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상회'라는 영화는 우리나라 노인들의 문제를 간접적으로 묘사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는 이 영화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인생 이야기' 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영화를 감상하고 제가 가장 먼저 가진 생각은 독거 노인들의 고독사에 관한 생각입니다.제가 본 주인공 '성칠'은 여느 노인들과 다를 바 없는 외골수에 고집쟁이 입니다. 해병대 복무 기간 동안 배운 것들과 해병대 출신 자부심으로 세상을 살고, 재개발을 앞둔 수유 1동에서 해병대를 전역한 이름 없음(임하룡)을 유일한 친구로 두고 살고 있습니다. 항상 얼굴에 불만이 가득한 우리 주변의 흔한 노인 표정을 가진 한 성질 할 것 같은 김성칠 할아버지는 독거노인 입이다. 혼자 살면서 장수상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합니다. 어느 날 수유 1동의 재개발이 확정되면서 집집마다 재개발 찬성 인감 도장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성칠 할아버지만이 수유 1동 재개발의 유일한 반대 입장입니다. 영화의 초반에는 할아버지가 재개발을 반대하는 이유와 할아버지의 과거에 대해서는 보여주지 않고, 할아버지의 고집스러운 모습만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할아버지의 비위를 맞추어야 재개발 찬성 인감 도장을 받을 수 있기에 장수상회 주인인 장수는 할아버지가 장수상회에서 고객에게 행패를 부려도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습니다. 김장수 사장은 동네 사람들과 함께 이 김성칠 할아버지의 재개발 찬성 인감 도장을 받기 위해 여러 가지의 햇볕 정책을 구사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햇볕 정책을 펴기도 전에 항상 얼굴에 불만이 가득하던 김성칠 할아버지의 표정이 점점 풀어집니다. 김성칠 할아버지를 웃게 한 것은 옆집으로 이사온 '임금님'이라는 할머니 입니다. 우연한 사건 때문에 얼굴을 익혔던 두 노인은 금님 할머니의 붙임성 있는 성격으로 접근하면서 경상도 사나이 같은 성칠 할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씩 풀어주게 됩니다. 이렇게 영화 전반부의 장수상회는 '노인들의 로맨스'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춥니다.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아닌 그들도 감정이 있고 사랑을 할 수 있는 나이라고 관객들에게 전달해줍니다. 세상의 주연에서 물러나 조연이 되어버린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황혼의 실버 로맨스를 주제로 그들도 단지 늙은 우리들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는 이 영화가 결코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영화 전반부의 무언가 아주 불길하고 기분 나쁜 복선들의 정체가 밝혀지게 됩니다. 사실 김성칠 할아버지와 임금님 할머니, 금님 할머니의 딸 김민정, 장수상회 사장 김장수는 모두 가족이며,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성칠 할아버지가 가족들의 짐이 되기 싫어 손목을 그어 자살 시도를 해 병원에 실려가자 자신이 알츠하이머라는 사실을 모르게 혼자만의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하라는 의사의 권유대로 혼자 살 수 있게 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영화의 내용 속에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금님 할머니를 만나기 전 유일하게 말을 나누던 친구 '최씨 할아버지'의 삶이었습니다. 최씨 할아버지는 참전 용사와 해병대의 영광스러운 과거의 껍데기만 안고 사는 불우한 노인이며, 가족이 있지만 가족을 길에서 한 번 만났으며 비루하게 하루 하루를 연명해갑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갑자기 죽음을 맞이합니다. 아무도 없는 그의 빈소를 지키며 혼자 앉아 해병대 노래를 부르던 성칠 할아버지의 모습과 자신도 언제 고독사 할 지 모른다는 생각에 "내가 죽으면 이 돈으로 장례를 치러 주세요."라는 유서와 통장, 도장을 남기는 성칠 할아버지의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본 그들의 모습은 고통의 세월을 온 몸으로 부딪혀 오며 현재에 이르렀지만, 그 시간을 알아주는 이 없어 혼자 노래하는 이 시대의 힘 없는 노인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이 패악을 부리고 노인 부심을 부리는 것은 사회와 사람들을 향해 나를 너희들의 아버지로 대접해 달라는 푸념이었고, 성칠 할아버지가 재개발 동의서에 끝까지 인감 도장을 찍지 않은 이유도 오랜 시간 힘들게 함께 살아온 이 동네를 버리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늙고 힘없는 모든 것은 쓰레기가 아니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신념으로 증명하고 싶었던 것입니다.우리 사회는 현재 해결해야 하는 여러 가지의 문제들이 있지만, 특히 중요한 문제는 (독거)노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최근 혼자 사시는 독거 노인들이 늘어나게 된 것입니다. 노인에 대한 경제개발협력기구 OECD 34개 회원국의 세가지 통계가 있습니다. 먼저, 고용율입니다. 65세에서 70세까지 일하는 노인이 우리 나라가 41%로 전체 1위 입니다. 65세 이상 빈곤률을 보면, 절반 가까이가 소득 하위권으로 역시 1위입니다. 자살률은 노인 10만명당 72명. 일본의 두 배 반으로 역시 34개국에서 세계 최고입니다. 대한민국의 노인들은 일흔이 되도록 일하지만 가장 가난하고 외롭게 죽어갑니다. 우리나라에선 2015년 65세 이상 노인 386명이 고독사로 사망했습니다. 전체 무연고자 사망자 중 31%에 달합니다. 고독사 고위험군인 독거노인은 전국에 125만명. 2035년엔 343만명에 이를 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가족이나 이웃과 단절된 채 가난과 외로움에 시달리면서 사회의 관심에서도 밀려나 쓸쓸히 홀로 죽음을 맞고 있습니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작가 박범신의 소설 에서 나온 문장입니다.국가에서도 노인들을 위한 많은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지만, 대책이라며 만든 정부 정책들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것이 노인들의 주장입니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에 현명하게 대처하려면 고령화 문제를 우리보다 먼저 겪고 있는 65살 이상 국민이 25%가 넘는 가장 늙은 나라인 '일본'의 고령화 정책을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많은 출산장려정책, 노후복지제도등을 실시하고 있고 노년층을 겨냥한 '실버산업'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독거)노인에 대해 개인과 가족, 지역 사회가 함께 하는 사회적 지원 체계와 프로그램이 같이 필요합니다. 또한, 노인 거주 시설도 크게 보강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독사와 노인 자살을 염두에 두면, 개인 단위가 아닌 지역 사회와 공동체가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권에 기초하여 개인과 가족의 지나친 부담 그리고 부담 능력에 따른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곤란하기 때문에 보험과 조세는 노인의 삶에 ‘사회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사회적 지원이 아무리 강화되어도 소득 보장이 없으면 의미가 줄어들기 때문에 노인 스스로 질 높은 삶을 꾸릴 수 있는 원천이 소득 보장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사회적 관계와 삶의 복원력을 회복하지 않으면 노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고독사가 아니라 고독생(生)"이 문제라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노인 자살을 해결하려면 노인 ‘자생(自生)’을 봐야 합니다. 인간적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삶은 누구에게나 기본적 권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연대의 공동체를 회복하는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