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채식주의자, 독후감흔히 꿈은 무의식의 발현이라고 인식된다. ‘꿈’에 대한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의가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면서다. 일반적으로 우리도 꿈을 ‘무의식이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근래 내가 고민했던 것들, 최근에 내가 좋아하던 연예인이 꿈에 나오곤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전제가 맞다면 한강의 작품 의 주인공 영혜는 아마 무의식 속에서 고깃덩어리를 혐오하고 있었을 것이다.영혜가 채식주의를 시작하면서 줄거리가 시작된다. 영혜 남편의 시선으로 소설의 첫 부분이 시작되는데, 그는 어느 날 냉장고 속 고기를 몽땅 내다버리는 영혜를 발견한다. “꿈을 꿨어.” 남편의 다그침에 영혜는 ‘꿈’ 때문에 고기를 버리는 중이라고 대답한다. “제기랄!” 남편은 그런 무책임하고 무관심한 말을 뱉고 출근을 한다. 서두에 그가 밝혔던 영혜의 모습, 그리고 그가 영혜와 결혼한 이유가 오버랩된다. 그는 영혜를 평범하고 덤덤한 여인이라고 생각해왔고 그래서 결혼했다고 밝히고 있다.“그 꿈을 꾸기 전날 아침 난 얼어붙은 고기를 썰고 있었지. 당신이 화를 내며 재촉했어.” 영혜의 입을 빌려 작가는 힌트를 준다. 영혜가 꿈을 꾸기 전날 남편과의 다툼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화를 내는 남편이 있었다. “제기랄, 그렇게 꾸물대고 있을 거야?” 어느 시간대인지는 모르지만 남편은 영혜에게 고기를 빨리 썰지 않는다고 화를 낸다. 그러다 도마가 밀리며 식칼의 이가 나가고, 그 조각을 밥 먹던 남편이 발견하게 된다. “뭐야, 이건! 칼조각 아냐!” 그는 ‘일그러진 얼굴로 날’뛴다. 다음 날 새벽, 영혜는 헛간 속의 피웅덩이와 거기 비친 얼굴을 꿈에서 보게 된다.영혜는 고깃덩어리가 되어 피웅덩이 속에 살아왔을 것이다. 하루는 영혜 언니인 인혜의 집들이에 모든 가족이 초대된다. 이때 영혜는 긴 反(반)육식으로 야윈 상태인데, 그의 아버지가 강제로 그에게 고기를 먹인다. 사위들과 아들에게 영혜를 포박하라고 한 뒤 억지로 고기를 입에 쳐넣는 방식이다. 그전엔 뺨도 한 차례 때렸다. 그 장면만 봐도 영혜가 어떤 가족들 사이에서 어떻게 자라왔는지 알 수 있다. 작가는 친절하게도 바로 뒤 영혜가 개고기 사건 회상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억압적이고, 잔인한 가족들 사이에서 자랐다. 거기에 자신을 주체적으로 보지 않는 남편까지.30년 남짓한 영혜의 삶은 마치 태어나자마자 도축돼 정육점에 걸린 고깃덩어리와 비슷한 것이었다. 그 주위 낭자한 피는 그가 살면서 얼마나 고통 받았는가를 보여준다. 영혜는 꿈에서 자신을 보았고, 그렇기 때문에 채식주의-정확히 말하면 反육식-를 고집하게 된다. 그걸 모르는 남편의 눈으로 바라본 의 첫 번째 편 ‘채식주의자’는 영혜에 대한 일말의 공감도 없이 끝맺는다. 두 번째와 세 번째 편 ‘몽고반점’과 ‘나무 불꽃’은 각각 영혜의 형부와 영혜 언니 인혜가 화자로 등장한다. 물론 그들의 시선에서도 영혜에 대한 공감은 느껴지지 않는다.다만 영혜를 ‘영혜’로서 봐준 영혜의 형부-인혜의 남편-의 이야기, ‘몽고반점’에서 의 줄거리는 크게 바뀐다. 어느 날 인혜로부터 ‘여동생의 엉덩이 위엔 엄지손가락만한 몽고반점이 남아있다’는 얘기를 들은 영혜의 형부는 그 뒤부터 몽고반점에 대한 집착에 사로잡힌다. 그는 더 이상 구상이 떠오르지 않는 사진작가로 등장하는데, 몽고반점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작업 구상이 떠오른다. 영혜의 몸에 꽃을 그리고, 그 나체를 자신의 앵글에 담고 싶다는 욕망을 품게 된다. 얼핏 보면 말도 안 되는 어려운 제안이지만, 영혜는 받아들인다.영혜를 영혜 자기 자신으로 봐준 데 첫 번째 이유가 있고, 또 다른 이유는 ‘꽃’을 자신의 몸에 그려 넣는 작업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영혜는 지금까지 둘째 딸, 한국 사회에서 여성, 누군가의 아내로 역할 했다. 한 번도 영혜 그 자신이 된 적 없었다. 그러나 영혜의 형부는 영혜 그 자체를 원했다. 동시에 그는 영혜에 꽃을 그리길 원했다. ‘고기 이외에 내가 무엇이 될 수 있을까’하고 영혜는 생각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反육식의 동의어가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영혜는 형부의 제안을 들었을 때, 앞으로 자신의 삶을 꽃처럼, 나무처럼 살고 싶다고 다짐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