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는 말신의 존재를 필연적으로 요청하게 되는 계기에 대해서는 수많은 의견과 이론으로 갈릴 수 있다. 그러나 신의 관점이 아닌 순전히 인간적인 시각에서 본다면―본인은 무신론자이 므로―신의 성립 요건으로 가장 합리적이고 직관적으로 설득력 있는 것은, 합리적 이성의 논리적인 절차에 따라 도출해낼 수밖에 없는 그런 존재로서의 신이라기보다도 오히려 인 간의 감정이나 무의식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요구로부터 요청되는 신이라고 생각된 다. 이를 뒷받침하는 몇 가지 견해를 간단히 소개해보겠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종교란 불안한 사람들이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의식을 거행하 는 강박 장애의 일종이며 신은 그 의식을 가능케 하는 존재이다. 한 진화론적 입장은 ‘매개자 탐지 메커니즘’을 통해 신을 설명한다. 풀숲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을 때, 그 원인에 대한 두 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우연적인 힘이거나, 의도적인 힘이다. 이에 대해 우연한 힘이라고 추론할 경우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그것이 의도적인 힘이 라고 추론할 경우, 실제로는 그것이 우연적인 힘이었더라도 포식자라는 피해망상에 의해 도망칠 것이다. 당연히 죽는 것보다는 피해망상에 걸리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 리의 진화 프로세스는 의도적인 힘이든 우연적인 힘이든 도망가도록 설계되었다. 이처럼 미지의 상황에서 인간은 위험을 느끼고 상시 경계하도록 진화하였다. 신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신이 존재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를 믿지 않고 지옥에 떨어져 영원한 고통을 겪는 것보다는, 신이 존재한다는 과대망상을 가짐으로써 지옥에 대한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 마이클 셔머 교수에 의하면, 우리는 같은 것을 믿고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을 더 신뢰한다.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공유된 신 존재는 그 집단 내의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모두 하나라는 유대감과 일체감을 형성케 함으로써 그들에게 위안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