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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신화학
    “내가 아마추어라면 그 사람은 종교학. 신화학의 신(神)인지도 몰라." 그리스?로마 신화 책으로 국내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소설가 이윤기씨가 예전 어느 일간지 인터뷰에서 했던 말에 대한 기억은 독후감 후보 목록에서 나카자와 신이치의 책을 바로 집어들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매력적이었던 것은 대학 강의를 있는 그대로 채록한 형태라는 것에 있었다. 물론 강의를 글로 옮겼다는 점에서 몇 가지 필연적인 단점을 안고 있으리라 추론할 수 있다. 흔히 강의는 훌륭한데 논문이나 저작은 엉성하거나 반대로 강의는 지루한데 책은 훌륭한 학자들을 보게 되기도 하고, 학생들에게 인기있는 강의라면 대개 직선적이고 명쾌한 논리를 선택하고, 흥미 유발을 위해 과감한 생략이나 비약이라는 위험도 감수하게 마련이다. 논의에 대한 내용을 누구의 어떤 연구에서 인용했는지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문제점 또한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이는 혜택에 비하면 그냥 덮고 넘어가줄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신화학에 대한 관념을 바꾸는 첫 발걸음 같은 입문서이기 때문이다.제목에서 최고의 철학이라는 말부터가 심상치 않다. 여기서 최고는 最高가 아닌 最古이다. 사춘기 시절 수업시간에 눈은 칠판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했던 공상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내가 믿는 종교적 가치관과는 또 별도로 인간이 원숭이였던 시절로부터 지나와서 불과 2천여년 동안 인류는 이렇게 발전해왔고, 그 변화의 속도는 후반부(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간)로 갈수록 더욱 더 빨라져가니 그 끝은 어디일까? 이런 중등 교육이 100년뒤 계속 행하여질까 하는 생각들. 이러한 시간의 깊이와 폭에 대한 사고는 신화가 最古의 철학이라는 저자의 주장에도 그대로 쓰여진다. 즉 우리가 배우는 '지식'이라는 것이 근대의 산물일 뿐이라고 말하고, 심지어 '철학'이라 불리는 그리스의 지식도 2500년의 역사에 불과하다고 전제한 뒤, 인간은 이미 3만여 년 전에 축적해 놓은 지성이 있고 그게 바로 신화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곧 신화를 배우지 않으을 읽기 전에 막연하게나마 상징의 해석 등을 통한 신화의 재해석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신화 그 자체에는 흥미를 느끼고 있었기는 하지만 말이다. 어떤 글이든 그 글안의 개념들에 대해 의미부여를 하기 시작하면 모든 글들은 확장 가능하고 의미있는 어떤 심오한 내용으로 해석이 가능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저자는 신화가 결코 비합리적인 논리가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비합리의 경계선 바로 앞까지 접근하면서도 그 선을 넘는 일이 없으며, 사고의 힘이 철저하게 작용해서 이성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것이 신화라고 주장한다. 더불어 우리가 신화를 알아야만 하는 이유, 이는 should가 아니라 어쩌면 must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미셀 푸코의 에서 밝히듯 인간을 억압하고 있는 환경은 늘 우리 주위에서 서서히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나 이러한 억압을 인식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런 무딘 감각에 의존하여 자아를 구원하려는 인류의 위대한 노력은 태고적 기억을 잊어가는 방향 속에서 묻혀져 가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때에 니카자와 신이치 정확히는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라는 말은 곧 망각을 깨워라 라고 외치는 것이라 느껴진다. 또한 깨워라 라는 말에는 신화 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자 이기도 하다. 근대를 지나 점점 잊혀져버린 과거, 인류의 원형을 찾아 떠나는 것은 의무에 가까운 것이리라. 이 책에서는 그 여정이 어떻게 진행되었을까.우선 일본 고사기의 '고노하나사쿠야히메' 이야기를 통해 신화의 특성을 분석하고, '카구야히메' 신화에 나오는 연석(燕石)의 의미-제비집-미국의 새집뒤지기 풍습-피타고라스가 제비와 누에콩을 싫어한 이유-일본이나 아메리카 인디언, 고대 그리스에서 콩이 상징하는 의미 등을 한 줄에 꿰어 그 밑에 깔린 논리를 끄집어낸다. 왜 카구야히메는 신랑이 될지 모르는 대상들에게 연석을 가져다달라고 했는가? 왜 피타고라스는 제비를 싫어했는가? 언뜻 별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그 요소를 끄집어내어 다른 경우들과 부분에서는 확실히 구조주의자인 레비스트로스의 신화 이론에 영향을 받은 흔적이 드러난다. 결국 이런 패턴으로 다양한 신화들을 비교해낸 후 키워드는 ‘매개채’이다. 앞에서 열거한 요소들을 양의적인 성격 즉 쉽게 얘기하면 남성과 여성, 물과 건조, 생명과 죽음 같은 반대에서 발견되는 불안정한 상충관계를 연결하여 주는 매개체로 읽을 때 이 요소들이 들어간 각각의 신화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도 명확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각 요소만이 아니라 신화 자체가 매개적인 성격을 지닌 이야기라고 논의는 나아간다.이러한 논의를 위하여 저자는 신화적 사고의 잔해로서 '신데렐라'를 등장시킨다. 여성의 꿈이며 동시에 모든 여성의 경멸의 대상이라고 여겨지는 신데렐라에 대해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일까? 신화를 통해 인류의 원형을 알아가는 키워드로 등장시킨 신데렐라의 의미를 분석하기 위해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여 파고 들어간다. 유럽에서 아메리카 대륙, 아시아 깊숙한 곳에까지 그 발길이 이어지며, 현대의 디즈니 만화에서부터 고대의 중국 신화까지 두루 살핀다. 과연 신데렐라의 원형적인 모습은 무엇일까?흔히 알려져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는 프랑스의 샤를 페로가 동화로 정리한 판본, '재투성이 상드리용'에서 출발한다. 원래 전해지던 이야기에서는 가죽신 혹은 털신이었던 것을 샤를 페로가 유리구두로 오역했다는 것도 유명한 에피소드지만, 플롯이나 줄거리가 흡사한 민담/설화는 전 세계에 수백 가지나 존재한다고 들었다. 이런 분포와 변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겠지만 어쨌든, 수많은 다른 버전의 이야기 중에서 저자가 골라낸 것은 여섯 가지이다. 앞서 말한 샤를 페로의 동화, 그림 형제의 '재를 뒤집어쓴 소녀', 포르투갈의 '아궁이 고양이', 중국의 유양잡조에 실린 ‘섭한’ 이야기, 북아메리카 미크마크족이 구전 신데렐라를 받아들여 재창조한 '보 이지 않는 사람' 이야기, 마지막으로 러시아,터키,그리스 등지에서 구전되는 '털가죽 아가씨'까지. 6가지이지만 전 세계를 어떻게 보면 관통하는 6비슷한 이야기들이라는 것을 수긍하게 된다.다른 판본을 나란히 놓고 보면 어떤 요소가 빠지고 어떤 요소로 대체되었는지가 일목요연하게 나타나지만, 각 요소들이 상징하는 바는 결국 연결되어 있다. 신데렐라는 부엌에서 일만 하느라 '재'를 뒤집어썼다는 점에서 생사를 연결하는 존재(여기서 재는 산 자와 죽은 자를 중개하는 기능을 가진 매개체이기 때문이다.)이며, 계급적인 의미로는 낮은 곳(아궁이)과 높은 곳(왕자)을 연결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또 다른 신데렐라 이야기인 중국의 '섭한' 과 미크마크 인디언들의 '보이지 않는 사람'에서도 이 같은 중개기능으로서의 역할물들이 여지없이 나타나고 있다. 곳곳에 숨어있는 매개체의 의미와 더불어 미크마크 인디언들의 신데렐라에 대한 패러디에서 보이지 않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중시한다는 의미가 포함된 것은 아름다운 영혼을 중시하는 인디언의 철학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이 부분에서 신화는 단순히 전승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의 가치와 신념체계를 반영하며 창조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신데렐라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잃어버린 구두 한 짝’이 저승에 갔다 온 흔적이라는 놀라운 의미가 숨겨져 있다. 저승과 이승을 이어주는 매개체는 앞서 말했듯이 비단 구두 한 짝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고대 사람들의 인식이 집약되어 있는 사물이 이야기 곳곳에 숨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물들은 현세의 사람들이 부여하는 의미와는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우리가 고대 사람들의 생활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논의에서 나아가 저자는 신화의 새로운 반전을 시도한다. 아마 이 책의 압권이라 할 수 있을 부분인데 그건 바로 신데렐라의 잃어버린 유리구두와 오이디푸스와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즉 오이디푸스 신화의 중요한 요소였던 어머니와의 근친상간이라는 주제가 일련의 신데렐라 전승들에서도 ‘변형’을 이루어 중요한 요소가 되었으리라는 것이다.논거가 풍부했던 이 논의의 지향점은 결국 신화는 종교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바로 그 것을 저자는 얘기하고 싶어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우리가 현대를 살아가면서 신화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상상력의 빈곤은 차치하고 현대인의 '구체성 결여'에 기인한다고 본다. 수 만년 세월 동안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자연 환경에 둘러싸여 생활해 온 인류에 의해 정교하게 다듬어진 신화의 논리를 이해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현재 자연과 철저하게 격리된 채, 너무 가상적이고 통제가능하며 형식논리적인 세계관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과연 야생적 사고가 내게도 남아있을까? 저자는 인간이 현생인류로 바뀌는 단계에서 일어난 일을 제1 형이상학 혁명이라 칭한다. 사물과 대상을 즉자적으로만 파악하는 단계에서 전체적이고도 통일적으로 파악하는 힘이 생기는 단계라는 의미이다. 여기에서 생긴 힘이 바로 종합적 사유의 특징을 나타내는 "환유와 은유"라고 주장하며 이러한 환유와 은유의 언어로 씌여진 것 중 제일 먼저 발생한 인간의 철학이 오늘날 "신화"라고 일컬어지는 이야기들인 것이다. 이러한 환유와 은유로 인간이 세상을 과학적으로 파악한 그 현실 그 자체가 바로 신화이며 그 신화를 신화의 언어로 읽어낼 때 우리 인간이 처음 인간으로서 발을 내딛던 그 시절의 인간들이 세상에 관해 알고 있던 사실들과 견해들,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정립의 구도, 인간과 인간간의 관계에 대한 태도 및 규약 등이 태고의 어두움을 뚫고 오늘날의 현 실태로 솟아오를 수 있다는 의미이겠다. 이러한 것이 야생적 사고의 의미가 아닐까? 여기서 당연스레 생겨나는 물음이 있다. 이런 현생인류 초기 사람들의 세계관, 인간관과 자연관이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책에서 직접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아마도 이러한 현생인류의 시작점들로부터 축적되어온 인류의 사고경험들이 우리 현생 인류의 원초적 경험들이며 집단 무의식을 구성하고 있다고 보는 듯하다. 또한 과거 신화의 시대의 사고방식과 자연과 타인에 대한 태도가 오늘날 현대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여아닐까.
    인문/어학| 2006.11.26| 5페이지| 1,500원| 조회(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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