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목차없음본문내용책을 읽게 된 계기는 실로 단순했다. 책표지에 나와 있는 남자의 초상화. 비쩍 마른 얼굴에 왠지 모를 조소가 담긴 얼굴표정. 평소에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해 늘 웃는 얼굴과 상냥한 태도를 고수한 나한테. 그리고 내가 아무리 주위 사람한테 잘해도 뭔가가 살짝 겉도는 것 같은 인간관계에 약간 지친 난 뭔가에 이끌린 듯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이 책은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太宰治)의 작품이다. 그는 1909년 아오모리 현 기타쓰가루의 대지주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집안이 고리대금업이라는 방식으로 부를 쌓은 것이 부끄러웠는지 평생을 괴로워하고 힘들어했고 도쿄대학교 시절 좌익운동에 가담한 사실이 있다. 그리고 을 탈고 후 를 집필하던 중 연인과 39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한다.처음에 이 글은 제3자가 요조라는 남자의 어린 시절, 청년기, 그리고 말기를 찍은 세장의 사진과 요조가 쓴 수기를 읽게 되면서 시작한다. 처음에 제3자는 요조의 사진을 보면서 굉장히 소름끼치고 이상한 사진이라고 말한다. 사진속의 남자는 요조의 어린 시절을 남들은 귀엽다고 할지 모르지만 자신의 눈에는 한낱 징그러운 원숭이 같다고 하고, 청년기 사진은 굉장한 미남이지만 어딘가 불쾌하고 기분 나쁘다고 하고, 말기에 화롯가 에서 불을 쫴는 요조의 사진을 본 사람은 정말 소름끼치고 끔찍하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수기는 시작한다.수기는 요조의 1인칭 서술이다. 나중에 작가의 내력을 봤지만 이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 즉 요조라는 사람에게 자신을 투영한 성격이 강하다.소설 속에 그는 불우한 천재 인 듯 너무 어린 나이에 인간의 어두운 심연을 일찍 들여다 보았던 것 같다. 타고난 인간에 대한 공포. 그의 집은 아버지가 연설회를 열고, 지역유지와 어울리고 의회에 나가는 것으로 보아 사회적으로 꽤 명성과 지위가 있었고 집에 많은 하인을 거느린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 유복한 집안으로 보여 진다. 하지만 그는 너무 기본적인 공복감마저 못 느끼고 아버지가 도쿄에 갈 때 원하는 선물을 말하라 해도 보통 아이들은 쉽게 말하는 한편 요조는 눈치를 보다가 그냥 아버지가 아들에게 사주고 싶은 선물을 수첩에 몰래 적을 만큼 소심하고 심지어 집에서 거느리는 하녀들과 머슴들에게 말로는 표현 못할 범죄(책에서는 직접 나오지 않았으나 아동 성폭력으로 예상됨)를 당했음에도 가족들에게 비난 받을까 두려워 아버지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다. 그리고 그는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익살을 선택했다고 서술한다. 그는 머리가 매우 좋았는지 딱히 노력을 하지 않음에도 학교 성적이 우수하고 자신의 익살과 명석한 두뇌 때문에 교우들과 선생님들께 존경 받는 것이 매우 두려웠다고 고백한다.그리고 그는 아버지의 뜻대로 바다와 벚꽃이 있는 학교로 진학을 하게 된다.그는 그곳에서 하숙을 하면서 아무래도 고향집보다 타향이 내 진짜 모습을 속이는 것이 편하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는 여자에 대한 공포와 혐오감, 여자는 똑같은 인류 같으면서도 남자하고 완전히 다른 생물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하지만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본모습을 제대로 봐주는 친구를 만난다. 다케이치. 어눌하고 약하고 부족해 보이는...백치 같은 사람. 하지만 요조의 이중성을 바로 간파 했을 뿐 아니라 다케이치 때문에 요조는 자신의 내면을 솔직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수단으로 그림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된다. 그리고 요조는 자신이 봐도 흠칫할 정도로 음산한 그림인 도깨비 그림-요조의 가슴속에 꼭꼭 눌러서 감추던 정체, 남들 앞에선 익살로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자신의 본모습인 음산함을 그대로 표현한 도깨비 그림을 유일하게 다케이치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의 본모습을 그대로 표현한 도깨비그림을 영영 숨겨 버린다. 훗날 요조는 동거녀, 그리고 호리키 등 다른 사람에게도 이 도깨비 그림을 자랑하고 싶어 하나 끝내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못함을 매우 안타까워한다. 난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면서 호리키가 아닌 다케이치가 요조의 곁에 계속해서 남아주었으면 요조의 앞날이 조금은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요조는 벚꽃과 바닷가가 있는 학교에서 아버지의 뜻대로 관료가 되기 위해 도쿄로 전학을 가는 바람에 다케이치와 헤어지고 그곳에서 호리키를 만난다. 요조는 호리키를 나중에 이렇게 표현한다. “서로 경멸하면서 교제하고 서로를 쓸모없는 인간으로 만들어가는 그런 것이 이 세상의 소위 ‘교우’라는 것이라면, 저와 호리키의 관계도 교우였음은 틀림없습니다.-호리키는 지금까지 저하고 교제하면서 뭐하나 잃은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요조는 호리키와의 만남으로 그나마 인간에 대한 공포를 조금이나마 극복 하는 듯 보였으나 공산주의에 빠져든 것, 그리고 술, 담배, 창녀...끝없는 방황과 자기혐오. 훗날 가족들에게 절연당하고 요조 인생에 처음으로 사랑했던 여자의 죽음을 방조하게 되는 죄를 짓게 된다.요조는 수기 내내 가족들에게 돈을 요구하고 편지를 보내는 장면이 종종 나오지만 내가 볼 때는 요조는 돈보다 가족들의 관심과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런 요조를 가족들은 외면했고 요조는 과부며, 술집 마담이며 단지 의지할 곳이 필요해 여자와 동거하는 모습이 보이고 현실을 잊기 위해 계속 술에 빠져드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요조는 처음으로 자신을 순수하게 믿어주는 요시코와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결혼은 요조가 기대했던 행복보다는 참담한 고통을 가져다준다. 호리키와 옥상에서 술을 마시던 밤, 호리키는 잠시 밑으로 내려갔다가 무슨 좋은 구경이 있다는 듯 술에 취한 요조를 데리고 1층으로 내려갔고, 요조는 자신의 아내 요시코가 상인에게 강간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는데 요조는 노여움도, 혐오도, 슬픔도 아닌 엄청난 공포를 겪게 되고 자신의 아내를 강간한 남자에 대한 증오보다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신에게 알리려 온 호리키에게 극심한 증오와 노여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요시코가 더렵혀졌다는 사실보다도 요시코의 신뢰가 더렵혀졌다는 사실이 오래도록 요조를 괴롭힌다. 인간에 대한 신뢰와 자신의 나약함에 지쳐 술에 점점 빠져드는 요조는 현실을 잊기 위해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약방여자에게 약물을 소개 받아 마침내 약물 중독에 빠지게 된다. 요조는 더욱더 방황하게 되고 아버지가 본인대신 요조의 후원을 맡기다시피 한 넙치란 남자에게 “여자가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라고 고백하게 되고 훗날 넙치와 호리키와 요시코에 의해 요조는 정신병동에 수감되게 한다.요조는 자신의 불행을 “거절할 능력이 없는 자의 불행”이었다고 한다. 난 책을 읽으면서 이 말이 이해되는 게 요조가 처음부터 벚꽃과 바다가 있는 학교로 진학 하는 것을 가족들과 떨어지기 싫다고 말을 했더라면, 그리고 관리가 되길 원했던 아버지의 고집에 맞서서 그림을 그리고 싶은 자신의 뜻을 조금이라도 관철했더라면 약간의 자존감이 있었더라면 그의 인생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는 정신병동에서 큰형에 의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듣게 된다. 그리고 미약하게나마 아버지에게 의지하고자 했던 요조의 마음은 완전히 무너진다. 그는 “집에 갈래... 집에 가고 싶어...‘라고 꺼이꺼이 운다. 형은 그런 요조를 집이 아닌, 집과 한참 떨어진 쓰러지기 일보직전인 집에 붉은 머리의 추한 늙은 여자 하녀에게 시중을 들게 하고 요조는 그 하녀에게 겁탈도 당하고 그냥 아무 의욕도 없이 부부처럼 인생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