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는 3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다. 이 세계 안에서는 점, 선, 면, 공간이 존재한다. 우리는 철저하게 3차원 세계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2차원의 세계, 1차원의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수도 없고,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그리고 그런 세계가 어떻게 존재하겠냐며 아예 처음부터 생각해보지도 않을 수도 있다.그런데 그런 2차원의 세계를 가상으로 써놓은 책이 있다. 바로 ‘플랫랜드 이야기’이다. 물론 작가의 상상으로 쓴 소설이지만 나름 ‘아~ 그렇겠는걸.’하고 수긍이 가는 부분도 많이 있다. (하지만 미리 염두해두어야 할 것은, 남녀차별과 신분제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작가의 말을 이 책이 쓰여진 시대를 생각해서 너그러이 이해해주십사 하는 것이다. 사실, 나도 읽으면서 어이없는 부분도 많이 있었다.)플랫랜드는 평면적인 나라이다. 흰 종이 위에 직선, 삼각형, 사각형 등등의 도형을 그려 넣으면 그 곳이 바로 플랫랜드이다. 종이 위에 도형들은 종이 밖으로 뛰쳐 나올 수 없으며 한 마디로 종이 위에서 기어다닐 수 밖에 없다. 이게 바로 플랫랜드의 가장 기본적인 성질이다. 이 성질을 토대로 해서 나라가 생기고 문화가 생기고 여러 계급이 생긴다.플랫랜드에서 제일 하위계급은 여자, 노동자, 군인이다. 19C의 소설이라서 그런지 여자가 가장 낮은 계급이며 교육받을 권리도 없고 무시받는다. 그런 여자는 가장 단순한 도형인 직선으로 되어 있다. 그 다음으로 낮은 신분인 군인은 이등변 삼각형이다. 밑변이 아주 짧고, 그에 비해 나머지 두 변이 아주 긴 이등변 삼각형 말이다. 거의 직선에 가깝게 생긴 모양이다. 그리고 계급이 높아질수록 점점 정삼각형, 정사각형, 오각형, 육각형 순으로 변이 많아지고 결국에는 변이 무수히 많아져서 원에 가깝게 된다. 그렇게 되서 가장 높은 계층은 성직자이고 동그라미라고 부른다. 참 획기적인 생각이다. 100년전에 이런 생각을 했다니 작가는 정말 상상력이 뛰어난 것 같다.이렇게 신분에 따라 도형의 모양이 다른데 작가는 계급 옹호론자였던지 아니면 오히려 계급주의 사회를 풍자한 것인지 플랫랜드는 완전한 계급주의 사회로 표현된다. 퍽 신선하다고 느꼈던 건 가끔 있는 반동자들 -대부분 이등변 삼각형- 들은 꼭지점의 날카로움 때문에 위험하긴 하지만 반동자들이 지식을 쌓아갈수록 학문을 성취할수록 그런 날카로운 부분이 점점 덜 날카로워지고 이등변에서 점점 정삼각형으로 변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원래는 상위계급에게 위협요소였던 이등변 삼각형의 꼭지점이 결국엔 더 이상 상위계급을 위협할 수 없는 요소가 되어 폭동을 초기에 진압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 말고도 가장 높은 우두머리인 동그라미들의 술책으로 하위계급에서의 폭동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방법으로든 하위계급이 상위계급에 대항할 방법은 없는 것이다.한번, 계급이 사라질 뻔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색채때문이었다. 색을 개발한 사람 때문에 너도 나도 몸에 색을 칠하게 되고 그래서 색만으로 상대방이 무슨 계급인지 알 수 있게 되자, 여러 하위계급의 도형들이 상위계급의 색깔을 몰래 칠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점점 사상이 바뀌게 되어 하위계급에서부터 계급 철폐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일조를 한 것이 플랫랜드에서 가장 소외받는 계층이던 여자들이었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낮은 계층인 여자와 가장 높은 계층인 성직자가 칠하는 색이 똑같았던 것이다. (물론, 두 도형의 모양의 차이에 따라 색깔이 똑같더라도 미묘하게 틀린 점이 있었지만, 여자들이 그것까지도 성직자들과 똑같게 색을 칠해버린 것이었다.) 그나저나, 처음 색깔을 정할 때, 왜 똑같은 색깔로 했을까? 다른 색깔도 지정했으면 됐을텐데, 두 계층의 색깔을 똑같이 정할 필요가 있었을까? 어쨌든 이런 의문점을 남겨두고, 여자들도 이 혁명에 가담하게 되지만 여러 주변 상황과 동그라미들의 전략에 의해 결국 혁명은 실패하고 가담자들도 모두 죽게 된다. 마지막에 앞에서 연설할 때 우두머리 동그라미의 연설에는 화가 났다. 신분제를 유지하려고, 자기들의 세력을 유지하려고 그럴 듯한 말로 국민들을 속이는 요즘의 정치가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결국 국민들은 그 말에 넘어가게 되지만.그리고 인간존중, 인권에 관한 의식이 없었던 시대인지 하위계급들을 죽일 이유가 없어도 불규칙 도형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마구 죽여댔다. (도형이지만 왠지 사람처럼 생각된다.)여기까지가 플랫랜드 사회의 간단한 설명이다.그러다가 주인공이 꿈에서 플랫랜드보다 더 낮은 차원의 라인랜드로 우연히 가게 된다. 라인랜드는 1차원의 세계이다. 점과 선만 존재하고 면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인공이 라인랜드의 왕에게 면의 개념, 도형의 개념을 가르쳐주려고 하지만 왕은 보고, 듣고, 배운 게 1차원적인 것들밖에 없으니 주인공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주인공은 왕을 이해시키는데 결국 실패하고 자신의 세계로 돌아간다.그리고, 주인공이 라인랜드로 간 것처럼, 3차원의 세계의 사람이 플랫랜드의 주인공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라인랜드에서 주인공이 한 것처럼, 주인공에게 3차원의 개념을 가르쳐 주려고 하지만 주인공도 전혀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믿지도 않는다. 라인랜드의 왕과 똑같은 상황인 것이다. 결국 3차원에서 온 구(a sphere)가 주인공-사각형-을 플랫랜드 위로 들어 올려주고 나서야 주인공은 겨우 플랫랜드보다 더 고차원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이제껏 자기 세계가 가장 고차원적이고, 모든 게 다 평면위에 있는 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높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깨닫게 되니 그럴 수 밖에 없지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