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후 감시끄럽게 울려대는 알람 소리에 ‘조금만 더 잘까’ 생각하며 알람을 끄고 다시 눈을 스르르 감다가 문득 오늘 해야 할 일들이 쉴 새 없이 떠올라 황급히 몸을 일으키는 반복된 일상에 지칠 때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하루도 빠짐없이 밀려드는 갈등과 선택의 기로에서 쉽게 결정하지 못해 피로감이 높아만 가는 요즘 나미야 잡화점에 부쳐진 편지 속 고민들과 그 고민을 상담해주면서 사건들이 진행되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고민 상담이 편지로 주고받는 방법으로 이루어진 점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편지라는 의사소통 방법은 한 글자 한 글자 손수 글씨를 써야 하는 정성, 언제 올지 모르는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의 기대와 설렘,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떠올리게 하여 진솔한 고민 상담과 매우 잘 어울리는 듯하다.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고민을 상담해주는 사람은 분별력 있고 지식이나 경험이 많은 사람이 아닌 도둑질도 제대로 못하는 미숙하고 결점 투성이인 세 젊은이들이다. 꿈과 사랑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람, 해야만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주저하는 사람, 삶의 무게에 짓눌려 어두운 유혹에 흔들리는 사람, 선택하기 어려운 갈림길에서 머뭇거리는 사람들의 무겁고 어려운 고민들을 시간과 공간이 뒤틀리는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곳에서 세 젊은 친구들이 풀어가는 고민 상담 과정은 재미있기도 하고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고민을 가진 사람들은 이미 자신이 정한 답을 가지고 있지만 굳이 상담 편지를 보내는 것은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고 나의 고민에 정성을 다해 격려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힘이 생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단지 고민 상담의 내용이 나의 선택을 지지하는지 아닌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다.지금까지 내가 선택한 길이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고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좋을지 고민이 깊어지는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미야 잡화점이 어딘가에 정말로 있으면 좋겠다.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하는 것은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그립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한편 나미야 잡화점을 고민 상담의 창구로 만들고 어린 아이들의 장난스러운 고민 하나하나도 가벼이 넘기지 않고 정성껏 대답해주는 나미야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과 뛰어난 재치가 존경스러웠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진심을 다했던 나미야 할아버지의 마음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기적을 만들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나는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조차 피곤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을 때가 많았다. 정작 정말 중요한 것을 잊고 지내왔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어주는 나미야 할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반성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