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스를 읽고..어제 오후였다. 오랜만에 운동장에서 달리기운동을 하고 난 후 헉헉대며 벤치에 앉아있었다. 그 때 또르르 테니스공이 내 앞으로 굴러왔다. 대여섯 살 쯤으로 보이는 꼬마남자애 둘이 내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공을 던져 줄까 하다가 못받을꺼 같아 직접가서 건네주었다. 공을 주며 몇 살인지 물어보았다. 조금 큰 애는 7살 작은 애는 5살이라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7살짜리 꼬마애가 나의 이빨을 보고 흥미로운 듯 물어보았다. 아마도 이빨 교정장치를 처음 본 듯했다. 나는 어떻게 애들이 알기쉽게 설명할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애기해줬다. 삼촌이 너희만할 때 이빨이 흔들리는데도 아플까 무서워서 안뽑았더니 이렇게 덧니가 낫다고.. 그래서 못생긴 이빨들을 가지런히 할려고 이빨에 철사를 달았다고.. 그러니까 너네도 이빨이 흔들리면 빨리 뽑아야지 안뽑으면 나처럼 된다고 살며시 겁을 주기도 했다. 근데 우연히 꼬마의 입을 살펴보니 군데군데 땜질이 되어있었다. 난 나도 모르게 꼬마아이에게 훈계하는 태도로 말을 하고 말았다. 너는 왜 벌써부터 이빨을 많이 때웠니? 너 단 것을 좋아하지? 이빨닦는 걸 싫어하는구나? 너 나중에 어쩌려고 그러니? 그때까지도 나랑 눈을 맞춰주던 꼬마가 내가 그런식으로 애길하니까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다른 곳으로 가버리고 말았다.나는 왜 꼬마가 시무룩해졌을까 생각해보다 순간 며칠전에 읽었던 딥스라는 책이 떠올랐다. 그리고 바로 나의 경솔한 행동을 후회했다. 아마도 딥스의 A선생님이라면 이런 식으로 애기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을 했다. 난 다만 그 꼬마의 치아상태를 염려해서 한 말이지만 아마도 그 꼬마는 그런 애기를 부모님이나 많은 어른들한테서 수없이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적지않은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또 그런 잔소리를 해버리고 말았다. 딥스의 아빠처럼 꼬마의 애기는 들으려 하지 않고 나의 경험과 잣대에 비추어 꼬마애를 몰아세웠던거다. 친해지고 싶은 의도였지만 결과가 나빳다. 문득 A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이 스스로 자아를 찾아갈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딥스도 실제 액슬린 박사가 담당했던 꼬마의 한명이며 이 책에 씌어진 과정의 놀이치료를 통하여 어둡고 말이없던 아이에서 활발하고 밝은 성격의 소년으로 성공적으로 변할수 있었다. 그 반년동안의 과정은 느리지만 확실하고도 기적적으로 변하는 과정이었다. 책을 읽으며 일주일마다 변해가는 딥스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희열을 느낄수 있을 정도였다.처음 이야기는 5살짜리 꼬마애 딥스가 사설유치원에 다닌지 2년 후부터 시작된다. 딥스는 다른 아이들과 많이 달랐다. 어떤 때 보면 정신 박약아 같고, 또 어떤 때는 아주 지능이 높은 아이처럼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듯이 보이기도 했는데 유치원의 선생님들은 그런 딥스를 평범한 아이들처럼 만들어보려 수없이 애썻지만 그런 시도는 번번히 실패로 끝났다. 딥스는 결코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법이 없었고 선생님들의 말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늘 혼자 책상밑에 숨어있거나 책을 읽거나 멍하니 있곤했다. 선생님들은 도데체 딥스의 이런 행동이 왜 그런것이지 궁금했지만 결코 알수 가 없었다. 분명 누구라도 이때의 딥스를 봤다면 정신이 이상한 애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결국 유치원의 다른 아이들의 부모들은 딥스의 행동에 불평을 일으킨다. 딥스는 말이 없다가도 가끔 폭력적으로 변해 다른 아이들을 할퀴거나 때렸곤 했기 때문이다. 유치원의 선생님들은 논의 끝에 액슬린 박사에게 딥스의 치료를 의뢰한다. 액슬린 박사의 의견여하에 따라 딥스의 제명처분이나 퇴학을 하겠다고 한다. 딥스의 운명이 액슬린 박사의 손에 달린 것이다. 액슬린 박사는 선생님들로부터 딥스의 애기를 듣고 또 선생님들의 딥스에 대한 존중에 감동을 받고 딥스의 부모만 찬성한다면 딥스의 놀이치료를 맡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액슬린 박사도 과연 딥스가 놀이치료를 통해 스스로 생을 변화시킬지 어떨지는 알지 못했다.딥스와 처음 만난 액슬린 박사는 놀이방에서 딥스와 첫만남의 시간을 가지게된다. 딥스는 자유롭게 혼자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 수 있었다이에게 간섭하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주는 태도말이다. 딥스는 인형집을 가지고 놀며 잠긴 문과 방에대한 강한 집착을 보인다. 아마도 문을 닫는 것이나 잠그는 것과 관련된 불행한 경험이 있음을 액슬린 박사는 확신하게 된다. 또 아빠 엄마로 이름붙인 인형을 내 던지며 부모에 대한 강한 불신도 표출한다. 딥스의 가정환경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음을 액슬린 박사는 포착하게 된다. 한시간동안의 이런 놀이를 통해 액슬린 박사는 딥스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고 딥스의 내적인 성장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약하지만 확실한 신뢰를 갖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다음 날 액슬린 박사는 본격적인 딥스의 놀이치료 허락을 받기 위해서 딥스의 집을 방문한다. 딥스의 어머니는 놀랍게도 딥스가 아직 정신박약아라고 확실히 단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들에 대하여 자포자기같은 심정을 지니고 있다. 딥스의 느린 발달이 분명 정신박약아인 것 같으며 어쩌면 신체적인 장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등등.. 어머니의 태도에 대한 부분을 읽으며 나 스스로 무척 의아했다. 자식이 확실치도 않은 정신박약아 일 것 같다고 저렇게 냉정하게 이야기할수 있을까? 자식의 놀이치료를 마치 액슬린 박사에게 실험자료를 맡기듯이 의뢰할수 있을까? 근래들어 우리나라 매스컴에 정신박약아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왔었다. 마라톤의 배형진군 , 수영의 김진호군등 그들은 정신박약아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의 한 분야에서 무척 뛰어난 성적을 올려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었었다. 그들 뒤에는 공통적으로 아들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가 있어서 나는 자연스럽게 정신박약아 어머니들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딥스의 어머니는 아직 아들 딥스에게 그런 태도를 보여주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액슬린 박사는 딥스의 어머니에게 놀이치료 허락을 받고 본격적인 놀이치료에 들어간다. 놀이치료는 일주일에 한 번 목요일의 한 시간이며 장소는 상담소의 놀이치료방이다. 놀이방의 설비는 보통 유치원의 놀이방과 큰 차이점이 으며, 딥스가 어떻게 해주었으면 하는 일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으려 했다. 액슬린 박사의 이런 방식은 있는 그대로의 딥스를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딥스는 놀이치료방에서 자기 마음대로 할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액슬린 박사는 딥스에게 섣부른 칭찬이나 간섭 혹은 질문 및 제안같은 것을 하지 않았다. 간섭을 하지 않는건 수긍이 가는데 칭찬은 많이 해주면 해줄수록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칭찬을 해주면 그것이 아동에게 일종의 방향제시가 되어 자유로은 의사표출을 막고 한방향으로만 행동하게끔 만들수도 있다는 설명을 듣고 수긍이 되었다. 그것은 질문이나 제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액슬린 선생님은 딥스에게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으려 애썼으며 딥스가 집에 가기 싫은 눈치를 보여도 원칙을 지키려 애썻다. 놀이치료에 있어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알수 있었다.딥스는 놀이치료를 시작하면서 처음 몇 번은 유치원에서의 행동과 크게 나아진 점을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놀이치료방에 들어가서 혼자 여러 가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며 놀 뿐이었다. 액슬린 박사는 이런 딥스를 관찰하며 한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바로 딥스가 읽을 줄도 알고, 셈도 할줄 알며 ,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딥스에게는 놀라운 능력이 감춰져 있었지만 어떤 이유에서 아직 딥스는 그런 능력을 혼자만이 간직하고 있었다.그렇게 순조롭게 놀이치료가 진행되던 어느 날 액슬린 박사는 처음으로 딥스의 웃음을 보게된다. 우유병을 가지고 놀던 딥스는 자신의 티 파티 계획에 액슬린 박사가 수긍을 해주자 기분좋게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린 것이다. 액슬린 박사가 처음 보는 딥스의 웃음소리였다. 나름대로 놀이치료의 효과가 드러난 부분인 것 같다. 타인 앞에서 웃음을 터뜨릴수 있는건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딥스는 액슬린박사와 마음의 벽을 허물면서 친해지고 있었다. 또 그동안 외로움과 두려움에 짓눌려 나타내리에 큰 영향을 끼칠수 있는게 무척이나 경이로왔다.놀이치료가 중반쯤 지날 무렵 액슬린 박사는 딥스 어머니의 고백을 듣게되고 비로소 딥스의 문제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알게 된다. 한 때 유망한 외과의사였던 딥스의 어머니는 원하지 않던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딥스였다. 저명한 과학자였던 딥스의 아버지도 출산을 원치 않았지만 결국 딥스는 태어났고 딥스의 엄마도 외과의사의 길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딥스는 아빠와 엄마 모두에게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로 태어나고 말았던 것이다. 딥스의 아빠와 엄마는 그런 딥스에게 깊은 사랑을 베풀어주지 못했다. 자그마한 실수에도 윽박을 지르기 일쑤였고 지적인 면에서 지나치게 기대감이 높아 딥스의 부담을 안겨주었다. 딥스의 자아는 상처를 받아 아빠의 말에도 전혀 대꾸를 하지 않게 되었으며 항상 어두운 자기 방에 틀어박혀 갇힌 방과 잠긴 문에 대해서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해오고 있었던 것이다.이제 딥스는 매주 목요일마다 행복한 모습으로 액슬린 박사의 아동 놀이치료방을 찾아오게 된다. 일주일 한시간의 이 시간은 딥스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며 집에 돌아가고 싶은 않은 시간이 된 것이다. 액슬린 박사와 더 친밀해진 딥스는 여러 애기를 해주게 된다. 그 중에 인상깊은 애기는 제이크 아저씨와 할머니에 대한 애기이다. 제이크 아저씨는 딥스네 집의 정원사이다. 딥스의 창 밖으로 난 나뭇가지에 딥스는 강한 애착을 느끼는데 딥스의 아버지가 그 나뭇가지를 잘라버리려고 한다. 하지만 딥스는 그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제이크 아저씨에게 부탁을 해서 나뭇가지가 잘려지지 않게 한다. 제이크 아저씨도 딥스의 말을 듣고 원하는 대로 해주지만 결국 나뭇가지는 잘려지고 딥스는 그 나뭇가지를 버리지 않고 자기의 방에 놔둔다. 딥스의 할머니도 유일하게 딥스를 이해해주고 사랑을 베풀어주는 존재이다. 책 속에서 실제로 나오지는 않지만 딥스를 아끼고 사랑했던 단 한명의 가족으로써 딥스가 삶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어준다. 딥스가 놀이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다행히 할머니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