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죽기 위해서연극의 중심지 대학로 ‘연우 소극장’에 를 공부하는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수업의 연장선에서 연극 「염쟁이 유씨」를 관람하기 위함이었다. 연우 소극장을 찾아가는 길은 비교적 수월했다. 스마트한 기계는 초행길을 찾는 눈마저 스마트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공연장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공연장으로 들어서자 익숙지 않은 무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가장 아름답게 매만져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의 삶을 나타내듯 아주 나지막한 조명등이 시선을 끈다. 그리고는 차차 시선을 옮기어 본다. 무대 한 가운데에는 병풍이 놓여있다. 그리고 그 바로 앞에는 뚜껑 열린 관이 준비되어 있다. 무대의 가장 오른 쪽에는 헝겊으로 만들어진 귀신형상의 인형들이 횃대에 걸려 있고, 또 왼쪽에는 삼베로 만들어진 상복 몇 벌이 걸려 있다. 이것이 이른바 초상집 분위기였던 듯하다. 그렇게 눈이 바쁘던 사이 무대에 조명이 들어오면서 하얀색 종이꽃이 담긴 병을 든 ‘염쟁이 유씨’가 걸어 들어왔다.그는 조상 대대로 염을 업으로 알고 살아온 집안에서 태어나 자신 또한 염쟁이가 되었다는 사람이다. 평생을 죽음과 함께 살아온 그였기에, 그가 깨달은 삶과 죽음의 의미는 남달랐다. 그러던 그가 오늘은 염쟁이로서 ‘마지막 염을 하는 날‘이라고 말한다. 오늘이 일생의 마지막 염을 하기로 했던 날이었기에 얼마 전, ‘전통 문화’와 관련해 자신을 취재하러 왔었던 기자에게 연락을 한다.‘유씨’는 관객을 각각 ‘기자’와 ‘전통문화 체험단’으로 설정하고, 시신을 단장하고 입관에 이르는 염의 절차와 그 각각의 의미를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동안 자신이 직업과 관련해 겪어왔던 사연들을 소개한다. 그는 각 사연에 따라 염쟁이도 되었다가, 조폭도 되었다가, 아들도 되었다가, 아버지도 되었다가, 상조회사 대표도 되며 극을 이끈다. 자신이 염쟁이가 된 이유, 조폭 귀신과의 일, 돈벌이에만 급급한 장례대행업자와의 관계, 유산 문제로 아버지의 시신 앞에서 싸움을 벌이던 자식들의 한심한 모습, 그리고 자신의 아들 이야기에 이르기까지의 많은 일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유씨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죽는 거 무서워들 말아. 잘 사는 게 더 어렵고 힘들어.”‘염쟁이’는 죽은 시신을 정성스럽게 닦고, 저승길에 음식과 돈을 쥐어주고, 또 저승사자를 위한 ‘사자밥’을 제공하고 시신을 정성스럽게 동여매어 관에 안치하기까지의 일을 하는 사람이다. 이 연극을 관람하기 이전에는 ‘염쟁이’라는 말도, ‘염’이라는 말도, 그 ‘절차’에 대해서도 좀체 아는 바가 없었다. 하지만 「염쟁이 유씨」를 관람하며 그 과정 하나하나에는 까다로운 절차가 있으며 또한 그 절차가 지니는 귀중한 의미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염쟁이 유씨」는 관객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대개 우리는 현실에 대한 문제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이 세상을 살아간다. 삶은 누구에게나 유한하기에 죽음은 필연적인 것이다. 이러한 죽음을 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거나 혹은 더 깊은 의미를 따져보면 우리가 바라보는 삶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일 수 있을 것이다.이 연극을 보면서 ‘나희덕’의 시「엘리베이터」가 자꾸만 떠올랐다. 나희덕의 ‘시’ 또한 삶과 죽음이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었던 듯하다. 그렇듯 죽음 또한 삶의 일부일 것인데 경험도 해보지 않은 이 ‘죽음’이라는 단어에 대해 언제 어디서부터 학습이 된 것인지 알 수 없는 막연한 두려움을 지니고 살았던 듯하다. 조금 달리 생각해보면, 우리는 어쩌면 잘 죽기 위해 더욱 잘 살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