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재 시집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은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집의 소제목만 보아도 그렇다. ‘사랑은 육상처럼 앞지르는 운동이 아닌데’, ‘귤을 밟고 사랑이 칸칸이 불 밝히도록’, ‘자다가 일어나 우는 내 안의 송아지를 사랑해’. 모두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의 소제목이다. 이렇듯 온몸으로 사랑한다 외치는 듯한 시집이지만, 흥미롭게도 우리에게 익숙한 사랑과 고명재 시인이 그려낸 사랑은 조금 차이가 있다.<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특징을 꼽아 보자면 단연코 사랑을 표현하는 단어들의 분위기를 들 수 있겠다. 일반적인 문학 작품- 그것이 시이든 혹은 영화나 노래 같은 대중매체이든, 사랑은 무엇보다 정열적이며 강렬한, 마치 애정의 쓰나미처럼 표현되기 일쑤다. 화려하고 절절하게 그려진 사랑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의 사랑이 다소 고요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래서인지 모른다. 그러나 찬찬히 생각해 보면 사랑이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친숙하며 일상적인 감정이 아닐까.
강도몽유록(江都夢遊錄)은 조선시대 중엽에 크게 유행한 소설 유형의 갈래인 몽유록계 소설에 속한다. 몽유록계 유형의 작품은 주로 한문으로 작성되었으며, 현실의 주인공이 꿈 속 세계를 넘나들며 전개되는 액자식 구성을 취한다. 강도몽유록 역시 꿈을 꾸는 주체이자 현실의 인간인 청허선사가 꿈 속에서 여인들을 만나고, 여인들의 통곡소리에 잠에서 깨어나는 과정으로 구성되므로 일반적인 몽유록 소설의 형식을 취한다고 볼 수 있다.또 몽유록계 소설은 크게 꿈을 일종의 도구로 사용하여 저자가 추구하는 이상세계를 구현하는 부류와 현실의 문제와 모순을 비판하는 부류로 나뉘는데, 강도몽유록의 경우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 배경과 꿈을 매개로 하여 조정의 무능함과 전쟁의 폐해를 고발한다는 점에서 후자에 해당한다.
남궁선생전[南宮先生傳]은 조선 중기의 문신인 허균(許筠)이 지은 한문 단편소설이다. 특정인물의 삶을 전기적 수법으로 기록하고 평가하여 후세에 전하는 문체인 전(傳)의 형식을 따르며, 특히 서술 대상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한 후 작품 말미에 저자의 논평과 의견을 덧붙이고 있다.남궁선생전은 작품 전체에 걸쳐 도교적 성격이 강하며 신선 사상을 기반으로 한 도교적, 도술적(道術的) 능력을 가진 인물을 묘사함과 더불어 환상적 존재들을 등장시킨다. 이때 소설의 주인공인 남궁두(南宮斗)는 저자 허균이 1608 년(선조 41) 가을 공주에서 파직된 후 부안에서 만난 인물인데, 이는 저자가 임의적으로 만들어낸 허구의 대상이 아닌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삼음으로써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인물의 상황 묘사, 인과적인 사건의 연결이나 인물들 간의 대화를 적절하게 배치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17세기 무렵 근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급격히 발전한 과학과 산업 기술은 한동안 통제되지 않은 채 무분별한 자연의 파괴를 낳았다. 석유와 같은 천연자원이 빠른 속도로 고갈되는 것은 물론, 심화된 환경오염으로 인해 대규모 기근이나 홍수가 발생하여 심각한 수준의 인명피해를 초래하기도 했다. 그 결과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자연을 파악하는 도구적 자연관이 아닌 상생적, 동반적 존재로 자연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이를 통해 점차 자연 보호가 전 지구적 의무로 확대되는 결과가 나타났다.이는 공식적이며 일부 강제력을 지닌 국가 간의 협약으로도 드러나는데, 그 예시로 전 세계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생태 보호 협약1 또는 플라스틱 배출 규제 협약2을 들 수 있다. 또 생태론적 관점을 중심으로 한 소설, 시와 같은 문학의 경우 국가적 정책이나 국제적 차원의 협약보다 한층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개인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갖는다. 따라서 본 소논문에서는 현재 주류적 관념으로 대두한 탈인간중심주의적 자연관을 역사적 맥락과 함께 분석함과 동시에, 한국 현대시 중 생태적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인 『신령한 짐승을 위하여』(이병철 시집,2020)를 분석하여 작품의 의의를 밝히고 이에 따라 생태계를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가 무엇인지 탐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