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많은 연극과 뮤지컬의 제목을 봐왔지만 사전정보를 모른 체 급하게 봤던지라 빨래라는 소재를 가지고 어떤 뮤지컬을 보여줄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극이 시작되고 이야기가 진행 될수록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빨래"는 한 공간 안에 살고 있는 여러 사람들을 마치 여러 빨래들을 묶어 놓듯이 서로 이어주고 있음과 동시에 그것으로 인해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솔롱고와 나영, 희정엄마와 구씨, 주인할머니와 그녀의 딸 둘이, 마지막으로 이 마을 사람들에게 말이다. 하지만 빨래가 마을 사람들을 이어주고는 있지만 모든 캐릭터들의 삶의 문제점을 완벽하게 해결해 주는 역할은 하는 것은 아니었다. 뮤지컬을 관람하면서 전에 보았던 연극 "이기동 체육관"이 떠올랐다. "빨래" 역시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회에서 강자가 아닌 약자이며 소외받는 사람들의 삶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었다.많은 캐릭터들 중 내 눈에 가장 들어오는 캐릭터는 역시 서울 살이 5년차인 '나영'이었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 살이는 못해봤지만 20대중반에 책방에서 일을 하며 직장 상사와의 불화로 갈등을 빚는 그 모습이 내가 조만간 겪을 모습과 너무 닮아 있는 것 같았다. 극 중 나영이의 대사 중 "참는게 지겹지도 않니?"라는 대사가 나온다. 윗사람이 시키면 '아'니꼽고 '더'럽고 '매'스껍고 '치'사하더라도 언제나 참고 있는 자신과 주변인들에게 외치는 작은 외침. 왕언니의 부당해고에 결국 그 외침을 터트리지만 돌아오는 건 창고정리나 하라는 사장의 지시와 "사는게 왜 이렇게 힘드니? 라는 나영의 대사뿐이었었다.".('빵'이 왕언니와, 나영을 대하는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손은 주먹을 쥐고 표정이 찌그러졌다.) 이 얼마나 힘없고 약한 모습인가. 비단 이것이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남성보다 약자인 여자이기 때문에 그 장면이 나에게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그 상황에서 나라면 어떡했을까? 물론 난 더럽더라도 참고 일할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이 시대에 모든 직장인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게 우리 사회가 만든 우리들의 모습이니까 말이다.. 결과적으로 나영은 이런 힘든 상황을 또 한 번 참음으로써 창고 일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사장한테 시원하게 한마디 했는데 차라리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았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했다. 물론 극이니까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나영이의 갈등은 긍정적으로 해결되고 나머지 캐릭터들 역시 긍정적인 결말로 막을 내린다.
"당신이 가지는 인생의 한방은 무엇인가?"삼양 체육관 8명 관원들의 시간은 모두 멈춰있다. 체육관에서 샌드백을 치는 것이 그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주지만 그것마저 끝나게 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맞은것이 분해 권투를 배워 복수하겠다는 고등학생부터 죄책감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늙은 체육관 관장 이기동까지. 그들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며 모두 한 가지 이상의 갈등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 갈등 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항상 그 자리에서 맴돈다. 그것이 바로 그들의 일상이며 바로 우리의 일상이다. 극에서 가장 큰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인물을 말하자면 역시 이기동 관장의 연희의 관계이다. 그런 그들에게 큰 이기동을 영웅으로 삼고 살아온 작은 이기동이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로 다가온다. 작은 이기동 그는 서로 멀어져 있는 큰 이기동과 그의 딸 연희를 이어주는 매개체이다. 그리고 더 깊이 들어가면 29년 전 작은 이기동이 펑펑 울면서 "왜 졌어요 왜 가만히 서있었어요" 라는 물음에 할 말이 없어 빼 주었던 낡은 글러브. 결정적으로 부녀간의 갈등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매개체였다.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작은 이기동은 미래에서 온 큰 이기동이다. 그는 29년전 멈춰버린 이기동이며, 그의 분신이라고. 은퇴 후에 체육관을 열었지만 제자를 가르치기 보다는 다방을 다니며 아무런 희망도 가지고 있지 않은 그에게 찾아와 다시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미래에서 온 것이 생각한다. 이기동은 극중 연신 외쳐댄다. "나는 이기동입니다." 큰 이기동을 향한 작은 이기동의 외침이다. "제가 여기 왔어요! 이기동 힘내세요!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마치 나에게 외치는 것이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용기를 가져라 힘을 내라 너는 할 수 있다. "힘내라 ㅇㅇㅇ!" 극중 나오는 대사들의 타겟은 바로 우리에게 맞춰져 있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우리에게 "희망과 열정"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은 내가 어릴 적 겪었던 갈등 그리고 내가 앞으로 겪을 갈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리고 지금 내 시간은 가고 있는가? 아니면 멈춰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그에 대한 답은 내 시간은 아직 멈춰 있는 것 같다. 많은 생각과 갈등이 있지만 속 시원하게 풀지 못하고 있다. 한편으론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26살 대학교 4학년. 지금 나에게 달린 타이틀이다. 올해가 지나면 졸업을 하게 될 것이고 취업을 하게 되면 수많은 갈등과 경쟁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내가 봤던 삼양 체육관 관원들이 가졌던 모습들이 그대로 나에게 투영 될 것 같다. 많은 갈등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만 머물러 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는 내 모습을. 그것이 결코 나만의 모습이 아닐지도 모른다.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모습 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마코치가 말했던 '내 인생의 한방은 무엇인가, 나의 적은 누구인가"에 대해 다시 곱씹어 볼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 아직 내 시간은 멈춰져 있지만 마지막에 배우들이 나에게 날려 주었던 '희망의 주먹'이 있기에 오늘도 시계를 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주인공인 사진기자 제프리가 사고로 인해 한쪽 다리에 기브스를 하게되고 집에만 틀어박혀 무료한 일상을 보내다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이웃들을 관찰하게 된다. 이것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일단 1954년에 개봉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카메라의 움직임에 놀랐다. 제프리의 눈을 통해 보여지는 장면은 마치 내가 그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마저 가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서먹하던 애인사이가 살인 사건을 파헤쳐가면서 변화하는 감정, 또 사건을 수사해가는 장면에서는 구성의 치밀함의 얼마나 뛰어난가를 알 수 있었다. 나에게 최고의 긴장감을 느끼게 해준 장면은 후반부에 쏜월드가 제프리의 집 계단을 하나씩 올라 올때, 그리고 어둠속에서 비춰졌던 쏜월드의 얼굴(머리와 턱은 어둡고 눈만 강조시켰던..)이었다. 잔인하게 찢고 죽이고 하는 공포영화보다 더한 공포심이었다. 쏜월드가 집에 들어왔을 때 시간을 벌기위해 제프리가 카메라 플래쉬를 터트리며 한 발씩 앞으로 다가오는 장면 또한 그렇다. 플래쉬를 터트렸을 때 쏜월드가 눈을 깜빡이고 다시 제프리를 쳐다보는 장면에서의 연출 장면(화면이 순간 빨갛게 되었다가 다시 돌아오는)은 '어떻게 저 시대에 저런 생각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뛰어난 구성의 치밀함속에 감독의 유머가 돋보이는 장면도 있어 영화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던 것 같다. 1954년 영화지만 '고전 영화'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영화였다.영화보는 내내 제프리의 애인으로 나온 리사(그레이스켈리)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제임스 스튜어트가 그 시대의 장돈건이라고 교수님이 말씀하셨지만(그레이스 캘리는.. 김태희 정도면 될까?) 역시 남자인지라 여자에게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이창'은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관음증(훔쳐보기)을 소재로 하고 있다. 정신분석 관점에서 관음증은 거세 불안에 대한 비정상적인 성적 행동이라고 한다. 관음증을 모든 사람이 조금씩은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역시 여자보다는 남자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는 것 같다(아닐지도..). 지나가는 여성들의 특정 신체부위를 본다던가(물론 나도 그렇다. 하지만 친구 중 한명은 그런 건 왜 보느냐는 식으로 이야기하곤 한다. 이 친구한테는 관음증이란 건 없는건가..) 성인물을 보고 자위행위를 한다던가. 이런 것 모두가 관음증에 해당되는 것이다. 남자라면 대부분 공감 할 것이다. 또한 영화 초반부에서 발레리나가 사는 집을 훔쳐볼 때 시선이 더 고정되지 않았나 싶다. 이러한 민감한 소재를 멋지게 표현해낸 '히치콕' 감독은 뛰어난 감독임에 틀림없다. '이창' 뿐만 아니라 3대 관음증 영화로 '싸이코와' '현기증'있는데 관음증을 소재로 한 영화를 세편이나 만든 것을 보면 한편으로 약간은 변태적인 성향이 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