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세는 사람들과 인문학의 위기과 목 : 논술과 표현소 속 : 법 학 군몇 년 전부터 미국언론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 용어로 ‘콩 세는 사람들(bean counter)'란 표현이 있다. 주로 통계 수치와 경제적 이윤 문제를 중심으로 주장이나 논거를 펼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냉소적인 느낌의 표현이다. 시장성과 수익성을 따지며 모든 문제를 경제적인 문제로 환원하여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졌다.인문학은 이와 같은 시장논리에 적절한 대응 방향을 찾지 못한 채 꼬리를 내려버렸다. 이러한 인문학의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심지어 대학가에서는 취업 안되는 이른바 ‘문사철(문학, 사학, 철학)’학과들은 취업률이 적거나 가시적인 성과가 적다는 이유로 사실상의 폐지가 논의되고 있다.실례를 들어보자면 광운대학교의 경우, 인문사회과학대(약칭 인사대)의 개편과 관련하여 비관적인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학교 측의 일방적인 통보에 따르면 일단 인사대와 관련하여 2007년 확정안은 국어국문, 영어영문, 일본, 중국 4개과가 인문지역대학이라는 이름의 단대로 묶이고, 미디어영상, 행정, 국제통상, 산업심리 4개과가 사회과학대학이라는 단대로 분리된다. 그리고 국제통상과 산업심리가 나온 경영대의 경영과 경영정보가 하나의 학부로 통합된다고 한다. 이것이 2007년 확정안으로 새내기 수시도 이렇게 모집되었다.문제는 2008년인데, 인문지역대학이 없어지고 동북아 통상대학(가칭)으로 바뀐다. 이 대학이 무엇이냐 하면, 국문, 영문, 중국학, 일본학 이라는 인문지역학에 국제통상학이 들어와서 동북아 통상대학으로 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과의 개념이 없어지고, 커다란 학부의 개념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구상이 생겨난 것이다. 과가 폐지된다는 게 아니라 (사실상 폐지겠지만) 학과 교수님이나 교육은 남아있되, 다른 학과의 교육과 섞어서 종합적으로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내 생각엔 슬슬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쉽게 생기지 않는 학과들을 중심으로 이래저래 건드려보는 듯하다. 하긴 IT 법학이라는 이상한 조합을 들고 나오던 학교 측이니 그럴 만도 하지만... 항상 학교 측에서 내세우는 논리가 있다. 살아남으려면 그에 응당하는 실적과 비전을 제시하라. 도대체 사회적 상식과 지성의 근간, 즉 베이스를 까는 학문에 무슨 비전이 있고 무슨 실적이 있단 말인가. 또 그것을 왜 내세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인가. 인문학은이러한 콩 세는 사람들의 등쌀에 떠밀려 갈 곳을 잃어버린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