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전’에서 내가 찾은 것들은 무엇일까1. 들어가며. ‘행복’ 과 ‘사전’ 이라니?‘행복한 사전’ 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행복’ 이라는 단어와 ‘사전’ 이라는 단어의 연결성을 잘 이해할 수 없었던 감상이 먼저 떠올랐다. 내가 알고 있는 사전은 어떤 ‘대상’을 설명해 주는 집합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사전이라는 이미지는 다소 딱딱하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더욱이 요즘에는 종이로 된 사전의 형태보다는, 컴퓨터 사이트, 스마트폰 등으로 사전을 접하기 때문에 제목에서 주는 감상은 참 아날로그틱하다고 생각했는데, 되려 그것이 영화를 볼 때 흥미를 유발시키는 요소이기도 했다.2. 주인공답지 않은 주인공, 마지메.영화의 주인공은 ‘마지메’ 라는 남성. 덥수룩한 머리에 동그란 안경, 그리고 어딘가 쭈뼛거리는 듯한 행동과 말투……. 전혀 영업부 사원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보통 영업부라고 하면 자신감 있는 행동을 먼저 떠올리는데. 게다가 내성적인 마지메는 혼자 밥을 먹고, 밥을 먹으면서 혼자 책을 보고, 제대로 영업이랄 것도 못 하고. 보통 ‘주인공’에게 기대하는 모습은 아닐 것 같았다. 어떤 면에서 마지메와는 너무나 다른 사람인(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같다고 후에 느꼈지만)니시오카는 마지메의 첫인상을 ‘오타쿠’라고 말했는데, 여기서 니시오카가 사용하는 ‘오타쿠’라는 말은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의 용례로써 쓴 것 같았다. 그러나 ‘오른쪽’을 설명해 보라는 아라키 씨의 말에 대한 마지메의 대답은, 어떤 면에서 아라키 씨를 만족시켰다. 아마 그 대답에서 어떠한 진지함을 읽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마지메는 대번에 영업부에서 사전편찬부로 이동하게 된다.3. 사전을 만드는 일마지메가 사전편찬부로 이동하고, 나 역시 사전편찬부의 모습을 마지메의 시선에서 처음 구경하게 되는데, 마치 벽지처럼, 하나의 가구가 된 것처럼, 빼곡이 쌓인 사전의 모습은 처음 봤을 땐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헌 책방의 냄새가 느껴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어서 사전을 아주 처음부터 만드는 과정을 보게 되었을 때도 아, 만만치 않은 일이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사전을 만드는 과정은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리고, 꼼꼼함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그것은 대도해라는 사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니, 대도해라는 사전을 만들기 때문에 더욱 세심하고 꼼꼼한 작업이 필요할 터였다. 전혀 이런 과정을 몰랐던 나는, 더욱이 관련자도 아니기 때문에 상당히 지리멸렬한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사전을 만드는 것은 기초공사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기반을 쌓고, 기둥을 세우고 벽을 만들고 지붕을 덮는 건물을 만드는 일과 비슷한 작업인 것 같았다. 성급하게 생각하면 절대로 만들지 못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도해는 10년이 넘어서야 완성되는데, 과정은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중간에 니시오카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느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은 것이, 마치 사람들의 삶과도 같다고 생각했다. 마치 사람들의 일상이 녹아 있는 사전의 낱말들처럼 말이다.4. 역시 주인공은 달라. 마지메.주인공의 이름은 마지메 미츠야(馬締 光也)고, 이 마지메는 진지하다는 뜻의 마지메(?面目)와 발음이 같다. 일본 사람들은 이렇게 동음이의어에서 오는 말장난 요소를 많이 이용한다고 들었는데, 이 경우도 그런 것을 노리고 지은 이름인 것 같았다. 니시오카는 처음에 마지메라고 적힌 명함을 보며, 본명이야? 라고 사뭇 놀라 했는데, 마지메의 성격이 정말 ‘마지메’였기 때문이었다.앞서도 말했지만, 마지메는 정말 재미없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영화 전반적으로 주는 인상도 그랬고, 사전을 편찬하는 일 뿐만 아니라 하숙집 할머니의 손녀, 카구야에게 느끼는 감정선도 그러했다. 내가 봤을 때, 마지메에게 있어서 사전을 편찬하는 것은 단순히 몇 년동안 진행하는 큰 프로젝트를 떠맡은 것 이상으로 인생의 분기점과 같은 의미를 주는 일로 느껴졌다. 사전편찬부의 사람들은 어찌되었든간에 좋은 사람들이었고, 사전을 편찬하는 일, 자신들에 일에 ‘진지하게’ 임하는 사람들이었다. 마지메의 ‘마지메’는 마지메 한 사람만의 아주 특별한 성격이 아니라, 우리 모두 ‘마지메’ 함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전편찬부의 사람들의 그런 면과 마지메의 마지메한 면이 잘 어우러진 것 같았다. 하물며 처음엔 마지메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니시오카 역시 마지메한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 중후반부부터 등장하는 키시베 역시 처음엔 이 일이 별로 마음에 든 것 같진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진지하게 사전 편찬하는 일에 임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의 마지메한 면으로, (내 기준에선) 아주 힘들고, 어려운 대도해의 편찬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5. 대도해. 배를 엮다. 느리고 천천히 가기우리 나라에선 ‘행복한 사전’ 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영화지만, 원래 일본에서 나온 소설책(원작)과 영화의 제목은 ‘배를 엮다’라는 제목이었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편찬하는 사전인 대도해는 "사전은 '말'의 바다를 건너는 배, 편집자는 그 바다를 건너 배를 엮어 간다".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주인공인 마지메를 비롯한 사람들은 배를 엮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말의 바다는 굉장히 넓고, 끝이라는 것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편집자들은 그 바다에서 언어를 찾아가는, 멋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