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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표지 <소년이 온다> 독후감(독서감상문)
    <소년이 온다> 독후감(독서감상문)
    한강, 『소년이 온다』 -꽃이 핀 쪽 부끄럽게도,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소년이 온다』를 읽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그 5월을 모독하는 이들을 바라보던 내 친구의 차가운 분노가 뇌리를 떠나지 않았고, 앞뒤가 잘려 항간에 떠도는 『소년이 온다』 속 피맺힌 구절들의 맥락이 궁금했을 뿐이다. 그런 단순한 마음으로 펼쳐 든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후회했다. 그들의 감정을 감히 헤아릴 수 없는 내겐 5월의 광주가 너무나 무거워 이따금 그를 입에 담는 일조차 망설이게 되는데, 이를 다룬 소설에 대해 어떻게 내가 섣불리 논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그냥 모른 척 다른 소설을 읽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러나 등장인물들의 핏발 선 눈빛을 읽은 이상, 책을 고이 덮을 수 없었다. 끔찍한 역사에서 눈을 돌리지 않는 것, 기억하고 논함이 바로 그들을 추모하는 우리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의 광주, 군대가 전남도청으로 밀고 들어왔던 밤을 중심으로 당시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1장에서는 그날 죽은 동호가 죄책감을 말하고, 2장에서는 그날 전에 죽은 정대가 친구, 가족, 자신이 죽은 이유를 생각한다. 3장의 은숙은 도청에서 늦지 않게 나와 살아남은 뒤, 검열당해 출판이 무산된 희곡집으로 올리는 무성 연극을 지켜본다. 4장은 도청에서 군대와 맞서다 끌려가 갖은 고초를 당한 ‘나’가 석방 후 자살한 진수에 대해 증언한다. 5장의 선주는 ‘나’나 진수처럼 도청에서 체포된 여성으로 차마 당시를 증언하지 못하지만, 죽지 않고 살아간다. 6장의 동호 모친은 더워 땀이 나도 햇볕이 비치고 꽃이 핀 쪽으로 걷자며 손을 잡아끌던 아들 동호를 생각한다. 소설 내내 드러나는 등장인물들의 공통점은 죄악감과 의문이었다. 남은 사람들이 죽을 미래를 알면서도 도청을 뒤로한 발걸음을 죄스러워하고, 어째서 살아 있는지 자문하며 죄스러워했다. 작중 모든 사람이 언급하는 인물이 바로 소설의 시작을 연 중학생 동호이다. 동호는 쓰러진 친구를 두고 도망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해 그 아이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대를 찾는다는 핑계로 상무관과 도청 등을 돌아다니며 일을 돕는다. 요구르트를 욕심껏 두 개 받아 들던 어린애가 살고 싶어 눈꺼풀을 떨면서도 도청에 남아 죽었다는 사실은 살아남았던, 그리고 살아남은 이들의 죄책감을 그대로 드러내며, 그런 어린아이까지 잔혹하게 살해한 군부의 무차별적인 야만을 보여준다. “하루도 빠짐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왜 그는 죽었고, 아직 나는 살아 있는지.” 4장의 화자인 ‘나’의 말대로, 인물들은 끊임없이 생존의 당위성을 질문한다. 이것은 자문이기도 하지만, 독자인 우리에게도 던지는 질문이다. 그들은 왜 죽었고, 우리는 왜 살아 있는가? “너는 소리내어 중얼거린다.” 특이하게도, 소설을 시작하며 작가는 동호를 ‘너’라고 말한다. 소설 속으로 독자를 빨아들이는 이 지칭은 동호와 독자의 경계를 흐리며 서술자가 마치 독자를 가리키고 있는 것으로 느끼도록 유도한다. 그렇게 독자와 동호는 합일되지만, 결국 동호는 죽고 독자는 관망한다. 우리가 그 시절 광주에서 나고 죽어 소설 속 주인공이 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없다. 누구도 광주에서 군인의 손에 죽길 원하지 않았을 테고, 그것은 누구든 그렇게 죽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람은 시대를 골라 태어날 수 없으며, 삶의 지속은 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운 좋게 살아 있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소설 내내, 살아남은 이들은 죄책감에 몸부림치고 삶을 저주스러워했다. 하지만 그들은 살았다. 살아서 말했다. 검열이란 이름으로 활자가 죄다 까맣게 불타버리고 소리 내어 외칠 수 없게 되면, 입이라도 뻥긋거리는 모습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지켜보았다. 고통에 못 이겨 차마 입을 열지 못한다면 끈질기게 생각하기라도 했다. 인물들의 말과 생각은 내내 독자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그것은 이미 벌어진 피의 역사와 그에서 파생된 고통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무력감이고, 우리가 이들에게 진 빚을 일깨우는 부채감이다. 사실상 이 죄악감은 그들의 몫일 필요가 없다. 부조리하다. 수많은 광주시민을 총으로 쏘고, 칼로 베고, 몽둥이를 휘둘러 살해한 것은 전두환인데, 어째서 심장이 타버릴 듯한 죄악감과 기억의 무게에 짓눌리는 것은 죄 없는 시민인 은숙과 선주인가? 어째서 그들이 꺼지지 않을 분노로 가슴을 살라먹으며 영원히 답 없는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 하지만 그것은 후대에 태어난 덕에 그 5월을 살았던 적 없는 타인의 생각일 뿐이다. 역사의 소용돌이를 맨몸으로 직접 겪은 이들이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자 의무는 옆에서 함께 기억하고 기억을 이으며 아주 조금이나마 짐을 나누어 들고자 하는 것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기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인간이 ‘무엇’으로 지칭될 고깃덩어리가 아니기 위해, 인간으로 살기 위해 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다. 광주시민들은 다른 지역보다 조금 더 강한 이타성과 용기를 발휘하여 시위가 오래 지속되었다는 이유로 목숨을, 가족과 친구 혹은 미래를 잃어버렸다. 더워서 땀이 흘러도 햇빛이 비치고 꽃이 핀 쪽으로 걸어가자던 동호의 말과 같이 민주주의를 위해 땀처럼 피를 흘렸다. 그들이 우리를 꽃이 핀 쪽으로 이끌었으니, 후대의 우리도 그들의 기억을 날조와 거짓으로 오염된 곳이 아닌 꽃이 핀 쪽으로 이끌어야 마땅하다. 이 소설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이라면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일 것이다. 장례식의 의의는 3일을 들여 울고, 영정 앞에 몇 번이고 절하며 망자를 떠나보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산 자들이 남은 삶을 버티고 살아갈 수 있도록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영원히 그들의 죽음을 납득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의 삶은 광주를 기억하는 내내 장례식일 수밖에 없다. 피가 흘러 민주주의가 꽃피었으나 전두환은 하고 싶은 말을 해도 총에 맞지 않는 삶을 오래도록 누리다 편히 죽었고, 그의 추도식을 여는 이들은 당당히도 고개를 쳐든다. 망자의 생을 돌이킬 수 없다면 적어도 모독당하지 않도록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들이 무덤으로 놓은 초석 위에서 살아가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으로서. “혼은 자기 몸 곁에 얼마나 오래 머물러 있을까. 그게 무슨 날개같이 파닥이기도 할까. 촛불의 가장자릴 흔들리게 할까.” 1장에서 동호는 망자의 혼이 몸 곁에 머물며 날개처럼 파닥여 촛불의 가장자리를 흔들 수 있을지 생각한다. 그러나 마지막 장, 소년들의 무덤을 찾은 이 앞에서 날개처럼 파닥이는 것은 촛불 그 자체이다. 잠시 꺼지고 켜질지언정 이 세상에서 사라질 수 없는 불처럼, 민주주의가 이어지는 한 자유로운 시민들의 영혼과 의지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광주 민주화운동은 1980년 5월로 끝나지 않고, 그때의 기억은 지속된다. 직접 본 자들의 기억으로, 그들이 이를 악물고 전달한 기억을 받은 사람들의 마음으로. 광주에서 죽은 사람들을 모독하는 이, 민주화운동이 아닌 폭동이라 말하는 이가 세상에서 모두 사라져 단 한 사람도 남지 않을 때까지 우리의 과업은 끝나지 않는다.
    독후감/창작| 2024.07.07| 2페이지| 2,000원| 조회(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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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표지 윤성희, <구경꾼들> 독후감(독서감상문)
    윤성희, <구경꾼들> 독후감(독서감상문)
    윤성희, 『구경꾼들』 - 웃음과 눈물 가득한 우리의, 삶「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를 통하여 윤성희 작가를 처음 알았다. 담담한 말투로 독자에게 따스한 말을 건네는 듯한 문장이 마음에 들었기에 윤성희 작가의 작품을 더 읽고 싶었다. 도서관 서가 사이에서 윤성희 작가의 책들을 뒤적이다가 『구경꾼들』을 발견했다. 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은 건 뒤표지에 적혀 있던 소개 문구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소년은 자신의 이야기보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세상 저편 누군가의 이야기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 이 문구를 적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만난 적 없고 실존하지도 않는 이야기를 사랑하는 마음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이 책이 대체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지 궁금해졌다.이 소설은 주인공 ‘나’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시작하여 어른이 될 때까지 자기 삶에서 만난 가족, 사람, 사물을 구경하는 이야기이다. ‘나’는 3대가 모여 사는 집에 태어났다. 평범하고 단란한 가족들 사이에서 듬뿍 사랑받으며 자라나던 중, 가족여행에서 돌아오던 어느 날 일가족은 큰 교통사고를 당한다. 사망자만 15명이나 발생한 39중 추돌사고에서 차가 전복되어 언덕 밑으로 굴러떨어지고도 가족은 기적적으로 전원 생존하지만, 그 안도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큰삼촌이 투신자살하는 사람과 충돌해 사망한다. 잘못 배달된 신문에 난 해외토픽 기사를 통해 큰삼촌과 똑같이 투신자살 기도자와 부딪히고도 생존한 이를 발견한 아버지는 홀린 듯 어머니와 함께 그 사람을 만나러 무작정 긴 여행을 떠난다. 큰삼촌에 이어 할아버지가 범죄자에게 끌려가던 여아를 구하다 사망하고, 돌아온 아버지는 여행기를 쓰려 시도하며 오래 방황하다가 기나긴 글 대신 ‘나’에게 보냈던 사진엽서들을 모아 출판한다. 책이 소소한 성공을 거둔 후, 이번에는 국내를 여행하며 사진을 찍겠다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여행지에서 무너지는 돌집에 깔려서 사망한다. 계속 살아가던 ‘나’는 담벼락에 기대 기침을 하다가 갈비뼈에 골절상을 입는다. 그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작중에서는 시간이 흐르며 끊임없이 어떤 사건들이 벌어지고 주인공은 그에 대해, 혹은 다른 대상의 이야기를 서술할 뿐으로 그다지 기승전결이 명확한 이야기라고 보기는 어렵다.첫 장을 펼쳤을 때는 다소 혼란스러웠다. ‘아버지’가 모텔 카운터에 전화하며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아버지’와는 아무 상관도 없어 보이는 타인들-아버지와 어머니 이전에 방을 사용한 손님들-의 이야기를 꽤 길게 풀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아버지가 어릴 적 아이스박스에 갇혔을 때 아이스박스가 몇 번 버려졌는지와 그에 대한 상세한 사정까지 알게 되었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아이스박스에 오래 갇혔다고 그런 걸 알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것은 좁은 공간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는 채로 꼬박 이틀을 보낸 어린이가 본 환상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계속 글을 읽어내리다 보니, 이는 그야말로 이 작품을 그대로 함축해 놓은 시작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야기할 때 끊임없이 말을 빙빙 돌리고 쓸데없는 부연을 덧붙이면서 말을 늘인다면 다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라며 화를 낼 것이다. 그렇지만 이 소설에서는 마치 말이 옆으로 새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미덕이라는 듯 최선을 다해 몇 번이고 삼천포로 빠진다. 의식이 흐르는 대로 눈에 들어오는 모든 사물과 사람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고서야 본래 하고 있던 이야기로 돌아간다. 이름도 모르는 인물들, 길가에 버려진 물건들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자니 어렴풋이 주인공 가족들의 이야기와 스쳐 지나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별달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은 자신의 삶을 서술한다. 가까이 지내며 함께 추억을 쌓은 가족 혹은 물건은 물론 삶에 있어 중요하고 소중할 것이다. 그런데 눈길 한 번, 대화나 손길 한 번으로 영영 인연이 끝나는 존재들이라 해도 우리의 삶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그들도 분명히 우리 삶의 일부를 차지한다. 길에서 잠시 만난 행인에게 들은 넋두리부터 영원히 알 길 없는 아이스박스의 여행 이야기까지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의 삶을 채운다. 누구나 한 번쯤은 길에서 옆을 스치는 사람을 보고 문득 ‘저 사람도 집과 가족과 자신의 이야기가 있겠지? 자기 삶의 주인공이겠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을 터이다. 당연하게도, 삶의 무게를 저울질할 수는 없다. 그러니 삶을 이야기하는 ‘구경꾼’인 주인공은 필연적으로 스치는 인연의 시시콜콜한 사연까지 모두 술술 풀어놓게 되는 것이다.아버지의 아이스박스 이야기 또한 그렇다. 이 소설에는 무생물에 얽힌 이야기,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인의 인생 이야기, 대충 둘러내고 지어내고 과장하여 부풀린 사연도 나온다. 지나치는 모든 것에 관한 이야기를 아주 중요한 것 말하듯 풀어놓지만, 사실 『구경꾼들』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연은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 어느 이야기가 거짓이고 어느 이야기가 진실인지 혹은 거짓과 진실이 뒤섞여 있는지 알 수도 없고, 그것을 독자에게 숨길 생각도 없어 보인다. 오히려 부러 여기저기에서 이 이야기들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힌트를 던져 주는 듯하다는 느낌도 든다.왜냐하면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매일 새벽 세 시마다 초콜릿을 사 천천히 씹어먹는 여자이든 마당 한구석에 버려진 아이스박스이든, 모두에게는 각자의 이야기와 삶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지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대상이 ‘나’와 얼마나 친밀하고 가까운 관계의 주요 인물인가? ‘나’를 비롯한 수많은 작중 인물이 말하는 이야기들은 과연 진실인가? 그것은 이 이야기에서는 아무 상관이 없다. 전혀 중요하지 않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이의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연을 소중하게 이야기함으로써 그들에게도 자기만의 삶이 있고, 이 모든 삶은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는 말을 전하는 것이다.「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에서도 느낀 바 있지만, 윤성희 작가의 작품은 내내 비현실적일 정도로 따스하고 포근한 공기로 가득하다.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무심할 정도로 담담한 성격의 소유자임에도 불구하고 신기할 정도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그러나 절대로 삶에서 반드시 마주하는 고통과 슬픔, 상실을 외면하거나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 모든 고난을 이고 살아가며 서로를 ‘구경’하는 이야기이기에 오히려 더욱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독후감/창작| 2024.07.07| 3페이지| 2,000원| 조회(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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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표지 <주토피아> 영화 감상문
    <주토피아> 영화 감상문
    - Try everything, 존재하지 않는 주토피아를 향해누구나 뭐든 될 수 있는 환상의 도시 주토피아에서는 누구나 차별당한다. 약하고 멍청해서 경찰이 될 수 없는 토끼, 믿지 못할 여우, 소심하고 바보 같은 양, 아기 취급당하는 사막여우, 언제 야수가 될지 모르는 육식동물. 일관성은 없다. 육식, 초식, 잡식을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차별당한다는 진실을 숨긴 채 유토피아를 표방한다. 그 화려한 도시의 그림자 속에서 주토피아 최초의 토끼 경찰 주디 홉스는 사기꾼 여우 닉 와일드와 함께 차가운 경멸과 비웃음을 헤치고 포유류 연쇄 실종 사건을 쫓아 유쾌한 수사극을 펼친다.차별받는 조그만 토끼가 경찰의 지원 없이 고작 여우 한 마리와 함께 열네 마리의 실종자들을 찾아냄으로써 편견을 깨고 당당한 진짜 경찰이 되며 멋진 해피엔딩을 맞는 듯하던 영화는 곧장 다음 국면으로 접어든다. 라이언하트 시장이 그 육식동물들을 감금한 까닭은 의문의 야수화(野獸化)였으며, 그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육식동물의 생물학적 본능이었기 때문이다. 공포에 휩싸여 사분오열된 시민들을 보며 죄책감에 못 이겨 귀향한 주디는 끊어진 실타래를 이을 실마리를 찾아 주토피아로 돌아온다. 수사는 끝나지 않은 것이다.그리하여 드러나는 것이 바로 차별의 빈약성이다. 영화 전반부까지의 육식동물은 언제 어디에서 돌변하여 다른 이의 목을 물어뜯을지 모를 위험 분자들이며, 초식동물은 결코 야수로 변하지 않는 안전한 생물이다. 그렇다면 육식동물들은 그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더라도 존재 자체로 타 동물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 사실이므로 배척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수사의 끝에서 밝혀지는 진실은 그 합리적인 듯한 판단을 무너뜨린다. 사실 육식동물의 야수화는 벨웨더라는 인물이 정치적 야욕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낸 현상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그게 사실이잖아?’라는 말로 차별과 편견을 용인하는 이들을 강렬히 비꼬고 있다.작중 인물들 또한 끊임없이 현실은 뮤지컬 애니메이션과 다르며, 다소의 차별은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당연히, 이유 없는 차별은 없다. 육식동물은 실제로 먼 옛날 초식동물을 잡아먹으며 살아남았으니 어느 날 야생성이 되살아날지도 모를 일이고, 토끼는 작고 완력이 약해 경찰 일을 하기 어렵다. 흑인은 천성적으로 게으르니 보다 우월한 백인에 의한 교화가 필요하고, 장애인은 열등한 유전자를 타고난 것이기에 번식하여 그를 퍼뜨리는 꼴을 두고 보면 안 되는 것이고, 동성애자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기에 불결한 것이다. 차별주의자들은 이를 어쩔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할 터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사실인가? 주토피아의 야수는 만들어졌고, 경찰학교를 수석 졸업한 주디는 우락부락한 동료들이 2주 이상 찾아내지 못한 연쇄 실종 사건 피해자들을 단 이틀 만에 찾아냈다. 우화는 풍자하고자 하는 인물상을 단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인간을 동물에 빗댄 표현법인 만큼,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한지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알아야 할 것은, 그를 위해 가져온 동물의 이미지 또한 사람이 덧씌웠을 뿐이라는 것이다. 무리 지어 생활하는 외로운 늑대나 그저 물개가 먹고 싶었을 뿐이었던 살인 백상아리처럼, 사실 실제 동물의 모습과 사람이 생각하는 이미지에 차이가 있는 경우도 많다는 점에서 섣부른 의인화는 타인을 향한 편견의 허술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그것이 가 우화로 구성된 까닭이다. 모든 차별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지 모르지만, 객관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차별의 사유들은 하나같이 지극히 주관적이고 부조리하며 빈약한 허상이다.‘와일드’와 ‘홉스’라는 성씨를 바꿀 수 없듯 타고난 특성이란 분명히 존재하고, 그를 바꿀 수는 없다. 작중 여러 동물이 ‘진화했다 한들, 우리는 동물의 본능이 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영화 내내, 정말로 본능에 따라 날뛰는 동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우와 토끼인 주인공들은 차별의 상처 앞에서 연대하고 변화한다. 타고난 요소는 변하지 않으나 문명사회 속에서 그것은 사실상 큰 영향력을 지니지 않고, 그러므로 상대를 대하는 태도와 시선은 오로지 나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하지만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가젤의 콘서트에서 주제가 ‘Try everything’에 맞춰 모든 등장인물이 즐겁게 춤추는 장면이다. 이 주제가의 시작부터 끝까지 가젤이 노래하는 것은 실패에 맞서는 도전의 의지인데, 영화에서 이 곡은 총 두 번 흘러나온다. 첫 번째는 주디가 고향을 떠나 주토피아로 향하는 영화 전반부이고, 두 번째는 마지막 장면이다. 소수자인 주디가 자신을 향한 편견을 정면으로 깨부수는 전반부에서 이 노래는 차별에 맞서 스스로 원하는 모든 것에 도전하라는 응원이다. 그렇지만 마지막에서는 어떨까? 착하고 정의로운 인물에게조차 저도 모르게 깊이 뿌리박힌 관습적 편견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반부에서는 이것이 단순한 차별 타파의 노래로 들리지 않는다. 는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수사극의 형태로 차별의 빈약성을 고발하며 편견을 버리자고 말하지만, 완벽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쏟아질 실패와 고난들을 부정하지 않은 채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라고 힘껏 외친다.완전한 차별의 철폐는 있을 수 없기에 ‘완벽한 공존의 도시’ 주토피아는 있을 수 없는 곳, 환상 속의 이상향 유토피아의 이름을 지닌다. 그러나 그런 현실 속에서도 나아가려 하고, 타인과 함께 걷는 이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주토피아의 다양성 넘치는 모습이다. 우리의 이상향은 결코 존재할 수 없는 유토피아일지라도, 시도하고 노력하는 데 의미가 있다. 그 발걸음이 누군가의 삶을 바꿀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주디는 “Try to make the world better place.”라고 외친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계속해서 걸어가는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어제보다 한 발짝이라도 더 나아간 내일이 온다면.
    독후감/창작| 2024.07.07| 2페이지| 2,000원| 조회(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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