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고…우리 국토 전체가 박물관이며 문화유물의 보물창고임을 깨우쳐 준 책이 있습니다. 초중고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에 항상 포함 되어있으며 교과서에도 실리고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머물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책, 바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입니다.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곳곳에 산재해있는 문화 유산의 흔적들을 직접 답사하며 폐사지에서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는 돌 하나에서부터, 오늘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고 있는 세계 문화유산까지, 어느 곳 하나도 소홀함이 없이 애정 어린 눈으로 유물의 내력과 역사, 전설, 그리고 주변의 관련 이야기들을 현장 느낌과 감상문을 곁들여 전문가의 눈으로 일반인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재미있게 풀어 감으로서, 잊어버리고 있는 문화유산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하고 있습니다.제가 읽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제1권에서는 이 책의 부제이기도한 ‘남도답사 일번지’를 일컫는 강진과 해남의 답사여정을 시작으로 예산 수덕사와 가야산 주변, 경주, 양양 낙산사, 관동지방의 폐사지, 문경 봉암사, 담양의 정자와 원림, 고창 선운사를 답사한 내용들이 서술되어 있습니다.저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이 책이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로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의 특징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먼저 첫 번째 특징은 쉽게 읽힌다는 점입니다.이 책은 문화유산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성을 띌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진정한 전문성은 그것이 아무리 어렵고 전문적인 것이라도 일반인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해 나갈 수 있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일반인들이 읽기에 별로 무리가 없습니다.이 책은 저자 자신의 전공인 미술사를 접목시켜 우리 문화유산의 역사와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미적 아름다움을 쉽게 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답사지의 정취와 풍경을 그림을 그리듯 글로 옮겨 놓았을 뿐만 아니라 사진을 함께 실어놓아 책을 읽는 내내 마치 그곳에 와 있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곤 합니다. 중간중간 자신의 경험과 자신의 지기들과의 이야기, 신화나 전설을 인용하는 일 또한 더 쉽게 독자가 글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요소입니다.두 번째는 특징은 책이 가지고 있는 해박하고 방대한 지식입니다.저자 ‘유홍준’은 예술철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했으며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쓰기 전까지 ‘겨레미술공부방’을 운영하는 의식 있는 미술평론가요, 문화유산답사회를 만들어 버스를 타고 전국을 누비던 극성스러운 소장학자였고 이런 그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들은 책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그는 우리가 소소하게 지나쳤던 문화유산에 대해 진주를 캐내듯 그것의 숨겨진 역사의 자취와 숨결을 찾아내어,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이야기 솜씨로 풀어 놓고 있습니다. 한 예로 이 책에서 저자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고 있는 ‘첨성대’의 구조와 상징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첨성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전체 모양은 대였다. 과학사 연구자들은 이것이 병모양이라고 설명하는데, 그런 것이 아니고 제기를 받치는 기대에서 따온 것이리라. 신라토기 중에는 이 첨성대와 비슷한 형상의 기대가 여러 개 있다. 그러니깐 첨성탑, 첨성옥이 아니라 첨성대가 된 것이다. 거기에 올라가 밟고 섰다 해서 대가 아니라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받침이라는 뜻이리라. 옛날 사람들은 천원지방, 즉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첨성대의 기단은 정사각형이고 몸체는 원으로 되었다. 뿐만 아니라 첨성대는 태양의 움직임을 관측하는 기분이 되는 일정한 기능도 했다. 이 얼마나 절묘한 구조이고 기막힌 상징성인가?”이처럼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문화유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으며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지적욕구를 200% 충족시켜줄 뿐만 아니라 문화재에 대한 우리의 안목을 넓혀주기에 충분합니다.세 번째는 우리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인식시킨다는 점입니다.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덩이(한반도)가 좁기만 할 뿐 자랑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생각이 잘못이라고 지적합니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며 실제로 자신이 국토 박물관의 길눈이 역할을 해 보이겠다고 합니다. 그가 경주나 부여처럼 찬란한 문화유산이 많은 왕도를 뒤로하고 해남과 강진에서 답사를 시작한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또한 저자는 우리 나라 곳곳에 아직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문화재가 얼마나 많은지, 또 남의 논 한가운데서, 다른 집 뒷마당에서 홀대 받고 천대 받으면서 점점 사라져 가는 문화재는 또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 말해주고 남의 문화에 대한 대책 없는 선망과 모방에 쏠리다 보니 우리 국토박물관의 유물이 말해주는 진실과 아름다움을 읽어내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그 동안 우리가 우리 문화유산에 무관심했고 소중히 대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반성과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 냅니다. 저 역시 책을 읽는 동안 우리 문화유산에 나의 협소한 안목이 마냥 부끄럽기만 했고 그 동안의 무지와 무관심에 대해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네 번째는 의미 있는 여행의 길잡이가 되어준다는 점입니다.이 책은 '답사'라는 여행문화를 새롭게 정착시켰습니다. 책을 읽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가 걸었던 길, 그가 보았던 문화유산, 그가 보았던 그곳의 전경, 체취 등을 느끼고 싶어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그가 답사하면서 다니던 코스를 따라 여행 일정을 잡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가본 여행지에 대한 정보도 있고, 그렇지 못한 여행지에 대한 정보도 있으며, 가본 여행지이지만 무심코 지나간 곳에 대한 정보와, 그에 얽힌 전설, 그것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의 글까지 실려있기에 ‘답사‘라는 여행의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줍니다. 또한 책에는 강진/해남의 남도답사 일번지부터 고창 선운사까지 모든 답사지의 답사 일정표와 안내지도, 작자가 직접 찍은 사진까지도 실려 있어 여행에 큰 도움을 줍니다. 이 책이 출판되면서 중고등학생들의 수학여행 코스가 바뀌었다니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짐작 할 만 합니다.마지막 다섯 번째는 읽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즐거움을 준다는 점입니다.좋은 문학 작품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고, 또 읽은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즐거움을 준다고 했는데 이 책 역시 그러합니다. 이 책은 기행문이면서 한국 미술사를 설명하는 설명문이고 한국의 유물을 소개하는 소개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다녔던 전국 방방곡곡을 간접체험하며 여행을 꿈 꿀 것이고 고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우리 문화재에 대한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미술을 배우는 학생이라면 문화재가 가지는 한국 고유의 미적 가치에 대해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렇듯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읽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즐거움을 주는 것입니다.이상 다섯 가지 특징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어떤 책인가를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동시에 출판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놓치고 사는데 그 중 하나가 우리를 둘러싼 많은 문화유산들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저자의 말처럼 지금까지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무관심이 무지의 산물이었다고 한다면 지금부터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한번씩 읽어봄으로써 우리 문화유산의 참모습에 눈뜨고 그것이 던져주는 감동을 느끼며 더 나아가 직접 체험하는 기쁨을 꼭 누려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