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이해보고서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은 늘 있어왔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다른 이와의 관계를 고민하는 일은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로 정말 많이 볼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관계에 대한 것들이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호감을 얻는 대화법’,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현대인들이 어떤 문제로 걱정하고 힘들어하는지 잘 알 수 있는 제목들. 한창 아마존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날렸던 아들러 심리학 도서 ‘미움 받을 용기’에서는, ‘모든 고민은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나는 이 문장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내가 하루에 하는 생각들의 근원은 무엇일까. 수많은 생각과 감정을 머리 밖으로 다 펼쳐놓고, 나름의 기준으로 분류해 보았을 때, 과연 얼마만큼의 것들이 ‘관계’의 범주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기쁨, 슬픔, 즐거움, 우울함.. 내 일상에 상당한 감정들을 다른 사람이, 관계가 지배하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그래서 나는 더욱 ‘나’와 ‘타인’이 갖는 성질을, 관계가 보이는 양상들을 배우고 아는 것에 집중해왔다. 관계가 나에게 미치는 거대한 영향력이, 내 일상에 행복과 불행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음을 깨달아왔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성격일까. 타인에게 나는 어떻게 비추어질까. 상대와 나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될 수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서, 나는 먼저 수많은 심리검사를 시도해왔다. MBTI, MMPI, TCI.. 다양한 심리검사의 방법들은 흥미로웠고, 결과는 매번 조금씩 달랐지만 ‘나’를 한번 더 돌아본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게 되었다. 의사소통/ 인간관계의 실습수업에서 다루는 내용도 여기와 맞물려 있었다. 교수님이 올려주신 애니어그램 질문지에 답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먼저,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건 6유형이다. 축소된 20문항 중 14문항에 체크했다. 다음으로는 4유형이었다. 20문항 중 11문항에 체크했다. 이후로는 1유형, 3유형이 각각 9/20, 8/20 으로 높은 점수를 보였고, 가장 낮은 유형은 5유형이었다. 가장 새로웠던 점은, 수업을 들으면서 나와 가장 가깝게 느꼈던 5유형이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수업에서 들은 5번 유형은 ‘탐구자’였으며, 호기심이 강하고,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으며 쉽게 놀라고 두려워하는 등 안전에 대한 불안을 가진 성향이었다. 궁금한 것이 많고 위험한 것들에 대해 걱정이 많은 나에게 가장 유사한 유형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질문지로 파악해 본 유형은 달라 내가 판단한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충실한 사람’이라는 6번 유형을 보면서, 내가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나의 성격과, 어떻게 나의 이러한 성향이 형성 됐을 지에 대해서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우리 집의 가훈은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자’였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늘 일을 잘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평가받던 우리 부모님께서는, 나와 언니에게도 성실하고 올곧게 사는 모습을 늘 강조하셨다. 6살 위인 언니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또래아이들 답지 않게 차분한 모습을 지녔으며, 착실하게 앉아 공부하고 여러 개의 상들을 받아오며 부모님을 기쁘게 했다. 어린 나는 부모님의 가르침과 그런 언니의 모습을 보며 ‘저렇게 하면 칭찬받는구나.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해드릴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보고 배운 성실함과 ‘상장’들에 대한 욕심은 공부를 꾸준히, 열심히 하는 습관을 갖게 했다. 3번 유형과 6번 유형의 성향은 어린 시절 내 주위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가종의 영향이 상당부분 컸던 것 같다. 어쩌면 가족에게 인정받고 싶어 도전했을지 모르는 반장 역할은, 초등학교 시절을 지나 중, 고교 시절을 마칠 때까지 계속되었다. 두세 번을 제외하고 임원을 해왔다. 꾸준히 맡아온 임원일은 내 안에 자연스러운 ‘책임감’을 형성했다. 내가 맡은 일들을 잘 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덕분에 늘 선생님들에게 똘똘하고 책임감 있는 반장이란 칭찬을 듣고 자랄 수 있었다. 좋은 말을 듣는 건 언제나 감사한 일이었지만, 이런 칭찬들과 주변의 믿음은 나에게 많은 부담감도 지워주었다.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두 번, 세 번씩 확인하는 꼼꼼한 습관은 늘 긴장하고,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감도 가져왔다. 때문에 점점 어렵거나 힘들어 보이는 새 시도는 하지 않게 되었고, 많이 해온 경험과 확신이 생기는 일만 계속 하게 되었다. 어쩌다 조금 실수하게 되면, 완벽하지 못했다는 좌절감이 크게 다가왔고, 스스로를 괴롭히게 되며 자존감도 크게 떨어졌다. 이러한 특징들이 쌓이고 모여 나에게 1번 유형의 성향도 부여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