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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표지 [산문] 소설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_정진영
    [산문] 소설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_정진영
    소설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정진영막연히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에 작법서 쪽을 기웃대다가도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것은 아닌 탓에 익숙하지 않은 용어나 숙제를 적으라고 비워둔 페이지에 위압감을 느끼곤 한다. 용기 내어 작법서를 집어 들었다가 채 완독하지 못하고 매번 내려놓게 되는 이유이다. 『소설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는 작법서가 아니다.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까닭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내가 글을 잘 쓰게 되는 데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작가가 자신이 소설을 써 온 경험을 풀어낸 책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은 작법서가 아니다.표지에 적힌 부제, “비전공자의 소설 쓰기”라는 문구처럼 정진영 작가는 비전공자임에도 소설을 쓰고 있고 심지어 소설로 먹고 살고 있다. 소위 등단을 하게 된 것은 2011년 장편소설 『도화촌기행』으로 지금은 없어진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을 통해서이다. Jtbc 드라마 『허쉬』의 원작인 『침묵주의보』와 KBS 라디오 드라마로 만들어진 자전적인 소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 등을 썼다. 그가 쓰는 작품은 대부분 판권이 팔려 영상화가 되었거나 될 예정이다. 심지어 『정치인』의 경우, 책이 나오기도 전에 계약을 맺었다. 서사가 중심이 되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하기에 좋다는 평을 듣는 장편소설을 주로 쓰고 있다.『소설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는 정진영 작가 자신이 써 온 작품으로 대부분의 장을 구성하고 있다. 해당 작품이 어떻게 쓰여지게 되었고 어떻게 책으로 출판되었는지를 들려준다. 나 같은 문외한은 그저 재미있는 출간 비하인드 스토리로 읽었지만 소설가가 꿈인 사람에게는 작가가 겪었던 과정이 막막한 미래의 희미한 불빛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등단작에 버금가는 작품을 많이 준비해 두고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아무도 보지 않는 일기를 쓰듯이 쓰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소설이 아니더라도 가능한 한 많은 글을 써 보는 게 나중에 소설을 쓸 때도 큰 도움이 된다.”와 같은 말들은 경험에 나온 선배의 조언이라 쓸모가 있지 않을까 한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말들이지만 나보다 앞서 걷는 사람이 자신의 경험과 엮어 들려주는 말이라서 나라면 기대고 싶어질 것 같다. 이렇게 신뢰도가 높아진 이유는 작가가 내 말이 옳다며 고집부리는 낡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엔딩 장면을 미리 결정해 보라”는 말의 경우, 모두에게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고 정확히 선을 긋는다. 본인처럼 서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편소설을 쓰는 경우, 끝을 향해 달려갈 때 덜 헤매게 된다는 말을 덧붙이는 세심한 배려를 할 줄 아는 사람이므로 나에게 필요한 조언을 걸러 담을 수 있다.작가가 열두 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 중 내가 귀를 기울였던 것은 당장 써라, 무조건 완성해라, 많이 써 둬라, 이 셋이다. 이 말들이 마음에 남았던 것은 다른 일에도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령,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게 무엇이든 일단 시작할 것, 그리고 목표치를 무조건 달성할 것, 그 결과물을 차곡차곡 쌓아둘 것으로 변형할 수 있다. 공부든 취미든 운동이든 생활 습관 개선이든 고민할 시간에 당장 시작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사람은 죽기 전에 저지른 일보다 미루다 못한 일을 후회한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일은 무조건 끝을 봐야 한다. 칼을 빼 들었으면 무라도 썰어야 한다는 속담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완성도가 심히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어떻게든 마무리는 지어야 한다. 그렇게 마무리 지은 일들을 쌓아두면 뿌듯함은 덤이요, 앞으로 일에 어떻게든 쓰인다. 삶의 이치다.이 책이 주로 말하는 것은 소설가로서 소설 쓰는 경험이지만, 다른 모습도 다수 담겨 있다. 처음으로 장편소설을 완성한 것이 대학생 때였기에 그 당시에 작가가 겪어낸 일들과 기자로 11년을 살았던 만큼 직장인의 애환이 담겨 있다. 또한 가족 안에서는 아들이자 남편으로서의 모습도 들어 있기에 읽는 재미는 다양하다. 내가 가장 공감됐던 부분은 “기자로 일할 때는 아무리 주체적으로 일해도 조직의 일을 대신 해주고 있다는 기분을 지우기가 어려웠다.”였다. 나도 그랬다. 회사라는 조직에서 일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조직의 결정이 내 가치에 어긋날 때였지만, 가장 자주 들었던 생각을 꼽으라면 마찬가지로 과연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느냐였다. 초반에 작가는 “소설가는 관종”이라고 말한다. 거친 표현이지만 어느 정도 동의한다. 다만, 소설가는 나대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내가 한 일을 내가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회사에서는 우리가 한 일만 존재했다. 우리가 싫었던 건 아니다. 내가 없다는 게 싫었다.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회사에서 나라는 존재가 없다면 나는 어디에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괴로웠다. 나는 여전히 많은 시간 우리로 살며 전업 프리랜서를 꿈꾸고 있지만, 전업 작가가 된 정진영 작가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정진영 작가는 소설 쓰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한다. 신이 나 있는 것이 글 곳곳에서 느껴진다. 소설을 좋아하는 만큼 동료 소설가가 늘어나길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이다. 장편소설이든 단편소설이든, 소설이든 다른 종류의 산문이든,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소설을 쓰고 있거나 쓰고 싶은 사람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소설을 업으로 삼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고민할 시간에 당장 쓰라는 쓴소리와 무조건 끝까지 써내라는 독려와 더불어 동료 의식이 읽힐 테고, 나처럼 글쓰기와 관련 없는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짧은 글이라도 끄적이고 싶게 만드는 글에 대한 열정이 읽힐 테다.소설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
    독후감/창작| 2024.06.07| 2페이지| 1,000원| 조회(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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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표지 노파람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날_허진희
    노파람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날_허진희
    노파람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날허진희《노파람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날》의 책 표지를 보고 반했다. 주인공으로 추정되는 아이의 파란 머리칼이 흩날리고 정면을 응시하는 눈매가 날카로웠던 걸로 기억하며 책을 읽었다. 다 읽고 나서 표지를 다시 보니 주인공의 머리카락은 파랑색이 아니었다. 갈색이었다. 흰 눈발 사이로 날리는 바람 줄기 혹은 빗줄기가 파랑색이었고 입고 있던 옷의 줄무늬 일부가 파랬을 뿐이다. 아무래도 ‘파람’이란 이름의 영향으로 파랑이 은연중에 각인되었던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인물들이 나처럼 단순한, 때로는 심각한 착각을 한다.주인공 파람은 물러터지고 무능력한 엄마 대신 자신이 돈을 벌어야 한다고 착각한다. 탠저린 영은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 자신이 파람을 구해낼 수 있다고 착각한다. 공미호는 거짓말을 다소 하더라도 사업에 성공하기만 하면 된다고, 공비수는 자신이 입을 다물기만 하면 누나가 행복할 거라고, 모고진은 가엾은 친척에게 자신이 선의를 베풀고 있다고, 식당의 손님들은 최고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불법을 저지르는 것쯤은 괜찮다고 착각한다.수많은 사람들의 착각 혹은 착각을 가장한 자기 합리화로 《노파람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날》의 이야기는 진행된다.열일곱인 노파람은 숙식 제공 아르바이트를 수락한다. 엄마의 6촌 친척의 제안인데다가 돈이 급한 상황이라 겨울방학 동안 약점을 팔라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공미호가 하늘로 떠난 반려견 헤븐의 이름을 따 지은 식당은 미술관으로 보일 만큼 고급스럽고 비밀스럽다. 도축육이 환경파괴를 이유로 전면 금지된 상황에서 이곳에서는 도축육으로 만든 요리를 선보인다. 도축육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특이 체질을 타고난 노파람이 시식을 하여 이를 증명한 후, 각계각층의 유력자들이 몰래 도축육으로 만든 음식을 즐기는 저지르는 곳이다. 탠저린과 함께 노파람이 이를 폭로하는 과정에서 제공된 음식이 공미호의 천재 동생이 만들어낸 배양육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 식당은 도축육과 흡사한 맛의 새로운 배양육을 팔기 위한 공미호의 계책이었던 것이다.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허둥지둥 도망가는 손님들과 돈이면 무엇이든 해도 된다는 공미호에게 질린 노파람은 엄마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노파람과 탠저린 영, 공비수를 제외하면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인물이 어른이다. 수많은 어른들은 한결같이 어른답지 못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착각을 하거나 착각한 척을 하여 자신의 의도를 관철하고 합리화한다. 불법을 저지르고도 당당한 어른들은 결코 사과하는 법이 없다. 모고진이 한 것도 사과로 들리지 않았다. 좋게 말해 설명, 나쁘게 말해 변명이었다. 배양육 개발자이자 공미호의 동생인 공비수가 사과했지만, 비수 역시 겨우 열아홉 살짜리이다. 어른이 되면 다들 그렇게 변하는 건가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단 한 명이라도 본보기가 있다면 희망을 품을 수 있을 텐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새드 엔딩이다. 그런 어른이 될 바에는 피터 팬처럼 사는 수밖에 없는 걸까 하는 비관적인 생각만 들었다. 물론 노파람과 탠저린 영, 그리고 공비수가 어떤 어른이 될지 기대감을 품으라는 의도였다면 실패한 것 같다. 노파람과 공비수는 주류 사회에 편입하지 못하고 내내 겉도는 인생을 살 것 같고, 탠저린 영은 자신의 부모와 똑 닮은 삶을 살 것 같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은 아직 어리고, 주변에 변변한 어른이 없다. 밥만 먹인다고 성장해 훌륭한 어른이 된다는 착각을 이 사회는 언제쯤 내다 버릴지 의문이다.이 글을 쓰는 내내 작가는 ‘떠남’과 ‘방향 전환’에 대해 생각했다고 한다. 생애 첫 ‘떠남’과 ‘방향 전환’은 대개 성인이 되면서 일어날 것이다. 12년의 공교육 교육 과정을 마친 사람을 기준으로 봤을 때, 이때가 정서적인, 그리고 경제적인 독립을 차츰 이뤄내는 시기로 이해된다. 문제는, 모두가 알다시피 이 시기에 독립에 성공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다. 현재 경제 상황에서 경제적인 독립이 늦어질 수는 있지만, 정서적인 면이나 일상생활 면에서조차 이뤄지지 않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부모가 주는 용돈과 해 주는 반찬에 의존하는 정서적 어린애들이 이십 대, 삼십 대, 혹은 그 이상 할 것 없이 흔해진 세상이다. 그 결과, 겉만 어른인 사람들이 판을 친다. 가정에서 첫 번째 독립을 이뤄내지 못한 채로 산다면 어느 조직에 소속되더라도 해당 조직과 타 조직원에 대한 의존도는 높고 업무 수행 등의 자율성은 떨어지고,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로 살게 될 것이다. 그런 것이 진정 원하는 삶인지 고민해야 하는 주체는 미성년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독후감/창작| 2023.04.28| 2페이지| 1,000원| 조회(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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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표지 나인_천선란
    나인_천선란
    나인천선란천선란의 청소년 장편소설 《나인》에서는 두 줄기의 우정 이야기가 펼쳐진다. 열일곱의 유나인과 단짝 친구인 신미래와 강현재의 이야기, 그리고 열일곱이던 박원우와 권도현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나인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동안 이를 말없이 지켜보며 마음으로 응원해주는 두 친구가 있었지만, 원우와 도현은 서로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 주지 못했다. 이에 따른 사건 역시 두 줄기이다. 손톱 끝에서 싹이 나고 식물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나인의 외계인 정체성 자각과 두 해 전 가출로 종결된 원우의 실종. 물론 이 두 사건은 얽혀있다.본격적으로 우정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간단히 줄거리를 살펴보면, 《나인》의 주인공 나인은 외계에서 온 누브족이다. 열일곱이 되도록 자신의 정체를 모른 채 평범하게 살던 어느 날 식물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부정하던 것도 잠시, 열손가락 끝에서 싹이 났다. 자신이 미쳐간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때가 된 것일 뿐이었다. 한편, 평범한 일상을 살아온 나인에게 미래와 현재라는 두 명의 단짝이 있다. 서로 크고 작은 비밀이 생기며 관계에 조금씩 금이 가는 중, 힘을 합쳐 두 해 전 발생한 박원우 실종 사건의 실체를 밝히며 셋은 우정을 지켜낸다.식물의 씨앗에서 발아했다는 출생의 비밀과 실종된 학생이 실은 살해당한 후 산에 묻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인에 비하면 미래와 현재의 비밀은 하찮고 사소하며 흔하게 보인다. 그럼에도 각자의 비밀은 일상을 무겁게 짓누른다. 비밀의 무게란 상대적이다. 남들이 쉽게 들어 올려도 나는 무릎도 못 편다. 그래서인지 나인의 비밀스럽고 스펙터클한 스토리보다 미래와 현재의 소박한 이야기가 좀 더 오래 마음에 남았다.미래의 비밀 혹은 고민은 연애도 하고 일도 하며 잘 지내는 엄마와 달리 이혼 후 모든 의욕을 상실한 아빠와 만나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어린 딸에게 신세한탄이나 하고 있는 아빠라니 철이 없어도 한참 없다. 게다가 나인에게 비밀이 생긴 것 같은데 도통 털어놓질 않는다. 우리 사이가 멀어지는 것만 같고 현재와는 데면데면하다.현재는 누나들과 터울이 꽤 있는 편인데, 엄마가 낙태를 하려다가 그냥 낳았다는 사실을 어릴 때 알게 되었다. 애정 결핍 등에 시달리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건 늘 챙겨주고 옆을 지켜주는 미래와 나인 덕분이다. 그러므로 유학을 위한 출국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가장 친한 두 친구들에게 아직 입을 못 뗐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자 걱정거리일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고백한 미래에게 차인데다가 나인은 무슨 일인지 정신이 하나도 없어 보여 타이밍을 도통 못 잡겠다.셋은 자신에게 생긴 이러한 작고 크고, 오래 되고 얼마 되지 않은 비밀들이 마냥 무거워 버겁다.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한 사이라도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법이다. 급박한 상황에 놓이자 셋은 말하는 타이밍을 영영 놓치게 될까 봐 쌓아둔 이야기를 한꺼번에 털어놓는다. 서운함에 앞서 투덜댈 법도 한데, 차분히 들어주고 서로 토닥여주고 위로해주고 이해해 주는 모습을 보며 한없이 부러웠다.그들의 우정이 부러운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가장 부러워한 건 도현이 아닐까. 원우는 하나밖에 없는 도현의 친구였고, 아마도 원우에게 도현 역시 유일한 친구였을 것이다. 자신을 제발 이해해 달라고, 나를 봐 달라는 도현과 외계인의 존재에 사로잡혀 딴 곳만 쳐다본 원우는 그렇게 평행선을 그리다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된 것은 제때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 친구처럼 얼굴 마주하고 말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언제까지 기다릴 수도, 짐작만으로 넘겨짚을 수 없으므로 편지로든 메신저로든 전화로든 꼭 말을 꺼내야겠다.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미래이다. 미래가 정말 멋진 녀석이라고 생각한 지점이 있다. 미래는 오랫동안 감정을 식힌 뒤에 화가 남아 있다면 그제야 입을 연다. 미래의 아빠를 보면서 한 번 더 느끼는 거지만 어른이 꼭 나이만 많다고 어른이 아니다. 미래가 진짜 어른이다.그리고 생각나는 또 한 사람은 지모이다. 지모를 보는 내내 홀로 아이를 키우는 동안 친한 친구가 하나도 없어 힘들고 불행했겠지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마지막에 지모의 친구가 나타나 나인의 인생이 매우 달라질 계기와 아마도 후속편이 나올 여지를 주는데, 나는 별안간 울컥했다. 자주 만나지 못해도 자신의 아이를 맡길 만큼 믿음직한 친구를 가졌다는 게 다행이다 싶은 마음에 그랬던 것 같다.
    독후감/창작| 2023.04.13| 2페이지| 1,000원| 조회(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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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표지 구미호 식당
    구미호 식당
    구미호 식당박현숙《구미호 식당》은 그동안 동화 작품을 더 많이 써 온 작가 박현숙의 청소년소설이다. 2018년에 발간된 이 책의 큰 인기로 현재 시중에는 같은 이름으로 다른 이야기를 품은 세 권의 책이 더 나와 있다. 성공한 시리즈물로 완벽히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어느 날, 두 사람이 죽었다. 구미호의 꾐에 넘어가 피 한 모금을 대가로 도영과 아저씨는 이승에서 사십구 일 동안 머무를 수 있게 된다. 생전과 다른 얼굴로 둘은 구미호 식당을 연다. 밖으로 나갈 경우 극심한 통증을 느끼므로 외출은 금지 아닌 금지이다. 그 때문에, 호텔 셰프였던 아저씨는 보고 싶은 사람을 식당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크림말랑이라는 그 사람이 눈치 챌 수밖에 없는 사연 있는 메뉴를 선보인다. 아저씨는 결국 본인이 사랑했던 여자를 만났고 자신의 사랑이 상대에게는 집착이고 폭력이었던 것을 마지막에야 인정하고 사과하게 된다. 한편, 당장 저승에 가도 상관없다는 도영에게는 자신을 지독히도 미워하는 할머니와 다섯 살 터울의 형이 있다. 도영은 친구 수찬의 스쿠터를 몰래 타고 나갔다가 죽었고, 수찬은 이에 큰 죄책감을 떠안고 있다. 손자를 미워하는 줄로만 알았던 할머니는 도영의 죽음에 충격으로 쓰러져 수술까지 받았고, 형은 그런 할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느라 우연히도 구미호 식당에 알바로 취직한다. 뒤늦게 이러한 사정을 알게 된 도영은 수찬에게 먼저 손 내밀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제때 내색하지 못한 가족의 서툰 마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사랑에 대한 집착을 턴 아저씨와 가족과의 오해를 푼 도영, 이 두 사람은 나란히 저승길에 오른다.도영이 유일하게 자유를 느끼던 순간은 수찬의 스쿠터를 몰래 타고 나갈 때뿐이었다. 열다섯에 무면허로 훔친 스쿠터를 타는 일탈만이 어린 도영을 숨 쉬게 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도영이 원만하지 못한 성격으로 그려지지만 그래봤자 중학생이다. 도영을 오갈 데 없고 마음 붙일 데 없이 밖으로 내몬 어른들과 그들이 만든 세상이 원망스럽다. 어린 아이가 기억하는 유일한 따스함이 개집이라는 것, 주변에 보듬어 줄 어른 하나가 없었다는 것에 읽는 내내 화가 났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건, 감정표현이 서툴던 할머니와 형이 대화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살아 있을 때 잘하지, 라는 생각을 밀어내고, 서로를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툴툴거리더라도 아껴주며 잘 살 것 같다. 도영이 후련하게 떠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결말에 동의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원래 불교에서 사십구일을 사람이 죽고 나서 다음 생을 얻을 때까지 걸리는 날의 수라고 여긴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구미호 식당》에 나오는 사십구일은 생을 채 마무리하지 못하고 죽은 두 사람에게 주어진 생을 돌아볼 마지막 기회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열심히 살라는 메시지를 말하지 않는다. 도리어 평범한 어떤 날에도 할 수 있는 말을 오늘도 하며 살자고 말한다. 언제든 죽어도 여한이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럼에도 그럴싸하게 살아보자는 메시지를 건넨다.죽음을 다루는 책들을 좋아한다. 죽음을 말하지 못하게 하고 죽는 것을 두려워하게 하는 사회 분위기가 어릴 때부터 불편했다. 그래서 아무리 사랑했던 사람이라도 죽은 사람을 기억하지도 그들을 위해 눈물을 짓지도 못하게 하는 무언의 억압이 싫었다. 아프리카의 어느 종족이 하듯 장례식을 축제처럼 즐기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죽은 이들을 기억하며 그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이 우리 곁에 한동안 머물다 여한이 없는 상태로 떠날 수 있다니 허구임을 알면서도 다행이라는 마음이 든다.그런 의미에서 형에게 크림말랑의 레시피를 알려주며 허겁지겁 헤어지는 도영의 모습이 아쉬웠다. 생전에도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던 도영에게 조금 더 시간을 줬으면 좋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인생이겠지. 가족이든 친구든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일 수도 있겠지만, 책처럼 서로 조그마한 오해들이 쌓였거나 엇갈린 순간으로 인한 착오일 수 있다. 행동이나 말은 곡해될 수 있으니 그 사람에 대한 내 말과 행동, 마음을 점검한 후 나를 미워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내는 것도 좋겠다. 정말 오해였다면 나를 아끼는 사람이 하나 늘어나는 데에 그 정도 수고는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독후감/창작| 2023.03.20| 2페이지| 1,000원| 조회(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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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브_단요
    다이브단요기후 위기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자 한국 주변에 큰 댐을 세웠다. 그마저 2042년에 전쟁으로 무너져 잠겨 버리고 2057년 현재, 서울에는 산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산다. 노고산 물꾼 선율은 몇 해 전 이주한 남산 물꾼 우찬과 시비가 붙어, 보름 후 최고의 물건을 건지는 사람이 이기는 내기를 건다. 선율은 한 빌딩에서 발견한 플라스틱 큐브를 건져 올리고 내기에서 이길 욕심에 그 안에 든 소녀를 깨운다. 그렇게 깨어난 기계 인간 수호는 전쟁이 나기 4년 전인 2038년까지의 기억만을 갖고 있다. 선율의 도움으로 찾게 된 기억으로 경이 삼촌과 화해하고 노고산에 자리 잡게 된다.《다이브》는 선율이 문을 열지만 가장 중심이 되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수호이다. 열아홉 생의 대부분을 병원에서 치료와 수술, 회복으로 보냈다. 어차피 죽을 몸이라는 걸 알았고, 기계로 만들어서라도 옆에 붙들어 두려 한 부모 마음을 이해한다고 생각해서 뇌를 스캔해 기억을 기계에 넣는 것에 동의했고, 그 결과 아프지 않은 몸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사회는 수호를 내내 죽은 사람 취급했고, 부모 역시 때론 딸로 취급했다 때론 기계로 취급했다 하는 바람에 수호는 혼돈스러웠다. 유일하게 믿었던 과외 선생 경이에게도 이해받지 못하자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그렇게 첫 번째 기계 몸은 사라졌고 방황하던 4년의 기억을 지운 기억 스캔본만을 지닌 지금의 수호가 있게 된 것이다. 깨어난 것이 2042년이었다면, 깨운 것이 부모였다면, 아마도 수호는 또 같은 고민을 하고 방황하다 같은 결론에 다다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모도 잠기고 서울도 잠긴 지금, 수호 앞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있다. 억지로 끌려와 삶에 내던져진 것은 동일하지만, 예쁘고 착한 딸 기능만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경이가 말했듯 가진 돈으로 마음껏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수호 곁에는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물속에서 숨 쉴 필요가 없는 수호는 최고의 물꾼으로 기능할 수 있고 아이들이 가득한 그곳에서 좋은 언니가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이야기는 수호가 선율과 지오 등 친구를 얻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지만, 그것이 해피 엔딩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수호는 기계 인간이다. 게다가 배터리는 겨우 3개월 정도 남은 상태이다. 먼저 충전은 가능한지나 어떻게 가능한지에 앞서, 수호는 과연 충전을 할지 말지, 그래서 삶을 연장할지가 궁금하다. 노을을 같이 볼 친구가 생긴 현재 상황으로 보아서는 당분간은 연장하고 싶을 것 같지만, 늙지도 죽지도 않을 수호가 다른 아이들의 성장과 늙음,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고민하다 보면 앞에 더 많은 이야기가 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유한한 삶이기에 우리는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 뜻 깊게 살려고 노력하는데 수호의 삶의 가치는 무엇일까 궁금하다. 또래 아이들이 훌쩍 어른이 되어 버린 수년 후의 이야기로 《다이브》의 후속작이 나와도 즐겁게 읽을 것 같다.이야기의 시작점이 되는 선율과 우찬의 다음 이야기도 흥미로울 것 같다. 선율은 변해버린 세상에 누구보다 잘 적응하여 살아가고 있다. 바다에 잠긴 서울을 잠수하며 쓸 만한 물건을 건지는 물꾼의 삶에도 만족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도 능숙하다. 이 세계의 모범생인 선율에게도 자신만의 고민과 미래에 대한 걱정, 불안이 있을 법한데, 이번 책에는 또렷이 드러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같은 유치원 새싹반 친구 지오와의 관계도, 2년 전 합류한 지아와 잠수를 하는 이야기도 더 깊게 알고 싶다.노고산 출신 우찬은 누나의 죽음을 계기로 남산으로 이주했다가 죽은 누나에 대한 미련을 떨친 지금은 강원도로 떠날 결심을 한 상태다. 우찬이 마주하게 될 물에 잠기지 않은 그곳의 삶은 어떤 모습일지, 기존의 삶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지 궁금하다. 강원도로 들어가는 길이 막혀있고 그 앞에 난민촌이 형성되어 있다는 말이 책에 스치듯 나오는데 그곳의 삶을 엿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독후감/창작| 2023.01.28| 2페이지| 1,000원| 조회(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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