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냉전 : 인류학으로 본 냉전의 역사를 읽고서‘냉전’이라는 단어를 사전에 검색해 보면,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다. ‘직접적으로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경제ㆍ외교ㆍ정보 따위를 수단으로 하는 국제적 대립. ‘ 즉, 냉전이라는 것은 비폭력적 갈등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경우 오랜 기간의 식민지 지배 후, 미국과 소련의 냉전체계 속에서 한국 전쟁을 거친 뒤, 현재의 분단까지로 이어졌다. 한반도의 민족들은 냉전이라는 개념이 비폭력적 갈등임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이 같은 현상은 베트남과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일어난다. 본 책, 또 하나의 냉전 : 인류학으로 본 냉전의 역사는 이러한 냉전의 모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번째는 냉전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냉전이라는 것은 사전적 의미로 보자면 위와 같이 정의하게 된다. 또한, 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와 사회주의 체제의 냉전의 끝을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이후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은 문구에서 볼 수 있듯이, ‘1989년 이후’같은 관용구는 냉전이 곧 세계적으로 동일한 단일 현상이었다는 그릇된 인상을 심어준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냉전은 여러 영역에 걸쳐 서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이념이 각 지역의 자신만의 고유한 역사배경이나 사회적 이념과 어떻게 섞이느냐에 따라 그 지역을 이루는 구성원들에게 냉전이라는 것이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으며, 이는 때로는 평화적인 방법일수도 있으나, 폭력적인 방법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폭력적인 방법이란 전쟁이나 대학살 등을 포함한다.냉전의 의미가 같은 지역내에서도 서로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가장 단적인 예로 책에서는 베트남을 들고 있다. 베트남 전쟁은 한국 전쟁과 비슷하게, 폭력적인 방법이 동반된 냉전의 예시 중 하나이다.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베트남은 1차 인도차이나 전쟁을 벌이게 되는데, 이는 프랑스의 입장에서는 공산주의에 맞서는 도덕적 투쟁이었지만, 실제로는 식민주의 재정복을 노리는 비윤리적인 시도였다. 그 뒤에 이어진 미국과 베트남 사이의 전쟁인 2차 인도차이나 전쟁은 세계가 양극화된 시대에 만연했던 탈식민시대의 한 비전을 추구한 시도였다. 이 전쟁 또한, 프랑스의 입장에서는 베트남을 공산주의로부터 방어한다는 목적으로 미국 쪽으로 전투 부대를 파견하였다. 그러나, 베트남 민족주의자들에게 ‘냉전’의 시작은 반공의 이념으로 위장한 프랑스 부대가 미국 배를 타고 수평선 위로 나타난 사건이었다. 이처럼, 냉전의 경험은 냉전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었던 것이다.위의 사실들로 비추어 보았을 때, 냉전을 정의하고, 이 냉전이 끝났는지에 대해 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위에서 냉전이란 참여하고 있는 주체가 누구느냐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는 해석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냉전이 무엇이고, 이가 끝났는지를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누구의 냉전의 어떤 측면인지에 대해 답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냉전이 서로 적대적인 두 강대국, 그리고 그 밑에 있는 작은 국가로 이루어진 권역 사이의 경쟁을 의미한다면 이 냉전은 이미 끝난 것이 맞다. 이러한 지정학적 형국에서는 냉전이란 1989년부터 1991년 사이에 유럽에서 있었던 일련의 극적인 사태들과 더불어 끝났다고 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러한 냉전을 사회문화적으로 접근하게 된다면, 세계 곳곳에서 이 냉전의 아픔은 여전히 지속 중이라고 답하여야 한다. 또한, 우리가 진정으로 냉전의 종식을 추구한다면, 저자는 과거에 벌어졌으며, 현재로 와서야 끝나가고 있는 여러 방법의 세계적 충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작가는 위에서 주장한 첫번째 의견, ‘냉전이란 무엇이고, 이는 끝났는가?’에 대한 답변에 이어서, 두번째로 냉전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냉전은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어떤 두 강대국간의 이념적 대립으로 일어난 것이 아닌, 세계의 각국에서 각각의 특수한 방식으로 일어난 것이다. 즉, 강대국들의 외교적, 이념적 대립관계만을 통해서는 냉전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냉전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강대국간의 대립이 아니라, 세계의 각국에서 벌어진 냉전을 사회문화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냉전이라는 것은 지역의 문화나 역사와 혼합되어 나타나는데, 이에 대한 전개방식이 사회문화적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사회문제적 접근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탈식민 세계의 관점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한다. 탈식민적 관점으로 냉전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이에 대한 이해와 접근은 냉전에 대한 외교사적 분석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가능하게 해준다. 즉, 그 나라만의 사회문화적 상황 및 역사가 영향을 준 냉전에 대해서만 분석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이러한 탈식민화 질서가 있는 사회에 냉전이 개입되게 되면, 폭력적인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에, 진짜 냉전에 대한 분석 및 이해가 가능해지도록 해준다. 실제로, 이 책의 저자는 베트남과 같은 나라의 냉전은 이러한 탈식민화의 관점을 통해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연구는 현재까지 진행되어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서구 나라의 유럽 중심적 사고 때문이다. 저자는 지금부터라도 이 유럽 중심적 사고로부터 벗어나, 탈식민 세계를 사회문화적으로 생각하여 그 세계를 겪고 있는 제 3세계가 느낀 냉전을 온전히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위에서 언급하였듯이 냉전이란 왜 지금까지 계속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정의가 되었던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적 사고로부터 냉전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이가 결국 냉전을 겪은 제 3 세계의 상황을 설명하지 못하였다. 자본주의 세력과 사회주의 세력 각각에 속해 있는 강대국들이 겪은 냉전과, 그 강대국들 간의 대립 사이에서 냉전을 겪은 제 3 세계가 경험한 냉전은 본질적으로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둘이 격은 냉전 사이에 질서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또한 이 둘을 동일선 상에서 비교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 저자는 냉전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는 것은 강대국이 아닌 나라가 겪은 폭력적인 냉전에 강대국이 속한 서구의 냉전의 상황을 대입함으로써 이해를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전 세계적으로 동양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적 생각을 없애야 한다. 다시 말하면, 제국주의 시대, 동양의 여러 나라들은 식민 통치를 받으면서 오리엔탈리즘적 생각이 깊이 뿌리를 내렸고, 이에 대한 제거가 곧 그들이 겪은 냉전에 대한 명확한 이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하지만, 이 오리엔탈리즘적 사고는 동양 세력들 또한 자신들에 대해 가지고 있다. 조선의 경우, 20세기 초 서구의 사상이나 문화를 수용하기 시작하면서 동양의 야만성과 서구의 문명성이 대조되기 시작하였다. 자연스럽게 유교사상은 서양의 제국주의에 밀리게 되면서, 그들은 스스로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으로 평가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일제의 제국주의에 의한 식민 지배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 잔재는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제도, 지식, 문화 등으로 계승되어져 오고 있다. 저자는 우리의 사회에 알게 모르게 녹아져 들어와 있는 이 오리엔탈리즘적 사고를 타파해야만 6.25 전재, 제주 4.3 사건 등등을 비롯한 냉전사를 올바르게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으며, 나 또한 이 주장에 동의를 하게 되었다.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저자의 전반적인 의견에 동의를 하게 되었다. 냉전이란, 강대국간의 외교관계나 이념의 차이만을 가지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냉전의 주요원인은 결국 강대국 사이의 이념 차이와 정치적, 외교적 갈등이었으므로, 당시 강대국 사이의 이해관계와 사상 등과 같은 것을 파악해야만 한다.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서는 지역적 냉전의 원인과 그 전개 과정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는 냉전 당시 강대국 간의 이해관계, 이념 차이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으며, 오히려 냉전을 강대국들의 시선이 아닌 이를 겪은 주변의 상대적으로 약한 나라들의 시선으로 보고자 한다. 이 때문에, 책을 읽는 도중, 역사적 지식이 짧았던 나에게는 당시 강대국들의 사상이나 역사적 사실에 대해 배경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읽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저자의 생각과 주장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 결과, 냉전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되었고, 또 이 시선으로 보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냉전이라고 느낄 수 있었다.냉전은 단일하지는 않았지만 글로벌하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본 책에서는 냉전에 대해 강대국들간의 대립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냉전을 겪은 제 3국에 초점을 둔 점이 흥미로웠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냉전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으며, 특히 한국인의 경우 냉전을 겪었던 민족으로써 이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고, 다시금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떤 사고 방식을 지녀야 할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PAGE2 / NUMPAGE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