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고백20307 김재은이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에는 단순한 불륜이 아닐까 경계했다. 물론 문학작품에서의 모든 행위는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으로 간주되고, 사람들도 그런 작품들을 용인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소재들을 썩 마음에 들어하지 않던 나였다. 그래서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읽을 때에도 이러한 취향을 버리지 못해 작품을 꺼렸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계속 훑어나가다 보니 여타의 불륜 관계를 다룬 소설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초록빛으로 점철된, 푸르면서도 깨끗한, 그러나 부끄러운 고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편지는 그렇기에 나 또한 부끄러워하면서도 떳떳하게 읽었던 것 같다. 여러모로 감상할 때 느낌이 좋았던 작품이어서 읽고 난 뒤의 기분도 좋았다.그렇다면 이제, 내가 주인공의 편지를 받는 ‘당신’이라고 가정해보기로 했다. 정말 그쪽이라고 생각하고 말하자면 아무래도 불쾌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 라던가 배신감이 든다가 첫 번째일 것이다. 내가 사랑하던 사람이 있다. 그래서 가족도 그 동안 쌓아뒀던 모든 것도 다 버리고 그녀와 함께 외국으로 떠나기로 준비를 했다. 어려운 선택이었고, 그 동안 고민도 많이 했다. 내가 과연 이럴 자격이 있을까? 저 여자와 살면서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외국으로 나가는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지? 등등... 결국 그녀를 선택했으나, 내게 돌아온 것은 갑자기 태도가 변해버린 사람일 뿐, 약속은 깨져버렸다. 물론 이건 주인공의 서술을 통해 바라본 표면적인 ‘당신’일 뿐이고, 실제로 그가 순수한 사랑을 가졌는지 아니면 떠본 건지는 알 수 가 없다. 어쨌든 정말 외국으로 떠나려고 작정을 했었다면 매우 답답했을 것이다. 그리고 남은 선택지는 당연히, 원래의 가정밖에 없었을 것이다.이렇게 ‘당신’의 입장에서 보면 주인공은 결국 나쁜 쪽일 수밖에 없다. 한때 사랑했지만 시답잖은 이유로 나를 배신한 사람. 하지만 나는 철저하게 주인공의 입장에서 소설을 읽었으므로, 그녀가 나쁘다 어쨌다 생각하지 못한다. 그녀는 단지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어린 시절에 했던 깨끗한 약속을 지키고자 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한 쪽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이지만 나머지 한 쪽에게는 가정을 무너뜨린 악마다. 설령 그 악마가 실은 아름답고 요리를 잘 하는, 온화한 사람일지라도. 또한 본처가 오면 애인을 밀려날 뿐이다. 처음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의해 애인이 위에 있겠지 만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그 자리에 돌아오는 것은 본처이다. 주인공의 진짜 어머니가 왔다간 쥐 새어머니는 떠나버렸다. 그 짧은 시간 내에 진짜 어머니는 아무하고도 비교될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내버린 것이다. 주인공은 시골집에 내려가서 회상을 통해 그 이치를 꿰뚫어본 것이고, 자신과 자신의 새엄마였던 사람에게 죄책감을 갖지 아노기 위해 그 길을 택했다. 아까 말했듯이, 나는 예술 작품에서의 불륜조차 꺼리는 사람이고, 그래서 나 또한 그런 길을 택했을 것 같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을 저버리는 길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