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코레아니쿠스/ 진중권‘자기 자신은 스스로가 가장 잘 안다’는 말이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자신이 어떻게 생겼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자신이 무엇을 싫어하는지는 누구보다도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가장 모르고 있으며 또 관대하다.낯설게 보기,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인의 행동습속을 찾아내는데 있어서 스스로가 아닌 상대방, 일반적으로 우리보다 선진국이라고 일컬어지는 서구인의 눈으로 한국인을 보는 방법을 택하고 있으며 그것을 이렇게 부른다. 저자는 이 책의 의도가 ‘한국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가 아니라 좀 더 적합한 개념으로 하비투스(habitus)라는 개념이라고 말한다.‘정체성’이라는 낱말은 다분히 이념적이어서, 한국인이 마땅히 수립하고 보존해야 할 어떤 가치체계를 함축한다. 가치관이 다양해진 시대에, 과연 한국의 문화라면 마땅히 갖춰야할 어떤 양식 같은 게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여기서 “한국인이라면 모름지기 이래야한다.”라고 주장하고 싶지 않다. 이 책의 의도에 더 적합한 것이 있다면 ”하비투스(habitus)라는 개념인데 우리말로 흔히 ‘습속’ 이라 번역되는데, 거칠게 말하면 특정 사회 성원들의 사고방식, 감정구조, 행동양식의 총합이라 할 수 있다. ... 이 책의 목적은 한국인의 하비투스를 드러내는 데에 있다.즉, 저자는 우리가 성숙한 사회로 가기위해 마치 해부를 하는 의사처럼 한국인의 습속을 되도록 헤쳐 보는 냉정한 자기인식을 하는 것이 이 책의 의도라고 밝히고 있다.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한국인이란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인이다. 즉 선사시대이래로 한국의 자연환경과 역사에 영향을 받아온 한국인 모두의 공통점이라기보다 근대화과정을 거쳐 미래로 나아가고 있는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행동을 밝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살피고 있는 것은 주변에서 쉽게 살필 수 있는 우리들의 행동들이다. 저자는 이러한 행동들을 근대화, 전근대성, 미래주의라는 큰 테두리 안에 넣어 유기적으로 설명한다.첫 번째 테두리인 근대화에서는 일본에 의해 강제적으로 수용되고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었던 우리의 근대화의 핵심은 국가와 사회에 의한 인간개조와 기계화라고 말하고 있다. 이어서 오늘날의 노동중독, 군대화된 회사와 학교, 취업을 위한 맞춤인재, 신체의 자본화- 다이어트와 성형, 빨리빨리 문화까지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한강의 기적은 농격사회의 자연적 신체를 산업사회의 기계적 신체로 바꾸어 놓는 인간개조의 산물이었다.’ ‘이정도면 살기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일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두 번째 테두리인 전근대성에서는 한국인의 전사기질 등을 동양의 문명화과정으로 설명하고 있고 한국인의 풍부한 정념, 취미, 배려와 감각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세 번째 테두리인 미래주의에서는 서구의 문자문화와 한국의 구술문화의 비교를 통해 인터넷문화의 차이를 살피고 있고, 원본 없는 당당한 짝퉁문화와 황우석 신드롬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이러한 여러 가지 소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특유의 날카롭지만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재치와 표현으로 전개해나간다.저자는 이 책의 의도처럼 한국인의 습속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각이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낯설게 보기를 시도하고 있는데 그 중 몇 가지 인상 깊은 시각을 살펴보면그는 취업을 위한 맞춤형인재에 대해서 개조된 인간으로 보고 있으며‘우리가 정상이라 믿는 것이 실은 얼마나 비정상적인가?라고 질책한다. 그렇다. 우리가 꿈꾸고 있는 맞춤인재라는 것은 취업의 어려움 만큼이나 비정상임을 인식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는 또한 현재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공무원열풍, 사교육 열풍, 레드 콤플렉스등의 원인을 한국인이 갖는 공포심에서 설명한다.사회적 안전망의 결여, 지나친 경쟁의 강조, 고용의 불안전성이야 말로 한국인들이 가진 공포의 주된 근원이며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곳에서 한 번의 실패는 곧바로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공포는 판단을 마비시킨다.공포심은 사람의 판단을 마비시켜 주변상황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고, 이러한 결과로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행동만을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공포가 판단을 마비시킨다는 논리는 새로운 시각이었지만 금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그 밖에 국정홍보처에서 내놓은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구호를 빨리빨리 문화의 정치적 상징으로서 보는 그의 시각은 충분히 새롭다.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시각은 배려와 감각을 바라보는 시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