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 고시원 체류기’ 감상문가난과 외로움. 현대 사회에서의 칼럼이나 글에서도 즐겨 쓰이는 단골 소재인 만큼 전혀 낯설지 않은 단어들이다. 그리고 가난과 외로움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의 배경은 1991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를 표현했다고 느낄 정도로 현재와 맞물려있다. 그만큼 가난과 외로움이 이제는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라는 것이 아닐까. 집안의 몰락으로 인한 가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있음에도 소통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 ‘갑을 고시원 체류기’는 이런 문제들을 명확하게 짚어냈다.작품의 간략한 줄거리는 이러하다. ‘나’는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를 맞아 집안이 몰락한다. 그리고 친구의 집에서 기숙하던 중 친구네 어머니가 준 눈치 때문에 그곳을 나와 고시원에 들어가게 된다. 내가 새롭게 정착한 공간인 ‘갑을 고시원’은 너무나 허름하고, 방은 사람이 살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로 비좁다. 갑을 고시원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으나 소통은 전무하다. 그저 각자 밀실 속에서 단절된 생활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밀실도 완벽하게 단절된 공간은 아니다. 얇은 두께의 합판을 사이에 두고 있기 때문에 소리가 자유롭게 넘나든다. 때문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 눈치가 빠른 ‘나’는 그곳에서 살아남는 법을 익히며 적응해간다. 소리를 내지 않고 걷고 방귀를 뀌는 등 그곳의 생활에 익숙해져 간다. 이후 고시원을 탈출하는 데 성공하고 결혼도 한 나는 ‘갑을 고시원’을 떠올리며 지난날을 회상한다.등장인물을 중심으로 살펴보자면, 우선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여겨지는 김 검사는 고시원이라는 공간과 가장 어울리는 인간이다. 유일하게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갑을 고시원의 사람들 대부분이 고시원을 도피처로 여기며 쥐죽은 듯이 살아가는 것과는 다르게 김 검사는 언제나 당당하다. 한편 사정을 말하며 자문하는 ‘나’에게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지”하고 김 검사가 말하는 부분에서는 그가 너무나 냉정하고 동정심이 부족하다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연인과의 이별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배탈 때문에 ‘나’에게 애처롭게 휴지를 구하는 모습에서는 김 검사 역시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한편 대조를 통해서 ‘나’가 처한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낸 부분 역시 인상 깊었다. 친구와 갑을 고시원을 둘러보는 부분에서 친구는 “여기서 사람이 살 수 있을까”라는 발언을 한다. 물론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온 말일 수도 있지만, 이는 앞으로 그곳에서 살아야 하는 나의 마음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발언이다. 그리고 스포츠카를 몰며 떠나는 친구의 뒷모습 역시 현재 ‘나’의 상황과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또한 ‘나’가 생활정보지를 탐독하는 동안 두 명의 여학생은 셰익스피어의 를 읽고 있었다는 부분 역시 대조를 이용한 기법이다. ‘나’는 생활의 압박을 견디기에 바빠 예술이니 문학이니 하는 것들을 느낄 여유가 전혀 없다. 반면 두 명의 여학생들은 청춘을 즐기며 낭만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따라서 친구의 모습이나 여학생들의 모습은 그렇지 않아도 부정적인 ‘나’의 현실을 더욱 부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나’가 세상과 분리된 듯한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