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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후감 - 인생의 숙제(백원달)
    인생의 숙제시간이 날 때면 서점을 방문하곤 한다. 그렇다고 책을 많이 읽는 류의 사람은 아니다. 그 조용한 분위기, 그리고 책방을 가서 책을 읽는 다는 심적 안정감을 위해 방문 하는 것이다.그리곤 제목이 마음에 드는 책 몇 권을 구매해서 집으로 가져온다.보통의 사람들이 새해 목표로 다이어트, 금연을 다짐하듯, 나 역시 이 책을 다 읽어보리라 다짐을 해본다. 그렇지만 그 책들은 차곡차곡 방안 한편에 있는 책장에 나란히 줄지어 쌓여 마음의 숙제로 쌓여만 간다. 그러다가도 방 한쪽에 책장에 먼지가 가득 내려 앉은 책들을 보면, 마음 한구석에 담아둔 숙제가 생각이나 그 중에 가장 얇은 책을 골라 집어 들었다.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하얀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였고, 눈으로는 읽고 있으나 머릿속에 들어오는 문장은 없었다. 그렇게 또 하나의 마음의 숙제를 미뤄두고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그리고 오늘 온라인 서점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핸드폰, 컴퓨터의 단어들은 종이에 가득 적힌 활자 들과 다를 것이라는 마음의 소리를 따라 나도 모르게 정기 구독을 눌렀다.또 다른 방법의 숙제를 만들었다.호기롭게 온라인 서점 어플을 열어 어떤 책이 있나 눈으로 빠르게 훑었다. 밀린 방학숙제를 다 하지도 못하면서, 문제집을 또 사는 철없는 초등학생들의 마음의 나와 같을 것이다.그러던 중 “인생의 숙제”라는 책을 발견 하게 되었다.제목 보다는 부제가 더 마음에 와 닿아 바로 읽기를 눌렀다.“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도 잊어버렸어”눈을 뜨고 눈을 감을 때까지 주어진 공간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을 지내면서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본 적이 언제였을까? 행운같이 주어진 휴일에는 늘어지게 잠자고, 예능 방송을 보고 웃다 보면, 어느새 해는 떨어져 있고, 나는 또 다시 쳇바퀴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정말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강렬한 문장 이었다.지체하지 않고 책을 열어봤다.(한페이지에 네 컷으로 된 만화였다. 재미있는 숙제를 만났다. 한결 마음이 놓였다.근을 하는, 점심도 챙겨 먹지 못하는, 그런 평범한 회사…그런 평범한 하루를 마치고 들어와서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겨를도 없이 청소하고, 빨래를 하고 나면 어느덧 하루를 넘어가는 건널목에 서있는 시간이 되어간다.하루의 24시간중 본인을 위한 시간은 오직 4시간, 그 중에도 오롯이 자신을 위한 시간은 단 한시간뿐,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기 아쉬운 유나 자신에게 작은 보상으로 핸드폰을 열어 SNS를 훑어본다.누군가는 맛있는 음식을 먹었고, 누군가는 여행을 떠나 있으며, 누군가는 토끼 같은 자식들의 모습들로 SNS를 가득 채우고 있다. 습관처럼 공감 버튼을 빠르게 누르며 잠든다.아침해가 다시 뜨고 유나는 또 다른 평범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의 건널목의 신호등은 어느덧 깜빡이고 있고, 유나는 읽지도 않는 SNS의 “좋아요”를 누르며 잠들게 된다.그러다가 문득 ‘이대로 시간이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 유나는 이대로 시간을 흘려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하지만 유나는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른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한다면 “좋아하는 게 뭔 지도 잊어버렸다.”는 것이다.유나는 이런 솔직한 마음을 3년을 만난 남자친구에게 털어놓았다.“내가 좋아하는 게 뭘 까?”“너 양 꼬치 좋아하잖아.”유나는 한때 하루에 세끼를 양 꼬치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좋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남자친구와의 첫 데이트에서 먹었던 것도 양 꼬치였고, 지금 같이 먹고 있는 이 음식도 양 꼬치다.유나는 대화를 이어 나갔지만, 남자친구인 철민이의 눈은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었고, 입으로만 나의 대화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 입 마저도 곧 양 꼬치에게 빼앗겨 버렸다.사실 유나가 좋아하는 것은 양 꼬치가 아니라 철민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아니었을까?“다음주 주말에 부모님 이랑 외식 가기로 했는데 같이 가자.”불쑥 튀어나온 철민이의 제안이 유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유나와 철민이의 나이는 어느덧 33살, 철민이는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고, 유나는 팍팍한 서울에서의 생모르는 사이에 철민이의 부모님 앞에 앉아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오고 가는 소소한 이야기들, 그 중에 나를 회사에서 “잡일”을 하고 있다고 소소하게 소개하는 남자친구의 말이 유나의 가슴에 꽂혔다. 그리고 당연하 듯이 이야기는 결혼과 출산으로 흘러가고, 그들은 나도 모르는 미래에 대해서 다 알고 있었다.돌아오는 길 철민이에게 왜 그렇게 이야기 했냐며 되물어봤지만, 장난이었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형식적인 대답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하지만 유나가 지금 이순간 가장 힘들었던 감정은 바로 “모멸감”이었다.그들의 대화속에 무의식 중에 깔려 있는 “무시”라는 감정이 유나를 더 아래로 끌어당기고 있었다.집안일이나 하는… 회사에서 잡일을 하는… 단칸방에 사는… 돈도 못 버는…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 모든 것들을 들켜버린 느낌이었다.집에 돌아온 유나는 침대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다시 돌아온 일상오늘도 우리의 히스테릭 홍팀장은 아침부터 유나를 쏘아붙인다.“하여튼 쓸모가 없어.”라는 마지막 말이 어제일과 오버랩 되어 “잡일”이라는 단어가 더 큰 무게로 다가왔다.그날 저녁 미경 대리와 함께 치맥을 하며 가장 좋은 안주거리인 상사를 열심히 뜯고 있었다.힘들 때면 옆에 살며시 다가와 좋은 이야기와 같이 힘듦을 공유해주는 미경대리님이 유나의 회사 생활에 큰 힘이었다.서른 여섯인 미경 대리는 워킹 맘이다.오랜만에 ‘자유부인’이 된 미경대리는 이 시간을 즐기기 위해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보았지만, 그녀의 친구들 역시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엄마들이기에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았다.미경대리는 최근에 충격 받은 일이 있다며 유나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집으로 돌아온 미경 대리는 아들에게 오늘 하루 무엇을 했는지 물었다.유치원에서 즐거웠던 일들, 친구들과 했던 이야기들, 그리고 오늘 에서야 알게 된 신기한 사실을 엄마 귀에 속삭이며 미주알 고주알 털어놓았다.그리곤 아들의 질문이 미경 대리를 당황하게 하였다.“엄마는 오늘 뭐 했어요?”미경대리는 속으로 생각해보았다. 오늘 무슨일을 했는지, 나도 아들처럼 즐겁고 신나는 일은 없었나, 생각속에 잠기게 되었다.유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출근, 업무, 퇴근 그리고 별 다를 것 없는 내일, 또 다시 돌아오는 쳇바퀴가 유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그리고 도착한 집 앞, 꺼져 있는 가로등을 보며 괜스레 자신의 미래에 대입을 해보았다‘나의 미래도 이렇게 뻔하고 깜깜한 걸까.’라는 두려움이 밀려왔다.유나는 기분전환을 위해 집안 청소를 시작했다.널브러져 있는 옷들은 제자리들을 찾아가고, 다가오는 봄을 위해 봄 옷도 꺼내 보고, 침대 밑에 있는 머리 끈도 찾았다.그리고 옷장 깊이 있던 어린시절 일기를 찾았다.일기장 안에 있는 8살의 유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분명히 아는 꿈 많은 아이였다.춘향이처럼 열 여섯에 결혼 하고 싶었던 1학년의 유나, 롤러스케이트를 타다가 넘어져 무릎을 다쳐도 웃고 있는 2학년의 유나, 강낭콩을 키우며 마음의 부자가 되었던 3학년의 유나어린시절의 유나는 즐거운 일이 많았다. 그리고 책 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유나였다.하지만 서른 셋이 된 유나의 책장에는 자기 계발서 다섯권이 덩그러니 있었다.마음의 부자였던 3학년의 유나에게 위로를 받고 싶은 지금의 유나였다.오늘은 회사 회식날이다. 홍팀장은 거나하게 취한 상태로 무차별 폭격을 하고 있는 중이다.그리고 그 폭격 중 하나는 유나에게 떨어졌다.“여자 나이 서른 넘으면 지는 해야.”홍 팀장 자신에게 하는 말이면서도, 다른 사람의 인생을 붙잡고 늘어지며 자신을 위로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회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의 지는 해는 오늘따라 더 붉고 슬프게 떨어지고 있었다.인터넷을 보던 중 단편 공모전을 보게 되었다. 어린 시절의 유나의 마음은 뛰고 있었지만 현실이라는 벽이 다시 차갑고 냉정하게 마음을 다독였다. 현재의 나는 미래의 늙고 힘없는 노예일 뿐이다. 뉴스에서는 미래의 기대수명은 150살일 것이라는 말을 희망차게 전하고 있지만, 현재의 유나는 앞으로의 100여년을 준비하는 것이 더 마음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그때 바닥에 물을 년을 더 살 기대는 있어도, 당장 오늘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그동안 길었던 머리를 짧게 자르고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려 한다.유나는 책상 앞에 앉아 펜을 들어본다. 하지만 어릴 적의 유나처럼 술술 글이 써질 리가 없다.취업이 잘되는 대학을 선택하기로 결정했던 그 시절의 유나부터, 어제까지의 유나는 어린 시절 시인의 꿈을 잊고 살았었다. 먼지 가득한 꿈을 털어내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들을 적기 시작했다. 3일이 지난 후 유나의 공책에는 단 세줄만이 적혀 있을 뿐이다.미경 대리에게 조언을 받은 유나는 사물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히스테릭 홍팀장에게서도, 퇴근하는 길 밤하늘에 걸려있는 달에서도, 점심시간에 나온 새우 볶음밥에서도 유나는 이야기들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사물들을,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어린 시절의 유나에게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서른 셋의 유나였다.세월이라는 파도에 떠밀려서 온 유나는 더 이상 파도에 따라 가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자신만의 배를 만들어 가고 싶은 방향으로 노를 저어 가기로 했다.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는 그런 인생을 밀린 숙제를 해치워 나가는 삶을 바꾸고 싶었다.유나의 연습장은 채워지고 있었고, 그녀에게도 뮤즈의 옷깃이 스쳤다.그녀의 첫번째 공모전은 아쉽게 떨어지고 말았다.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어린시절 서랍안에 미루어 두었던 보물을 발견한 것 같았다.단순히 글을 다시 쓴다는 것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그런 자신감이 생겼다. 계절이 두 번 지나고, 유나는 혼자가 되었지만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사람이 되었다.돌아가는 길의 지는 해는 더 이상 슬프지 않았다.책을 읽으면서 과연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세월이라는 파도에 떠밀려 인생의 숙제를 하면서 살고 있진 않은가 하고 되돌아봤다.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이 나도 다른 사람의 인생을 비교하면서 살았고, 뒤쳐진다는 마음을 갖고 살았던 것 같다.내 마음 깊은 곳에 위해서
    독후감/창작| 2021.04.04| 5페이지| 1,000원| 조회(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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