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마스의 기호학 이론과 신화를 이용한 애니메이션 분석– 기호 사각형과 행위주 모델1. 서론1.1. 연구배경 및 연구목적‘기호’는 ‘무엇을 통해 무엇을 나타낸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호는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 우리가 길을 걷다가 빨간색 신호등을 보고 걸음을 멈추는 것도 기호 작용이고, 책을 읽는 행위 역시 기호작용이다. 따라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기호로서 채워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책과 연극 등, 기호 체계로 이뤄진 작품들을 소비해왔다. 그리고 현대에는 과거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하늘에 떠 있는 섬,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동물 등의 신화적 요소들을 애니메이션을 통해 관객들이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현대 영상기술의 발전은 애니메이션 산업의 부흥을 이끌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을 주축으로 하여 발달하기 시작한 애니메이션은 서브컬쳐(subculture)의 영역을 넘어서 하나의 장르로서 인정받고 있으며,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애니메이션은 신화나 영화와 마찬가지로 개별 작품 속에서 저마다의 서사 구조를 갖추고, 애니메이션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상호적 의미 작용을 하며 한 작품을 구성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연관성을 갖고 작품 내부의 규칙과 관습을 형성하며, 그것이 작품 외부에 존재하는 관객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애니메이션은 단순히 어린 아이들의 것으로 저평가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디즈니(Disney)’, ‘픽사(Pixar)’, ‘지브리(STUDIO SHIBLI)’ 등 대형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들이 세상에 내놓은 작품들은 전세계인들에게 모두 사랑받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애니메이션이 전연령층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기 위해,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이 서로 어떤 기호학적 의미 작용을 하는지, 그리고 나아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계속 이어져오는 신화적 상상력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어떻게 구체화되고, 기존의 신화를 변형할 임의로 분절하고 뒤섞는 ‘시간화(temporalization)’, 공간을 임의로 분절하고 뒤섞는 ‘공간화(spatializaion)’가 이뤄진다.3. 본론② 텍스트 분석3.1 그레마스의 기호학을 이용한 텍스트 분석 - 의 주인공 키키는 13살이 되는 해에 마녀로서 홀로 독립하기 위해 집을 떠난다. 키키는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빵집을 운영하는 오소노 아줌마의 집에서 살며 배달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키키가 온 도시의 사람들은 그녀를 달갑게 바라보지 않고 외부인으로 생각한다. 도시에서 생활하던 도중 키키는 마법으로 비행할 수 있는 마녀로서의 능력을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친구인 돔보가 위기에 처하자 그를 구하면서 비행 능력을 되찾는다. 키키가 돔보를 구하고, 사람들에게 외부인이 아닌 내부인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의 줄거리를 바탕으로 기호 사각형을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대립 관계연루 연루대립 관계키키는 마녀로서 거처야 하는 과업을 성공한다면 마녀로서 인정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정식 마녀가 될 수 없고 마녀로서 외면 받게 된다. 또한 애니메이션 속에서 키키는 마녀로서의 수행을 성공하는 동시에 도시의 사람들에게도 인정 받게 된다.의 줄거리에 따라 행위주 모델 분석을 하면, 키키는 주체, 대상은 마녀로서 거처야 하는 수행, 발송자는 마녀인 키키의 어머니, 수령자는 수행을 성공적으로 끝낸 마녀 키키, 원조자는 오소노 아줌마, 돔보 등, 적대자는 키키를 외부인으로 바라보는 도시의 사람들로 정리할 수 있다.대상에 해당하는 ‘마녀의 수행’을 하기 위해 도시로 온 키키는 처음 마을에 도착했을 때 이질적인 풍경에 당황한다. 도시는 생각보다 더 어린 키키에게 냉담했고 그녀를 적대하며 외부인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원조자인 오소노 아줌마 덕에 살 집을 구할 수 있었고, 돔보는 키키와 친구가 되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마지막엔 키키가 마법을 되찾을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다. 애 니메이션의 결말에 [그림 3]에서처럼 키키는 야기가 다수 존재한 것은 남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신화의 서사 구조가 계속 재생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야자키 감독은 영웅 신화에 여성을 새로운 영웅 혹은 주인공을 내세우며 기존의 남성 중심적인 신화를 변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에서 키키는 여성 중심의 영웅 서사 주인공으로서 작품 내부에서 의미 작용을 하고 있으며, 기존 영웅 신화에 새로운 시각을 부여하면서 신화의 변형을 보여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3.3. 그레마스의 기호학을 이용한 텍스트 분석 - 의 주인공 치히로는 이사를 가던 도중 길을 헤매다 들어간 터널에서 새로운 장소를 발견한다. 하지만 음식을 함부로 먹은 부모님이 돼지로 변한 탓에 하쿠의 도움을 통해 여기에 머물며 일을 하기로 한다. 치히로는 유바바에게 이름을 빼앗기고 센이라 불리며 목욕탕에서 일을 하게 된다. 센은 첫 임무에서 강의 신을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주는 실적을 쌓으면서 새로운 세계에 적응한다. 어느 날 센은 하쿠가 유바바의 언니인 마녀 제니바의 도장을 훔치는 탓에 저주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센은 다친 하쿠를 위해 강의 신에게 받은 고약을 먹여 하쿠를 구하고 그에게 걸린 저주를 풀기 위해 제니바를 찾아간다. 한편 목욕탕에서는 괴물로 변한 가오나시를 원래대로 돌리기 위해 센은 가오나시를 만나러 가고, 강의 신에게 받은 약을 가오나시에게 준다. 약 덕분에 가오나시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센과 함께 제니바의 집으로 향한다. 제니바의 집에 도착한 센은 하쿠에게 걸린 저주를 푸는 방법을 묻지만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답변을 듣게 된다. 하지만 곧 하쿠가 자신이 어린 시절에 빠진 강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이를 하쿠에게 알려준다. 그 덕분에 하쿠 역시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고 이름을 빼앗기는 유바바의 저주가 풀린다. 하쿠와 함께 무사히 목욕탕으로 돌아온 치히로는 유바바의 마지막 시험대에 올라 많은 돼지 중에 아빠와 엄마를 찾는 관문을 통과하고 집으로 돌아간다.의 줄거리를 바탕으로 기호 사각형을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 에서는 주체이자 행위주인 치히로가 부모님과 함께 낯선 세계로 이동한 다음, 원래 살던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시험을 치르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치히로가 시험을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서 원조자들이 도움을 주고 결국 적대자들의 마음까지 돌리면서 성공적으로 과업을 끝내고 부모님과 원래 살던 세상으로 떠난다. 따라서 어린 아이의 ‘성장’이 작품의 주요 모티브라고 할 수 있고,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신화적 요소는 ‘영웅 신화’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치히로는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세상으로 올 수 있는 선택 받은 자라고 할 수 있고, 강이었던 하쿠가 그녀를 구했을 만큼 비범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러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낯선 세계에서의 고난을 이겨내고 위기를 극복한 다음 행복한 결말을 맞이 했으므로 영웅 서사 구조와 매우 비슷한 서사 구조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은 영웅 신화를 채택하여 작품을 구성했다고 볼 수 있다.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주체적인 여성상을 반영하듯, 에서 치히로는 독립적이고 모험심 가득한 여아로 그려진다. 치히로는 낯선 세계에 홀로 남겨졌음에도 좌절하지 않고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노력할 뿐만 아니라, 원조자들에게 도움을 받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하쿠가 유바바의 저주에서 벗어나 원래의 이름을 되찾도록 도와주며 원조자들의 원조자가 되기도 한다. 즉, 치히로는 미야자키의 소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본 와 유사하게 치히로는 여성 중심 영웅 신화의 주인공으로서 작품 내부에서 의미 작용을 하고 있고, 기존의 남성 중심적인 신화에 변형을 가하고, 작품 외부의 관객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에서는 주인공 치히로의 적으로 강한 여성이 등장한다. 유바바는 용인 하쿠를 부하로 두면서 권력을 쥐고 아주 큰 욕탕을 운영하는 마녀이다. 여성이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우두머리로서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 설정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이 갖는 또 다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사회의 우두머리는 주연관되어 있고, ‘마녀가 되기 위한 수행’과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시험’이 영웅 서사 구조의 고난과 역경과 연관 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두 주인공이 원조자들의 도움을 통해 위기를 이겨내고 영웅으로 성장하는 것이 ‘영웅 신화’의 서사 구조와 매우 비슷하다는 것에서 두 작품 모두 ‘영웅 신화’를 작품의 서사에 이용하고 있음을 추측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두 애니메이션 모두 ‘영웅 신화’를 이용하여 서사를 전개하고 있지만, 텍스트의 특수성을 드러내는 담화 구조 층위에서 공간화, 시간화, 행위화 등에서 작품 간의 차별점을 갖고 있음을 파악했다. 영웅 신화는 아주 오래 전부터 전승되어 온 신화로, 아주 많은 텍스트들의 모티브가 되는 신화이다. 하지만 와 은 영웅 신화 서사 구조를 있는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새롭게 변형을 주고 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남성 중심적인 사회 구조로 인해 여성은 집 외부로 나서는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 여성은 주로 육아와 집안일을 담당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사회적인 활약상을 보여주는 영웅 신화의 주인공 역할에 여성은 자주 등장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은 여자아이를 영웅 신화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전형적인 서사 구조를 변형하여 재생산하고 있다. 보편적으로 사회에서 여자아이는 연약하고 지켜줘야 할 존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키키와 치히로는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모습을 보이고, 더 나아가 주변 캐릭터들을 구해주며 영웅으로 성장한다. 이처럼 두 주인공은 모두 여자아이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부정한다. 텍스트의 소비자들은 이런 새로운 유형의 캐릭터들을 보면서 영웅이 어린 아이가 될 수도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고, 여성도 남성과 같은 힘과 주체성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게다가 에 등장하는 마녀 유바바는 주로 남성이 우두머리에 오르는 사회에서 여성도 권력자가 되어 힘을 휘두를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환기해주는 캐릭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기존의 신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