠오르는 중인 중국(이른바 ‘황화론’)을 경계할 심산이 깔려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심지어 미국의 건국이념이기도 한 ‘문화적 다원주의’마저 배격의 대상으로 지적하고 중국을 이기려면 서구적(미국적)가치로 하나 되어야 하고, 대외적으로 유럽과 확고한 대서양공동체를 구축함과 동시에 다른 문명권에 대해서는 확실한 배제정책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명백한 서구고립주의이다. 미국이 문명을 내세우며 어떤 ‘채찍’을 휘두를지 아무도 알 수 가 없다.문명충돌론은 사실 미국 정부에 지극히 현실적인 정책을 제공하는 관변이론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서구’대 ‘비서구(나머지)’로 규정하고 서구가 서구중심의 보편문명이랍시고 나머지 세계에게 오만하게 그것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실제 많은 독자들이 이런 식의 지적에 많이 매료되리라 생각된다)그냥 우리가 가진 힘으로 눌러버리자는 말을 사회과학적 저술로 교묘히 포장해 놓은 것에 불과한 것이다. 문명의 다양성을 인정은 하지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속하지 않은 문명을 적으로 만드는 명분을 갖게 하는 것이 문명의 충돌에서 제시하는 인간상이다. 그는 딥딘(Michael Dibdin)의 소설 에 나오는 구절인 “진정한 적수가 없으면 진정한 동지도 있을 수 없다. 우리 아닌 것을 미워하지 않는다면 우리 것을 사랑할 수 없다”를 인용하며 그러한 인간형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책의 내용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책의 저자의 이력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헌팅턴은 학자라기보다는 미국 역대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적잖은 영향을 미쳐온 실질적인 ‘관료’였다. 미국 국가안보회의 위원이었으며, CIA의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그는 베트남전쟁을 지지했을 뿐만 아니라, 이른바 ‘강제적 도시화 및 현대화’ 프로그램을 입안하고 정당화시킨 인물이었다. 미국이 그 프로그램에 따라 베트남에서 한 일은 농민들을 마을에서 내쫓고 마을에 불을 지르는 따위의 일이었다. 헌팅턴은 반전 데모를 하는 대학생들로부터 ‘미친 개'라는 별명을 얻기까지 했다. 그는 70년대엔 언론의 자유가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언론 자유를 통제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87년에 「미국과학자협회」로부터 제명을 당하는 치욕을 겪기도 했다. 그를 제명하는 일에 앞장섰던 예일대 수학교수 써지 랑은 헌팅턴이 정치적 견해에 지나지 않는 것을 과학으로 위장하는 것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그가 쓴 라는 책에서 얘기했던 “좌절과 불안정의 상관관계는 0.5이다.”라는 식의 주장을 지적할 수 있다. 베트남 전쟁을 적극지지한 사람이 미국의 개입정책을 비판하는 것도 의도가 의심스럽고 미국 정부가 강력한 권위를 가지기 위해서 통제가 필요하다고 끈임 없이 역설해왔으면서 문명에 정통한 듯이 문명충돌론을 거시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어딘지 어색하다.
    사회과학| 2006.06.12| 4페이지| 1,000원| 조회(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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