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하게 살기로 했다사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제목을 붙인 표지를 처음 봤을 때 처음엔 건방지다는 생각을 했다. 대체 뭘 하는 사람이기에 무얼 말하려고 그런 다짐을 했다고 책을 낼까 싶어서 본 작가는 무려 정신과 전문의였다. 작가는 책의 도입부에서 자신이 말하는 건강한 까칠함을 설명한다. 건강한 까칠함이란 자신의 본심을 당당히 주장하되 합리적이고 사랑과 매너가 있어야한다고 서술했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작가가 왜 하필 까칠함이라고 표현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목차와 작가의 의도에 대한 호기심에 읽기로 결정했다.책의 내용은 제목에 따른 사례와 처방의 반복으로, 흥미가 없는 부분에선 넘겨 읽어도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책 내용을 전부 파악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작가가 반복해서 이야기 하는 것은 상처받지 않는 법에 대한 것이었다. 나와 타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나와 나 사이의 갈등에서 나의 생각을 전환하고 감정, 즉 마음가짐을 조절함으로써 상처받지 않고, 내 주장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작가가 책을 통해 여러 가지 다른 상황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알려주기 때문에 누구든 이 책을 읽으면 분명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여 작가가 말하는 건강한 까칠함의 일부를 중심으로 책을 소개하는 발표를 진행하기로 했다.내가 읽은 부분 중 가장 공감하고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나와 나 사이의 갈등에 대한 내용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내 스스로에게 비판을 멈춘 적이 없었다. 칭찬을 받아도 그래도 부족했다며 자책해왔고 비판을 들으면 더 혹독하게 내 스스로를 상처 입혔다. 그런 나에게 충격을 준 부분은, ‘만약 나 자신이 내게 “이렇게 나를 학대해도 됩니까?”라고 항의한다면 나는 뭐라고 답변할 것인가.’ 할 말이 없다. 그 뒤에 이어진 작가의 말에 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무엇이든지 완벽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조금이라도 그 기대치에 못 미치면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죽는 날까지 나는 나 자신과 동행해야 하는 존재다. 그러므로 있는 그대로 자신을 수용하는 연습을 하자.’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것들이 나를 이루었고, 그중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있었고 마음에 드는 부분도 있었다고 편하게 생각하자. 그리고 이제부터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들을 조금씩 고쳐나간다고 생각하고 실천하다 보면 훨씬 성장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날이 올 것이다.’ 정말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그렇게 내 생각을 바꾸면 내 부족함에 대해 나를 상처 입힐 필요가 없다. 오히려 고친부분을 칭찬할 수 있는 것이다.작가는 당신답게 살라고 말한다. 작가가 말하는 그 ‘본인답게’는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것을 말하기도 하고, 당당한 의사표현을 의미하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까칠하게 산다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작가는 상처받지 않겠다는 자기 보호의 의미로 건강한 까칠함이란 단어를 썼겠지만 나는 물처럼 유하게 살겠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내게 물이란 상처를 받지도 않고 주지도 않는 이미지다. 어느 그릇에 들어가던 그 그릇에 맞는 형태를 띤다는 점도 자신을 조절할 수 있다는 느낌으로 다가오고, 그런 물만의 특징이 있기 때문에 물답다는 느낌도 든다. 그래서 물처럼 유하게 산다는 말이 좀 더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건강한 까칠함에 맞는 말이 아닐까 하여 이 글의 제목을 바꾸어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