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두만강 주변의 국경 도시 함경북도 회령은 해방 전 일본인들이 많이 주거하는 도시 중 하나였고, 러시아, 중국, 일본 등 다양한 문화가 혼합된 도시였다. 작가 최인훈은 1936년 회령에서 태어났으며 그는 1947년 북한의 공산정권 하에 아버지가 함경남도 원산으로 이주할 때까지 그곳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최인훈이 한국의 분단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요인은 자신이 거주했던, 회령이라는 삶의 공간이 갖고 있는 특수성이 작품의 내면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최인훈은 1950년 월남하였고, 군 복무 제대 후 작품 창작에 몰입했다. 최인훈은 을 비롯하여 , 등 여러 가지 작품을 통해 남북의 분단 현실에서의 삶에 대한 성찰을 담아냈다. 또 다른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 , 등이 있으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문단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 결과 동인문학상, 한국연극영화예술상 희곡상, 중앙문화대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사의 신개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1960년 발표된 은 이명준이라는 주인공이 분단 시대에서 겪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철학과 학생인 이명준의 아버지는 월북하여 북한에서 정치 활동을 하는 인물이다. 공산주의 자인 아버지와 다르게 이명준은 정치 이념에 무관심하고, 친척 집에 거주하면서 꿈과 이상을 지닌 인물이다. 어느 날 아버지가 대남 비난 방송에 자주 출연하고, 북한에서 활동하는 공산주의자로 밝혀지면서 이명준은 경찰의 취조를 받고 고문을 당한다. 이로 인해 이명준은 개인의 밀실을 빼앗겼다고 생각하여 남한에 대한 환멸을 느낀다. 이에 그는 북한을 자신의 이상을 펼칠 수 있는, 광장과도 같은 공간으로 여겨 월북한다. 하지만 그가 직면한 북한 사회에는 혁명이 부재한, 사회주의 제도의 공허함만 남아있었다. 또한 남한에서 기대한 인간적인 소통과 정의로운 삶도 없었으며, 북한 역시 개인의 밀실은 존재하지 않았고 사회적 광장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결국 그는 남한과 북한 어느 곳에서도 진정한 삶의 광장이 없음을 느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는 은혜라는 여인과의 사랑에서 유일하게 마음의 위안을 받는다. 이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그는 전쟁에 참전하여 서울로 향한다. 하지만 그가 전쟁에서 목격한 것은 무의미한 학살과 죽음, 개인을 짓누르는 폭력과 명령뿐이었다. 또한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은혜는 낙동강 전투에서 죽고, 그는 결국 포로가 된다. 포로가 된 그는 남한과 북한이라는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다. 그는 양국의 회유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중립을 지킬 것을 외친다. 정전 후 그는 제3국의 중립국으로 향하는 배에서, 지상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푸른 광장을 바다에서 느낀 그는 환각 속에서 투신자살한다.“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 의 첫 페이지에서 작가는 ‘바다’라는 이상적 공간에 대해 암시한다. 작가 최인훈과 이명준에게 바다란, 광장이란 어떠한 존재였을까. 작품에 드러난 ‘밀실’과 ‘광장’의 의미를 생각해 볼 때 ‘밀실’은 자신만의 내밀한 삶의 공간, 즉 개인의 자유를 의미하고 ‘광장’은 사회적 삶의 공간, 즉 개개인이 자유롭게 어우러진 삶을 의미한다고 여겨진다. 이명준이 지향하는 삶은 이러한 ‘밀실’과 ‘광장’이 보장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작품 내에서 이명준은 전쟁과 분단이라는 현실 속에 남한과 북한 어디에서도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누리지 못한다. 결국 그는 제3의 이념을 택하고, 제3국행으로 향하는 배 위에서 바다 위를 나는 두 마리의 갈매기를 보게 된다. 순간 눈앞의 바다는 그에게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던 광장처럼 다가왔고, 그는 환각 속에서 투신자살하며 생을 마감한다. 이 비극적 결말은 남과 북이라는 갈림길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존재할 수 없음을 뜻하는 것으로 느껴져 더욱 인상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