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文章·Sentence은 완전한 사고 표현의 단위이다. 완전한 사고 표현이란 일정한 서술 대상과 서술 표현이 함께 나타난다는 것을 뜻한다. 문장이란 의미상으로는 완전한 사고를 나타내며 형태상으로는 맨 끝에 문장 종결 표현이 있는 것을 가리킨다. 아래는 수업 교재에 짜여 있는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표현으로 구성되어 있는 문장들의 예시를 살펴본 것이다.1. 우리말의 기본 문형국어의 기본 문형은 기본적으로 문장의 주성분을 통하여 구성된다. 주성분은 서술어, 주어, 목적어, 보어 이다. 이들 중 서술어와 주어가 1차 성분이고, 목적어와 보어는 서술어의 성격에 따라서 결정되는 2차 성분이다. 서술어의 위치가 문장 맨 끝에 위치하므로, 목적어와 보어는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위치한다.제 1유형: 주어+서술어☞ 물이 깊다.☞ 아기가 운다.제 2유형: 주어+목적어+서술어☞ 코끼리는 풀을 먹는다.☞ 아이들이 돌을 던졌다.제 3유형: 주어+보어+서술어☞ 저 정물화는 실물과 꼭 같다.☞ 옆집 아저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제 4유형: 주어+목적어+보어+서술어☞ 아름이가 편지를 우체통에 넣었다.☞ 나는 내일 과제를 아름이와 의논하겠다.2. 문장 종결법문장을 통해서 생각이나 느낌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데, 특히 다양한 종결 어미에 기대어 나타낼 수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장 종결의 방식을 문장 종결법이라 한다. 주로 단문을 찾다 보니, 가장 간결하고 효과적으로 단문을 표현하는 광고 카피에서 찾아보았다.평서형☞ 좋은 에너지가 좋은 미래를 만듭니다. (GS칼텍스)☞ 대한민국의 가슴을 뛰게 하는 맛있는 색이 온다. (롯데리아)☞ 신협 대출은 서민 사랑입니다. (신협)의문문☞ 앞으로도 웃어줄거지? (AIA생명)☞ 왜 마음에 드는 사진은 화장실에서만 나올까? (캐논 익서스)☞ 환기 잘하는 방법은 뭘까? (Z:IN)명령문☞ 캠핑을 디자인하라. (KOVEA)☞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마. (FX)☞ 짜릿함을 꺼내봐! (Coca Cola)청유문☞ 나와 가족을 위해 투표로 말하세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한민국에서 당신이 누리세요. (보금자리주택)☞ 일부터 사랑까지 안녕하세요. (삼성생명)감탄문☞ 이가탄 잇몸 딱좋아! (이가탄)☞ 어렵다? 어렵지 않다! (캐논 카메라)☞ 요플레 오리지널, 정말 맛있어요! (요플레)3. 부정법우리말의 부정 표현은 부정 부사 ‘안’, ‘못’과 부정 용언 ‘안하다’, ‘못하다’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부정 부사를 통한 부정을 단형 부정, 부정 용언을 통한 부정을 장형 부정이라고 한다. 의지 부정은 ‘안, 아니하다’를 통해서 나타나며, 능력 부정은 ‘못, 못하다’를 통해서 나타난다.능력부정단형못어릴 때의 기억 때문에 아름이는 수영을 못한다.저 배우는 연기를 너무 못한다.기차가 사고로 지연이 되어 시간에 못 댄다.장형~지 못하다알레르기 때문에 복숭아를 먹지 못한다.병약해서 짐을 들지 못한다.아름이가 해외에 있어 소식을 듣지 못했다.~지 말아라이 논문은 네게 너무 어려우니 읽지 말아라.아름이는 소화기관이 약하니 우유를 주지 말아라.배멀미가 심한 학생은 배를 타지 말아라.~지 말자우리 다음 주에 시험이 있으니 이번 공모전은 하지 말자.차가 너무 막히니 이번에 버스는 타지 말자.예산이 넉넉하지 못하니 이 가방은 사지 말자.의지부정단형안(아니)아름이가 고집을 부리더니 결국 산에 안 갔다.아름이는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이라면 죽어도 안한다.아름이는 어머니의 꾸지람에도 청소를 안 했다.장형~지 않다아름이는 주위 평판에도 불구하고 집을 옮기지 않았다.아름이는 강의가 시작되었는데도 모자를 벗지 않았다.아름이는 내일이 마감인데도 책을 읽지 않았다.~지 안하다(아니하다)스케줄 확인을 안 해서 오늘 일정이 꼬여버렸다.아름이는 시험지 이름 쓰는 칸에 기입을 안 해서 0점을 맞았다.할아버지 앞에서 존댓말을 안 해서 혼이 났다.~지 말아라이미 충분히 아름다우니 성형수술을 하지 말아라.예배를 드리고 있으니 옆에서 장난치지 말아라.후보가 선거기간 중 물품을 받는 행위는 불법이니 어떤 것도 받지 말아라.~지 말자이번 달엔 수영을 배우고 싶으니 테니스는 하지 말자.어린이날이라 사람이 많이 붐비니 놀이공워에는 가지 말자.이대로가 좋으니 당분간 바꾸지 말자.4. 당하는 것과 시키는 것우리는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능동적으로 하는 경우와 피동적(수동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직접 하는 경우와 누군가를 시켜서 하는 경우도 있다. 전자를 능동과 피동, 후자를 주동과 사동이라고 한다.피동문은 이라는 의미뿐만이 아니라 피동 접미사나 ‘~(어)지다’라는 문법 요소를 갖춘다.☞ (능동) 이 냉장고는 주부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피동) 주부들은 이 냉장고에 호기심이 끌렸다. [끌‘리’었다]☞ (능동) 아름이가 남자친구A를 찼다.→ (피동) 남자친구A는 아름이에게 차였다. [차‘이’었다]☞ (능동) 오정란 교수님께서 원숭이를 카메라로 사진 찍었다.→ (피동) 원숭이가 오정란 교수님에게 카메라로 사진 찍혔다. [찍‘히’었다]사동 표현은 사동 접미사 및 ‘~게 하다’와 같은 문법 요소를 통해서 실현된 문장이다.☞ (주동) 동생이 문 뒤에 숨었다.→ (사동) 내가 동생을 문 뒤에 숨게 했다. [새로운 주어=‘내가’, ~게 했다]☞ (주동) 아름이의 눈이 멀었다.→ (사동) 화마가 아름이의 눈을 멀게 했다. [새로운 주어=‘화마가’, ~게 했다]☞ (주동) 엄마는 울었다.→ (사동) TV에서 나오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엄마를 울렸다. [새로운 주어=‘프로그램이’ ‘리’]5. 높임법말하는 사람이 어떤 대상에 대하여 높임의 태도를 나타내는 문법 기능을 높임법이라고 한다. 높임법은 누구를 높이느냐에 따라 주체 높임법, 상대 높임법, 객체 높임법으로 나누어진다.주체 높임법은 화자가 서술의 주체에 대하여 높임의 태도를 나타내는 방법이다.☞ 퇴계 이황은 조선시대의 뛰어난 성리학자이시다.☞ 압존법 할아버지, 어머니 밥 먹었대요.☞ 압존법 김 교수님, 박 교수 머리가 많이 세었어요. (김 교수> 박 교수> 화자)주체 높임법이 대체로 문장의 주어를 높이는 방법임에 비해서 객체 높임법은 문장의 목적어나 부사어가 지시하는 대상, 곧 서술의 객체에 대한 높임의 태도를 나타내는 문법 기능이다.☞ 그 분은 살림이 넉넉하시다.☞ 할아버지는 수염이 많으시다.☞ 선생님은 따님이 있으시다.상대 높임법은 화자가 청자인 상대방에 대하여 높이거나 말하는 법을 일컫는다.격식체높임합쇼체(아주높임)답답한 펀드 고민을 시원하게 뻥 뚫어드립니다.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에서 참고 하십시오.부모님의 지도가 필요한 완구 제품입니다.하오체(예사높임)볼 일을 보고 따라 갈 테니 먼저 들어가시오.정면 10M 앞에서 공사를 하고 있으니 조심하시오.의자에 페인트칠을 해놓았으니 조심하시오.낮춤하게체(예사낮춤)자네 전화 좀 받게.먼저 차에 가서 시동 좀 걸어 놓게.자네부터 식사하게.해라체(아주낮춤)무턱대고 필기를 하기보다 주의 깊게 들어라.예의상 모임에 간간히 얼굴을 보여라.이번 MT 때 찍은 사진들 중에 잘 나온 것으로 골라 놓아라.비격식체높임해요체(두루높임)태양 아래서 당신은 더 빛날 수 있어요.사계절 시원하게 보내세요.당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누리세요.낮춤해체(두루낮춤)먼저 도착한 사람들끼리 밥 먹어.오늘은 늦을 것 같으니 피곤하면 먼저 자.비바람이 부니 창문을 닫아라.6. 과거와 현재와 미래 표현하기문장에서 시간은 시제라는 문법 범주를 통하여 실현된다. 시간은 연속적인 자연의 흐름이고, 시제는 시간을 인위적으로 구분한 문법 범주이다. 연속적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제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세 가지 방법으로 먼저 나눈 뒤 더 상세히 문법 범주로 구분하여 예시로 보이겠다.과 거시간부사아버지는 어제 부산으로 떠나셨다.그 때 만났던 사람을 잊지 못했다.선어말어미아름이는 미국에 5년간 살았었다.작년에 영남 일대에는 극심한 가뭄이 들었었다.관형사형 어미엊그제 만든 찰흙 작품이 다 굳었다.11년 전 프랑스로 떠난 아름이가 어제 돌아왔다.현 재시간부사어머니는 지금 빨래를 하신다.오 선생님은 요즘 매우 바쁘시다.선어말어미무릇 흙을 밟고 자란 아이가 도시에서 자란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뮤지컬이 끝나고 나면 극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간다.관형사형 어미지금까지 읽은 책이 몇 권이나 됩니까?여기 앉으신 분이 저의 고등학교 은사님이십니다.미 래시간부사내일도 비가 오겠다.아름씨는 내일 비행기로 떠난다.선어말어미내일은 동해 먼 바다로부터 큰 바람이 불겠습니다.나도 그 정도의 양은 마시겠다.관형사형 어미마트에 가서 살 물건이 얼마나 되느냐?익힐 채소는 저 선반에 두어라.7. 문장을 확대하는 방법문장은 주어와 서술어의 개수가 몇 개냐에 따라 홑문장과 겹문장으로 나누어진다. 홑문장은 주어와 서술어가 한 번 나타나는 문장이고, 겹문장은 두 번 이상 나타나는 문장이다. 일반적으로 겹문장은 안은 문장은 홑문장을 안긴 문장을 갖고 있는 것이고, 이어진 문장은 홑문장 두 개 이상이 연결된 것이다. 안은 문장은 안긴 문장의 성격에 따라 명사절, 관형사절, 부사절, 서술절, 인용절을 안은 문장으로 나뉜다. 안긴 문장 자체로 본다면, 명사절로 안긴 문장, 관형사절로 안긴 문장, 부사절로 안긴 문장, 서술절로 안긴 문장, 인용절로 안긴 문장으로 나누어질 것이다. 홑문장은 1번에서 단문으로 예시를 보였으므로 겹문장의 예시를 보이며 수형도를 그려서 구성 요소를 살펴보겠다.명사절을 안은 문장☞ (S) 나는 정부가 이런 난국을 잘 수습하기를 기대했다.N: 나는VP: 정부가 이런 난국을 잘 수습하기를 기대했다.NP: 정부가 이런 난국을 잘 수습하다.기V: 기대했다.N: 정부가VP: 이런 난국을 잘 수습하다.N: 이런 난국을V: 잘 수습하다.관형사절을 안은 문장☞ (S) 우리나라 대표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S1: 우리나라 대표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는 S2: 소식이 들려 왔다.N: 우리나라 대표선수들이 VP: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N: 소식이V: 들려 왔다.
1. 훈민정음의 제자원리와 한글의 우수성을 정리하고 생활 속에서 예를 찾아라.‘어리석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인 훈민정음은 세종 25년, 1443년 음력 12월에 만들어 3년간 다듬은 후에 1446년에 반포되었다. 이미 다른 나라 언어학자들은 ‘언어학적인 호사의 극치(G.K Ledyard)’, ‘세계 최상의 알파벳, 어떤 나라에서든지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아마 가장 과학적인 문자 체계(Sampson, G.)’라고 표현을 하며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놀라워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문맹률이 제일 낮다는 것에서 나타나듯이, 제자원리체계가 분명하여, 빠르고 쉽게 배울 수 있고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언어를 가지고 있음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이 모든 것이 과학적으로 체계화된 훈민정음의 제자원리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것을 기본으로 한글의 우수성을 정리하며 생활 속에서 그 예를 찾아 설명해 보겠다.㉠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한글의 우수성이라고 하면 단연 먼저 떠오르는 생각일 것이다. 훈민정음(한글)의 제자원리가 바로 조음기관의 모습을 본뜬 것이기 때문에 그 어떤 다른 나라의 언어들보다 가장 실제의 소리에 가까운 발음을 낼 수 있는 언어가 바로 한글이다. 영어에 취약했던 초등시절이나, 그 옛날 영어교육을 받지 못했던 기성세대들은 팝송을 따라 부를 때 영어 가사 아래에 소리 나는 대로 표기를 하여 따라 불렀다. 나도 그러했던 경험이 많은데, 대부분의 영어 가사는 모두 한글로 표현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I know your eyes in the morning sun'이라는 가사를 보면 ‘아이노유얼아이진더모닝썬’과 같이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할 수가 있다. 또 예를 들자면, 작년 라오스에서 한 독일 여자와 같이 이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날 도착한 마을은 누구 하나 영어를 할 줄 모르는 동네였다. 다음 행선지(UDOMXAI)를 그 마을 사람들에게 설명하는데 나는 ‘우돔싸이’라고 말했더니 모두가 알아들었지만 독일 여자는 끝까지 ‘우더막싸이’라고 발음해서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했었다. 이렇게 말 뿐 아니라 표기하는데 있어서도 어떤 어려움도 느끼지 않고 있다. 만약 그 독일 여자가 가장 실제발음과 유사하게 흉내를 낸다면 굉장히 어색한 발음, 표기가 나올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말과 글이 일치되는 점 또한 소리 그 자체를 글자에 녹여놓았던 세종의 훌륭한 업적이다. 나는 그 타지에서 모든 소리를 표현 할 수 있는 우리글,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다시 새삼 놀라게 되었다.㉡ 배우기 쉽다.아래 ㉢에서 설명을 하겠지만 우리 한글은 제자원리체계가 분명하여 누가 보든지 이해가 쉬우므로 배우기가 매우 쉬운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가장 가까운 중국을 예로 들어보아도, 한글을 모국어로 하는 사람은 한자 몇 만개를 알아야하는 것보다 한글 자모 24자로 더 실제발음과 가깝게, 모든 한글을 읽고 표현할 수 있다. 우리나라 문맹률을 살펴보면, 후진국이 39%선, 중진국이 10%선, 미국이 5%선에 비하여 거의 1%선으로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이에서 보다시피 문맹률이 그만큼 낮다는 것은 한글이 배우기가 쉬운 문자이기 때문에 한글을 배우기만 하면 누구나 읽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체계가 분명하여 이해가 쉽다.한글 자모는 각각 뿔뿔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몇 개의 기본자를 먼저 만든 다음, 나머지는 이것들에서 파생시켜 나가는 식으로 만들어졌다. 자음 글자의 기본자는 ‘ㄱ, ㄴ, ㅁ, ㅅ, ㅇ’의 다섯 개인데, 이들은 모두 발음 기관을 본떠서 만들었다. 우선 글자 ‘ㄱ’과 ‘ㄴ’은 이 소리들을 낼 때의 혀 모양을 상형한 것이다. 즉 ‘ㄱ’은 혀의 뒷부분이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본떴으며, ‘ㄴ’은 혀가 윗잇몸에 붙는 모양을 본 뜬 것이다. 아울러 ‘ㅁ’은 입, ‘ㅅ’은 이, ‘ㅇ’은 목구멍의 모양을 상형하였다. 모음 글자의 기본자는 ‘ㅏ, ㅡ, ㅣ’의 세 개인데, 이들은 천지인의 모양을 본떠서 만들고 다시 이들을 결합하여 ‘ㅏ, ㅓ, ㅗ, ㅜ’의 글자를 만들었다. 이 기본자들에 ‘덧쓰기’와 ‘나란히 쓰기’의 원리를 적용하여 만들어졌다. ‘덧쓰기’의 원리는 예를 들어 ‘ㄱ’에 획을 하나 더하면 ‘ㅋ’이 되고, ‘ㄴ’에 획을 더하면 ‘ㄷ’이 되며, 다시 ‘ㄷ’에 한 획을 더하면 ‘ㅌ’이 된다는 식의 자음 확장 원리이다. 이런 확장 과정에 대하여 훈민정음에서는 “ㅋ은 ㄱ에 비해 소리가 좀 세기 때문에 획을 더하였다. ㄴ에서 ㄷ, ㄷ에서 ㅌ, ㅁ에서 ... ㅎ으로, 그 소리에 말미암아 획을 더한 뜻은 다 같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ㄲ, ㄸ, ㅃ, ㅆ, ㅉ’와 같은 된소리는 ‘ㄱ, ㄷ, ㅂ, ㅅ, ㅈ’을 나란히 겹쳐 만듦으로써 이 소리들이 엉기는 소리임을 표시해 주었다. 이렇게 기본 글자를 먼저 만들고 그것을 조합하여 다른 글자들을 생성하는 방법은 수학의 생성 원리와 일치된다. 한글의 각 글자의 모양은 자음 간에 존재하는 음운론적인 관계를 반영한다. 입 안의 동일한 위치에서 발음되는 자음들은 동일한 기본적인 글자 형을 공유한다. 그래서 기본글자에 자질이 첨가되면 획을 첨가하거나 겹쳐 쓰는 방법을 쓰고 있다.이와 같이 발음기관을 상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글자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세계 언어학에서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예를 들어 영어의 알파벳에서 g와 k 같은 글자들의 쌍은 그 글자들이 나타내는 두 음소들이 어떤 식으로든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암시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한글에서 ㄱ과 ㅋ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이렇게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제자 원리 덕분에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문맹률이 가장 낮은 국가이며, 처음 한글을 배울 때 단시간에 습득할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g와 k를 배우는 것보다 ㄱ과 ㅋ 사이의 유기성을 통해 배우는 것이 훨씬 쉽고 빠르게 이해가 된다.현대에 들어서는 이러한 제자체계가 휴대폰, 컴퓨터에도 적용이 되어 그 우수성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일부 단말기에서는 문자 메시지를 입력할 때 천지인 체계를 이용하고 있는데 앞서 말한 것과 같은 가획, 덧쓰기 원리를 이용해 편리성을 도모하고 있다. 일본 휴대폰 단말기와 중국 휴대폰 단말기를 실제로 보았을 때, 일본 휴대폰 단말기는 매우 많은 히라가나와 가타카나 그리고 한자가 뒤섞인 문장을 표현할 때 하나하나 일일이 찾아야하며 그 모든 글자를 단말기 키패드 위에 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중국 휴대폰 단말기 또한 알파벳으로 그 소리를 먼저 입력하고 다시 창이 뜨면, 수많은 한자들 중에서 자신이 찾는 한자 하나를 찾아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것은 단지 휴대폰 단말기 의 입력체계뿐 아니라 컴퓨터 자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훈민정음의 창제원리체계는 몇 백 년이 지난 이 후대에까지 경제성과 편리성을 그 어떤 다른 나라의 언어들보다 우수함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고유사상을 배울 수 있다.“ㅏ(·)는 하늘(天)을 본떴다. ㅡ는 땅(地)를 본떴다. ㅣ는 사람(人)을 본떴다.”훈민정음의 해례본을 보면, 한글의 제자 원리가 음양오행설 등의 동양철학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 졌는데 특히 모음의 창제는 천지인(天地人)을 바탕으로 모음 11자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상수 교수는 점과 줄기 둘이 음양으로 어울려 홀소리 기본자 11자를 바탕으로 하여, 다시 홀소리 둘이 어울려 14자를 만들고, 또 홀소리 셋이 어울려 4자를 더 만들어 홀소리 29자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며 이 모든 잘게 분해되었다가 다시 종합하여 글자를 만들고 하는 한글의 특수성을 살폈다. 또 태극 음양이론에 따라 한글 글꼴이 만들어졌다고 하며, 이에 따라 상하, 좌우 대칭의 원리가 적용되었다고 했다. 또한 수업시간에 배운 바와 같이 ㅏ(·)는 양성, ㅡ는 음성 그리고 ㅣ는 중성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한글은 우리나라 고유사상을 담고 있는 그릇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문화를 담는다.우리나라에는 아름다운 토박이말이 아주 많이 존재한다. 이 땅의 민초들의 삶이 폭 삭아 향기 나는 아름다운 말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러한 말들은 수천 년 이 땅을 살아온 민초들의 멋과 한이 짙게 화석으로 남은 것이다. 구수하고 정겨운 고향 내음을 맡을 수가 있다. 『장길산』등의 책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도 살려내서 쓸 수 있을 만한 훌륭하고 아름다운 토박이말들이 있다. 지방색 혹은 특정 계층의 고유한 맛을 살려내는 토박이말이 존재함으로써 그들이 가진 문화적 특색을 살린 우리나라만의 언어, 한글을 더 풍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토박이말로 한글의 특정한 고유색을 나타낼 수 있다면, 한글 자체만으로도 우리나라의 문화를 담기도 한다. 나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작년 배낭여행 중 만났던 자전거여행자는 근래 몇 개월 동안 한국어를 쓰지 못하다가 나를 만나게 되었는데 몇 마디 나누지 않아도 깊은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어떤 나라말로도 대체할 수 없는 언어적 표현이라든지 모국어를 통한 문화 교류로 깊은 인상을 주었던 기억이 난다. 언어학적 원리와 글자와의 상관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태국의 문자(아랍의 그것과 비슷한 형상을 띤다.)를 보며, 그 여행자와 서로 한글이 가장 배우기 쉬운 언어라는 생각을 공유했던 기억이 있다. 또한, 일본말을 할 줄 알았던 그 여행자는 다른 일본 여행자에게 날씨를 물어보는 대신 나에게 꼭 물어보았었다. 하늘의 색감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의 우수성을 나타내 주는 실생활에서의 예가 아닐까 한다.
김남천의 「공장신문」「처를 때리고」「경영」)「공장신문」19페이지 정도의 짧은 단편인 공장신문은, 공장노동자인 관수와 그의 동료들의 이야기이다. 공장에서 미천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들이 그들의 상급자인 최 전무에게 불만을 토로하며 그들만의 조직을 만들거나 그들 중 한명이 종이 낱장에 쓴 글로써 시작되는 공장신문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다. 담담하면서도 여러 인간 군상의 모습을 담으려고 했던 흔적을 읽을 수 있었으며, 드문드문 생소한 그 시대의 단어들은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했다.공장노동자들을 크게 세 가지 군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장노동자들’ 일반 수돗물도 아닌 비위생적인 우물물을 마셔야 하는 열악한 공장노동자의 환경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지만 달리 피할 길 없는 노동자의 현실에 순응하며 일을 한다. ‘재창’ 조합간부인 그는 앞으로 나서는 듯 하지만 조합의 간부답게 조합의 이익을 고려하여 노동자들의 권익을 생각해주는 것처럼 굴면서 사실은 생산성 없는 위로 전달하기만 하는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이다. ‘관수’ 이 단편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관수는 자기네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려 하는 사람이다. 전에도 투쟁에 가담했던 전력을 가지고 있으며 공장 내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앞에 나서며 조직위원회를 결성하려고 하는 인물이다.정말 공장 내에서 충분히 일어날만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허구성이 담긴 소설이 아니라 실화를 그대로 써놓은 듯하다. 특히 종이 낱장에서부터 시작되는 ‘평화고무 공장신문 일호’의 탄생이 노동자들 사이에서 퍼지는 장면은 그들의 소리가 하나 되어 그들만의 여론이 형성화 되어간다는 점이 이 단편에서의 과연 으뜸인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지금의 시대야 물론 노동자들만의 소리를 낼 수 있는 자유가 있고, 노동자와 상급자간의 평등관계가 유지되고 있으니 이 단편의 내용이 그저 일상의 한 모습처럼 그려질 수 있겠으나, 이 단편이 쓰인 시점에 비추어 볼 때면 그 고유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할 수 있겠다. 30년대. 일본 등이 세운(거의 일본이겠지만 은) 공장에 취업하여 정말 개돼지들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으며 하루의 대부분을 앉아 일을 하는 노동자들. 자유나 평등에 대해 무식한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었으며, 자유와 평등이 중요시되는 사회적 풍토에서 자라나지 못한 사람들이 노동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30년대에 들어서 사회주의의 바람을 안고 그것에 매료된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고, 작가 또한 그러하였다. 특히 사회주의에서 중요한 계급인 프롤레타리아 즉, 노동자계급의 중요성을 발설하는 단편이 아닌가 싶다. 그 사회를 이끌어가는 노동자 계급의 중요성 말이다. 무엇보다도 생산을 담당하는 비교적 하층계급인 노동자계급의 소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단편 속 노동자들이 그들의 권익을 내세우기 위해 최 전무를 향해 소리를 내고 조직위원회를 만들며 신문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그에 준한다고 할 수 있겠다. 자산이 있고 권력이 있는 부르주아가 아닌 한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원동력인 프롤레타리아의 권익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 단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재창’과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것 또한 사회의 단면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겠다. 조합의 이익 즉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들의 권리를 무시하지만 노동자들을 위한다며 위선을 떠는. 그리고 관수의 대목 중 노동자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자기 일터로 돌아가 똑같은 생산만 하게 될 것이라는 관조적인 생각을 하는 장면은 노동자들의 순응적인 모습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작가의 사상을 엿볼 수 있었던 단편이었던 것 같다.「처를 때리고」차남수는 사회주의운동가로서 활동을 하다가 몇 년 동안의 감옥살이 끝에 사회로 나오게 되지만 백수를 면치 못하고 변호사에게 빌붙어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의 아내 최정숙은 어느 날, 김준호와 저녁을 먹고 가벼운 산책을 한 뒤 집으로 들어오는데 그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고 만다. 이가 거짓말인 줄 알고 있었던 차남수는 왜 거짓말을 하느냐고 몰아붙이며 싸움이 일어나게 된다. 남편의 무심함과 무료함에 지쳐가고 있던 아내 최정숙은 남편하게 대들게 되는데, 남편 차남수는 화가 나 예전 과거 일까지 들추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오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다. .친구 허창훈과 아내가 놀아났다는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은 아내가 창훈에게 겁탈을 당할 뻔 한 것이었으나 남편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되자 친구에 대한 배신감으로 화가 일어나게 된다. 자꾸 몰아붙이는 아내에게 그만 손찌검을 하게 되고 아내는 울고 자신은 방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왜 그 사실을 몰랐는가. 당연히 친구라 하여 아내는 알리기 어려웠을 것이고, 친구 허창훈 또한 그 일이 있은 후 며칠 뒤에 만났었지만 말 하지 않았고,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친구가 나의 아내를 탐하려고 했던 것에 분노하고, 김준호에게도 화가 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돈을 가진 허창훈은 자신이 결심한 출판사가 주시회사가 되기까지 꼭 필요한 사람이고 자본가를 끌어들일 수 있고, 기술 또한 좋은 김준호도 그에게는 필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싸움을 끝낸 후 이렇게 차남수는 질투어린 아내에 대한 생각으로 싸움을 벌였던 것에 자책하며 창훈과 준호 그리고 정숙과 함께 계속 할 것을 다짐한다. 이튿날, 아이러니하게도 준호가 직접 집으로 찾아온다. 어젯밤에 아무 일도 안 일어난 것처럼 대하려 했으나 준호는 급작스런 말을 꺼내게 된다. 다른 곳에 취직이 되어 적극적으로 남수를 도와주지는 못하겠으니 자신이 하던 일을 인계를 해주겠다는 말을 하러 온 것이다. 농락당한 것으로 여겨 남수는 다시 화가 치밀지만 다시 자기 자책으로 여기고는 만다.이 단편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아내 정숙과 남편 남수가 싸우는 장면에서 문득문득 이 대목은 마치 작가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은 아닐까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짤막한 대목들이었다. 정숙이 남수에게, “이놈 네 피를 뽑아 풀어봐라. 그 피가 무엇으로 뛰고 있는가. 누구 때문에 아직도 피가 네 몸에 돌고 있는가.” 또, “네 몸을 흐르는 혈관 속에 민중을 위하는 피가 한 방울이래도 남아서 흘러 있다면 내 목을 바치리라.” 전자보다는 후자에서 그 경향이 훨씬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 같다. 앞서 발표한 「공장신문」과는 판이하게 다른 방식을 취하는 단편이다. 프롤레타리아 즉 노동자계급을 말하는 사회주의사상에 빠진 작가를 확연히 드러내주던 방식에서 무력감에 빠진 타락해 자책으로까지 이어지는 사회주의운동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처를 때리고」. 게다가 민중을 위하는 피가 남아있냐는 작가 자기 자신을 향하는 듯 한 자조적인 대목은 방식이 바뀌었음을 말해주는 것일 테다. 왜 작가는 자신을 향해 자조적인 성향을 띠게 되었을까. 그것은 바로 주인공의 생활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사회주의운동가로 명망이 자자했던 그는 감옥살이 후에도 그 명망을 위시하며 변변찮은 직장 하나 안구하고 출판사를 차리겠다는 계획만 세우고 만다. 그러다보니 생활고에 찌들게 되고 생활고에 따라 사회주의 신념 따위는 잊고 속물처럼 변해가는 아내 정숙에게 어떤 다른 종류의 연민과,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 김준호에 대한 배신감등을 오히려 자신을 자책하며 그들과 함께 해야 하겠다는 일종의 타협으로 자신의 고민을 정리하고 만다. 이 모습이 바로 작가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이런 생활에서 자신이 신념처럼 가지고 있던 것은 사라져버리고 무력해지고 현실과 타협해버리는 속물이 되어버린 자신에게 던지는 마지막 물음이 아니었을까 한다.
김선자의 중국 신화 이야기를 읽고3학년에 들어오면서 전공필수과목으로 듣게 된 ‘중국문학개론’ 수업과 복수전공으로, 국어국문학과에서 전공과목으로 신청한 ‘기초한문’ 수업시간에, 처음 약 2주간 듣게 된 수업내용은 다름 아닌 중국 고대 신화 이야기였다. 어느 나라에나 있을 정말 신화다운, 창조주가 나타나 인간을 만들어 냈다거나, 사람들의 상상에서 나오는 해괴망측한 괴물들의 이야기 등. 한 마을에서 비롯되는 전설이나 민담이 많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본다면, 정말 많은 종류의 신화가 중국에 남아있다. 그도 그럴 것이, 21세기 현재, 13억 아니 15억 정도로 추정되는 중국인들은 고대에서부터 많은 인구수를 자랑했을 것이고, 그 많은 인구수 안에서 나눠지는 55개의 소수민족들. 소수민족의 창조신화를 지레짐작으로 헤아려도 하나씩은 존재할 테니, 50개는 우선 넘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신화이야기를, 우리 학교에서도 강의를 하고 계시는 김선자 분께서 책으로 내셨다.(사실, 이 분의 수업을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어 굉장히 나에겐 궁금한 분이다. 특히, 내가 요즘 너무나 흥미를 느끼는 신화이야기를 직접 책으로 엮어 내시기도 하고, 이전에 내셨던 서적 또한 열람해보니, 신화에 관련된 책이 전부였다. 중국학을 배우는 학생의 입장으로 문학계통, 특히 신화부문에 많은 흥미를 느끼고 있는 나로서는, 신화를 전공하신 저자 분을 만나 뵙고 싶은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신화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여러 현실적 존재인 우주·인간·동식물, 특정의 인간 행위, 자연 현상·제도 등이 어떻게 하여 출현하였는가를 이야기하는 것.’ 여기에서 내 생각을 덧붙이자면, 사실 자체로서의 이야기가 아닌, 사람들이 꾸며낸 이야기임을 말하고 싶다. 간단히 말해서, 신화는 거짓이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비록, 몇 천 년 전으로 혹은 몇 만 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정말 신화의 내용 그대로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을 입증해 줄 자료는 아무 것도 없다. 신화라고 함은 창조신화가 그 으뜸이다. 신화 창조주들을 거느릴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을 테지. 그리고 또 중요한 다른 문제점. 문자의 체계와 완성되기 전까지, 신화는 어떤 방법으로 전해져 왔을까? 바로 구전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게 된 것이다. 지금처럼 영상을 찍거나 녹음을 해둘 수도 없었던 노릇이니 입에서 입으로 구전된 것이다. 내가 들었던 바를 그대로 다른 이에게 전해준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기억력의 한계가 있는 인간으로서는 들었던 바가 와전되거나 더 부풀려지기도 하고 원래의 목적에서 크게 벗어나기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오랫동안 진행되어 오면서, 처음 이야기의 의미가 지금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의 의미가 같다고 볼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중국신화의 또 다른 특별한 문제점을 꼽는다면 바로 중화사상(中華思想)에 있겠다. 동북아시아에서 패권주의로 군림하던 중국의 역사에서, 그 시작 또한 자신들에게 조공을 바치는 나라들을 다스릴 정도로 큰 힘을 가진 것으로 비유되어야만 했다. 그래야 정통성을 지킬 수 있고,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화에 대해서 이 정도로 개념을 정리해두고, 다음으로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교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겠다.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의 신화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백이면 백, 모두 고조선이 생기게 된 신화. 환웅의 이야기 등을 꼽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신화에서 절대적인 힘을 가진 자는 나오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자라 함은, 그리스 신화의 우라노스 등과 같이, 지구 전체에 힘을 미치는 자라든지, 성경에서 나오는 일주일동안 천지창조를 하였다는 하느님을 예로 들면 합당하겠다. 우리나라 신화에서는 애매모호하게 표현되는 ‘천인(天人)’이 등장한다. 그리고 등장하기에 앞서, 자연은 이미 완성되어 있고, 인간들은 동물과 함께 어울려 살고 있었다. 다만 그 수준이 무지하여, 그 인간들을 통솔하고,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지도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렇게, 약간 미숙하지만, 이미 사람이 살 바로 난생 신화요소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나라를 건국하거나, 부족을 만들어낸 사람 등, 주몽, 박혁거세와 같은 사람들은 바로 알에서 태어난다. 신생아가 들어있을 만한 정도의 크기를 가진 알들 말이다. 이런 알들은 그 모습이 흉흉하다 하여 내다 버려도, 모든 자연물이 그를 피했고, 보듬어주었으며 악한 것으로부터 보호해주었다. 이렇게 표현되는 것은, 모름지기 자연계에서 하찮은 인간은 그 신성한 알을 잘 보호해 깨게 하는 보호의 의무가 있음을 잘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적어도 우리나라 신화에서는 알이란, 사람들에게(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신성시되어야하는 존재물이었으나, 중국에서의 반고가 잠들어있던 알은 그 의미가 다르다. 반고가 알에서 1만 8천여 년 동안 잠들어있던 시기에는 반고 알 외에는 다른 어떤 생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내가 생각하건데, 반고가 알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자고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 알 안에서 자생의 능력 그리고 알에서 깨어 나와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신화라는 것은 후세의 사람들이 거짓으로 꾸며낸 이야기로, 다음 후세나 다른 국가의 사람들에게까지 합당한 역사적 구실을 만들어내려면 꾸며낼 이야기도 참 그럴듯하게 만들어내어야 한다. 우리나라 난생 신화는, 자연계의 모든 생명체들이 그 알을 떠받들었다는 것을 꾸며낸 것을 예로 들자면, 중국의 난생 신화는 바로 오랜 시간동안 알에서 깨지 않고 준비를 해왔다는 것을 그 사실(事實)로 들겠다. 아무튼 세상을 둘로 나누는 이 엄청난 일을 하기 위해 반고는 오랫동안 준비를 하며 자고 있다가 깨었고, 세상을 반으로 나누었다.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말씀해주신 바와 같이, 모든 신화는 문자를 처음 생성한 시기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한나라 때까지 와서야 그 것들이 정비되기 시작하는데, 한나라 때 비로소 음과 양의 개념이 생기게 된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음과 양의 개념에 대한 역사성을 밝혀내어야 하없는 우리나라에서는 특정한 인간창조신화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인간창조신화가 존재하니, 바로 태초의 여신인 여와이다. 여와가 어느 날, 강가를 거닐고 있다가, 너무나 넓은 세상에 그 자연 만물이 아름다운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으니 조용하고 고요하여 심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황하 가의 진흙을 한 줌 떠서 사람의 모양을 빚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황하의 강물에 비춰보아 자신과 비슷한 모습으로 그 형상을 빚었을 테니, 신의 모습도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으리라 대충 짐작이 간다. 그렇게 인간을 빚고 나서 땅 위에 내려놓으니 소리를 지르며, 이곳저곳 뛰어다니는 모습이 귀여웠다고 한다. 하지만 여와도 그 힘에 한계가 있는지라, 그 광활한 세상을 어찌 사람으로 가득 메울까라고 걱정했다고 한다. 고민하던 여와에게 마침내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데 바로 넝쿨에 진흙물을 묻혀 하늘을 향해 힘껏 휘두른 것이다. 넝쿨에 묻은 진흙물은 사방으로 튀었고, 이리 저리 떨어진 진흙 방울은 모두가 사람으로 변했다고 한다. 이 진흙 방울 인간들도 소리를 지르며 팔짝팔짝 뛰어다녔고, 이 모습에 흡족한 여와는 더욱 더 넝쿨을 휘둘렀다 한다. 이 광경을 후세의 사람들이 기록했던 것이다. 그 모습을 한 번 상상해보자. 문자를 가지고, 일정한 문맥으로 문법에 맞게, 위대한 중국의 역사성을 고증하려는 사람들은 대체 누구였을까? 바로 학자들이다. 여타의 고대국가나 고대 부족에서와 마찬가지로, 계급이 존재했던 고대 중국에서의 학자의 위치란 실로 높은 것이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한대에 이르러서야 신화 고증작업이 시작되게 되었고, 한나라는 유교적인 이데올로기가 강했던 시기라 학자의 위치란 더더욱 하층계급의 사람들보다 한 수 위였던 것이다. 이렇게 계급이 존재했고, 신화를 고증하는 위치에 있는 학자들도 자타공인 상층계급의 사람들이었다. 스스로도 이렇게 상층계급이라고 생각했으니, 신화라는 역사성을 고증하는 것에서도 자신과 하층계급의 사람들의 역사적이었다. 이것은 앞에서 언급한 여와의 창조신화와 약간 그 내용이 다르다. 먼저 이 신화의 배경이 되는 곳은 바로 시베리아 지역. 시베리아 지역 신화 속의 위대한 신, 이린 아지 토존은 진흙으로 인간을 빚었는데, 그 진흙 인간을 움직이게 하려면 숨이 필요했기에, 숨을 가지러 신은 하늘로 가야했다고 한다. 그래서 신은 하늘로 올라갔다가 오는 사이에 개에게 진흙 인간은 지키게 했고(이 부분은 인간과 개가 언제부터 곁에서 병존해왔는지를 설명해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이 뿐만 아니라 여러 소수민족 신화에서 나타나는 ‘반호’의 신화이야기도 개의 모티브를 가지고 있으니 인간의 역사 속에서 개란 너무나 중요한 위치를 하고 있으며 여러 인간의 성질을 설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늘로 올라갔다. 개에게 진흙 인간을 지키게 한 이유는 바로 이린 아지 토존과 적대 관계에 있던 악신(惡神)이 자신의 작품을 망가뜨릴까봐 걱정을 했기 때문이었다. 신이 하늘로 올라간 사이 아니나 다를까 악신은 호시탐탐 진흙 인간을 망가뜨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악신은 개를 꼬임에 빠트리기 위해 개에게 있어 매력적인 조건을 단다. 진흙 인간을 한 번만 만져보게 해주면 누런 털가죽을 하나 주겠다는 조건인 것이다. 그 때 개는 아직 네 발로 기어 다니지도 않았고, 털가죽도 쓰고 있지 않아, 그 추운 시베리아에서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진흙 인간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개는 누런 털가죽을 준다는 유혹에 빠져들고 말았고, 악신은 진흙 인간을 만지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악신은 진흙 인간을 만지는 척 하며 거기에 침을 퉤퉤 뱉고 말았다. 악신의 침이 묻자 진흙 인간은 흉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악신은 유유히 그 자리를 떠나고 말았다. 하늘에서 숨을 가지고 다시 내려온 이리 아지 토존 신은 이 사태를 알고 몹시 화가 났지만 우선 빨리 그 사태를 수습해야만 했다. 곰곰이 생각하던 신은 좋은 방법을 생각해냈다. 겉이 흉하게 된 진흙 인간의 안과 밖을 뒤집는 것이다. 진 된다.
필독서 독후감 김시준 번역, 중앙일보사, p. 396-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 魯迅.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라고 불리 우는 루쉰魯迅(1881.9.25~1936.10.19)그의 본명은 저우수런(周樹人)으로, 루쉰은 대표적인 필명이라 한다. 지주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조부의 하옥(下獄), 아버지의 병사(病死) 등 잇단 불행으로 어려서부터 고생스럽게 살았다고 한다. 그의 학창시절 몸담았던 난징의 강남수사학당에서 당시의 계몽적 신학문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한다.루쉰魯迅은 1918년 중국 최초의 현대소설인 [광인일기狂人日記]를 시작으로, 여러 단편 소설을 창작하여 3권의 소설집으로 엮어 출간하였다. 그 중에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큐정전阿Q正傳]만이 유일한 중편소설이며 그 외의 소설들은 모두 단편이다. 제 1소설집 “납함”, 제 2소설집 “방황(彷徨)”, 제 3소설집 “고사신편(故事新編)”으로 모두 33편의 단편소설을 창작해왔다.중국 최초의 현대소설인 광인일기狂人日記는 1918년 문화혁명을 계기로 창작, 발표되어 가족제도와 예(禮)의 폐해를 폭로하였으며, 특히 대표작인 아큐정전阿Q正傳은 세계적 수준의 작품으로 인정되었다고 한다. 어떤 이는 광인일기狂人日記가 중국 문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작품이라면, 그의 대표작 아큐정전阿Q正傳은 루쉰의 작가적 위치를 문학사에 확고하게 심어 준 작품이라고 한다. 아큐정전阿Q正傳이 그의 대표작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이 중국인이면서도 같은 민족인 중화민족을 꼬집어 풍자했다는 것에 그 의의를 둘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중국이 오랜 역사를 들먹이면서 머리에 꼭 박혀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고정관념이 되어버린 중화의식이 그 시발점인데, 그런 중화의식에서 더 벗어나지 못하고 항상 자기만족으로 스스로를 위안 삼으며, 기만하는 아주 우매한 승리법, 스스로는 이것을 강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누가 봐도 그것이 약점일 수밖에 없는 그 우매함을 아큐에 집약하며 냉철하게 묘사한다. 이것은 역사와도 맞물리게 되는데, 1911년 쑨원을 중심으로 한당해도 저항할 줄 모르고 무기력한 상태로 전락해버리고 마는 사태가 오게 된다. 이렇게 신해혁명 이후의 전형적인 중국인의 모습을 비판, 풍자하기 위한 글이 바로 아큐정전阿Q正傳인 것이다. 그렇게 신해혁명이 실패하고 난 뒤의 혼란한 사회 속에서 희망을 잃어버리자 무기력한 상태로 빠져버린 민중의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썼다는 말도 맞을 것이다. 아큐정전阿Q正傳에서는 잔인할 정도로 중화민족의 모습이 숨김없이 잘 드러나 있는데 이 모습은 이 소설을 썼을 루쉰魯迅도 그러하였을 것이고, 그의 소설을 읽게 된 모든 중국인 독자층 또한 같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같이 ‘혹시 내가 아큐가 아닐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곤 했을 것이다. 아무리 모욕적인 발언과 폭행을 받아도 저항할 줄 모르고 오히려 정신적 승리로 애써 탈바꿈 해버리려는 아큐의 정신구조를 희화화(戱畵化)함으로써 그 당시 중화민족의 우매함과 나약함을 철저하게 파헤쳤다. 여러 비평가들의 비판도 있었지만 중국 최초의 현대소설을 광인일기狂人日記로 인정하듯, 아큐정전阿Q正傳 또한 중국현대문학의 출발점이 외었다는 점에 어느 누구도 이의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여기에서는 그의 여러 작품들 중 작품 자체에 의미가 있는 몇 작품을 골라 그 감상을 적어보려 한다. 우선 그의 처녀작인 광인일기狂人日記와 그의 대표작 아큐정전阿Q正傳, 그의 마지막 작품이자 유일한 희곡작품인 기사起死를 살펴보겠다.[광인일기狂人日記]중국 최초의 현대소설이라고 하는 그의 처녀작 광인일기狂人日記에 미처 펴서 읽어보기도 전에 아주 많은 관심이 있었다. 한국 현대소설의 최초라고 불리는 이광수의 ‘무정’을 학창시절 매우 감명 깊게 보았던 나로서는 다른 나라의 최초의 현대소설은 과연 어떤 형식을 취하고 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던 듯하다. 계몽적 성향이 뚜렷했던 우리나라 개화기 때의 신식 현대소설 ‘무정’은 그야말로 너도 나도 신식 문물을 잘 받아들이고 잘 교육하여 모두가 한 마음으로 신지식인이 되어보자는 내용이 전부였는데, 이번에 접하게 된 중국 최초의지지 않았고, 오히려 어찌하여 이런 기괴한 소설로 중국의 현대문학이 첫 시동을 걸게 되었던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앞설 뿐이었다. 물론 그 내용이 허구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소설이라고 하는 것이겠지만, 내가 접한 광인일기狂人日記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사이코 시인이라 불리는 이상과 그 차이가 없었다. 내용 안에서 한 예를 들자면, 작자는 주인공인 미친 자의 입을 빌려 예(禮)가 사람을 잡아먹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예(禮)로 대변되는 봉건사회의 기본사상을 근본부터 흔들어놓은 것이다. 이런 파격적인 내용이 전개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백년 가까이 지난 이제에 와서 첨단의 시대 21세기를 걷고 있는 내가 읽고 나서도 한참동안이나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으니, 그 당시의 독자들은 얼마나 놀랐을지 심히 짐작이 가지 않는다.루쉰魯迅은 또한 형식면에서도 정형화되어 내려오던 천편일률(千篇一律)적 이었던 소설 형식의 고정개념을 벗어나고 새롭고 대담한 형식을 취했던 것이다. 이 단편소설은 처음에 그에 대한 짤막한 인사말을 전한 뒤, 첫 번째에서 열세 번째에 이르는 주인공이 직접 썼다는 일기를 그대로 옮겨놓았다. 이름 그대로 미친 자의 일기는 이어지지만 안 이어지듯 당최 알 수 없는 이야기들로 나열되어있다. 균형의 조화를 따지는 고문과 비교해 너무나 판이하게 다르다. 이처럼 두서없는 형식으로 내용을 잘 부각하고자 했던 그의 노력이 보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그의 처녀작은 내용의 개혁뿐만이 아니라 형식에서도 개혁을 일으켰다고 하겠다. 이런 특성 때문에 반봉건사상의 대표적 작품으로 유명해지기도 하였다고 한다.내용은 이렇다. 과대망상증(본문에서는 피해망상증과 유사한 병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주인공의 여러 상황을 두루 살펴본 결과 과대망상증과 그 증세가 같은 것임을 추측할 수 있다.)에 빠져버린 한 광인(狂人)이 그 병이 심각했을 때 써내려갔던 일기를 그대로 옮겨 서술한 내용이다. 이 광인은 첫 번째 일기에서부터 달을 언급한다. 예부터 달이 가지고가졌다고 생각한다. 달빛으로 그 날 그 날의 운을 점치며 주변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과대망상을 하게 된다. 바로 자신을 죽여 먹어버리기 위해 작당을 하고 그의 주변에서 떠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지나가는 한 늙은이에게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직접 본문에서 그 말을 인용하자면 이렇다. ‘하지만 이 늙은이가 곧 살인자고 변장을 했을 뿐이라는 것을 어찌 내가 모르겠는가!’ 그 뿐이 아니다. 심지어 자신의 형과 어머니마저 의심하게 되는데, 유년 시절 짧은 해를 살다 죽은 여동생의 사망원인마저 형에게 돌려버린다. 이윽고, 어린 아이들도 잡아 먹혀버릴 것이라는 망상에까지 빠져버리게 되는데 그의 마지막 열세 번째 일기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람을 잡아먹어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혹 아직도 있을런지? 아이들을 구해야지…….’ 이렇게 단 한 마디로 열세 번째 일기는 마무리가 된다. 이것은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예교(禮敎)와, 그것을 접해보지 못한 아이들. 즉 새로운 출발을 동시에 나타내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이렇게 수많은 상징과 여러 표현기법들을 깃들인 초현실주의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루쉰魯迅은 입으로만 인의예지(仁義禮智)를 말하는 중국의 유교사회를 사람잡아먹는 식인사회로 정해두고, 이것은 없어져야할 전통문화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획기적인 작품은 옛것에 대한 통렬한 비판 그리고 새 세대에게 걸어보는 희망을 기본으로 하여 이 작품을 썼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에 전통에 도전한 중국 최초의 현대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백년 가까이 전에도 이런 기발하고 어쩌면 기괴한 소설을 처녀작으로 썼다니 루쉰魯迅의 사상이 참으로 몇 세대를 앞서나간 선구자적 역할을 했던 것으로 사료된다.[아큐정전阿Q正傳]고등학교 때부터 익히 들어왔고 무슨 내용인지를 대충 짐작하고 있던 작품이라 그다지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 내용을 읽어본 결과 지금, 같은 중국인이면서 중국인의 대표적 군상으로 여전히 꼬집고 있는 아큐를 이렇게도 신랄하게 표현하고 있는 판하여 신랄하게 써냈다면 과연 지금까지 남아있었을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 그토록 지금까지도 중국인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잘 드러내어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진 아큐정전阿Q正傳의 내용은 이렇다.아큐는 이름도 성도 없이 조씨 댁에 얹혀 살면서 조씨 집안의 허드렛일을 하는 인물로 떠돌이패의 한 사람이다. 아큐에 대해서는 이름과 출신지, 그리고 행적에 관해서도 결코 알 수가 없다. 그는 일정한 직업이 없었으므로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이다. 그러나 하는 일과는 달리 매우 자존심(自尊心)이 강한 인물이어서, 마을사람들이 그를 건드려도 그런 사소한 문제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일관한다. 그를 자존심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을 수도 있겠지만, ‘쓸데없고 우매한’ 자존심으로 그 이름에 수식어를 붙이겠다. 아큐는 이렇게 ‘쓸데없고 우매하기 때문에’ 매사에 자신있게 처신했고, 따라서 자연히 승리하는 입장에 서 있다. 하나 예를 들자면 자신을 벌레에 비유하여 자신에게 모욕을 주던 이는 고작 벌레에게 모욕준 것이나 다름없으니 그 사람이 못난 것이라며 말도 안되는 억측으로 그의 머리 속에서만, 정신 속에서만 그에게 승리하게 되는 것이다. 1911년 신해혁명이 일어나던 해, 9월 14일에 뜸으로 갑판을 위장한 파이 어른의 배가 자오씨의 선착장에 닿게 되었다. 혁명당을 피해서 이곳에 들어온 것이라고 했다. 아큐는 혁명당을 알고 있었다. 마을사람들이 혁명당에 놀라 떨고 있는 것을 보고 아큐는 혁명당이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한다. 아큐가 혁명당에 가입하기 위해 첸가의 아들을 찾아간 날 밤에 자오씨의 집이 습격을 당했다. 그러고나서 몇일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아큐가 체포되었는데 누가 누명을 씌웠는지 몰라도 아큐가 자오씨의 집을 습격한 장본인이라는 것이었다. 아큐는 생전 처음 붓을 들고, 서명하는 대신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교육도 제대로 받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글자를 몰라 그냥 아무 동그라미라도 그리라는 호통에 그냥 동그라미만 삐뚤빼뚤하게 그려냈다. 이후, 형장으로 끌려가면서 군중 속에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