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 때 이야깁니다. 곽리자고라는 사람이 살았어요. 이 사람이 어느날 새벽에 일어나서 배를 젓고 있었데요. 그런데 갑자기 머리가 허옇게 센 미친 사람 하나가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며 물을 건너가고 있더라네요. 아뿔싸 하면서 쳐다보는데, 당연히 빠져 죽어 버렸지요. 그 때 강가에 있던 여자 하나가 (아마 미친 사람의 아내였겠지요?) 통곡을 하며 노래를 불렀는데요. 이 노랩니다.임아 물을 건너지 마오임이 그예 물을 건너시네물에 빠져 죽으시니임이여, 이 일을 어찌할꼬그리고는 스스로 물에 빠져 죽더랍니다. 노래가 하도 구슬퍼서 집에 와서 아내에게 이 이야기를 하였더니, (아내의 이름은 여옥이었습니다) 아내가 또 공후(비파 비슷한 악기일겁니다)를 타며 그 노래를 그대로 불렀는데, 곡조가 너무 슬퍼 울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네요.이것이 한국 시가 문학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인 공무도하가(공후인)의 배경 이야깁니다. 한국 문학의 출발은 이렇게 이별과 눈물이었습니다. 이후 숱한 작품에서 수많은 여인들이 이별로 인해 피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은 각기 달랐지만 이별과 눈물은 한국 문학을 만드는 핵심적 테마의 하나였고요, 그 전통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지요.백제 가요 정읍사의 상황은 공무도하가에 비해서는 한결 낫지요. 주인공인 여인은 비즈니스 때문에 출장간 남편이 늘 걱정입니다. 어디가서 진창에 딩굴지나 았는지, 혹은 여자에게 빠져서 정신 못차리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여인은 달님에게 부탁을 하지요. 남편 좀 지켜달라고. 좋게 이야기 하면 그렇고요, 좀 다른 시각으로 보면, 남편 나쁜 짓 못하게 감시해 달라는 의미도 되겠지요. 본문을 볼까요? (지금 말로 쉽게 고쳐서 볼게요)달님이시여 / 높이 높이 돋으시어 / 멀리 멀리 비춰주세요.우리 님은 지금 시장 거리를 헤매고 있나요? / 아아, 진창에 딩굴고 있을까 걱정입니다.어디든지 비춰 주세요 / 님 가는 데 날 저물까 걱정입니다.한편으로는 집떠난 남편을 걱정하면서 한편으로는 여인들 틈에서 나쁜짓 하고 있을까봐 걱정하는 소박한 여인의 모습이 보일 듯합니다.그런가 하면 신라 가요에 등장하는 수로부인은 화끈합니다. 수로부인은 신라 성덕왕 때 강릉태수였던 순정공의 부인인데요. 아마 남편이 제어하기 힘든 자유인이었나봐요. 남편이 태수로 부임하는 길에 산길을 지나고 있었는데, 절벽에 피어 있는 매화가 예뻤나봐요. 부인은 '누가 나를 위해 저 꽃을 꺾어 주지 않겠냐?'라고 물었는데요, 사람들이 주저주저하는 틈에 웬 노인 하나가 꽃을 꺾어다 주며 노래를 불렀다고 하네요.자줏빛 바윗가에 잡고 있던 암소를 놓게 하시고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이 노래가 신라 향가인 '헌화가'랍니다.'이게 뭐가 화끈해?'. 기대하셨던 분에게는 죄송. 하지만 시라는 건 원래 그 안에 다른 의미를 숨기고 있는거 잖아요. 꽃이라는건 아름다운 여인을 상징하기도 하고요, 청순함, 순결함 뭐 그런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요? 그럼 '누가 꽃 좀 꺾어주라' 하는 건 '누가 나 좀 어떻게 해 주라'는 의미? 하지만 누가 함부로 나서겠어요? 아무리 지가 원해도, 태수의 부인을 어떻게 해 보는 건 절벽에 기어내려가 꽃을 꺾는 것 만큼이나 위험한 일이지요. 그런데 용기 있는 노인네 하나가 꽃을 꺾어 주었다? 그런거겠죠. 사실 노인이 어떻게 절벽을 기어 내려갑니까? 말로만 노인이지 실제로는 힘이 팔팔한 젊은이었겠지요. 게다가 부끄러워하지 말라잖아요? 내가 꺾어 줄 테니가...^^말도 안되는 억측하지 말라고요? 증거를 대지요. 수로부인의 행실은 '해가'에서 더 확실해집니다.순정공 일행은 바닷가의 한 정자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어요. 그때 갑자기 용이 나타나 순정공의 아내 수로부인을 바닷속으로 납치해 버렸지요. 공이 어찌할 바를 모를 때 한 노인이 지나다가 말했데요. '백성들을 모아서 노래를 지어 부러면서 막대기로 바닷물을 치면 부인을 찾을 거요.' 즉시 그렇게 했더니 용이 나타나서 부인을 내주었다네요. 그때 부른 노래가 '해가'입니다.거북아 거북아 수로부인을 내놓아라
미국 고등학교 에세이는 대개 5단락으로 이루어집니다. 5단락은 하나의 도입(introduction) 세 개의 본문(body), 하나의 결론(conclusion)으로 구성됩니다.다음은 미국 고등학교 에세이의 기본 형태입니다.Ⅰ Intorduction (도입)a Hook (꿰기)b Background (배경설명)c Thesis (주장)d Outline (대략적 근거)Ⅱ Body (본문)a Topic Sentence (중심문장)b Fact (사례)c Opinion (의견)d Fact (사례)e Opinion (의견)f Conclusion (본문 마무리)Ⅲ Conclusion (결론)a Summary (요약정리)b emphasis (강조)c Echo (여운)Ⅰ Introduction(도입)글을 소개하는 부분이죠.여기서는 무엇보다도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에 매력이 있어야만 독자가 끝까지 읽어나갈 것이니까요. 처음이 재미없으면 제대로 보지도 않아요.그리고 논의하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내 생각은 무엇인지를 밝힙니다. 그리고 내 생각의 정당성을 어떤 방법으로 증명할 것인지를 대략적으로 보여주게 되지요.좀 더 구체적인 요소들을 살펴볼까요?Ⅰ-a Hook (꿰기)Hook은 갈고리를 말하지요. 말 그대로 독자의 코를 꿰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권투 선수가 잽을 날리듯이 독자의 머리를 띵하게 한번 흔들고는 독자를 글 속으로 당겨 오는 겁니다. 사람들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중요한 사건 기사나 사람들의 일반적 인식을 뒤집어 버리는 독창적 발상 같은 것 - 예를 들어 ‘이순신 장군은 창조적 CEO였다’ 같은 진술 - 등이 방법이 될 수 있겠네요. 물론 이 모든 것들은 토픽(쟁점)과 관련이 있는 것이어야 되겠지요.Ⅰ-b Background (배경)Hook과 Thesis를 연결하는 부분입니다. Thesis는 다시 말하겠지만, 에세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요. 쟁점에 대한 나의 견해나 입장을 나타내는 거거든요. 어쨌든 Background는 Hook이 Thesis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밝히면서 Thesis가 나오게 된 배경을 제시합니다.Ⅰ-c Thesis (주장)앞에서도 말했지만 Thesis는 설득적 에세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Thesis는 쓰는 이가 쟁점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만일 명백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면, 독자들을 설득할 수 없겠지요 Thesis는 Topic와 구분되어야 하겠네요. Topic은 논의하는 핵심 쟁점을 말합니다. 흔히 선생님들이 제시하는 작문의 과제가 되겠네요.Ⅰ-d Outline (근거)Thesis를 뒷받침하는 논리적 근거들입니다. Body paragraph에 포함될 내용들을 언급하는 거지요. Introduction에서 대략적인 Outline를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은 글쓴이의 생각을 좀더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겠지요. 비밀하나 말할까요? 에세이에서 승패는 독자를 얼마나 편안하게 해 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독자가 글을 읽으면서, 편안하면서 재미있게 명쾌하게 글쓴이의 의도를 이해한다면, 그 에세이는 완벽하게 성공적인 글이 될 겁니다.Ⅱ Body (본문)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사실 Introduction을 썼다면 글쓰기의 반, 어쩌면 70%는 끝냈다고 볼 수도 있을 거예요. 왜냐하면 문제도 나왔고, 주제도 나왔고, 주제를 뒷받침할 근거도 다 나왔잖아요. Body는 몸체지요. 그러니까 도입에서 말한 주장과 근거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랍니다.Ⅱ-a Topic Sentence (중심문장)헛갈리지 마세요. 여기서 말한 Topic은 앞에서 말한 Topic와 좀 다르네요. 여기서 말한 Topic은 국어시간에 말하는 중심 문장, 내지는 소주제를 말하는 거예요. 한국에서는 중심 문장이 앞이나 뒤나 가운데나 때로는 여기저기에... 마구 나오는데요, 미국애들은 대체로 앞에 나오는 걸 좋아하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미국 에세이에 완전히 도사가 되기 전에는 너무 창의적으로 배열하려고 하지 말고, Topic Sentence를 앞에다 쓰는 게 좋을 거예요.Intro에서 썼던 Outline의 Item들을 하나씩 구체화시켜서 완성된 문장으로 표현하는 거지요.잠시,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장이샘은 무지무지 훌륭한 선생님이다. - Thesis장이샘은 실력 좋고, 자상하고, 게다가 엄청 잘 생겼다. - Outline장이샘은 국어에 관한한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티칭 스킬을 지녔다. - Body1 Topic장이샘은 모든 아이들을 자식처럼 친절하게 돌보아 주신다. - Body2 Topic장이샘의 얼굴은 장동건과 견줄 만하다 - Body3 TopicⅡ-b Fact (사례)주장을 내세웠을 때는 그것을 입증하는 객관적 자료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Fact가 바로 그런 부분이죠. 장이샘이 실력이 좋다면, 그것을 입증하는 구체적 장면을 제시하란 말이죠. 수업이 하도 재미있어서 옆반 아이들까지 땡땡이 치고 우리 반 수업을 들었다거나,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팔리는 국어 참고서를 장이 선생님이 썼다거나(부끄럽지만 이건 사실이에요), 신문기사에 장이 선생이 제일 잘 가르친다고 났다거나 하는 그런 자료들이요. 그런 자료들을 제시함으로써 설득력을 높일 수 있게 되지요.Ⅱ-c Opinion (의견)Opinion은 Fact가 Thesis와 어떻게 관련되는지 사이의 논리적 관계를 설명하는 문장입니다. 쉽게 말해서, 사례를 제시했으면 그에 대한 코멘트를 날리라는 거죠. ‘봐라, 내말이 많지 않냐.’라는 의미가 그 안에 포함되는 거죠.Ⅱ-d, e Fact/Opinion (사례/의견)근거가 풍부할수록 설득력은 높아지지요. 하지만 근거가 너무 많으면 또 독자들이 지루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요, 하나의 Body에서는 Fact/Opinion의 조합이 두 개 정도 제시되는 게 적절할 것 같아요.Ⅱ-f conclusion (본문 마무리)일단 Body가 끝나는 부분에서는 전체적인 내용을 매듭지어주는 게 좋아요. 이야기하다가 말고 다른 화제로 전환하면, 화장실에서 제대로 마무리 안하고 바지 올리는 느낌이잖아요. 그러니까 Body에서의 Conclusion은 그겁니다. ‘Body에서 이야기는 일단 여기서 끝났습니다.’하고 선언하는 거지요. 아까 말했죠? 에세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독자들을 편안하게 해 주는 거예요. 마무리를 제대로 해 줘야 찝찝하지 않고 개운하게 다음 단락으로 넘어갈 수 있겠지요.Ⅲ Conclusion (결론)꽤 먼길을 달려 왔네요. 이제 마지막 para만 잘 마무리하면 여러분은 훌륭한 에세이 한 편을 쓰게 되는 겁니다. Body의 Conclusion에서도 그랬지만 결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독자를 개운하게 만들어 주는 겁니다. 너무 오래 읽어서 머리가 혼란스러워진 독자에게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내 주장은 이렇습니다.’ ‘그러니까 당신도 이렇게 생각하도록 하세요’하고 환기시켜 주는 거지요. 조심할 거는요, 결론에서 갑자기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해서 생각을 더 넓게 발전시키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 독자들은 다시 혼란스러워지고, 짜증이 나게 되지요. 그냥 깨끗하게 마무리하는 기술, 결론에서는 그게 요구됩니다.
Ⅰ 한국 현대시의 출발한국의 현대시가 본격적으로 출발한 시기는 1920년대로 본다. 1919년에 김동인, 주요한 등은 '창조'라는 우리 나라 최초의 문학 동인지를 발간하는데, 그 이후로 폐허, 백조, 장미촌, 조선문단 등 수많은 동인지들이 쏟아지는 동인지 문단 시대를 맞게 된다. '창조'는 그런 면에서 우리 현대 문학의 중요한 시발점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수많은 동인지들이 나오면서 시인, 소설가 등 작가들은 그들의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되었고, 그에 따라 우리 문학이 한층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하여튼, 주요한은 1919년 창조 창간호에 '불노리'라는 시를 발표했는데, 비평가들은 이때부터 우리나라 현대시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본다. 물론 비슷하거나 약간 빠른 시기에 황석우나, 김억 같은 시인들도 새로운 형태의 시를 발표했지만 시의 구조나 어휘 구사 면에서 볼 때, '불노리'가 효시(최초의 작품)가 된다고 생각한다.주요한의 불노리 이후에 한국 시단에는 여러 경향을 가진 많은 작가들이 등장했고, 시의 경향도 다양해지면서 오늘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1920년대(1) 낭만시1919년에는 3.1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조선의 온 나라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 독립 만세를 외쳤다. 3.1운동은 중국의 민족 지도자였던 손문 선생이나 인도의 간디에게 영향을 줄 정도로 세계사적인 독립 운동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3.1운동은 조국의 독립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3.1운동의 실패는 우리 민족 모두에게 좌절감을 안겨 주었고, 특히 작가들은 허무감과 절망감에 빠져야 했다. 이러한 작가들의 인식은 작품의 배경을 이루게 된다. 그래서 그 당시 1920년대 초반에 발표된 작품들은 대부분이 고통과 절망, 죽음과 폐허의 공간 등을 노래하게 되었다. 최초의 근대시의 주인공인 주요한을 비롯하여 박종화, 이상화, 박영희 등의 시인들이 이에 속하는데, 이들의 시를 낭만시, 또는 퇴폐시라고 부른다.(2) KAPF앞서 나왔던 박영희는 김기진 등과 함께 새로운 시운동을 이끌게 되는데, 1924년에 조직된 KAPF(카프)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의 시를 경향시라고 부른다. 이들은 문학이 사회를 변혁시키고 대중들을 일깨우는 수단이라고 여기고, 문학의 대중성 목적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이들이 쓴 시는 언어가 거칠고 선동적인 경향을 지니고 있다. 이들의 시는 1960년대 김수영 신동엽으로 이어지는 참여시나 70년대 김지하, 80년대 박노해, 김남주로 이어지는 한국 민중시의 뿌리가 된다고 볼 수 있다.또 1920년대 중반에는 김소월로 대표되는 전통 민요시, 불교 사상을 바탕으로 한 한용운의 상징시 등이 등장하기도 한다.Ⅲ 1930년대(1) 순수시1930년대에 이르면 한국의 현대시는 한층 다양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1930년에 박용철은 김영랑 등과 함께 ‘시문학’이라는 동인지를 발간하는데, 이들은 리듬감 있는 언어로 풍부한 정서를 아름답게 노래하였다. 이들의 시를 순수시라고 한다.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풀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내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김영랑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인데. (참고로 김영랑의 많은 시들은 제목이 없다. 그래서 처음 구절을 제목으로 쓴다)시가 참 밝고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시가 순수시이다.(2) 모더니즘1931년에는 최재서라는 평론가가 영국이나 미국에 널리 퍼져있던 모더니즘이라는 실험적 경향의 시 이론을 소개한다. 모더니즘의 시들은 감정보다는 지성을 중시하였고, 회화적이고 도시적인 이미지들을 강조하였다. ‘기상도’를 쓴 김기림이나 ‘바다’ 시리즈의 정지용 등이 모더니즘 시의 선구자적 역할을 하였고, 이후 김광균에 의해 더욱 큰 발전을 이루게 된다. ‘공감각적 표현’에 대해 설명할 때에 대한민국 국어 선생님의 80%가 인용하는 구절이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인데, 이것이 김광균의 시 ‘외인촌’에 나오는 구절이다.모더니즘 시가 극단적인 모습으로 변하면 이상의 ‘오감도’와 같은 초현실주의시가 되기도 한다. 13명의 아이들이 도로 위를 질주하는데, 길은 막다른 골목이어도 좋고, 제1의 아이부터 13의 아이까지 무섭다고 그러다가, 또 길은 막다른 골목이 아니어도 좋고, 아이들이 질주하지 않아도 좋고.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 하여튼 오감도 시리즈는 당시에 동아일보에 연재되다가 독자들의 항의 때문에 중단되는 소동을 겪기도 했다.30년대 초반에 등장한 모더니즘 시는 오늘날까지도 한국 현대시의 아주 중요한 한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모더니즘은 우리나라에서 이미지즘, 주지주의 등과 유사하게 쓰이는데,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느낌조차도 회화적 이미지로 그려내고자 했던 점, 인간의 감정을 최대한 억제하고 지성을 강조하였던 시의 경향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나치게 인간의 감성을 배제하고 회화적 이미지로만 대상을 표현하고자 하다보니, 인간의 내면에 깊숙히 자리잡은 따뜻한 마음과는 멀어지고, 차갑고 메마른 느낌만이 드러나게 되었다.(3) 생명파이러한 모더니즘의 시적 경향에 반대하고, 시의 바탕에는 인간의 근본적 생명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우리는 그들을 생명파라고 한다, '생명의 서' '바위' 등을 썼던 유치환, '화사' '동천' 같은 작품을 쓴 서정주 등이 이에 속한다. 물론 두 분은 이후에 굉장히 많은 작품들을 창작하면서 다양한 시적 면모를 보여 주었지만, 처음 이들의 시는 '인간이란 무엇이냐?'라는 본질적 물음에서 출발하였다고 볼 수 있다.(4) 청록파30년대초 모더니즘을 이끌었던 정지용은 '문장'이라는 문예지를 주간하였는데, 이 ‘문장’지를 통해서 많은 유명 시인들이 배출된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시인이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이다. 이들은 1939년도에 정지용의 추천을 받아서 '문장'지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을 하게 된다. 이들은 초기에 '자연과 인생'이라는 공통의 관심을 갖고 작품들을 썼고, 우리나라가 해방되고 난 다음해인 1946년에 '청록집'이라는 공동 창작 시집을 발간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을 '청록파'라고 부른다.
춘향이라는 여자 알아요? 한국 사람이라면 거의 알 거예요.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서 끝까지 못된 사또의 술자리 시중을 거부하다가 죽음까지 당할 뻔했던 여인. 변사또의 생일날이었지요? 변사또가 춘향이를 마당 한가운데에 끌어다 놓고, 목을 베려는 찰나, 어디선가 나타난 이몽룡!! 암행어사 출도야.. 라는 외침과 함께 변사또 패거리들은 사정없이 박살나고, 이 장면을 보는 독자나 관객들은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꼈었지요.춘향이.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순결과 정조의 상징. 한국의 대표적인 여인상. 우리는 춘향이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요. 그러나...춘향이는 어쩌면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여인이랍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겠다는 순진덩어리거나,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고 저주를 쏟아 붓는 쫀쫀한 인물이 아니에요. 춘향이는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여인이었어요.춘향이의 엄마 월매는 기생이었어요. 춘향의 아버지가 양반이었다고는 하지만 결국 양반이 기생집에 놀러 와서 하룻밤 놀다가 아이를 낳게 되었다는 거 아니겠어요? 신분을 중시했던 조선시대에 기생의 딸로 태어났으니 출신 성분은 완전히 바닥이었지요. 이몽룡의 아버지는 진짜 양반이었지요. 양반도 그냥 양반인가요? 남원부사. 지금으로 말하면 남원 시장님이었는데, 나중에 서울로 영전해서 올라가는 초 상류층 양반이었어요. 신분 차이로 볼 때, 두 사람이 혼인을 한다는 것은 양반과 상민의 구분이 뚜렷했던 조선 사회의 모습으로 볼 때는 가능하지 않았지요. 두 사람의 혼인은 순전히 춘향이의 의지에 의해서 이루어지게 되어요.춘향이가 이몽룡을 만난 것은 그녀의 나이 16살 때. 지금으로 말하면 고등학교 신입생이 중간고사 기간쯤 학생부장 선생 몰래 광한루에 놀러갔던 거예요. 춘향이처럼 예쁘고 섹시한 아이가 치마 속이 보일듯 말듯하게 그네를 내지르고 있는 모습을 보았으니, 한참 불같은 나이 열일곱의 몽룡이로서는 한참 뜨거운 것이 불끈불끈 솟아올랐겠지요. 몸이 달은 몽룡이는 방자를 보내어 춘향이를 불러 오라고 이릅니다. 고급 양반집 아들이 기생딸과 번개팅을 하고 싶어한다? 웬만한 여자애 같으면 옳다꾸나 찬스다. 하고 바로 달려가겠지만, 춘향이는 가지 않았어요. 선수였거든요. 오히려 살살 약을 올리면서 몽룡이의 애를 닳게 만들어 놓지요. 관심 있으면 집으로 직접 오라고 애매한 ‘TIP'을 던져놓고 춘향이는 몽룡이의 얼굴도 안 보고 돌아가 버리지요.몽룡이는 어떻게 했게요? 맞아요. 날이 지기만 기다려, 쏜살같이 춘향이에게 달려갑니다. 17세의 불같은 소년은 어떻게 하면 춘향이와 하룻밤을 보낼 수 있을까, 그것만 궁리하고 있었지요. 이 순간에 춘향이의 선수 기질은 또 한번 빛을 발휘하지요. ‘만약 너 나하고 하룻밤 보내고 싶으면, 평생 나를 책임진다고 약속해라.’ 마음 급한 몽룡이 무조건 그러마고 약속했지요. 하지만 춘향이. 만만한 여자 아니랍니다. 약속 내용을 증서로 받아 놓고, 엄마 월매를 불러서 증인도 세웠지요. 월매도 대단한 엄마예요. 몽룡이 약속을 받아내고는 바로 들어가서 자리 깔아 주잖아요.그렇게 해서 몽룡이와 부부가 된 춘향이. 그날 이후 몽룡이는 부모님 눈치를 보며, 밤마다 탈출해서 춘향이와 조인하지요. 그런데 이걸로 춘향이의 목표가 달성된 건 아니었어요. 어느날 몽룡이는 최대한 슬픈 표정으로 아버지가 서울로 전근가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따라가야 한다, 나의 장래 때문에 너를 데리고 갈수는 없다 춘향이에게 말합니다. 여기에서 춘향이는 직감적으로 위기의식을 느낍니다. 지금 몽룡이를 그냥 보내면 수많은 여자들이 그랬듯이 한 순간 추억의 여인으로 끝나버린다는 걸 알아차린 거지요.즉각 춘향이의 공격성이 발동됩니다. 본문을 잠깐 볼까요?『춘향이 이 말을 듣더니 고대 발연변색이 되며 요두전목에 붉으락 푸르락 눈을 간잔지런하게 뜨고 눈썹이 꼿꼿하여지면서 코가 발심발심하며 이를 뽀드득 뽀드득 갈며 온몸을 쑤신 입 틀 듯하며 매 꿩 차는 듯 하고 앉더니"허허 이게 왠 말이오."왈칵 뛰어 달려들며 치맛자락도 와드득 좌르륵 찢어 버리며 머리도 와드득 쥐어뜯어 싹싹 비벼 도련님 앞에다 던지면서"무엇이 어쩌고 어째요. 이것도 쓸데 없다."명경(明鏡) 체경 산호죽절을 두루 쳐 방문 밖에 탕탕 부딪치며 발도 동동 굴러 손뼉치고 돌아앉아 자탄가(自嘆歌)로 우는 말이"서방 없는 춘향이가 세간살이 무엇하며 단장하여 뉘 눈에 괴일꼬. 몹쓸 년의 팔자로다. 이팔청춘 젊은 것이 이별될 줄 어찌 알랴. 부질없는 이내 몸을 허망하신 말씀으로 전정(前程) 신세 버렸구나. 애고 애고 내 신세야."』
한국에 '마야'라는 가수가 있습니다. 가수로 데뷔한 지 한 3년 쯤 되었나요? 이 쬐그맣고 약간은 가냘퍼 보이는 몸매의 여가수는 처음 데뷔할 때부터 무대가 떠나갈 듯한 폭발적인 목소리로 관객들을 휘어잡았었지요. 그녀가 부른 노래의 제목은 '진달래꽃'이었습니다.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말 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영변에 약산 진달래꽃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이 노랫말을 마야나 또는 그녀의 노래를 만드는 작가가 쓴 것은 당연히 아니지요. 이 노래는 김소월님이 쓴 시 '진달래꽃'에 곡을 붙인 것인데요, 시가 지어진 지는 벌써 100년 가까이 되었네요. 김소월님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한국 사람들의 가슴 속 깊은 곳에 담겨 있던 한과 설움, 이별과 기다림과 같은 정서들을 가장 한국적인 가락으로 표현했던 한국의 대표적 시인이랍니다.가수 마야가 이 노래를 부를 때는 당차고 자신감이 넘쳤지만, 사실 이 노래는 정말로 슬프고 애절한 처지에 있는 여인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인의 처지를 볼까요?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말 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사랑하는 이가 여인을 버리고 떠나고 있지요. 떠나도 그냥 떠나는 것이 아니라, 여인을 보기가 역겹다면서 떠나고 있네요.'역겹다' 무서운 말이지요. 너만 보면 기분 나쁘다, 재수 없다. 속에 있는 것을 다 토할 것 같다.... 여인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지요? 하지만 여인은 그런 애인의 결정을 말없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냥 고이 보내드리겠다고 하지요.그냥 고이 보내드리기만 하나요? 오히려 님의 앞길을 축복해 주고 있어요.영변에 약산 진달래꽃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영변의 약산은 평안도에 있는 지명인데요, 진달래꽃이 아름답기로 아주 유명한 고장이지요.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꺾어서 변심해서 떠나는 님에게 바치고 있는 거예요.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게다가 그 진달래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라네요. '사뿐히 즈려 밟는다'는 말이 참 고운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사실은 마구 짓밟고 가라는 말이거든요. 진달래꽃은 임에게 바치는 여인의 사랑과 정성일 텐데요. 그것을 짓밟고 가라고 하는 여인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까요? 그러면서도 그것을 즈려 밟으라고 한 것은? 그냥 임을 위해서 무조건 희생하겠다는 의미겠지요.이해가 안 가는 장면이지요? 분명히 애인은 변심을 한 것인데, 그를 붙잡고 늘어져도 시원치 않은데, 너무나 곱고 아름답게 임을 보내주고 있잖아요. 하지만 우리 나라의 옛 여인들은 순종과 기다림을 여인이 지녀야 할 아름다운 도리라고 생각했었나봐요. 그것이 옳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그래서인지 고려 시대의 노래나 시조 같은 것을 보아도 그런 모습을 자주 발견할 수 있어요.가시리 가시리잇고 / 바리고 가시리잇고날더른 어디 살라고 / 바리고 가시리잇고잡사와 두어리마난 / 션하면 아니올셰라설온님 보내 옵나니 / 가시난 닷 도셔오쇼서고려시대의 노래인 '가시리'인데요. 이 노래를 지금 말로 바꾸면 이렇게 되어요.가시렵니까 가시렵니까 / 나를 버리고 가시렵니까날더러 어떻게 살라고 / 나를 버리고 가시렵니까떠나는 임을 잡아 두고 싶지마는 / 화가 나면 돌아오지도 않으실까봐서러운 님을 보내 드리오니 / 가시자 마나 바로 돌아오십시오.떠나는 임에 대한 적극적 행동은 나타나지 않지요? 그냥 떠나는 임을 바라보면서 다시 돌아오기만 기대하고 있어요.조선 시대의 유명한 기생인 황진이의 시조 중에도 비슷한 태도가 나타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