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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표지 파이 이야기 독서 리뷰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원작 소설)
    파이 이야기 독서 리뷰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원작 소설)
    파이 이야기 독서리뷰이 책을 읽으면서 지리하다고 말했습니다. 지인들에게 재밌는 소설을 추천해 달라고 했습니다. 감히. 인생을, 적어도 – 당시의 - 자신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책이었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덧붙었습니다. 감히.전반부는 지루했지만 중간부터 펼쳐지는 조난으로 차츰 흥미가 돋아가는 소설의 후반부로 내달렸습니다.철썩-소설이 제 마음을 때렸습니다.찰싹-활자가 저를 할퀴었습니다.이런 소설을 읽다 보면 재능이란 정말로 따로 있는 것이고, 다른 사람의 시간을 앗아가는 (요런) 글 따위를 쓰는 것은 어쩌면 범법행위에 가까울지도 모른다는 뼈저린 절망감에 빠지게 됩니다.왜 영화화가 되었는지, 왜 전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내내 의심을 품었던 제게, 또 하나의 인생책으로 다가올 줄이야…파이 이야기1. 중반까지2013년에 개봉하였던 “라이프 오브 파이”라는 영화의 원작 소설입니다.얼마 전 신문을 보다가 “문학 읽지 않는 지도자의 꿈, 악몽일 수도”라는 제목의 기사를 봤습니다.# "정부 수반이나 기업 총수와 같은 이들이 책(문학)을 읽지 않으면, 그들의 꿈이 나의 악몽이 될 수 있습니다.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그들이 가치 있는 꿈을 꾸려면 문학 작품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캐나다 작가인 얀 마텔이 첫 내한을 하며 했던 인터뷰입니다.뱅골 호랑이와 인도소년의 표류. 독특한 소재여서 꽤나 흥미롭게 본 듯 하지만 흐릿한 것으로 봐 퍽 인상깊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꿈을 운운하는 작가의 원작소설은 어떨까, 궁금했습니다. 책이 영화보다 더 많은 관념을 담고 있고 – 그렇게 믿습니다 – 게다가 세세한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으니 더 잘 되었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손에 잡은 소설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습니다.책의 3분의 1까지는 영화의 원작소설이 맞나 싶어서 웹서핑을 다시 해볼 정도로 도대체 언제 표류하는지 답답할 지경이었습니다. 마침내, 표류를 하지만 소설 속 묘사는 지루했습니다.힌두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모두 믿는 16살 인도 소년 파이가 조난을 당해 가족들을 모두 잃고 겨우 이에나, 오랑우탄, 뱅골 호랑이, 그리고 소년 파이만이 숨이 붙어 있습니다. 하이에나는 오랑우탄을 잡아 먹지만, 뱅골 호랑이한테 죽임을 당합니다. 덜덜 떠는 소년 파이는 어떻게 살아 남을까요? 먼 미래의 구조를 떠나 자기 눈 앞의 호랑이한테서 말입니다.영화에 대한 기억이 나지 않아 책을 집어 들기 전에 호랑이에게 어떤 신적인 것이 깃들어 있나,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없습니다. 외려 파이는 호랑이를 길들이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자신이 권력적으로 더 우위에 있고, 내가 먹이와 물을 주는 존재다, 라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해서 말입니다.파이가 믿는 신들은 왜 파이를 그런 곤경에 처하게 만들었을까요?파이는 물고기를 잡아서 음식이 있을 때는 잔치를 벌릴 정도로 배 터지게 먹고, 반대로 음식이 없을 때는 굶어 죽을 지경에 이른다고 한탄합니다. 모든 순간이 그렇습니다. 낮에는 더워서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고 싶고, 밤에는 오들오들 떨려서 따듯한 담요가 그립습니다.파이가 느끼는 극단적인 감정에 대한 묘사가 인상 깊습니다.# 상반되는 것 중 최악은 권태와 공포다. 우리 삶은 권태와 공포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추다. 바다가 주름살 하나 없다. 바람의 속삭임조차 없다. 시간이 영원까지 계속될 듯하다. 어찌나 권태로운지, 의식불명에 가까운 상태로 빠진다. 그러다 바다가 거칠어지면 감정은 광풍에 휩싸인다. 그러나 이 두 상반되는 것조차 명확하게 남지 않는다. 권태 속에는 공포라는 요소가 있다. 눈물을 터뜨린다. 끔찍함이 당신을 가득 채운다. 비명을 지른다. – 파이 이야기 中별자리 지식이나 항해지식이 전혀 없는 파이에게 별자리는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시계를 잃어버려서 파이는 날짜와 시간을 전혀 가늠할 수 없습니다.# 별을 보고 길을 찾는 것은 포기했다. 무엇을 알아낸다 하더라도 쓸모가 없었다. 어디로 갈지 제어할 수단이 없었다 – 키도, 돛도, 모터도 없었고, 노는 있었지만 힘이 충분치 않았다. 노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데 항로를 파악한들 다룰 줄 안다 한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알까? 우리가 떠나온 서쪽으로? 아메리카 대륙이 있는 동쪽으로? 아시아가 있는 북쪽으로? 상선의 항로가 있는 남쪽으로? 사방은 똑같이 좋고도 나쁜 방향이었다.그래서 그대로 떠 있었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는 바람과 조류가 정했다. 내게 시간은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거리가 되었다 – 나는 삶의 길을 여행했다. 또 손으로 위도를 가늠하기보다는 다른 일들을 했다. – 파이 이야기 中벌써 몇 살이다, 올해의 절반이 지났네, 라는 말들은 기준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시간을 측정하는 도구가 우리 곁에 없다면 우리는 끝도 없는 영원의 시간 속에 잠식당해 더 권태로워질까요, 아니면 더 자유로워질까요?우리는 목적지를 향해 가야 잘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목적이 없이 하루하루에 집중하는 삶은 어떨까요?몇 해 전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있습니다. 피아노를 배우던 첫날, 쌤한테 말했습니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내가 원하는 곡을 마음대로 칠 수 있는 상태, 이 때면 너무 행복하겠다, 그래서 배운다고요. 그런데 배우는 과정이 너무 고된 겁니다. 연습도 하기 싫고...그러면 나는 피아노를 좋아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습니다.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어쩌면 우리는 어떤 것에 도달해야(피아니스트처럼 잘 치는 나의 모습) 행복할 거라고 생각합니다.인생에서 우리는 꿈과 희망을 가질 수도 있고, 반대로 어떤 소망 같은 게 없을 수도 있습니다.미래에 어떤 목적지가 있든, 없든 인생이라는 것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과정이 아닐까요?비록 어떤 것이 – 가령, 피아노 연습이 - 고통스럽다고 느껴지고, 적성에 맞나, 라는 회의에 빠진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가끔은 보상을 받는다고 - 어라? 갑자기 잘 쳐지네, 같은 - 느껴지는 이 모든 점. 이 모든 점들이 인생이구나. 그런 점과 같은 시간들을 기꺼이 보듬어 안는 것이 – 집중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 인생이구나, 싶었습니다.2. 중반이했지만 자신의 몸집보다 몇 배나 큰 뱅골 호랑이. 앞발로 한 대만 맞아도 즉사할 것 같이 커다랗고 공포스러운 존재.표류 중에 영양부족으로 파이의 시력이 멀어가는 와중에 어디서 목소리가 들립니다. 처음에는 환청이라고 – 죽을 때가 다 되어 뱅골 호랑이와 대화를 하고 있다고까지 - 생각했는데, 대화를 해 보니 표류하는 또 다른 남자였습니다. 그들은 음성으로만 대화합니다. 그 남자도 영양실조로 눈이 멀어서 서로를 볼 수가 없었던 탓입니다.그 남자가 일어나서 다시 뗏목의 저편으로 걸어갑니다. 파이는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를 말리려고 하는데 힘이 없습니다.뒤이어 호랑이가 앞발로 내리쳐서 그를 잡아먹습니다. 처참하게.호랑이가 남긴 인간의 살점을 물고기를 잡는 미끼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몇 쪽은 먹었다고 고백하는 장면도 나옵니다.갖은 고초 끝에 섬에 이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뱅골 호랑이는 처음에 뭍으로 내려오길 꺼려합니다. 그렇게 용맹하고 밀림의 지배자인 호랑이가 말입니다.겨우 뭍에 발을 내려놓지만 네 다리를 벌벌 떱니다. 이내 힘을 낸 그는 산속으로 사라지고 마음껏 먹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예전의 강인한 호랑이의 모습을 되돌아 가게 됩니다.파이는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이 친구가 다시 강해지면 나를 언제 공격할지 모른다, 유일하게 호랑이를 – 과거 동물원 시절에 - 조련시켰던 오렌지색 호루라기를 세차게 부는 것만으로 겨우 진정을 시켜 보지만 이제 자신은 더 이상 호랑이에게 먹이감과 물을 주는 존재가 아닙니다.그러니까 여타의 소설, 드라마, 영화를 보면 동물과 끈끈한 애정이 생긴다든지, 영혼이 통한다든지 할 법도 싶지만 파이는 표류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뱅골 호랑이에게 잡혀 먹히지 않을까, 하는 공포를 끌어안고 있습니다.섬에서 체력을 충분히 보충하고 평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 섬 전체가 식인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파이는 먹을 것과 물을 충분히 구명보트에 채운 다음 섬을 떠납니다. 물론 뱅골 호랑이를 태우고 갑니다. 구명보트에서 가 섬에 잡아 먹힐 걸 알면서 차마 내버려 두고 갈 수가 없었습니다.겨우 멕시코만에 도착한 파이. 뱅골 호랑이는 이번에는 주저하지 않고 과감하게 모래사장 위로 몸을 날립니다. 파이가 호랑이의 뒷모습을 바라봅니다. 호랑이는 야생의 숲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파이는 그에게, 고생했다, 네 덕분에 – 무서웠지만 – 그래도 200일이 넘는 나날을 버틸 수 있었어, 고마워,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뱅골 호랑이는 단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숲 속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파이와 호랑이의 마지막 순간입니다.3. 종어영원히 길들여지지 않을 것 같은 야생의 호랑이는 어쩌면 인생을 살아 가면서 계속해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수많은 상황들이 아닐까요? 우리는 항상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지만 결국에는 그(호랑이)가 곁에 있었기에 조난기간을 이겨낼 수 있었듯이 미지의 것은 공포이면서 동시에 친밀한 어떤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미지의 것은 계획을 한다고, 준비를 단단히 한다고 살아가는 내내 길들여지지 않습니다. 죽음의 순간에 이르면 그것은 언제 우리와 함께 있었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우리 곁을 쓱- 지나가 버릴지도 모릅니다. 그(호랑이)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으로 향해 갔듯이요.이 책 한 권을 읽었다고, 이 책을 인생책을 꼽았다고, 제 인생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당장은요. 하지만 두려운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주저하고 뒤로 물러서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또한 보듬어 안아볼 용기를 내어 볼 것 같습니다.채식주의자였던 파이가 살아남기 위해 물고기를 잡아서 살점을 뜯어먹고, 바다거북의 목에서 새어 나오는 피를 마시면서 파이의 인생이 변해갑니다.그런 것에는 신성이라는 게 있을까요?신의 존재, 인생의 목적, 삶의 방향, 야성과 신성 등등에 나름의 생각을 해 보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스토너, 에 이어 올해만 두 번째 인생책을 만나서 기쁘지만 동시에 앞으로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 두렵기도 하네요(하지만 물러서지 않겠죠?).기억이 남는 문장으로 긴
    독후감/창작| 2023.07.16| 5페이지| 1,000원| 조회(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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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표지 스토너 독서리뷰
    스토너 독서리뷰
    ​존 윌리엄스의 위대한 소설 ​왜 선택하게 되었는가왜 선택하게 되었을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꽤나 유명한 북튜버에게 추천 받았던 것 같은데 역추적을 해 봐도 찾아지질 않는다.​첫 장을 넘겼을 때 이 책에 쏟아지는 찬사만으로도 안 읽을 수가 없는 책이다.​# “위대한 소설이라기보다 완벽한 소설이다. 이야기 솜씨가 워낙 훌륭하고 글이 아름다우며, 감동적이라서 숨이 막힐 정도다.”_뉴욕 타임스​“전 세계 출판 시장을 통틀어 가장 놀라운 베스트셀러는 단연 존 윌리엄스의 고전 소설《스토너》이다.”_퍼블리셔스 위클리​“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문체의 소설. 단순하지만 찬란한 이야기. 평범한 삶과 조용한 비극에 대한,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위대한 작가의 걸작.”_가디언​“영어로 된 소설, 아니 종류를 막론한 모든 문학작품 중에 인간적인 지혜나 예술적인 측면에서 이만한 수준의 근처에라도 도달한 작품은 극히 드물다.”_파이넨셜 타임스​“이것은 그저 대학에 가서 교수가 된 사람의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매혹적인 이야기이다.”_톰 행크스​“지난 세기에 잊힌 위대한 소설 중 하나.”_칼럼 매캔(《거대한 지구를 돌려라》작가)​“찬란하고, 가차없이 슬프며 또 아름답다. 현명하고 우아한 소설.”_닉 혼비(《어바웃 어 보이》작가)​“《스토너》와 《위대한 개츠비》, 문체만 보면 이 두 작품만큼 서로 다른 작품은 없다. 하지만 언어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보여준다는 점, 삶의 희망에 대한 모호한 믿음과 환멸의 필연성을 말하고 있다는 점, 이상주의자와 이상, 실망, 고귀한 실패의 통렬함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 사랑스럽고 슬픈 걸작, 며칠이고 독자의 기분을 물들이는 작품이다.”_사라 처치웰(이스트 앵글리아 대학)도대체 어떤 소설이길래...​막상 책을 펼쳐보면 톰 행크스가 얘기했던 대로 교수가 되는 지극한 평범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그래서인지 처음에는 하품이 나올 정도로 지루했다.​아니, 어디가 위대한 개츠비와?아니, 어디가 아름다운 문체지? 번역체라서 그런가?아니, 어겨우 억누르며 책을 읽어 나갔다.​2. 책 속으로​스토너는 조그만 시골 마음에서 평범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다. 당연히 가업을 이어받은 농부가 되리라는데 의심을 품어본 적 없는 스토너에게 어느 날 아버지가 말한다.​나는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해 아는 게 별로 없지만, 요새는 새로운 농업기술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어, 갈수록 척박해지는 토지에 신식 농법을 배워오면 앞으로 훨씬 농사를 잘 지을 수 있을 것 같다고.​도시의 농경학과로 진학한 스토너는 교양과목으로 영문학을 수강하게 된다. 처음에는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아서 짜증이 나는 마음에 오기로 밤을 새어 가면서 영문학을 공부하다 보니 학기가 끝날 무렵에는 반의 어떤 학생보다 영문학에 조예가 깊어진다. 내친 김에 스토너는 영문학에 더욱 몰두하게 되고 결국 전과를 하게 된다. 영문학에 빠진 스토너는 막연히 시골로 다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영문학 전공 교수는 대학원 진학을 제안한다. 스토너는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인다.​학부 졸업식 날 시골에서 부모님이 스토너를 축하하기 위해 대학을 찾는다. 스토너는 어떻게 진실을 털어놓아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그의 부모는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빌린 이륜마차에 자기 집 늙은 말을 매어 하루 전에 집을 출발해서 밤새 40여 마일을 움직였다. 그 덕분에 그들은 잠을 자지 못해 뻣뻣해진 몸으로 동이 튼 직후에 푸트의 집에 도착했다. - 스토너 중에서​겨우 용기를 내어 같이 집에 돌아가지 못한다는 말을 꺼내지만 그러면 며칠 뒤에 집에 오라고 아버지는 말한다. 결국 진실을 모두 토해낸 스토너에게 아버지가 말한다.​# "네 생각에 꼭 여기 남아서 공부를 해야겠거든 그렇게 해야지. 네 어머니랑 나는 어떻게든 해나갈 수 있다." - 스토너 중에서​그렇게 스토너는 교수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파티에서 스토너는 한 여자에게 한 눈에 반하고 청혼을 한다.​그들은 첫날밤을 보내고 나서 그들의 결혼이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여자는 다. 하지만 그들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혼을 선택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그들에게 그레이스라는 여자 아이가 찾아온 것은, 아내에게 어느 날 문득 찾아온 - 말그대로의 - 성욕 때문이었다. 불같이 끓어 오르는 성욕으로 몇 개월간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다가 아이를 낳지만 둘은 관계는 바로 예전으로 돌아간다. 아니, 외려 더욱 악화된 것만 같다.​아이를 낳은 듯 아내는 앓아 눕는다. 그래서 아이를 돌보는 것은 늘 스토너였다. 자신의 서재에 조그마한 책상과 장난감을 두고 항상 아이를 돌보는 스토너.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내는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기 시작한다. 그런 그녀의 변화가 달갑지만은 않았지만 딱히 뭐라고 하지도 않는다.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과의 교제를 끊는다. 왜 그러느냐, 고 스토너가 묻는다. 그냥 싫증이 났다고 아내가 답한다.​그 다음부터 아내는 그레이스를 데려간다. 여자 아이가 여자 아이답지 못하다고. 스토너가 딸 아이에게 사준 옷을 모두 갖다 버리고 아내는 여자아이들이 즐겨 입는 원피스와 치마를 사 준다. 잠깐 아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딸은 스토너에게 경직된 미소를 보낸다. 그날부터 스토너는 그레이스와 거의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 그게 아내가 자신에게 하는 보복임을 알고 있지만 어쩔 수가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스토너는 강의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는다. 자신이 학부 시절에 몰두했었던 그 열정을 학생들에게 전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은 스토너는 교수로서의 자질을 스스로 의심한다. 하지만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면서(*기존에는 기초강의만 했다) 잊고 지낸 열정을 되찾는다.​그러던 어느 날 다리를 절뚝거리는 불구자 워커라는 학생이 스토너를 찾아온다. 동료교수가 보냈다고 한다. 스토너의 수업을 한 번 들어보라고. 워커는 항상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던져 동료들과 스토너의 불편한 시선을 받는다. 겨우 한 학기 강의가 끝나고 학생들의 발표시간이 이어진다.​맨 마지막 발표는 워커였다. 워커는 기묘할 정도로 좌중을 빨아들이는 능력이 있그의 말은 열정과 상상력에 기반해 팔딱 뛸 정도로 자유롭고 활기찼지만 문학적 기반은 약했다.​강의가 끝나 워커에게 스토너는 F를 주겠다고 말한다. 워커는 그건 부당한 처사라고 말한다. 결국 후회하게 될 거라고 덧붙이면서.​워커의 대학교수 임용여부를 결정하는 구두 시험이 열렸다. 워커를 스토너에게 보냈던 동료교수, 스토너, 핀치(*스토너의 친구), 젊은 교수, 노교수, 총 5명의 심사위원들이 전원 합격을 외쳐야 교수가 될 수 있는 시험이었다.​워커는 역시나 현란한 언변으로 교수들을 사로잡았다. 젊은 교수의 질문을 던지면 워커는 약간 당황하지만, 그때마다 워커의 지도교수인 동료교수가 나서서 그 질문을 가다듬어 다시 물으면(*젊은 교수가 인상을 찌푸릴 정도로 요지를 벗어나게 만들었다) 워커가 또 화려한 입담을 뽐냈다.​스토너의 차례였다. 스토너는 학부생도 알 법한 가장 기초적인 질문을 던졌다.​# "중세 희곡 세 편을 열거해보게.""초기입니까, 후기입니까, 교수님?" 워커는 안경을 벗어서 격렬하게 닦고 있었다."무조건 세 편만 말하면 되네, 워커 군.""워낙 작품이 많아서요.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니까..." - 스토너 중에서​워커는 몇 차례의 기초적인 질문에도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스토너는 구두 시험이 끝나고, 그 동료교수로부터 반드시 후회하게 되리라는 협박을 받고서도 끝내 워커에게 '불합격'을 준다.​그 일 이후로 스토너는 그렇게 열정적이었던 대학원생 수업 대신 대학교 1학년 기초 과목만을 그리고 그것도 첫 시간과 맨 마지막 시간을 하는 신세가 되었다.​그러는 와중에 워커는 학과장이 된 그 동료교수의 힘을 등에 업고 학교로 돌아온다.​학과장에게 스토너가 찾아간다. 지난 일이니 잊어버리자고. 감정적일 필요가 없지 않냐고. 의견이 달랐을 뿐이라고. 하지만 학과장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으르렁 거린다. 주먹을 꽉 쥐면서 도저히 용서하지 못할 일을 당신이 한 거라고 말한다. 그 후루 20년이 넘도록 둘은 한 마디도 나누지 않는다.​학생들은 학과장과 스토너의 관계 탓인 그(스토너)는 예전처럼 학생들과 공감대를 형성 할 수 없었다. 이제 그는 특별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그와 함께 있는 데에도, 함께 있지 않는 데에도 특별한 이유가 필요했다.그는 친구와 적 모두 자신의 존재를 난처하게 여긴다는 생각이 들어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점점 더 늘어났다. - 스토너 중에서​​​워커와 동료교수가 그(스토너)에게 했던 행동을 보면, 진심으로 으드득 이빨을 꽉 깨물어야만 견딜 수 있는 분노와 고통이 일었습니다.​손을 들어 책 속에 파고 들어가 한 인간의 목을 조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습니다. 어떻게 한 인간에게 이렇게 모질 게 대할 수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모든 것을 안으로 감내해내는 스토너라는 인간에게 흐르던 눈물도 말라버릴 듯한 건조한 연민을 느꼈습니다. 연민이 건조한 까닭은 언제나 빠득빠득 이가 갈리는 듯한 분노와 함께 왔기 때문입니다.나오면서​책의 전반부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지루하기도 했지만 오묘했습니다. 마치 책의 테두리만 있고 그 안을 채우는 책장과 활자들은 모조리 텅- 비어 버린 느낌이랄까요.그 테두리 사이를 바람이 휑- 하고 지나가 버리는 느낌이랄까요.​그 짐작못할 공허감이 책의 중반부, 후반부로 이어지면서 조금씩 강렬해지고 있습니다.스토너라는 인간이 감당해야 하는 생의 무게 때문에 이가 갈리고, 그를 대하는 주위 사람들의 태도에 주먹이 불끈 쥐어집니다. 좀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그 사람의 고독함 때문에 - 심히 하나가 되어 -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으면서도 분노 때문에 어느새 말라버립니다.​건조한 연민.​스토너를 향한 지금 저의 마음입니다.​평범한 대학교수의 이야기가, 이렇게나 가슴을 요동치게 할지, 전혀 짐작조차 못했습니다.​평범한 남자의 이야기가, 이렇게나 책을 오래 붙들게 만들지, 미처 상상조차 못했습니다.​어떤 책들은 어여 빨리 끝내 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만, 반대로 어떤 책들은 책이 끝나가는 것이, 그러니까 페이지가 소진되는 것이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끝나가는 페이지가 야속한 책, 그리고.
    독후감/창작| 2023.07.16| 6페이지| 1,000원| 조회(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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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표지 안톤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안톤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안톤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안톤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입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꽤나 들어보셨을텐데, 읽어보신 분들은 글쎄요?저번에 소개해 드렸던 러시아 문학 전공 번역가 유튜버 북클럽비바님 개인 선호도 1위이기도 한 안톤 체호프, 그의 대표작으로 들어가 보실래요?***이 책이 내 책장에 꽂혀 있었던 건 꽤 오래 전이다. 흐릿한 기억으로는 7, 8년이 지났을 것이다. 왜 샀는지, 도 가물하다. 지금도 좋아하는 인물이 추천하는 책을 많이 찾아 읽는 편인데 7~8년이 더 젊은 시절에는 그 정도가 더 심했다. 이를테면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박학다식함에 놀랐다면 그가 읽거나 추천한 책들은 모조리 읽으면 그와 동등해지거나 적어도 조금이라도 닮아질 거라는 근거없는 믿음이 있었다. 아마도 이 책도 그런 동기가 작동했을 것이다.책을 사면 나중에 어떻게든 읽게 된다고 책 구입을 장려하는 다독가들이 있는데, 나의 경우는 반대다. 나는 일단 책을 사면 '소유'했고 '독점'했다는 의식이 생겨 - 그러니까 언제든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 읽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7~8년이 지났는데도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지금이라도 새 책으로 팔 수 있을 정도로 반듯하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어 다시 꺼내게 되었을까?레스코프의 '왼손잡이' 리뷰에서 언급하였던 유튜버 북클럽비바 때문이다.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그녀가 생각하는 러시아 작가 넘버 원은 안톤 체호프라고 한다. 44년(1860~1904)의 짧은 생을 살았음에도 작품의 스펙트럼은 동일한 작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넓다고 한다. 현대 소설에 미친 영향도 지대하다고. 어쨌든 북클럽비바 덕분에 영원히 책장 속에서 먼지만 먹을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소설은 얄따(*러시아 크림주의 도시)의 카페 베르나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던 구로프라는 남자 주인공이 하얀 스피츠라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안나 세르게예브나를 보면서 시작된다.# 바닷가 거리에 새로운 얼굴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이. (중략) 그가 창 밖으로, 바닷가 거리를 지나가는 젊은 부인을 보았다. 키가 그리 크지 않은 금발의 여자로 베레모를 쓰고 있었다. 뒤에는 햐얀 스피츠가 따라가고 있었다. -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중에서구로프는 마흔이 채 되지 않았지만 대학 2학년 때 결혼해 벌써 딸과 아들 둘을 두고 있다. 그의 아내는 그보다 1.5배는 더 늙어 보이고, 바람을 밥 먹듯이 피우는 남자다. 그는 여자를 저급한 인종, 이라고 말하고 다니면서도 사랑 없이는 살지 못하는 족속이다. 그런 그가 자신보다 20살은 어려 보이는 안나를 처음 보고 사랑에 빠질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둘은 카페에서 우연히 대화를 시작한다. 계기는 스피츠다(*구로프를 보고 으르렁거리는 스피츠에 당황한 그에게 안나가 "물지는 않아요"라고 말하면서). 안나 또한 결혼을 했고, 가벼운 대화 후 호텔 방에 돌아온 구로프는 안나를 떠올리며 잠이 든다.그들이 만난 지 1주일이 지났고 저녁 무렵에 구로프는 안나를 바라보다 그녀를 껴안고 입을 맞춘다. 그리고 일이 벌어진다. 일을 마친 안나는 풀이 죽은 표정으로 "잘못됐어요. 당신은 더 이상 저를 존중하지 않겠죠."라고 말한다. 반 시간 이상의 침묵이 흐르고 안나는 자신의 심경을 고백한다. 스무 살에 결혼을 했지만 남편은 정직하고 선량하지만 노예 같은 사람이라고. 호기심이 강하고 더 나은 뭔가를 항상 바라는 자신은 그런 남편 때문에 미쳐 버릴 것만 같아 얄따로 여행을 온 것이라고. 정직하고 깨끗한 생활이 좋고, 타락은 정말 싫다는 안나는 그 말과는 정반대로 구로프에게 급속도로 빠져든다. 몇 일 뒤 남편에게 귀가를 재촉하는 편지가 오고, 안나는 뻬쩨르부르그로 돌아가게 된다.구로프도 모스크바의 집에 돌아온다(그도 얄따에 잠시 여행을 간 것이다). 이전의 외도처럼 안나도 조만간 잊혀질 거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근녀의 환영은 구로프를 더욱 강렬하게 사로잡는다. 어쩔 수 없이 구로프는 안나를 찾아가기로 한다. 안나의 집 앞을 서성이며 개(하얀 스피츠)를 발견하지만 도저히 그녀를 부를 수가 없다. 남편에게 들킬 염려 때문이다.마침 "게이샤"의 초연을 알리는 포스터가 보였고, 구로프는 안나가 분명 초연을 보러 올 거라 생각하고 극장에 간다. 예상대로 안나는 남편과 함께 - 그녀가 묘사했던 대로 남편에게서 노예 같은 비굴함이 보인다 - 극장에 오고 막간 휴식 시간에 남편이 자리를 비운 사이 구로프는 안나에게 말을 건다. 놀란 안나가 출구로 나와 계단을 올라가고 어두운 계단에서 둘은 서로를 마주한다. 안나 또한 언제나 구로프만을 생각했다고 고백하고, 여기는 위험하니 지금은 돌아가라고, 본인이 모스크바로 찾아가겠다고 말한다.그렇게 두세 달에 한 번씩 둘의 밀회가 시작된다(안나는 부인병 때문에 모스크바 대학병원에 간다는 핑계를 댄다). 그러는 사이 안나보다 두 배는 나이가 많은 구로프는 자신들의 사랑이 쉽게 끝나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끝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차마 어린 안나에게 말하지는 못한다. 안나의 사랑이 더욱 열렬해지고 있는 게 보였으니까. 서글픈 사랑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리고 있던 안나의 떨리는 어깨에 손을 올리는 구로프가 문득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다. 머리가 이미 세기 시작했고, 최근 더욱 나이 들어 보이고 추해진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손에 느껴지는 안나의 따스한 어깨가 분명히 곧 자신의 삶처럼 시들고 바래질 것이라는 것에 연민이 느껴졌고, 도대체 왜 그녀가 자신을 그토록 사랑하는지 의문이 든다. 구로프는 수많은 여인들을 거쳤지만 지금에서야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걸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여전히 자신들의 어려운 사랑에 눈물을 훔치고 있는 안나에게 '그만 울어요, 내 사랑'이라고 구로프가 말하고, 소설은 아래 글로 끝을 맺는다.# 어떻게 하면 이 견딜 수 없는 굴레에서 벗어날 것인가?"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그는 머리를 감싸고 물었다. "어떻게 하면?"좀 더 있으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그때는 새롭고 멋진 생활이 시작될 거라고 여겼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그 끝이 아직 멀고 멀어, 이제야 겨우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시작됐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안톤 체호프의 소설은 현대소설작법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고 한다. 전문적으로 문학공부를 한 적이 없는 내가 귀동냥으로 알음알음 들은 것은 현대소설의 특징 중 하나가 "미완결성"이라고 한다. 심청전에서 인당수에 빠진 걸로 소설이 종결되었다면 완벽한 소설이었을 것이라는 얘기를 학창시절에 들었다. 생각건대 그 주장은 현대소설의 미완결성이라는 척도로 심청전을 평가했던 게 아닐까 싶다.작금의 한국 정서로는 남편에게, 아내에게 딱 걸려서 머리 끄뎅이 잡히는 모습이 나와야 제맛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이제 겨우 파국의 사랑을 시작한 그들의 미래의 모습이, 그리고 저 사랑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나로서도 궁금하지만 그런 것을 오로지 독자의 해석에 맡겨 버리는 작법이 안톤 체호프가 당시 - 그리고 현재까지도 - 문학계에 준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김희숙 작가(*북클럽비바님의 본명)가 어떤 측면에서 안톤 체호프를 최애작가로 손꼽았는지는 이 작품만으로는 느끼기 어렵네요. 체호프의 다른 작품들도 보태보며 그녀를 이해할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혹시 안톤 체호프를 만나러 가는 길에 동행하실 분 계실까요?ps. 그냥 쓸데없는 평행이론... 왜 불륜을 하는 러시아 여자들은 다 안나일까요? 안나라는 이름이 러시아에 단순히 많아서인지...
    독후감/창작| 2023.01.26| 3페이지| 1,000원| 조회(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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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표지 니콜라이 고골의 외투
    니콜라이 고골의 외투
    니콜라이 고골의 외투역시 소설은 읽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러시아 문학 전공 소설가 번역가 유튜버인 김희숙 작가(*북클럽비바 채널 운영)가 선정한 러시아 작가 Top8에서 무려 4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톨스토이, 안톤 체호프, 나보코프, 니콜라이 고골 순). 도대체 무슨 연유로 도스토예프스키마저 6위로 내려앉히고 그를 4위로 올렸던 것일까요?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는 수밖에요. 그녀가 추천한 고골의 "외투", "검찰관" 중에 먼저 외투를 골라 봤습니다."외투"는 단편소설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한 시간 안에 독파할 수 있는 그의 소설을 보고 도스토예프스키가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는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주인공은 어느 국의 어떤 관리가 근무하고 있는데 그는 키가 작달막하고 이마는 약간 벗어진 일흔 살의 만년 9급 문관 아카키입니다. 그는 각종 서류를 받아 정서(*똑바른 글자체로 다시 쓰는 일)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데, 그는 국장과 부장이 수없이 바뀌었지만, 늘 같은 자리와 같은 지위, 같은 직무에서 변함없이 서류를 필사합니다. 젊은 관리들은 나이 지긋한 아카키 머리에 종잇조각을 뿌리면서 눈이 온다고 놀리기까지 합니다. 거의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는 아카키이지만 단 자신의 일(*정서)를 방해할 때만은 "날 내버려둬요. 왜 날 모욕하는 거요?"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 말을 직접 들은 젊은 관리들은 그 이후로 그를 놀리는 걸 갑자기 그만 둡니다. 아카키는 일밖에 모르고, 집에 돌아와서도 항상 같은 시간에 저녁을 먹고, 자기 직전까지 정서를 합니다. 특별히 할 일을 없을 때에도 자기만족을 위해 일부러 서류를 베껴 적습니다.아카키는 항상 속이 다 비칠 정도로 해지고 안감은 너덜너덜해진 외투를 입고 다니는데 얼마 전부터 등과 어깨가 유난히 시려서 수선을 위해 재봉사 페트로비치를 찾아가지만 도저히 수선을 할 수가 없고 새 외투를 사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카키는 술에 취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페트로비치의 성향을 잘 알아서 일부러 술에 취해 있을 때 수선을 부탁해 보지만, 술에 취한 와중에도 거절을 하는 그를 보고서야 비로소 새 외투를 사기로 결심합니다.문제는 돈이었습니다. 새 외투는 백오십 루블(*현재 환율(1루블=17.87)로 2,680원이나 1800년대가 배경임)이었고, 몇 년 동안 모아둔 돈이 사십 루블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명절 보너스로 오십 루블이 나온다고 해도 돈이 부족했습니다. 아카키는 그때부터 일상의 지출을 줄이기로 합니다. 저녁마다 마시던 차를 끊고, 촛불도 켜지 않고, 구두 밑창이 닿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레 걷고, 속옷이 빨리 해지지 않도록 빨래를 덜 맡깁니다. 그러면서 새 외투를 입을 자신을 그려보며 서류를 정서하다 전에 없던 실수를 할 뻔해 "이크"하고 크게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그렇게 반년을 생활해서 새 외투를 손에 쥔 아카키는 세상을 모조 가진 것 같습니다. 새 외투를 입고 출근하자 국의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 아카키의 새 외투를 구경하고 축하합니다. 이런 날은 한 턱 쏴야 한다고 사람들이 떠들어대자 아카키는 얼굴이 새빨개져 어찌할 바를 몰라 합니다. 그때 관리 중 한 계장이 - 자신은 오만한 사람이 아니며 직급 낮은 사람과도 잘 지낸다는 걸 과시하려는 듯 - 자신이 아키키를 대신해서 한 턱을 쏠 거라면서 자신의 집으로 사람들을 초대합니다. 아카키도 초대에 응해 새 외투를 입고 번화가 거리로 나섭니다. 아름답게 치장한 귀부인들이 보입니다. 한쪽 다리를 드러낸 여자가 그려진 그림을 호기심 어리게 쳐다보기도 합니다.야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한적한 거리에서 아카키는 어떤 행인에게 새 외투를 빼앗깁니다. 눈물을 흘리던 아카키를 본 아파트 주인 노파는 파출소장은 허풍만 떨 테니 곧장 경찰서장에게 찾아가라고 조언합니다. 예전에 자기 집 요리사였던 핀란드 여자 안나가 지금은 경찰서장 집 유모로 일하고 있어서 자신이 아주 잘 안다는 이유로요. 다음날 경찰서장을 찾아가지만 경찰서장은 아카키에게 왜 하필 그렇게 늦게 귀가했는지, 어떤 지저분한 곳에 들른 것은 아닌지 취조하듯이 물어봅니다. 당황한 아카키는 경찰서를 빠져 나옵니다. 국에 출근하자 소식을 들은 한 관리는 아카키에게 경찰이 외투를 찾아봤자 아카키 소유인지 증명하지 못하면 어차피 경찰서에 보관될 것이라며 대신에 어떤 고관을 찾아가라고 알려줍니다.그 고관은 최근에 진급을 해서 자신의 처세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고관이 된 후로 그는 어쩐지 혼란에 빠져 길을 잃더니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자기와 지위가 같은 사람들과 있을 때, 그는 꽤 괜찮고 아주 점잖은 사람이었으며 여러 면에서 전혀 어리석지 않았다. 그러나 자기보다 한 직급이라도 낮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모임에서는 아주 졸렬해져서 아무 말로 하지 않았다. (중략)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는 건 아닌지, 너무 허물없이 구는 건 아닌지, 위신을 떨어뜨리는 건 아닌지'하는 생각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 - 외투(문학동네) p.54~55고관은 권위를 보여주기 위해 아카키를 밖에서 오래 기다리게 합니다. 마침내 고관과 만난 아카키는 하소연을 하고 그에게 고관은 큰 소리로 역정을 냅니다.# "당신이 지금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지 아오? 당신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군지나 아오? 당신을 알고 있소? 알고 있느냐고? 내가 당신에게 묻고 있잖소.". - 외투 p.57고압적인 언성에 아카키는 기절을 하고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을 걸어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 탓에 편도선이 부어오르고 심한 열병에 걸리게 됩니다. 의사는 시간 낭비하지 말고 소나무 관이나 주문하라고 말하고 아카키는 사경을 헤매다 결국 죽음에 이릅니다.아카키가 죽은 이후 국에는 그보다 훨씬 키가 큰 새 관리가 오고 비스듬하고 삐딱한 필체로 정서를 하기 시작합니다.그 이후로 괴이한 사건들이 일어납니다. 밤이면 어떤 유령이 사람들의 외투를 빼앗습니다. 바로 아카키의 혼령입니다.아카키가 나가자 마자 - 원래는 심성이 착했던 - 고관은 연민이 일어 관리를 보내 아카키를 살펴보라고 하지만 열병으로 급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고관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 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친구의 집에서 열리는 저녁 모임에 참석을 했고, 같은 직급이라 전혀 불편함이 없어 샴페인을 두 잔 정도 마시자 기분이 아주 좋아져 친구 집을 나와 불륜 중인 칼롤리나 부인의 집으로 마차를 향하게 합니다. 그때 바람이 세차게 불고, 그의 뒤에 아카키의 유령이 나타납니다. 고관은 무척 놀라 외투를 벗어 제끼고 황급히 본인 집으로 마차를 몰게 합니다.그 이후로 고관은 부하 직원들에게 "어떻게 감히, 어느 안전인지 아는가?"라는 말을 훨씬 적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카키의 유령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소설은 여기까지입니다.소설을 읽기 전 책 뒷표지에 요약된 내용으로 어떤 환상적인 힘이 있는 외투를 상정한 일종의 판타지 소설인 줄 알았는데(물론 유령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비싸기는 하지만 평범한 외투였네요.소설 속 '외투'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최근 유사한 경험을 겪었습니다. 올해 팀장으로 승진하면서 오래 신고 다녔던 낡은 구두를 버리고 - 평생 처음으로 - 명품 구두를 샀습니다. 명품 구두를 신은 첫 일주는, 이전과는 다른 어떤 존재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괜스레 사람들의 시선도 의식하게 되었구요. 몇 주가 지나게 되자 그 구두는 평범한 구두에 불과하는 걸 깨달았습니다.그런데 제 마음 속에 일었던 몇 주간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요? 몸을 명품으로 휘감고, 럭셔리 차에 몸을 얹고, 펜트하우스 속에 살게 된다면 저는 다른 존재가 되는 걸까요?평생 틀에 박힌 고리타분한 생활을 한 아카키에게 새 외투는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해 준 삶의 활력이었을까요? 결국에는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래도 찰나의 환희적 경험은 아카키에게 필요한 것이었을까요?레스코프의 "왼손잡이"에서도 그렇지만 고골의 "외투"에서도 또한 러시아 사회에 대한 풍자(상급 관리들의 권위적 태도와 불륜, 행정적인(?) 삶)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러시아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닌 것 같지만요.ps. 김희숙 작가는 나보코프를 톨스토이, 안톤 체호프에 이어 무려 러시아 작가 3위에 올랐습니다. 나보코프의 대표 작품이 "롤리타"입니다. 어쩐지 퇴폐적(?)일 것만 같아 단 한 번도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김희숙 작가를 빌미(?) 삼아 다음에는 "롤리타"에 도전해 볼까 합니다.
    독후감/창작| 2023.01.26| 3페이지| 1,000원| 조회(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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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표지 레스코프의 왼손잡이
    레스코프의 왼손잡이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가장 대표적인 단편소설.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어떤 유튜버 때문이다. 그녀는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고 소설가이자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다부진 인상과 아나운서 같은 안정적인 목소리톤 덕에 첫 영상에 구독을 눌렀다. 그녀가 생각하는 러시아 작가 Top8와 개중 그녀가 채널에서 다룰 작품은 아래와 같다.(*그녀의 채널명은 북클럽 비바이고 영상링크는 맨 아래 참조)1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 부활2 안톤 체홉: 벚꽃동산,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3 나보코프: 롤리타, 창백한 불꽃4 니콜라이 고골: 외투, 검찰관5 레스코프: 왼손잡이6 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죄와 벌, 우수운 사람의 꿈, 악어7 파스테르나크: 닥터 지바고8 막심 고리키: 어머니아니, 레스코프는 누구길래 도스토예프스키(6위)를 제치고 5위인가, 굉장히 궁금해 바로 집어든 책이 바로 오늘 리뷰해 드릴 "왼손잡이"이다.일단은 상당히 웃기다. 어떤 기분이냐면 최불암 시리즈를 읽는 기분이랄까(아시려나). 곳곳에 풍자와 해학이 가득하다. 특히나 러시아 사회에 대한 풍자가 가득하다.
    독후감/창작| 2023.01.15| 3페이지| 1,000원| 조회(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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