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제목 : 미래를 향해 나아가라는 힘찬 메시지저자 헤르만 헤세헤르만 헤세의 청소년기를 그린 자서전 소설이기 때문이었을까?“지치면 안 돼. 그러면 수레바퀴 밑에 깔리게 될지도 모르니까.”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마주하는 순간 독일이 낳은 대문호, 노벨 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작가라는 화려한 수식어보다 고루한 전통과 권위 위에 맞선 한 소년의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이 책의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의 삶은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부모님의 뜻에 따라 신학교에 입학한 후 방황과 절망에 빠졌던 작가 헤르만 헤세의 삶과 정말 닮아 있었다.독일의 작은 시골 마을 슈발츠발트에 사는 한스 기벤라트는 남다른 총명함으로 어른들의 기대를 몸에 받기에 충분했다. 한스 역시 그 기대감을 만족시키고자 열심히 공부하고 배움을 키워 나갔다. 그러나 그 기대감은 풀을 말리는 일, 토끼풀을 베는 일, 낚시질을 나서는 일, 가재를 잡는 일, 호프를 거둬들이는 일, 나무를 흔들어 자두를 따는 일, 불을 지펴 감자를 굽는 일, 그리고 곡식 타작을 시작하는 일로 행복하고, 꿈이 있었고, 모험이 가득했던 정든 고향을 떠나게 하였다. 한스가 그토록 행복했던 삶, 그렇게 원했던 삶은 신학교 입학 후 아련한 추억이 되어 먼 길을 떠난 그의 마음 속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을 뿐이었다. 한스와 함께 친구로 지냈던 헤르만 하일너는 말하기를 즐기고, 활기가 넘쳤으며, 멋진 바이올린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위안이 되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자신의 외양을 일부러 부각시키기 위하여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지만, 하일너의 몸과 마음은 자신의 나이에 걸맞지 않게 성장해 있었다. 그는 나름대로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기 길을 걸어가고 있었지만 하일너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문제아로 생각되고 있었으며, 결국 그와 같이 다니는 한스 역시 선생님들의 눈 밖에 나게 하는 존재로 만들며 그를 점점 공부에 흥미를 잃어가게 하였다. 엄격한 규율 속의 4년에 걸친 수도원 생활은 한두 명쯤 올바른 길에서 벗어나게 만들었다. 하일너처럼 제멋대로 수도원에서 도망치거나 학칙에 어긋나는 엄청난 죄를 지어 퇴학 처분을 받는 학생들도 있었고 힘든 수도원 생활 속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방황에 빠져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거나 물에 뛰어들어 어두운 출구를 찾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한스의 학년에서도 여러 동료 학우들이 사라져 갔고 그만큼 한스도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 힘들어졌다. 힘든 준비기간을 거쳐 2등으로 합격한 신학교 생활은 재능 있고 성실했던 소년을 무수한 불안과 위축된 젊은이로 변화시켰다. 인간이 짊어지어야 할 명령, 규범, 의무, 학습 내용 등은 그를 질식해 버리게 만들었고, 정신적 압박감을 주며 그의 몸과 마음을 무너지게 했다. 매일 매일을 힘들게 보내다 결국 한스는 신경 쇠약에 걸려 학교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행복했던 삶과 아련한 추억 속의 고향은 이제 아무도 그를 반기지 않는 곳이 되었으며 젊은이는 무기력과 우울증 속에서 방황하다 엠마라는 처녀와 짧은 만남을 가지게 되었지만 이 역시 또 한 차례의 좌절감과 배신감을 맛보게 하였을 뿐이다.그토록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미래가 총망하던 한스는 결국 한낱 시골 공장의 기계공으로 취직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고된 노동과 정신적 갈등 속에서 삶과 영영 이별하게 되었다. 기계공으로 일주일을 보낸 뒤, 첫 휴일이었던 일요일에 동료와 술을 마시고 취한 채 집으로 돌아가던 중 물에 빠져 버린 것이다. 그의 죽음이 스스로의 선택인지 아닌지도 확인하지 못한 채 말이다.자연을 사랑하고 재능 있던 한스, 그는 왜 이렇게 빨리 생을 마감했어야 했을까?‘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 보면/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네모난 학교에 들어서면/ 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네모난 달력에 그려진 똑같은 하루를/ 의식도 못한 채로 그냥 숨만 쉬고 있는 걸/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 뿐 인데/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 말/‘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지구본을 보면 우리 사는 지구는 둥근데/부속품들은 왜 다 온통 네모난 건지 몰라/ 어쩌면 그건 네모의 꿈일지 몰라/‘나는 내가 가끔 흥얼거리는 ‘네모의 꿈’이란 노래와 함께 한스가 짊어 졌던 수레바퀴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릴 때는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불렀던 ‘네모의 꿈’이 이 책을 읽고 나니 한스의 삶과 함께 많은 의미로 다가왔다. 노래 가사를 보면 매일 똑같은 풍경과 똑같은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마치 신학교에서 살아가는 한스와 그 친구들처럼 말이다. 한스가 힘들게 짊어지고 있는 그 수레바퀴는 한스의 아버지와 교장 선생님과 같은 기성세대의 권위적인 무게일 수도 있고, 신학교 헬라스 방의 기숙 친구들 같은 주위 사람들의 질타와 시기의 무게일 수도 있고, 또 때로는 엠마처럼 사랑이라는 커다란 감정의 무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