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된 천재들이여 이제 날개를 달아라!(이상의「날개」를 읽고…….)지금의 시대는 이상이 살던 시대와는 다르다. 대한민국의 아픈 근대사인 일제 강점기를 살던 이상의 시대에서 많은 지식인들은 이 소설 날개의 프롤로그 첫 구절처럼 박제되어야 했다. 이상이라는 작가가 이 소설을 쓰고 몇 십 년이 지난 지금, 난 이 소설로 하여금 어떤 것을 느껴야 했을까? 나는 소설 속 인물의 의식에 따라가다 이야기의 끝을 보았고 짧은 이 단편의 끝에서 묘한 슬픔 또는 어떠한 불안을 느꼈다.소설은 1인칭 주인공시점으로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은 33번지 18가구에 산다. 주인공은 아내와 함께 살지만 아내는 햇빛이 겨우 드는 아랫방에서 자고 그는 햇빛도 들지 않는 방안에서 따로 산다. 그는 아내에게 거의 감금당하듯 살며 주위 이웃과 인사도 하지 않고, 방안에만 살며 아내가 주는 밥을 먹고 아내가 외출을 나가면 아내의 방으로 내려와 아내의 물건으로 장난을 치며 산다. 그러던 중 그는 밖으로 외출을 나가게 된다. 그는 아내가 내객이 왔다 가면 주는 은화를 지폐로 바꾸어 집으로 돌아갔고, 그 돈을 아내에게 주고 처음으로 아내의 방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그 다음 외출에도 아내가 준 돈을 아내에게 주고 아내의 방에서 잔다. 돈이 없어 외출을 못나가게 되자 아내는 돈을 주고 자정보다 늦게 들어와도 된다고 했지만 비가 오게 되어 주인공은 보다 일찍 귀가 하게 된다. 아내에게 혼이 날까 걱정했지만 아내는 비에 맞은 그에게 아스피린을 주었고, 그는 잠에 든다. 하지만 주인공은 이내 그것이 아스피린이 아니라 최면제임을 알게 되었다. 산에 올라가 생각을 하다 돌아갔지만 봐서는 안 될 것을 보게 되고 자신을 보며 화를 내는 아내를 뒤로 한 채 다시 집을 나오게 된다. 거리를 쏘다니던 주인공은 이내 미쓰꼬시 옥상에 있는 자신을 알게 되었고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려웠다. 주인공은 자신에게 다시 한 번 날개가 돋아 날아 보고 싶다 외치고 싶어 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그 시절 지식인들은 시대가 주는 아픔과 억압 속에 날개를 펴지 못했다. 박제되어 가기 시작한 의식은 곧 세상과 단절되기 시작했고, 점점 굳어가는 날개는 끝내 떨어져나갔다고 인식하기도 전에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이상의 날개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날개란 억압된 현실 속에서의 해방 또는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자유를 갈망하지만 잃어버린 지식인들은 어딜 가야할지 모른 체 거리를 서성거리고 있다는 걸 이상은 소설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생각된다.시간이 지나고 일제라는 상황이 없는 지금, 우리는 과연 우리의 날개를 펼쳐들고 자유롭게 항해하고 있을까? 이 시대의 젊은 청년들과 학생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시대는 달라지고 세상은 자유로워지고 기회는 더 많아졌으나 우리는 여전히 날개를 갈구하며 산다.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또 다른 압박은 우리의 길을 좀 더 좁게 몰아넣고 감금하고 있는 것이다.이상의 날개를 읽으며 나는 현시대와 그 시대는 분명 다르지만 그때 그가 느끼고 있던 어떤 불안에 동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상이 소설 속에 제시한 것은 지식인의 불안과 권태 그리고 사회와의 단절이다. 시대적 배경을 제외한 많은 것들이 지금의 지식인들과 동일하다. 지금의 지식인들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꿈이나 희망에 등을 돌리고 살아간다. 우리는 남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질까하는 불안에 살고 또한 자신이 원하고 잘하는 것들에 게으르다. 스펙 란에 쓰이는 자격증과 점수는 높지만 당신은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는 네이버 지식in을 검색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시대의 모순에 뛰어들던 과거의 지식인들은 현대에 들어서 고작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12년에서 16년 공부하는 톱니바퀴가 되었다. 우리의 날개가 사라지고 우리가 박제되어 가고 있는지 모른 체 우리는 어느 해도 안 뜨는 방안에서 권태로이 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