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0043 중국문학사 2변희원 8차과제한 인간으로서의 황제—강희제역사서가 사료와 다른 것은 그 구성에 있다. 역사서는 사료의 나열이 아니라 작가나 역사가의 의도와 견해에 따라 재구성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서는 구성 방식에 문제가 있으면 자칫 지루해 지거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 최근에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가 불분명하게 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인 것으로 보이지만 역사서라면 분명히 지켜야 할 선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재미와 사실성 그리고 작가의 견해를 다 갖추는 역사서를 찾기란 쉽지 않다.『강희제』는 강희제가 마치 자신이 이 모든 것을 서술하고 있는 듯한 방식으로 글을 진행한다. 즉, 강희제가 직접 쓴 편지나 글을 바탕으로 그의 문체를 따라 사료들을 다시 재구성한 것이다. 마치 강희제가 직접 쓴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는 독자로 하여금 책에 빠져들게 할 만한 매력을 갖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보자면 강희제는 강하고 절대적인 황제의 풍모를 갖춘 동시에 인자하면서도 자비로운 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황제로서의 모습 뿐만 아니라 희로애락이나 고뇌를 보여주는 등 인간적인 감정도 많이 느낄 수가 있다. 만약 이 모든 것들을 작가가 사료와 함께 설명으로 전달하려 했다면 설득력이 떨어지거나 작가가 설명하고자 하는 부분만을 단편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반면에 이 책은 그의 모습을 수식어를 동원하여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독자들로 하여금 하나의 완전한 인물로 강희제를 재구성하게 한다. 그것도 아주 생생한 모습으로.그러나 이러한 구성이 동시에 부정적인 면으로 작용할 수가 있다. 즉, 강희제가 직접 쓴 것‘처럼’ 썼을 뿐이지 그가 실제로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구성이 허구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는다면 혼돈을 경험하게 된다. 어디까지가 황제의 언행이며 생각인지 어떠한 부분이 작가가 덧붙인 부분인지 도저히 가늠을 할 수 없다. “나는 사람들을 가급적으로 믿고 싶기 때문에 만사에 내포된 잠재적 가능성까지도 철저히 검토하게 한다”(p.175) 이란 대목을 예를 들어보자. 이것은 실제로 강희제가 한 말인가, 아니면 사관이 실록에 기록한 말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작가의 개인적인 판단인지, 혹은 ‘강희제’는 이렇게 생각하거나 말했을 거라고 유추한 것인가. 출처가 밝혀진 문장들을 제외하고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만약 작가의 생각이나 의견이라고 한다면 이를 아주 교묘하고도 확실한 방법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책의 구성이 허구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이를 특별히 경계하지 않는다면 읽으면서 강희제가 직접 서술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거나 작가의 의견일 지도 모르는 부분을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면 이러한 부분은 폭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구성 부분을 제외한다면 이 책의 특징은 그의 사상과 업적, 그리고 인간적인 면을 적당히 조화시켜서 독자로 하여금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지 않게 한다는 데 있다. 그는 황제로서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잘 알고 있으며 국가와 백성을 진심으로 위하고 여러 가지 면에서 위한다. 서양에 온 선교사를 대할 때에도 그는 적절한 원칙과 융통성을 발휘한다. 그는 이성적이면서 인간적이다. 그러나 아들들의 문제에 있어서 그는 이러한 태도를 견지하지 못한다. 그는 결코 이 문제를 순조롭게 해결하지도 못할 뿐더러 어떤 처사들은 불공평하고 비이성적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강희제를 평면적으로 다루지 않고 입체적으로 평가하도록 독자들을 이끈다.이 책의 백미는 강희제의 상유(上諭)이다. 그가 말년에 직접 쓴 이 상유는 어느 사료보다도 강희제를 잘 드러내며 감동마저 느끼게 해준다. 건강과 죽음에 대한 언급, 그리고 왕위 계승 문제 그리고 자신의 지위와 대한 허심탄회한 회고와 감상들이 상당히 진솔하게 쓰여져 있다. 황제로서의 힘이 드러나지만 권위적이기 보다는 인간적이다. 자신이 절대적존재가 아님을 자각하지만 자신이 삶에 대해 만족하고 여유로운 태도로 죽음을 맞이하려 한다. 여기서 그가 황제와 인간으로서 느꼈을 감정들을 어렴풋이나마 느끼게 되며 그를 경탄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현명한 선인(先人)으로 존경하게 된다.이 책은 많은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썼으며 동시에 아주 재미있다. 황제를 지낸 어느 할아버지가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듯한 느낌을 주며 우리는 이를 통해 황제로서의, 또는 인간으로서의 강희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강희제의 자서전이 아니며 작가가 나름대로 재구성한 역사서라는 점을 언제나 상기해야 한다. 또한 역사서로서 이책의 구성방식에 완전히 동의 할 수는 없지만 작가의 역사적 상상력에 있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