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00막스 프리쉬의 와 크리스타 볼프의 에는 모두 ‘눈 멀음’이라는 모티프가 등장하는데, 각 작품에서 이 모티프는 각기 다른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진다.에서 ‘눈 멀음’은 오이디푸스 신화와의 관련성을 보여준다.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될 것이라는 자신의 숙명을 피하고자 방랑한다. 그러나 결국 그는 길에서 만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을 하게 된다. 이처럼 신화의 세계에서는 숙명에 의해 인간의 삶이 결정되는 모습을 보여준다.에서는 오이디푸스를 연상케 하는 계기들이 다수 등장하는데, 우선 파버가 여러 나라를 오가며 여행이나 출장을 하는 장면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파버가 옛 연인의 딸이자 자신의 딸인 엘리자베스를 알아보지 못하고 사랑에 빠지는 장면은 혈육과 결혼한 오이디푸스를 연상시킨다. 마지막으로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파버가 자신의 두 눈을 뽑고자 한 것은 오이디푸스가 종국에는 자신의 두 눈을 찔러 장님이 된 것과 연관된다.영화 에서도 오이디푸스 신화를 각색한 부분이 드러난다. 주인공 오대수는 감금되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다가 탈출한다. 그는 자신의 딸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녀와 연인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된 결국 오대수는 장님이 되고 만다. 이처럼 ‘방랑-근친상간-눈 멀음’이라는 전개는 오이디푸스 신화를 차용한 작품의 기본적인 뼈대가 된다. 파버는 운명론을 믿지 않고 자신의 이성을 신봉하는 인물이다. 작가는 파버가 신화적 숙명에 따른 삶을 살다가 결국 자연과 몸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장면을 제시함으로써 인간 중심적이고 기계적인 인간 이성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다고 볼 수 있다.에서 역시 ‘눈 멀음’이라는 모티프가 등장한다. 작품은 메데이아 신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했는데, 신화에서 악녀로 등장하는 메데이아에게 서사와 당위성을 부여한다.작품에서 드러나는 진리는 ‘눈 멀음’이라는 모티프와 연관되는데, 그 진리란 ‘믿고 싶다는 은밀한 바람과 일치하기만 하면 사람들은 아무리 서툰 거짓말이라도 믿는다’라는 것이다. 작품에서는 거짓 소문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우선 메데이아의 제자인 아가메다는 메데이아를 증오하여 그녀를 쫓아내고자 헛소문을 퍼뜨린다. 결국, 메데이아는 이아손과 함께 고향을 떠나 코린토스로 향한다. 코린토스의 공주인 이피노에는 정치적 알력 다툼에 의해 살해당했는데, 이피노에가 다른 나라의 왕자와 결혼하여 잘 살고 있다는 헛소문이 사람들 사이에 퍼지게 된다. 이러한 장면은 앞서 언급한 ‘믿고 싶은 것이라면 거짓이라도 믿는’ 대중의 태도를 보여준다. 이 진리는 비단 대중에게만 적용되지는 않는다. 메데이아는 고향을 떠나고자 이아손을 믿었고, 신전에 빼앗긴 자신의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이아손은 메데이아를 배신했고, 자식들은 살해당했다. 따라서 에서 ‘눈 멀음’은 진실을 애써 외면하고 믿고 싶은 거짓을 믿는 태도라고 볼 수 있다.와 에서의 ‘눈 멀음’ PAGE 1 PAGE 1
에세이‘B박사의 고립’과 ‘첸토비치의 고립’에 대하여김00얼마 전 인터넷 모 사이트에 작성된 게시물이 있었다. 그 글은 외부와 차단된 독방에서 한 달간 버틸 시 참가비로 10억을 지급한다고 하는 실험에 참가하겠냐는 질문이었다. 댓글은 ‘당연히 참여 한다.’는 의견으로 좁혀져있었다. 평소에도 방에 틀어박혀 고독을 즐기는 날들이 많은데, 참가비까지 준다면 왜 하지 않겠냐는 것이 그 이유였다. 자발적 고립을 취미로 삼는 현대인들에겐 어찌 보면 쉬운 일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자발적인 고립과 타의에 의한 고립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본고에서는 이 두 가지 양상의 고립이 B박사와 첸토비치 두 인물에게 각각 어떤 작용을 하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B박사는 타의에 의한 고립 상황 속에서 정신 분열을 체험한 인물이다. 그의 정신적인 문제는 자신의 내면을 파괴할 정도로 크게 작용한다. 이에 반해 체스 챔피언 첸토비치의 자발적 고립은 다른 양상을 띤다. 첸토비치는 스스로를 외부와 차단함으로써 자신의 무지함을 숨기고자 한다. 고독이 자발적이냐 타의적이냐 하는 문제가 체스에 천재적인 능력을 보이는 두 인물이 차별되는 지점이다.B박사의 경우, 그는 부당한 독재 정부에 의해 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 당했다. 이는 타의에 의한 고립이다. 생각을 전개하는데 소재가 될 수 있을 만한 타자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고독의 파괴적인 힘은 그의 내면을 향해 간다. 고립을 견디다 못해 그는 자아를 둘로 분열시켜 강제로 타자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는 것이다. 이 분열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부정적인 면은 B박사의 정신 분열이 그의 내면에 회복이 불가능한 상처를 남겼다는 점이다. 그러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없는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고, 상상하는 능력을 극단까지 발휘하여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 시도했단 점에서 그 결과와는 반대로 긍정적이다. 즉, B박사의 고립은 타의적이며 자기 파괴적인 상태를 야기했지만, 그의 의도는 자신의 이성을 지키고자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B박사와 대립 점에 있는 첸토비치의 고립은 그의 의지에 의한 것이다. 체스를 잘 두는 것 말고는 아무런 재능이 없는 그는 지적 능력의 결핍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고립을 택한다. 시종일관 타인에게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첸토비치의 모습은 자기 보호 수단의 일환으로써 고립을 사용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의 자발적 고립은 체스 챔피언이지만 블라인드 체스를 둘 수 없는, 즉 체스 선수에게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 할 수 있는 상상력이 결여된 자기 정신에 대한 열등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따라서 첸토비치의 고립은 자기방어적이며 자발적인 성격을 띤다.이 두 인물은 고립 상태에 의해 악영향을 받지만 반대급부로 호영향 또한 존재한다. B박사는 고립 상태에 빠지고 나서 정신분열과 트라우마라는 정신적 질환을 얻게 된다. 그러나 그는 무공간적·무시간적 공허를 극복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상상력을 최대치로 발휘하였고, 종국에는 체스 챔피언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게 되었다. 첸토비치는 스스로를 고립되게 함으로써 주변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지만, 이로 인해 그의 내면에는 도구적인 이성과 동물적인 본능만이 남아 인간성을 상실하고 만다. 자발적인 고립과 타의에 의한 고립이라는 점에서 두 인물이 겪는 고립들은 그 시작점부터 차이를 가진다. 그 시작에서부터 비롯된 차이가 고립이 각 인물의 내면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또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 지에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