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릴 적 동화 ‘걸리버 여행기’를 읽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 적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 책의 원판에서 주인공인 걸리버가 마지막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는 ‘야후’들을 증오하며, 남은 여생을 ‘후이늠’들과 지내며 보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여기서 ‘야후’와 ‘후이늠’은 마지막 여행지인 말들의 나라(후이늠국)의 언어에서 각각 ‘인간’과 ‘말’을 의미하는 말이다. 충격적인 결말이지 않은가? 하지만 작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소설을 썼는지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이를 이해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내가 만약 자고 일어났는데 몸이 벌레로 변해있다면, 어떨까?’ 아마 이 책을 읽을 때 옆에 있던 선임, 동기, 친구들에게 총을 맞을 수도 있다. 이런 끔찍한 상상을 하게 만든 책이 있다. 바로 카프카의 ‘변신’이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나는 ‘주인공이 벌레로 변하는 내용의 책’이라고 이 책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런 탓에 이 책이 공상과학 소설인 줄 알고 가볍게 읽어보았는데, 여러 번 읽다 보니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었다.이 책은 주인공인 그레고르가 잠에서 깨어보니 자신의 몸이 벌레로 변해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시작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열심히 일을 하고 잠에 들었는데, 몸이 벌레로 변해있으니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처음에 그레고르는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의심하지만, 결국에 이를 받아들이고, 적응하게 된다. 그런 그레고르의 가족들은 처음에는 그레고르에게 먹이를 주고, 방을 청소해 주는 등 돌봐주지만, 본인들의 상황이 힘들어짐에 따라 점점 소홀하게 되고, 혐오하며 결국에는 그에게 사과를 집어던져 몸에 박히게 만들어, 죽게 만든다.맨 처음에 ‘변신’이라는 책을 읽었을 때는 그냥 이 텍스트 그대로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주인공이 벌레로 변했고, 결국에는 죽게 되는구나. 불쌍하다’이런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한 번 더 이 책을 읽어봤을 때는 카프카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이 책을 썼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책의 내용을 다시 생각해 보자. 사람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벌레로 변한다는 것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것을 ‘끔찍한 피부병’에 걸려 흉측한 몰골로 변했다고 생각해 보았다. 당연히 끔찍한 피부병에 걸린다면, 타인의 시선탓에 밖에 나가기도 꺼려질 테고, 그로 인해 직장에 갈 수도 없을 것이다. 원래 그레고르가 일을 함으로써 생계를 유지해왔지만, 그는 이제 돈을 벌기는커녕 자신의 방에 갇혀버린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그를 위해 가족들은 처음에는 노력하지만, 결국은 그를 죽게 만든다. 나는 이 책에서 장애인들을 떠올렸다.나는 그레고르의 상황이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들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정부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아직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장애인 정책을 그레고르에게 먹이를 주는 동생에, 그리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차가운 인식을 그레고르의 아버지가 그에게 던진 사과와 가족들의 혐오스러운 눈빛에 비유할 수 있다. 그레고르가 벌레의 모습으로 변한 뒤에 가족들과 함께하려 기어갔다가 저지당하고, 사과를 맞은 것처럼, 우리 사회가 아직 장애인들을 위한 기본적인 지원은 제공할지 몰라도 그들에 대한 인식 면에서는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거동이 불편해서, 밖이 위험한 탓에 외출이 힘든 사람도 있지만, 장애인들의 상당수는 밖에 나갔을 때의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운 사람도 많다.
사랑에 정답이 있을까(브람스를 좋아하세요...)혹시 요하네스 브람스라는 작곡가를 알고 있는가? 나 같은 경우에는 아는 작곡가의 이름이 베토벤, 쇼팽 정도였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곡가이다. 그러나 이 작곡가의 곡인 ‘헝가리 무곡’의 5번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곡이다. 혹시 브람스가 사랑에 관련된 곡을 많이 쓴 것일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제목에 들어간 사람은 왜 하필 브람스일까? 이는 브람스에 대해 조금만 찾아본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브람스는 슈만이라는 작곡가의 제자였는데, 그는 슈만의 부인인 피아니스트 클라라에게 사랑에 빠지게 된다. 스승의 부인에게 사랑에 빠지다니, 막장드라마의 소재 같지 않은가? 심지어 둘의 나이는 14살이라는 큰 차이가 난다. 이 유명한 일화는 여러 작품의 모티프가 되는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작품도 그러한 작품 중 하나이다.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폴’, ‘로제’, 그리고 ‘시몽’이다. 폴과 로제는 오랜 연인이지만, 로제는 폴을 외롭게 두는가 하면, 심지어는 바람을 피우기도 한다. 그런 폴 앞에 그녀에게 빠져버린 시몽이 나타나고, 그렇게 세 등장인물 간의 갈등과 심리묘사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폴과 시몽의 나이 차이가 14살이라는 점, 그리고 이 책의 중간에 폴과 시몽이 데이트를 했던 연주회가 브람스의 곡이었던 것으로 보아, 이 책의 작가가 브람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소설을 창작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 책에서 내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바로 제목이다. 책의 제목인‘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시몽이 폴에게 연주회에 가자고 청하는 편지 속의 문장이다. 그리고 그 뒤의 마침표 세 개가 중요한데, 이것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다. 우리가 주로 문자나 편지, SNS를 통해 연락할 때, ‘...’은 자신이 없거나 말끝을 흐리는, 부정적인 목적으로 사용한다. 소설 중에서 시몽은 항상 폴에게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그리고 열정적으로 표현하지만, 그것은 폴의 마음속에 이미 깊게 자리 잡고 있던 로제를 의식하고, 자신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불안감에서 나온 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시몽의 불안감, 그리고 그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암시하기 위해 작가가 의도적으로 마침표 세 개를 찍은 것으로 생각한다.또한, 세 인물의 사랑이 모두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 소설의 흥미를 돋우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폴’은 로제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을, ‘시몽’은 흔히 우리가 20대 초반의 연애라고 말하는, 성숙하지 않지만 그만큼 뜨거운 사랑을, 그리고 ‘로제’는 익숙함에 속아 연인에게 상처를 주는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각기 다른 사랑의 방식을 가지고 있는 세 사람이 만나 갈등하고, 고뇌하는 모습을 잘 보여준 심리묘사가 이 책을 다른 연애소설과 차별화된 소설로 만들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