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배반한 역사, 만주의 친일파만주의 친일파 에 대해 살펴본 첫 느낌은 당혹감이었다. 만주의 친일단체와 인맥으로 한국의 현대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나로 하여금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게 하였다. 내가 사는 이 한국의 시스템이 만주국의 재연이라는 느낌은 나에게 배반감과 실망감을 느끼게 할 수 밖에 없었으며, 왜 한국의 현대가 억압과 폭력으로 점철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필연적 까닭을 알 수 있었다. 전쟁동원체제와 통제경제국가로서 만들어진 만주국의 면모를 빼닮은 한국의 60년대부터 80년대 모습은 청출어람으로 그 악랄함을 과시했다. 이 모든 것의 이면을 우리는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만주국은 제국주의 일본이 청 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부의를 내세워 수립한 괴뢰국이다. 만주국을 세운 이유는 태평양전쟁의 병참기지이며 무장독립운동을 말살하여 안정적인 식민지 조선 관리를 하고자 했던 이유였다. 당시 아시아의 서부였던 만주에는 일본인, 중국인, 만주인, 조선인 등 각 민족들이 살아가던 곳이었다. 이 곳에서 일제는 천황과 히노마루를 중심으로 한 병영국가 건설에 매진하였다. 이러한 일환으로서 친일 관료와 군관을 배출하기 위한 교육시설을 설립했다. 대표적인 것이 만주군관학교, 봉천군관학교, 건국대학, 대동학원이었다. 이 곳에서 일본인과 중국인을 비롯 상당수의 조선인들이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군사주의와 제국주의의 유산을 고스란히 전수받았다. 최남선은 이러한 교육기관의 교수였으며, 역대 대통령, 총리, 장관 등 수많은 한국 고위층들이 이 곳에서 배태되었던 것이다. 또한 일제의 식량증산기지로서 만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었다. 이러한 식민정책에 영합한 이선근, 공진항 등의 친일매국노들은 조선인들을 이주시켜 기존 거주민인 중국인과 만주인들을 몰아내고 조선인들을 쌀생산에 매진하도록 한 후 이를 수탈하여, 일제의 전쟁물자로 상납하는 한편 자신들의 치부에 힘썼다. 이들은 모두 한국의 현대화 과정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으며, 심지어 한국의 교육과 문화분야까지도 자신들의 친일적이고 극우적인 삐뚤어진 민족의식을 투영하기에 이른다.만주군관학교와 간도특설대를 필두로 협화회, 건국대학, 대동학원 등에서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고 민족을 배신한 만주의 친일인맥은 해방 후 미국과 이승만의 비호 속에서 그 생명을 보존하고 한국전쟁을 계기로 민족주의, 사회주의 세력을 누르고 한국사회의 권력 중심으로 도약하였다. 분단과 독재시대라는 민족의 시대적 비극은 이들을 배불리고 성장하게한 원동력이 된 셈이다. 한국의 주류로 부상한 이들은 결국 일본 내의 만주인맥의 대표적인 인물인 기시 노부스케에게 한국 건설의 가르침을 받고자 한다. 한-일 만주인맥 커넥션은 친일자본가 박흥식을 사슬고리로 삼아 끊임없는 유착으로 결국 한일 수교 국면에서 굴욕적 협정을 탄생시키고야 만다.또한 이들은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만주에 건설하고자 했던 병영국가, 동원국가, 통제경제국가의 전형, 이상을 한국에서 완성시킨다. 일본 패전 이후, 한반도 남반부에서는 희대의 군사주의, 전체주의적 독재국가가 탄생하여 수십년의 세월동안 그 악명을 떨치게 된다. 만주의 친일파 문제가 심각성을 지니는 것은 바로 1930,40년대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해방이후까지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청산했어야할 제국주의 일본의 부정적 유산은 이 들로 인하여 오히려 더 심화되고 구석구석 한국사회 곳곳에 스며들게 된 것이다. 당시 만주국과 한국의 70년대는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이러한 것은 우리들로 하여금 분노와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게 하는 것이다. 과연 현재에도 우리 사회는 이러한 만주국, 만주 친일인맥의 그림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결국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기억의 근원에는 친일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원죄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며, 박정희로 대표되는 만주인맥이 구축한 제국주의 일본의 그림자가 있는 것이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국가, 만주국은 현대 한국에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한국현대사의 비극적인 모순은 이러한 요소를 그 중요한 원인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경직성, 이념적 편향성, 전체주의적 풍토, 삐뚤어진 애국주의, 인권의 억압 등 모든 모순점의 중심에 이러한 과거의 유산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박정희, 이선근, 김창용 등 만주인맥은 한국의 현대를 폭력과 공포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